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01
300화 여포, 유비에게 씻지 못할 치욕을 안기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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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
화극과 쌍고검이 부딪히며 날카로운 쇳소리가 귓전을 찔러 들어왔다.
‘힘이 장난이 아니구나!’
유비는 단 일 수를 나누었을 뿐인데도 손목으로 전해지는 시큰거림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여포는 유비를 만났다는 사실에 크게 흥분해 힘을 아끼지 않은 점을 생각한다면 일 수를 막아낸 유비의 힘도 제법이라 할 것이다.
이윽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유비의 마상쌍검예는 실로 대단했다. 화극과 같은 장병을 상대하기 위해 잔상이 남을 만큼 맹렬히 검세를 펼쳐왔다.
하지만 열 합을 채우지도 못한 채 승기는 여포에게로 기울었다. 무예와 용맹이라면 유비도 제법 이름을 날리던 자였으나 여포에게 비할 것은 아니었다.
훅훅훅훅! 툭!
결국 유비는 쌍고검 중 한 자루를 놓치고 말았다. 그는 쌍검예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여포를 상대할 수 없다는 생각에 황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신나게 줄행랑을 놓아보지만 적토마를 타고 있는 여포의 추격을 뿌리치기란 힘들어보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관우가 장비에게 명했다.
“익덕! 가서 형님을 도와라!”
하지만 장비는 주저했다. 장수 간의 대결에서 다른 누군가의 조력을 받는다는 것은 크게 망신스러운 일이었다. 무장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피해야 할 일이었다.
장비가 나서지 않자 관우는 그가 주저하는 까닭을 눈치 채고 타이르듯 말했다.
“싸움에는 비겁한 것이 없다.”
싸워 이기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싸움의 본질이다. 이를 되새겨주자 그제야 장비는 하는 수 없이 사모를 비껴들고 달려 나갔다.
장비는 요즘 들어 유비의 행동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죽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이놈, 여포야! 나, 장비 익덕과 승부를 갈라보자!”
쫓기는 유비와 스쳐 지나며 장비의 사모가 여포를 향해 뻗어왔다.
* * *
스릉!
사모의 창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꽤나 매섭다. 하지만 여포는 유비, 관우, 장비가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카캉!
화극의 월아가 사모를 쳐내며 창날의 궤적을 바꾸어버렸다. 여포는 자신과 스쳐 지나는 장비를 향해 소리쳤다.
“명을 재촉하지마라! 귀 큰 놈부터 벤 후에 네놈의 수급을 거두리라!”
그 사이 유비는 놓쳤던 검을 갈무리해 여포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장비가 합류했으니 그의 조력을 받는다면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눈 깜짝할 사이에 몇 합이 오가며 어지럽게 불꽃이 튀었다.
검을 놓치는 망신을 당한 탓에 유비는 방어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장비가 합류할 때까지 시간을 벌려 했다.
그러자 장비는 황급히 말머리를 돌려 여포에게 따라붙었다. 순식간에 유비, 장비와 격렬히 공수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삼십여 합을 주고받았을 때부터 유비와 장비는 공세는커녕 방어에 급급할 정도로 승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미 유비는 속발관이 날아가 봉두난발이 되었고, 유건마저 끈어져 이마에 길게 상처가 남아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장비는 어깨부분의 갑주가 너덜너덜 넝마가 되어 있었고, 여포의 강맹한 힘이 실린 화극으로부터 몇 번이나 유비를 구해주느라 손아귀가 찢어져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형님이 위험하다!’
유비가 위기에 처했음을 알면서도 관우는 언월도의 창대만을 움켜쥘 뿐 쉽사리 출전하지 못했다.
목 언저리에 남은 흉터가 다시 쓰라렸다. 왠지 이번에 나서면 생채기 정도가 아니라 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본능의 경고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본능은 나서지 말라하고, 이성은 유비를 구원하라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 그 때 불현 듯 도원에서 결의를 맺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 하늘과 땅에 고합니다! 의(義)로서 피보다 진한 형제를 맺으니 동년 동월 동일 동시에 태어나진 않았으나 동년 동월 동일 동시에 죽게 하소서.
‘의로서 맺은 형제를 구하는 일이다. 어찌 이 한 목숨 아낄 수 있겠는가!’
결심을 굳히자 걱정은 물러가고 관우의 눈빛은 전의로 불타올랐다. 그는 청룡언월도를 들어 여포를 겨누었다.
우웅!
언월도가 여포의 살기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일까? 보통 때완 다른, 조금은 탁한 듯한 공명음을 터뜨렸다.
관우는 언월도를 비켜들고 애마 ‘상제’를 몰고 달려나왔다.
“관우 운장이 상대하주겠다!”
* * *
관우까지 합세하자 수세에 몰렸던 유비와 장비의 기세가 되살아났다.
