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99
298화 여포, 유비에게 씻지 못할 치욕을 안기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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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 한 사람이 더해졌을 뿐인데 작업이 한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두 사람이 낑낑대며 들 정도의 목재를 몇 개씩이나 가볍게 들어 나르니 일이 빠를 수밖에······.
“우와아!”
여포가 힘을 쓸 때마다 이를 보는 일꾼들은 그가 사람인가 싶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여포가 나서자 구병 장수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여포를 비롯한 무장들은 일꾼들과 한 데 뒤섞여 거리낌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함께 일했다.
반대편에선 고순이 힘을 쓰고 있었다. 포구수를 맨몸으로 오가며 밧줄을 이었고, 물을 머금은 나무 말뚝을 꽂아 고정했다.
이로서 양쪽에서 단단히 잡아주니 어느새 다리의 모습을 조금씩 갖춰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쿵! 콰직!
상류에서 떠내려온 커다란 나무토막이 나룻배와 부딪혀 굉음과 함께 다리가 크게 흔들렸다.
“어! 어! 어!”
풍덩!
다리 위에서 일하던 장정 하나가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
“사람이 물에 빠졌다!”
물에 빠진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이 정도였다. 깊은 강물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칫 둘 다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알기에 다들 발만 동동 구를 때 여포는 웃옷을 벗어 던지며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푸른 강물에 뛰어들었다.
여포라고 해도 빠르게 흐르는 강물 속에서 사람을 구하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물에 빠진 일꾼은 제법 물을 먹은 모양인지 미친 듯이 팔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간신히 거리를 좁힌 여포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는 물귀신처럼 여포에게 들러붙어 도리어 여포를 수장시키려 했다.
그렇다고 그가 여포의 목숨을 노리고 온 자객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물에 빠진 자라면 고개를 들어 숨을 쉬고자 하니 뭐라도 눌러서 몸을 세우려 여포를 잡고 늘어진 것이다.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어 여포는 그에게 싸대기 날려 반쯤 기절시키고서 머리채를 쥐고 뭍으로 끌고 나왔다.
제법 자맥질 좀 한다는 동료들도 감히 뛰어들어 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여포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뛰어들어 물에 빠진 이를 구한 것이다.
구사일생 목숨을 건진 자는 뭍에 축 늘어져 잔뜩 마신 물을 게워내기 바빴다.
동료들은 그를 일으켜 등을 두드리고 손발을 주무르며 그의 생환을 기뻐했다.
“하늘이 도왔네.”
“하늘이 돕기는······! 장군님이 구해주신게지.”
옹노 사람들의 닫혔던 마음의 문이 여포를 향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곽 선생!”
여포가 소리치자 곽가는 그가 왜 자신을 부르는지 직감하며 달려왔다.
“예, 장군.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되겠소?”
“음······!”
곽가는 침음성을 흘리며 시간을 벌었다. 그 와중에도 그의 머릿속은 갖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느라 복잡했다.
‘여 장군이 즉시 뛰어들어 구한 덕분에 사람이 상하지는 않았으나 하마터면 다리가 동강날 뻔 했다. 상류에서 뭐가 떠내려올지 모르니 이를 막을 것이 필요한데······.’
고심 끝에 곽가가 선택한 것은 바로 가죽이었다. 바람을 넣은 가죽부대를 엮어 부교를 만들 듯 다리 옆에 붙여 이를 완충제로 삼기로 한 것이다.
* * *
옹노에서 온 일꾼들은 여포가 자신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일하며 힘든 일을 도맡아 했고, 그간 조정에서 보내온 관리들과는 달리 고작 한 사람의 백성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에 크게 감명 받았다.
게다가 현장을 지휘하는 곽가는 가죽부대로 완충제를 만들어 다리를 보호하는 신묘한 수법을 선보였다.
사실 배와 배를 이어 만드는 형식의 가교는 예부터 쓰이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것들과 부딪혀 쉽게 상하기 때문에 인명피해도 잦았고, 가교의 수명도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다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안전하고, 또 제법 튼튼해 보였다. 이대로만 완성된다면 북평과 옹노를 잇는 훌륭한 길이 되어 줄 터였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자들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배를 징발당한 뱃사공들이었다.
이런 사소한 일에 둔감한 여포조차도 눈치를 챌 수 있을 만큼 그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하루 종일 노 젓는 것이 일이니 제법 강단이 있는 자들이나 여포가 있으니 감히 입을 함부로 놀리지 못할 뿐 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을 터였다.
여기저기서 다리를 만드는 손길이 분주해지고 있었으나 이제 틀이 잡혔기에 여포와 곽가는 딱히 할 일이 없게 되었다.
