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02
301화 눈물을 머금고 현교(懸橋) 끊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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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맹은 원래는 화웅의 말이었던 거산자 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쩍 속도를 낮춰 수하들 몇 명을 여포에게 먹이로 던져주는 치밀함을 보였다. 여포의 힘이 빠졌나 아닌가를 확인해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알 리 없는 수하들은 전공을 세울 욕심에 학맹보다 앞서나가 여포를 향해 쇄도해갔다.
여포는 한 손만으로 화극을 놀려 섬광으로 초승달을 그렸다. 손바닥을 타고 창대가 미끄러지며 화극이 그리는 궤적이 학맹의 수하 하나를 훑고 지나갔다.
번쩍!
말의 목과 함께 적병의 몸이 위아래로 양단되어 아래로 쏟아지자 이를 본 학맹은 덜컥 겁이 났다.
‘유비 삼형제와 겨룬 후에도 이 정도라니······!’
하긴 관우조차도 두려움을 느꼈으니 학맹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여포는 유비를 놓친 탓에 평소보다 흥분해 힘을 조절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병사들을 몇 명이나 쏟아 붓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여포의 수급을 얻어야겠다.’
하지만 수적 우세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무종진을 탈탈 털어버리고 당예기가 달려오고 있는데다가 줄지어 포구수의 다리를 넘은 여포군 본진이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마 아직 절반도 넘어오지 못했을 것이나 반나절동안 다리를 지난 여포군 병력은 이만에 가까웠다.
“칫! 이 학맹을 잡기 위해 대군을 숨겨두다니······. 분하지만 승부는 다음으로 미루겠다! 전군, 회군하라!”
학맹은 그리 말하며 여포와 관우 사이를 그대로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군세가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마치 여포와 관우 사이에 큰 강이 생긴 것만 같았다.
여포에게 학맹은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범이 사슴을 앞에 두고 쥐새끼를 쫓을 리 없으니까.
마치 거센 물살을 헤치고 용문으로 뛰어 오르는 잉어처럼 여포는 급류와도 같은 학맹군의 무리를 향해 화극을 휘둘렀다.
화극의 월아가 살을 찢고 뼈를 가르는 섬뜩한 파열음을 만들어내며 적병들의 피로 젖어들었으나 죽은 자들이 만든 빈자리는 금세 산 자들로 채워졌다.
“운장 형, 우리도 이 참에 발을 뺍시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소.”
학맹군의 회군 행렬에 가로막힌 여포가 좀처럼 이를 뚫지 못하자 장비는 관우에게 퇴각을 권했다.
“눈앞에 적을 두고 어딜 간단 말이냐? 여포와 마저 승부를 내겠다.”
“다음을 기약합시다. 청산이 있는데 어찌 땔감을 걱정하겠소?”
장비는 유식한 말로 다음에도 기회가 또 있을 거라 말하며 관우를 설득했다.
“그럼 어디로 간단 말이냐?”
“적병의 수가 많으니 그곳으로 가야하지 않겠소?”
“어디? 설마 쌍봉령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소?”
“쌍봉령이라······. 하긴 적군이 포구수를 넘어온 이상 그만한 곳이 없지. 익덕, 앞장서거라!”
장비가 먼저 달리자 관우는 학맹군 너머에 있는 여포에게 눈을 흘기고는 이내 말머리를 돌려 장비의 뒤를 따라 달렸다.
여포는 미친 듯이 화극을 휘둘러 학맹군 기병들을 도륙냈으나 끝끝내 관우를 쫓지 못했다.
* * *
쌍봉령(雙峰嶺).
이 일대는 사방을 둘러봐도 딱히 산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없으나 유독 한 곳만은 아쉬운 대로 산이라 부를 만한 곳이 있었다.
그 이름은 쌍봉령.
열국의 시절에만 해도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작은 언덕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한 시절 이곳에 인위적으로 두 언덕을 높이고 그 사이에 강을 만들었다. 북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한조는 그 시작부터 북적과의 싸움에서 밀렸다.
한 고조 유방은 흉노와의 전쟁에서 크게 패하고 백등산에서 치욕을 당하였다. 이를 시작으로 무제 이전까지 한조는 흉노와 굴욕적인 관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흉노 뿐만 아니라 오환과 선비도 하북의 한인들에게는 크나큰 위험이었다. 북적의 침탈이 심할 때에는 서주와 청주까지 그 해를 입었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서주와 청주의 관민들이 흉노와 선비에게 쳐들어오지 말라고 재물까지 모아 바쳤을까. 서주와 청주가 그러면 유주와 기주의 상황이야 더 말해 무었하랴.
