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90
389화 여포, 하내 원정을 떠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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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와 역 땅을 수비하는 책임은 서황이 맡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유주 내 반란을 막기 위해 전예도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중산 무극에는 성렴과 전풍이, 상산에는 조운과 정욱이 맡았다.
병주 북사군은 평소대로 자사 장양과 동대영의 총령 왕광이 지키는 것으로 얘기가 끝났다.
아직 전선이라 할 것도 없지만 어쨌든 주요 거점을 지키기 위한 병력 분배는 그럭저럭 끝이 났다. 하지만 그러고 보니 하내 정벌을 위해 동원할 병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상대는 원술이다. 그는 회맹을 깨고 나오며 형, 원소보다 훨씬 많은 제후군을 이끌고 나왔다.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려보겠다고 모인 자들을 제외하고도 정병만 십만을 헤아렸다.
원술의 대군을 상대하자면 제아무리 여포라도 병력이 제법 필요했다.
하지만 북삼주는 사람이 귀한 땅이다.
여포가 천하 도처에 격문을 날린다고 원소처럼 수십만의 군세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 오합지졸 따위는 여포가 사양하겠지만······.
“하내 정벌이 확정되었다면 동 상국과 뜻이 통하는 즉시 하내를 평정하겠지요. 하나, 북방은 한 시도 비워놓을 수 없는 땅이니 유주의 보군은 쓸 수 없습니다.”
저수의 말을 듣자 가후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거짓으로 보이는 미소와는 달랐다. 정말 즐기고 있다고나 할까? 가후가 이런 미소를 지을 때는 머릿속에 떠오른 귀계가 그를 즐겁게 하고 있을 때 뿐이다.
하지만 이를 알 리 없는 저수는 자신의 의견을 재차 피력했다.
“유주 땅에서 하내까지 수천 리나 됩니다. 게다가 겨울이니 움직이는데 시간도 재물도 많이 필요하겠지요. 보군이 도착할 때 쯤이면 지쳐서 바로 싸우지 못할 겁니다.”
저수의 말에 대답한 건 여포였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유주의 보군까지 데려가 고생시킬 생각이 없소. 당예기 일천에 호복기사 오천. 그 정도면 충분하오.”
“장군, 하지만 기병으로 성을 넘을 수는 없습니다. 유주의 보군을 움직일 수 없다면 장 자사께 청해 병주의 보군이라도 움직여야 합니다.”
“보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요?”
“그렇습니다. 원술의 근거지는 남양성이니 성을 함락시키려면 보병 없이는 무립니다.”
공성은 여포군 최대의 난제였다. 기병 중심으로 편제된 군제는 공성이나 수성을 하기에는 합당하지 않았다. 편제도 편제지만 경험도 부족했다.
옹노성 전투만 해도 고람이 원정으로 인해 공성병기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을 지킬 수 있었다. 하물며 공성 병기 하나 없는 여포군이 무슨 수로 하내의 거성인 남양성을 함락시킬 수 있으랴.
여포도 이를 알기에 입을 굳게 다물고 침음성만 흘릴 뿐이었다. 무거운 분위기를 깬 자는 가후였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굳이 남양성을 얻을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수족을 잘라버리고 좁아터진 남양성에 가둬버리면······.”
가후의 말에 저수를 비롯한 현사들이 흠칫 놀랐다.
북방을 오래 비울 수 없는 탓에 하내 정벌이 시작된다해도 단 시일 내에 끝을 봐야 했다. 그렇기에 다들 속전속결을 노리고 정공법만을 염두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가후는 오히려 지공(遲攻)책을 들고 나왔다. 그러자 달진이 가후의 의견에 동조하며 나섰다.
“군사 선생, 그것 참 대단한 책략입니다. 우리 흉노병들은 기병이 주축이기 때문에 성을 직접 공략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성 안의 적들은 성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으니 성 밖의 것들을 쓸어버리는 수밖에요.”