“곽 선생, 혹 품삯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게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나라의 부역이 아닌데 당연히 삯을 내주어야지요. 미리 절반을 주고 데려왔고, 일이 끝나면 마저 줄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찌 물으십니까?”
“뱃사공들이 불만이 많은 것 같아서 하는 말이오.”
그제야 곽가도 뱃사공들의 이상기류를 감지한 듯했다.
“아무래도 배를 징발당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값을 치른다하면 되지 않겠소? 어차피 입 닦고 있을 생각도 없었소.”
“배 값은 보전해주겠다 약속했습니다. 다만 소생이 미루어 짐작해 보건데 아마도 저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두 가지씩이나······?”
“예, 하나는 다시 배를 만들 때까지 일을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다리가 계속 쓰일 것 같으니 배를 타려는 사람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일 겁니다.”
곽가의 말을 듣자 여포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했다.
“이런 다리 하나 있으면 살기가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다리 때문에 문제가 생길 줄이야.”
“세상 모든 일들이 그렇습니다. 뭔가를 얻으면 뭔가를 잃습니다. 뭔가가 생기면 뭔가가 사라지지요.”
“어려운 말이오.”
여포에게 이런 현묘한 이치는 이해하기 힘든 얘기였다. 그러자 곽가는 그가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었다.
“수수로 술을 만들면 수수는 사라지고 술이 남지요.”
“배로 다리를 만드니 배는 사라지고 다리는 남았다는 얘기요?”
“영명하십니다.”
“허허! 내가 하나를 듣고 열을 아는 기재는 아니라도 이 정도는 아오.”
칭찬은 여포를 똑똑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여포는 다리가 생겼다는 사실의 이면에 숨겨진 핵심을 간파했다.
“그러면 뱃사공들이 일을 잃었으니 뭔가 새로 하나 생겨야 할 게 아니겠소?”
“정확히 보셨습니다. 다만 저들에게 어떤 일을 줄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유주에 수군을 두기도 그렇고······.”
포구수는 그리 큰 강이 아니다. 가교를 놓을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 게다가 유주에 수군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곽가의 생각은 달랐다.
“유주와 기주의 동쪽 접경에 수적의 무리가 있다고 합니다. 수적이 있으면 응당 수군도 있어야지요.”
“그럼 저들을 징병하자는 거요?”
나라에 큰 환란이 일어난 게 아니라면 징병은 피해야 할 일이었다. 징집으로 인해 민심이 크게 동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조의 근간은 농사에 있으니 병사의 수가 많을수록 농사를 지을 농민들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었다.
“당장 징병하자는 게 아닙니다. 아직 옹노는 온전히 장군의 것이 아니니까요.”
“그럼 어쩌잔 말이오? 저들이 재물을 달라는대로 줄 수도 없는 일이 아니오?”
“저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해도 당장 움직이지는 않을 겁니다. 소신, 장군을 위해 이를 해결할 책략을 마련하겠습니다. 군사 선생께 상주한 후에 말씀드리지요.”
“그럼 그리 알고 있겠소. 어차피 내게 백날 말해봐야 어려운 말은 못 알아들으니까.”
이들의 대화가 깊어갈 때쯤 이미 밤하늘도 푸르스름한 먹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제 반 식경 정도가 지나면 해가 뜰 시간. 그 말은 곧 곽가가 약속한 하룻밤이 반 식경 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여포와 무장들의 도움으로 곽가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일각을 남겨두고 기어이 다리가 완성된 것이다.
여포는 기쁜 마음으로 다리의 튼튼함을 시험했다. 사람을 태운 전마는 물론이고, 빈 수레 정도는 지날 수 있을 만큼 튼튼했다.
“곽 선생, 수고 많았소.”
여포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곽가의 공을 치하했다. 이에 곽가는 두 손을 모아 들어 겸양했다.
“장군께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어찌 완성할 수 있었겠습니까? 모든 것이 장군의 홍복입니다.”
“내 복이라······. 그리 듣기 싫은 말은 아니오. 군마를 집결시켜라! 포구수를 넘어 드디어 출병한다!”
여포가 한 손을 번쩍 치켜들고 소리치자 무장들이 누런 이빨을 내보이며 전의를 불태웠다.
* * *
토은진.
이곳은 유비가 두 의제와 함께 군사 일만을 거느린 채 주둔하고 있었다.
이곳 토은진은 공손찬이 여포를 삼로로 공략하기 위해 거점으로 삼은 곳이다. 연산병으로 상곡과 어양은 물론 멀리 대주성 인근까지 여포의 후방이라 할 수 있는 곳을 흔들고, 무종 땅에 두 곳의 거점을 두고 각기 일만의 병력을 주둔하게 했다.