유비가 쌍고검으로 펼치는 쌍검예는 빠르고 경쾌했으며 동시에 수많은 변초를 담고 있었다. 상대의 눈을 현혹시키는 듯 정신없이 날아드는 난격은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자들의 눈조차 농락하는 듯했다.
장비가 사모로 펼치는 창격은 제아무리 여포가 진대의 갑주를 입고 있다고 해도 제대로 맞으면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관우의 월도는 마치 개산대부처럼 강맹한 힘이 실려 있었으며 그 날카로움은 금석을 무처럼 자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여포 앞에선 별 의미가 없었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의 삶에서 유비 삼형제와 일전을 벌였으나 화극이 그들의 무기를 당해내지 못해 결판을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진대의 신기술로 탄생된 화극에 경험까지 더해지니 유비 삼형제를 상대로 혼자 싸우면서도 승기를 내주지 않았다.
“우오오오오!”
유비 삼형제가 어지럽게 난격을 날리자 여포도 지지 않고 맞상대하며 허공에 수도 없이 화극의 잔상을 남겼다. 정신없이 화극을 놀리는 와중에도 여포의 시선은 오직 유비만을 향해 있었다.
“후아~!”
기합성과 함께 화극의 월아가 유비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투앙!
하지만 궤적이 목적지에 이르기도 전에 화극은 관우의 월도에 가로막혔다. 마치 쇠몽둥이끼리 부딪히는 듯한 굉음이 고막을 두들겼다.
날아드는 여포의 화극으로부터 유비의 목을 지키는데는 성공했으나 그 대가로 관우는 말과 함께 저만치 튕겨져 나갔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여포가 아니었다. 유비의 수급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담아 다시 한 번 화극이 빛을 뿌렸다.
“죽어라!”
화극의 섬광이 번뜩이는 순간 유비는 황급히 쌍고검을 교차해 방어를 준비했고, 장비도 사모로 절예를 펼쳤다.
이리저리 휜 사모의 창날이 나선형의 궤적을 따라 재빨리 회전하며 화극을 향해 뻗어왔다. 월아와 창날 사이의 공간을 노리며 날카롭게 찔러 들어온 것이다.
잔상을 남기며 뻗어오는 절정의 창격이 환영을 일으키는 듯했다.
장비는 자신의 일격이 빗나가면 오늘이 삼형제의 제삿날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혼신을 다해 창격을 날렸다.
정말이지 운이 좋은 건가? 아니면 장비의 창술이 대단한 건가? 그의 사모가 정확하게 노리던 곳을 비집고 들어갔다. 하지만 여포의 일격을 힘으로 막으려 했던 것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여포가 화극의 창대를 슬쩍 비트는 것만으로 장비의 어깨가 나가버렸다. 그렇지만 장비는 그 와중에도 끝까지 사모를 놓지 않았다. 아마도 유비에게 날아드는 화극의 힘이 조금은 반감되었을 터였다.
유비는 간신히 쌍고검을 교차해 화극을 막는데 성공했다. 아니 성공했다 여겼다.
분명 어느 정도 선에서 화극이 멈추든 다시 다른 궤적을 그리며 공격을 해오든 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여포는 힘을 자랑하듯, 아니면 유비에게 깊은 절망감을 주려는 듯 화극의 움직임이 멎은 상황에서도 힘을 거두지 않았다.
“순순히 목을 내놓아라!”
“네놈 같으면 그리 하겠느냐?”
쌍고검으로 화극와 힘겨루기를 해보지만 유비의 말은 여포의 힘에 밀려 점점 게걸음을 하며 밀려났다.
그 때 다시 관우가 참격을 날려오는 바람에 유비는 간신히 여포의 간극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유비 삼형제는 약속이나 한 듯 여포를 향해 전력을 다해 반격을 가했다. 물론 한 팔이 못 쓰게 되어버린 장비는 성한 손으로 창격을 펼칠 수밖에 없어 이들의 공세는 전만 못했다.
한 차례 크게 흙먼지가 일며 퍼져나갔다. 뿌연 흙먼지에 시야가 잠깐 가려졌기에 이 싸움을 지켜보는 자들은 그저 난격으로 무기와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을 때 그들의 무기가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 * *
여포의 방천화극에 유비의 쌍고검과 장비의 사모. 관우의 청룡언월도가 맞물려 있었다. 힘의 균형은 팽팽했다. 하지만 유비 삼형제는 여포와 싸워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형님, 여포는 내가 맡을 것이니 먼저 몸을 빼시오.”
관우가 권하자 유비는 사양하지 않고 물러나려 했다. 화극에 맞물려 있는 쌍고검마저 버리려는 듯 했다.
