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89
388화 여포, 하내 원정을 떠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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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이 열리기까지 고작 반 시진. 하내의 원술을 정벌하기 위한 군략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가후도 여포도 원술이 이끄는 제후군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았다.
이내 반 시진이 지나고 평정이 열렸다.
자사부 대청에는 계성과 인근 군영에서 모인 무장과 현사들이 빼곡하게 자리했다.
그들 뿐만 아니라 노식과 채옹도 참석해 여포의 좌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론 여포의 군상인 단목영 역시 채옹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가 군사는 시작하시오.”
“군사 가후가 평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평정의 안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소.”
평정을 열만한 일이라면 역시 싸움이다. 옹노 전투 이후로 한 동안 큰 싸움이 없어 좀이 쑤시던 무장들은 가후의 말을 기다리며 마른 침을 삼켰다.
“평정의 안건은 두 가지로 하나는 경성으로 보내는 물목을 호송할 장수를 뽑는 일이오.”
가후의 말에 무장들의 얼굴에는 실망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큰 싸움을 바라고 있었는데 고작해야 호위 일을 맡으려니 어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으랴.
무장들이 웅성거리자 여포가 손바닥을 펴보였다.
“병주에서 아직 위월이 오지 않았으니 그를 총 책임자로 삼는다. 부장으로 악진.”
“소장 악진, 주군의 명을 받습니다.”
“촌놈들을 경성에 보내려니 코 베일까 걱정이라 너를 보내는 것이다. 이번 일을 무사히 마치면 네게 정식으로 보군 일천인대를 맡기겠다.”
“감사합니다.”
악진은 쉬운 일이라 생각해 미소를 머금었다. 물론 중책을 맡아 큰 전공을 쌓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일을 맡아야만 했다.
여포 휘하에 맹장들이 즐비하니 무예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부족한 악진이 공을 쌓을 기회를 얻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후가 악진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하내를 질러가야 하는 길이오. 많은 재물을 운송해야하니 책임이 무겁소.”
지금의 하내가 무법천지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원술과 주준이 무려 일곱 차례나 격돌했고, 지금은 수개월째 대치 중이었다.
물론 큰 싸움만 일곱 번이고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전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났다.
원술의 입장에선 한 시라도 빨리 장안으로 가야만 했다. 장안만 취하면 서한을 잇는 새로운 나라를 개국할 욕심에 어떻게든 쉴 새 없이 길을 확보하려 공격을 했던 것이다.
문제는 주준이 노식, 황보숭과 함께 동한의 삼대 신장으로 꼽히는 명장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휘하에는 수성 최강자를 자처하는 학소가 있었다.
원술의 창과 주준의 방패가 각을 세운지 수개월이니 하내가 난장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좁은 땅에 십 수만의 병마가 득실거리니 곳곳에서 약탈이 일어나고, 탈영한 자들이 적패를 이루며, 싸움이 끝난 전장에서 시신들을 살펴 돈 될 만한 것들을 수거해가는 자들까지 별별 군상들이 가득했다.
그런 곳을 지나가야 하니 악진의 책임이 막중하다 할 밖에······.
“군사께선 소장에게 병력을 몇이나 허락하실 생각이십니까?”
“일천이오. 다만 태항의 군세 중에서 뽑아야 하오. 유주에서 선발해 하내까지 걷게 하는 건 무리니까.”
“그럼 소장이 졸백으로 쓸 자들만이라도 직접 뽑아도 되겠습니까? 눈 여겨 보고 있는 자들이 있습니다.”
“감군께 허락을 받는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소.”
가후의 허락이 떨어지자 악진은 그를 향해 감사의 뜻으로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악진이 직접 졸백으로 쓸 자들을 선발한다는 것은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허락받을 천인대를 미리 구성한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 * *
귀찮은 호송일이 악진에게 넘어가자 무장들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긴장을 풀기에는 일렀다. 아직 평정의 안건 하나가 더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어디로 출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들 차라리 악진에게서 일감을 뺏을 생각이었다.
“이번 평정의 본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소.”
가후의 말에 무장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하내의 원술을 치기 위한 원정이 계획되어 있소.”
“오오!”
“원술인가? 이번엔 제대로 한 판 붙어보겠구먼.”