여포군이 원소군과 싸워 패하거나 기력이 쇠해지면 본대가 그들과 합류하여 연국을 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평성에서 별다른 연락이 없었던 탓에 유비는 무료한 나날들을 술로 보내고 있었다.
장비는 유비가 매일같이 군영에서 술판을 벌이는 걸 못 마땅하게 여겼다.
하지만 자신이 암만 말해봐야 입만 아플 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화를 입지 않으면 다행이랄까? 장비가 뭐라도 한 마디 할라치면 유비는 욕설에 걸핏하면 손에 잡히는 건 뭐든 집어 던지니 더 말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유비가 파락호라 해도 관우에게 만큼은 깍듯이 대하니 장비는 관우의 군막을 찾아 아쉬운 소리를 하러 갔다.
장비는 기척도 없이 관우의 군막에 들어서서 불만을 쏟아냈다.
“형님, 큰 형님 좀 말려보오. 언제 개전할지 모르는데 일군을 이끄는 장수가 저래서야 되겠소?”
그러나 관우도 대답도 않고 손에든 춘추만 읽어내릴 뿐이었다.
아마도 그는 이런 일로 의형과 얼굴을 붉히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장비에게 답을 주지 않은 것이리라.
이에 장비는 관우가 이리 나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잔뜩 불만인 얼굴로 옷자락을 털었다.
“에헤이! 사람이 저리 변하나? 하늘과 땅에 고해 맺은 결의형제를 이제와 무르자 할 수도 없고······. 내가 미쳤지. 엮여도 어찌 저런 파락호와 엮여선······.”
청운의 큰 뜻을 품고 유비, 관우와 결의형제를 맺은 지 어언 십 년. 하지만 장비는 아직도 공손찬의 객장 신세를 전전하고 있는 유비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형님이 들으신다. 입 조심해라.”
“흥! 들으라면 들으라지. 내가 못할 소리 했소? 말해보오. 이형도 큰형님과 결의형제 맺은 것을 후회하고 있지 않소?”
“후회하지 않는다.”
“거짓말 마슈.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나이도 형님이 큰 형님보다 많지 않소?”
“큰 형님은 황실의 종친이시다. 어찌 나이로만 위아래를 정할 수 있단 말이냐?”
관우의 말에 장비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아이고, 속이야. 가만 보면 형님도 좀 등신 같은 면이 있소. 하긴 형님은 먼 곳에서 왔으니······.”
장비 역시 유비가 황실의 종친이라는 점에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었다. 하북에서 황실의 혈통을 타고 난 자들이라면 발에 채이도록 많으니까. 아예 집성촌으로 유 씨들만 살고 있는 마을도 숱하게 많았다.
따지고 보면 유비도 그 많은 황친들 중 한 사람일 뿐이란 얘기였다.
“이미 지난 일이다. 그리고 장비, 너는 아직 대형의 진면목을 모른다. 대형이야말로 한실을 부흥케 하실 영웅 중의 영웅이 되실 터.”
“답답하기는······. 무슨 놈의 영웅이 허구한 날 술만 퍼마시고 계집질이나 하고 있다하오? 요즘 세상의 대업은 술과 계집으로 이루는 것이오?”
장비가 열불을 토해냈으나 관우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에잇! 차라리 벽보고 얘기하는 게 났지.”
장비가 씩씩거리며 군막을 나가자 관우는 춘추를 손에서 놓았다. 그는 몸을 일으켜 곁에 세워 놓은 월도로 손을 가져갔다.
‘형님이 변한 게 아니다. 원래부터 저런 사람이었을 뿐. 형님은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다. 범부(凡夫)의 신의는 그저 말로 맺은 약속을 지키는 것일 뿐 형님과 같은 영웅의 신의는 그와 같지 않다.’
장비와는 달리 관우는 유비를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유비가 군영에서 술판을 벌이든 계집질을 하든 그런 것들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관우가 보기에 유비는 때를 기다리는 효웅이었다.
‘당장은 객장 신세일 뿐이나 세 사람이 맨손으로 여기까지 왔다. 형님의 수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탁군을 아우르는 협객의 정점에 서있었으나 수중에 돈 한 푼이 아쉬웠던 유비가 아니던가. 관우 역시 관에서 현상금을 붙였던 수배범 신세였고, 장비는 사인 가문 출신이나 가세가 기울어 개, 돼지의 멱을 따던 일로 입에 풀칠을 했던 자였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장군 소리를 듣고 휘하에 일만의 병력을 두고 있었다. 소쌍과 장세평에게서 큰 재물을 뜯어낸 것도 유비에게 있어선 대의를 위한 일이었다. 물론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관우는 회상에 젖은 채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아침과 함께 비보가 전해졌다.
“장군! 무종진에서 봉화가 올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