때문에 조정에서는 유주 땅에는 곳곳에 물길을 내어 군마의 이동을 막고, 또 높은 언덕을 만들어 군영을 세웠다.
쌍봉령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 만들어졌다.
두 개의 봉우리는 현교(懸橋)로 이어져 있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애 수십 장 아래로는 배 없이는 지날 수 없는 깊은 물길이 지나고 있었다.
쌍봉령에 현교가 놓여 있는 까닭은 유사시 언제든 길을 끊어버리기 위함이다. 기병 중심의 북적을 막으려면 그들이 말을 타고 달릴 수 없도록 길을 끊는 방법 뿐이었으니까.
북적의 위험이 사라진 지금, 현교는 공손찬군의 퇴각로가 되어 주었다.
분명 움직임은 학맹군이 유비군보다 빨랐다. 게다가 기병으로만 이루어진 학맹군의 기동력을 보병이 섞인 유비군이 어찌 따를 수 있으랴.
하지만 이 일대의 지리는 유비군이 밝지 병주 출신의 학맹과 그의 구병들이 밝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지략에 능했던 학소와도 결별했으니 학맹은 눈 뜬 장님이나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다.
유비군에는 그나마 군략에 밝은 장비가 있었기에 농성을 위해 쌍봉령에 오를 생각을 한 것이다.
‘쌍봉령으로 가는 모양이로구나. 나도 따라가야겠다.’
학맹의 도주 본능은 그에게 쌍봉령이 안전할 거라 신호를 주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그의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유비군이
아무리 빨리 쌍봉령에 오른다고 해도 보병이 섞여 있으니 학맹군은 어떻게든 유비군 보병보다는 빨리 쌍봉령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쌍봉령으로 간다! 나를 따르라!”
* * *
여포는 적토를 타고 달리며 연신 안광을 번뜩였다. 마치 잘 벼려진 칼날을 보는 듯한 눈빛이 주변을 난도질하는 까닭은 유비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는 물론이고 성렴과 위월처럼 추종술에 능한 자들조차도 유비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맹군이 도주하며 일대를 말발굽으로 뒤덮어 놓았기 때문이다.
“죽여버릴 테다! 귀 큰 놈아, 어디로 도망쳤느냐?”
여포는 연신 씩씩거리며 중얼거렸다.
“대형, 유비를 무슨 원수 쫓듯 하오?”
위월은 여포가 평소보다 흥분해 유비를 뒤쫓자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여포가 까닭을 말해 줄 리 없었다. 암만 머리가 없어도 죽음의 순간에서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 말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줄 자 없음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결국 위월은 여포에게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고순이 달려와 유비군의 행로를 알려왔기 때문이다.
“주군, 적군이 십리 밖 쌍봉령 초입에 이르고 있다합니다!”
고순이 알려온 소식에 여포는 좀처럼 쓰지 않던 머리를 굴렸다.
‘귀 큰 놈이 어디로 도망쳤든 결국 무리를 찾아가게 되어 있는 법이지. 쌍봉령을 네놈의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여포는 당장 유비가 있는 곳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유비가 어디로 도망치든 주둔지로 돌아갈 거라 생각이 들자 여포의 입꼬리가 호를 그렸다.
“고순! 앞장서거라! 쌍봉령으로 간다!”
“예, 주군!”
여포군은 유비군을 맹렬히 추격했다. 기세 좋게 토은진을 떠났던 유비군은 지금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꼴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목숨이 아깝거든 졸개들은 비켜라!”
여포는 어느새 유비군 보병들의 꼬리를 물 수 있었다. 산개해서 도망치는 보병들은 여포의 진로를 방해했다.
여포는 호통을 쳐서라도 길을 열려 했으나 좌절과 두려움에 젖은 병졸들은 그저 쉴 새 없이 발을 놀리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여포는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고 화극으로 찌르고 베는 일을 계속해 길을 열었다. 두려움보다 더 큰 공포를 안겨주자 병졸들은 즉각 반응했다. 목숨을 건지려 알아서 여포와 거리를 두려 했던 것이다.