장수들은 저마다 무용을 뽐내고 전공을 쌓을 생각에 들떴다. 이에 여포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장내는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원래는 저 선생의 사주평정지계에 따라 기주를 공략하려 했으나 지금 기주의 사정이 복잡해졌다.”
여포의 말에 장합이 불만을 토로했다.
“기주 정벌이 시작되면 소장이 선봉을 서려 했는데 어찌 기주 정벌을 미루신단 말입니까?”
이에 여포는 답을 미루고 장합의 속발관에 꽂혀 있는 꿩깃을 트집 잡았다.
“평상시에는 달고 다니지 마라 했거늘······.”
이내 그의 시선이 전예에게로 옮겨갔다. 그러자 전예가 움찔거리며 속발관에 꽂힌 꿩깃을 잡아 축 늘어뜨렸다.
“소장 장합, 장군의 상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장군을 본받고자 꿩깃을 항시 내 몸의 일부처럼 달고 다닙니다.”
“소장 전예는 혹시나 자객이 들어 장군을 노릴까 싶어 대신 자객의 칼을 받고자하는 충심으로다가 이 꿩깃을······.”
장합과 전예는 미리 조운에게 교육받은 말을 반사적으로 내뱉었다. 그러자 여포는 듣기 싫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조 자룡이가 애들을 버려놓았구나. 어쨌든 유화가 먼저 원소를 친다면 우리로선 서두를 이유가 없다.”
“원소 따위는 장군의 군세로 얼마든지······.”
“생각 좀 해라. 원소와 싸우면 반드시 이길 자신은 있지만 원소는 공손찬보다 강한 적이다. 유주를 평정하는데 얼마나 많은 장졸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잊었느냐?”
여포 역시 한 사람의 무장으로서 싸움을 즐겼다. 무장에게 있어 오직 싸움만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군의 총사가 된 후에야 싸움에는 반드시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형제 같은 구병들을 잃을 때마다, 전투가 끝나고 아군의 시신을 거둘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희생 없는 전쟁은 없지만 여포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희생을 줄이고 싶었다.
장합도 여포의 말뜻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포는 원소와의 싸움을 미루는 이유를 수하들에게 정확히 알려주기로 했다.
“한단의 유화가 원소와 싸우겠다고 하니 우리는 일단 지켜본다. 둘이서 치고받고 싸우면 필시 원소가 이기겠지만 제법 피해가 있겠지. 원소의 군세가 힘이 빠지면 그 때 단번에 기주에서 관동군을 쓸어버린다.”
이에 가후가 말을 보탰다.
“한단의 유화는 많은 빈객들 앞에서 복수전을 천명하였으니 날이 풀리면 관동군과의 결전을 시작할 거요. 그 싸움은 하루이틀에 끝날 것이 아닐 테니 우리는 우두커니 앉아 시간만 보낼 수 없소.”
가후의 말에 곽가가 두 손을 모아 들고 나섰다.
“소생 곽가, 군사 선생께 묻겠습니다.”
“그러시오.”
“하내는 병주와 사예의 완충지대입니다. 지금은 장군께서 동 상국과 한 배를 탄 관계이나 접경하면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내 정벌은 여 장군의 독단입니까? 아니면 동 상국의 요청이 있었습니까?”
곽가의 말에 가후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곽 선생이 동 상국에게 유세를 좀 다녀오셔야겠소.”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내 정벌에 동 상국의 허락 따위는 필요 없소. 하지만 원술은 천하제후들을 곁에 끼고 있소. 천자의 윤허가 있다면 그들의 목을 치는 것을 누가 문제 삼을 수 있겠소?”
“결국은 동 상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까?”
곽가는 정곡을 찔렀지만 가후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 장군이 동 상국의 허락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동 상국이 여 장군께 청을 하게 해야 하오.”
“그게 바로 제가 유세를 가는 진짜 목적이겠군요?”
“역시 얘기가 빠르오.”
“하지만 군사 선생, 어찌 그런 중임을 소생에게 맡기십니까? 소생이 실패할까 걱정되지 않습니까?”
곽가는 가후에게 물었지만 이는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기도 했다.
양책의 곽 씨 가문은 영천의 가문들 중에서도 무관의 제왕이라 불리는 가문이다. 곽 씨의 피를 이은자들 중에 허술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문무에 두루 재주를 지니고 있었지만 문제는 경험이었다.