애가 타는 쪽은 이제 여포가 되었다. 이대로 유비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목을 쳐버리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하지만 관우와 장비가 전력으로 막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유비를 놓치게 될 수도 있었다. 아직 당예기는 오지 않았고, 유비의 군세는 일만에 이르렀다.
“이놈! 가려거든 수급은 두고 가거라!”
여포는 한 손만으로 관우, 장비와 힘을 겨루며 다른 손을 유비를 향해 뻗어나갔다. 옷깃이라도 붙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 했으나 그의 손에 잡힌 것은 유비의 수염이었다.
관우처럼 멋들어진 수염은 아니나 제법 신경 써서 관리해온 한 올 한 올이 소중한 수염이었다. 그런데 여포가 그 수염을 움켜쥔 것이다.
“형님!”
“아······ 안 돼!”
관우는 유비의 뒷덜미를 잡아 거세게 당겼다. 어떻게든 여포의 간극에서 그를 벗어나게끔 하려 했던 것이다.
“아악!”
유비는 비명과 함께 여포의 손을 뿌리칠 수 있었다. 그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로 도망쳤으나 여포와 관우를 향해 야속한 눈빛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여포의 손에는 한 움큼의 수염이 쥐여져 있었다.
여포는 유비의 턱에서 뽑아버린 수염을 더럽다는 듯 허공에 흩뿌리고는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쥐새끼 같은 놈! 어딜 도망가느냐!”
여포가 호통치자 관우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발갛게 달아올랐다.
무릇 싸움이란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지만 상황이 이리 된 이상 무슨 낯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
시작은 분명 무장끼리의 대결이었다. 그것도 대장 간의 대결. 유비는 승리를 의심치 않으며 기세 좋게 달려 나갔었다.
유비군 장졸들도 유비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일대일의 승부에서 도리어 유비가 밀리자 그를 돕기 위해 장비까지 나섰다. 이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인데 결국 관우까지 나서고 말았다.
여포 하나를 세 사람이 나서서 상대하는 꼴이니 이제 더는 무장의 자존심을 입에 담을 수 없으리라.
유비군 장졸들은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여태껏 그들이 본 무장들 중에 유비 삼형제를 넘어서는 무장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자신들의 주인인 공손찬 정도가 유비와 호각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예상할 뿐이었다.
그런데 유비 삼형제가 모두 나서서 여포 하나를 어쩌지 못했다.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또 있을까.
여포군 장졸들은 당연하다는 듯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유비군 장졸들은 총사인 유비가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세 사람이 나서서 여포 하나를 이겨도 부끄러운 일이거늘 유비는 수염을 왕창 뜯겨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맛보았고, 장비는 팔이 부러졌다.
“운장 형, 대형은 무사히 피한 듯하니 우리도 슬슬 물러섭시다. 병사들에게 공격명령을 하겠소.”
장비는 여포가 고작 수백여 기만을 데려왔기에 일만 군세로 밀어붙이면 된다 여겼다. 세 사람이 달려들어도 어쩌지 못했는데 유비가 물러났다. 게다가 자신은 팔이 엉망이 되었다. 더 이상의 대결은 무의미하다 판단하는 것은 당연했다.
척!
여포는 추격을 막는 관우를 향해 화극을 겨누었다.
유비 삼형제 중 그나마 망신을 면한 사람이라면 관우 한 사람 뿐. 여포는 놓쳐버린 유비 대신 관우의 목이라도 취하려 도발했다.
그는 자신의 목 언저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들고는 관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목 언저리의 상처를 잊었느냐는 듯한 손동작에 관우는 발끈했다.
비록 혼자서는 여포를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들끓는 무인의 피가 그를 재촉하고 있었다.
“이, 관우 운장! 은혜도 백배 천배! 원하도 백배 천배! 네놈이 내 목에 생채기를 남겼으니 그 대가로 수급을 받아가겠다!”
관우의 청룡언월도가 다시금 격전을 예감한 듯 화극과 공명했다.
“흥! 셋이서도 감당하지 못한 나를 고작 네놈 혼자서 상대하겠다고? 우습지도 않군. 오늘 너희 두 놈 중 하나를 베어 귀 큰 놈이 결의 형제의 맹약을 지키는지 보겠다.”
그들의 싸움이 다시금 시작되려하던 그 때였다.
멀리서 지축이 흔들리며 수천의 기병들을 이끌고 학맹이 나타났다.
‘지금쯤이면 잔뜩 힘이 빠졌겠지?’
학맹은 여포와 유비 삼형제의 대결을 멀리서 지켜보며 여포의 힘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실제로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유비 삼형제와의 대결이 여포에게 쉽지만은 않았다는 점이었다.
“여포의 목은 육전의 최강자인 나, 학맹 백절이 거두겠다! 전군! 나를 따르라!”
“와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