보군들의 무리를 지나치자 여포는 저 멀리 산봉우리 하나를 만날 수 있었다. 병주나 유주의 북변에 가득한 산들에 비하면 언덕이나 나름 없으나 평지 뿐인 이곳에서 보니 제법 높아 보였다.
여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고순이 그의 곁으로 달려와 아뢰었다.
“주군, 저 봉우리 뒤편으로 또 봉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쌍봉령이로구나.”
여포는 고순의 말에 건성으로 대꾸하면서 여전히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마치 매의 눈으로 먼 곳까지 살피는 까닭은 유비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였다.
여포는 쌍봉령으로 반드시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에 화답하듯 저 멀리 백마를 탄 유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옳거니!”
여포는 유비를 발견하자마자 적토를 재촉했다. 유비는 멀리서 여포가 달려오자 기겁하며 줄행랑을 놓았다.
* * *
우두둑!
섬뜩한 뼛소리는 장비의 어깨에서 나는 소리였다. 여포와 겨루다가 그의 어깨가 빠져버렸기에 관우가 그의 뼈를 맞춰 준 것이다.
“으읍!”
장비는 이빨을 깨물어 비명을 지르는 것만은 피했으나 이빨 사이로 신음성이 새어나가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좀 어떠냐?”
“한 동안 사모는 제대로 못 쓰겠소.”
간신히 병신이 되는 것만은 면했으나 손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고, 팔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도 상당했다. 이래선 제아무리 장비라고 해도 수삼일은 정양해야 할 터였다.
“형님께선 이곳을 알고 계시느냐?”
관우가 묻자 장비는 소리 없이 웃음 지었다.
“어찌 웃느냐?”
“큰 형님은 말이오. 병법은 잘 모르지만 활로를 찾는 거 하나는 기똥찬 재주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오. 쌍봉령이 유일한 생로라는 걸 알 테니 반드시 이곳으로 올 거요.”
관우와 장비가 유비의 귀환을 기다리는 사이 수하기병들이 현교를 건넜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현교의 특성상 한 번에 많은 수가 건널 수 없었다. 때문에 현교를 넘는 병졸들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했다.
학맹은 바람처럼 달려와 자신을 앞지르는 유비를 보며 순간 불길한 느낌에 휩싸였다. 슬쩍 흘겨보니 여포가 눈에 불을 켜고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는 게 아닌가.
‘내 말은 명마이니 유 장군의 말은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학맹과 유비의 도주 경쟁이 시작되었다. 유비는 쌍고검마저 내던져버리고 온 터였다. 반대로 학맹은 여전히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도망을 치더라도 무기는 버리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법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포가 학맹군에 가로막혀 살육전을 벌이는 사이에도 유비와 학맹의 달리기 시합은 계속되고 있었다.
학맹의 거산자가 유비의 말을 앞질렀다. 하기야 거산자 정도면 힘이면 힘, 속도면 속도, 어느 면에서도 빠지지 않을 준마였다.
“핫! 하! 햐!”
유비가 백마를 재촉해보지만 거산자를 따라잡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귀 큰 놈아! 어딜 도망치느냐! 게 서지 못할 까!”
여포는 좌우로 시체들을 쌓으며 유비를 향해 호통 쳤다. 그러자 유비는 기겁을 하며 갑주까지 벗어던지면서까지 속도를 높였다.
이곳에 적토마를 당해낼 명마는 없었으나 학맹군이 여포의 진로를 방해하는 바람에 유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여포는 유비를 살려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유비는 여포가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쫓는지 고민할 틈도 없이 다시 학맹을 앞질렀다.
“학맹! 여포를 막아라!”
유비는 학맹의 곁을 스쳐 지나치며 그에게 자신을 위해 목숨바쳐 여포와 맞서라는 명령을 내렸다.
물론 학맹은 여포를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학맹은 유비의 말이 안 들리는 척하며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소리를 지르며 거산자를 재촉했다.
다시 또 학맹과 유비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주 대결을 계속해나갔다.
여포는 유비가 시야에서 멀어지자 마음이 급해졌다. 주위로 수하 장수들이 속속들이 나타나 학맹군을 도륙내자 여포는 화극을 지면에 꽂아 세웠다.
그리고는 보요궁을 꺼내들어 한 대 남은 호시(?矢)를 시위에 걸었다. 흔들리는 말등에 타고 있으나 그건 여포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직 유비의 뒷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손톱만큼 작게 보이는 유비를 겨누던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