곽가의 벼슬은 주부. 그러니까 자사부에서 문서를 관장하는 속관 벼슬이었다. 지금껏 유세 일을 맡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동탁과 만나 그로 하여금 청원하게 만드는 일을 맡으라니 무리한 일이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무리한 일은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 계산이 빠른 곽가라면 맡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후는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자였다. 이미 곽가의 승부욕에 불을 지필 제물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여 장군께서는 능력에 따라 사람을 쓰지만 그 지위는 전공에 따라 정하시는 분이외다. 장군께선 곽 선생의 능력이 이번 일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 생각하고 계시오. 하지만 출중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곽 선생은 아직 공을 쌓을 기회가 없었지요. 어떻소? 주부 벼슬로 만족한다면 더는 권하지 않으리다.”
가후의 말을 들은 곽가는 큰 이득을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실패하면 여 장군을 실망시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경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하겠지. 하나 이번 일을 성공한다면 여 장군 휘하의 다른 현사들보다 더욱 중용될 터. 문제는 내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냐 없냐에 달려있다!’
곽가는 자신의 능력과 가지고 있는 정보를 상기해볼 필요가 없었다.
국수를 자처하는 자라면 승패가 갈린 바둑판을 한번 슬쩍 본 후 쓸어버려도 똑같이 복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에 비견될만한 것이 바로 곽가의 암기력이다.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마저도 모두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만난 적은 없지만 동 상국이 여 장군보다 강한 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면전에서 기가 죽지는 않을 테고, 그럼 할 말은 다 할 수 있다.’
능력을 다 펼칠 수 있다면 그 다음은 어떤 무기를 쓸 수 있는가를 알아야만 했다. 곽가는 가후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군사 선생께선 소생에게 어떤 권한을 주시겠습니까? 동 상국을 움직이는 일이니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여포가 나섰다.
“곽 선생, 동 상국이 팔관 밖에서 휘두를 수 있는 보검을 마다할 것 같지는 않은데······. 더 필요하오?”
“아닙니다. 소생에게 맡겨주시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와 보겠습니다.”
“기대하리다.”
한 고비가 넘어가자 다음 고비가 찾아왔다. 하내 평정을 위해서는 유주의 방비는 물론이고 기주에 마련해놓은 거점의 방비 역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후는 장내의 인사들을 쓸어보았다.
“하내 정벌은 사실상 확정된 것과 다름없소. 하지만 하내 정벌을 위해 동원할 병마의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소.”
“감군 저수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아직 원소와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은 아니나 언제 어디서든 싸움이 시작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 말씀도 일리가 있소. 전선이 길어진 이상 지킬 곳도 많아졌소. 선생은 감군이시니 병력의 분배에 대해 결정할 권한이 있소. 선생의 생각을 듣고 싶소.”
“병주는 걱정이 없습니다. 탐이 나야 노릴 자들이 있는데 병주는 중원의 인사들이 볼 때 빈궁의 극치를 달리는 곳입니다. 점령해봤자 실익이 없지요.”
물론 병주는 예전의 병주가 아니다. 백성들은 더 이상 굶주리지 않고, 가구마다 조촐하나마 재산이 쌓여가는 땅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태항 산맥의 높고 험준함은 병주를 본의 아니게 고립시키고 있었다. 중원에선 병주의 발전을 알지 못할 터였다.
“유주 방어에는 병력이 얼마나 필요하오?”
“선비와 접경하고 있는 이상 안심할 수 없으니 정병 삼만에 오환병도 출병할 수 없습니다.”
“기주 중산과 상산을 지키는데는 얼마나 필요하오?”
“상산에는 조 장군과 정 선생이 백마대 일천 기를 운용하고 있으나 보군 오천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중산은 아직 거점을 세우지는 않았으나 무극에도 병마 일천은 보내야 할 것입니다.”
원소가 연주를 치기 위해 백마진과 연진을 반드시 필요하듯 여포가 기주를 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산과 상산이 필요했다.
“무극에는 누구를······?”
가후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여포가 끼어들었다.
“무극에는 원호 선생과 성렴이를 보내는 게 어떻겠소?”
여포의 말에 성렴의 입이 귀에 걸렸다.
“대형, 크게 복 받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