“이번 경우도 뿌리는 같다고 할 수 있소. 우리 군의 강력한 기병력으로 성 밖의 모든 진지를 격파하고 군량고까지 점령하면······.”
가후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귀계에 빠져 허우적 댈 제후군의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다시 말문을 열었다.
“일군의 병마도 한 곳에 갇히면 다루기가 힘들어 지는데 하물며 각지에서 모인 제후군이라면······. 아마 어깨만 부딪혀도 싸움이 날 테고, 얼마 남지 않은 식량도 아껴 쓰지 않을 터. 그야말로 남양성은 인세의 지옥이 될 거요.”
* * *
가후의 귀계에 책사와 장수들은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 여포군이 펼칠 수 있는 필승의 책략이니 이에 반대할 자는 없었다.
다만 겨울이라는 계절의 특수성을 고려해야만 했다.
“폭설이라도 내린다면 아무리 기병들이라 해도 오도가도 못하고 발이 묶일 수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감군 선생의 말도 일리가 있소. 하지만 폭설이 내리는 것은 하늘의 뜻이니 사람이 어찌 할 수 없소. 여 장군이 하내를 취하고 못 취하고는 하늘에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소.”
가후가 아무리 귀계에 능한 모사라고는 하나 결국은 모든 것을 하늘의 뜻으로 미루는 사인들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 거라면 우리 고죽 용사들에게 한번 기회를 주시오.”
고죽왕 묵태팔이 나서자 여포는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눈이 키 만큼 높이 쌓이면 아무리 준마를 타고 있어도 기어가는 것처럼 움직이는 게 전부다. 하물며 맨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흥! 여 장군은 우리 고죽 용사들이 어디서 살았는지 잊으셨소?
산지에서 최강이라는 연산병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던 자들이 바로 방상시 부대가 아니었던가.
“좋다. 기회를 주겠다.”
“잘 생각하셨소. 안 그래도 밥값은 해야지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나설 자리가 없었소.”
“제후군의 군량고에 내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그거라면 제일로 자신 있소.”
묵태팔이 호언장담을 하자 장내의 인사들은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고죽의 무리가 원하는 것은 식량. 이미 여포군의 모든 군량고 역시 그들이 지키고 있었다.
“병력은 얼마나 낼 수 있느냐?”
“많으면 이천 정도? 유주 군량고를 지키는 일도 소홀할 수 없으니까. 너무 적소?”
제후군의 규모를 생각하면 여포군이 아무리 강군이라고 해도 전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이래서는 원술이 총력전을 걸어오면 곤란했다. 제후군의 정병이 십만이라고만 쳐도 황건잔당 십만의 군세와 싸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테니까.
여포는 안 되면 장양에게 부탁을 해볼 참이지만 웬만하면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병주는 넓고 지킬 사람은 적으니 하내 정벌을 위해서 북방의 정병들을 빼내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여포가 부탁하면 이를 장양이 들어주지 않을 리 없겠지만······.
여포가 병주에서 웅패천하를 시작한 것은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너무도 궁벽하고 외진 곳이기에 세인들의 관심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주는 북적을 막아온 한조의 성벽과 같은 곳이니 항시 북적을 향한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고석왕 저고는 여포와 묵태팔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는 여포에게 다가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이봐, 병사가 더 필요한가 본데 고석 용사들은 어때?”
“얼마나 동원할 수 있지?”
“오늘밤 나와 아기를 만들자. 그럼 고석의 삼천 용사가 내일 당장이라도 출병할 거다.”
저고의 대담한 발언에 장내는 얼음물을 끼얹은 것 같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소리를 내지 않았을 뿐 다들 입을 떡 벌리고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평정은 군략을 논하는 자린데 어찌 그런······.”
여포는 잔뜩 얼굴을 붉힌 채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하려 생각나는대로 더듬으며 말했다. 그러자 저고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은 채 비아냥댔다.
“더럽게 비싸게 구네. 닳는 것도 아닌데 아끼기는······.”
저고의 말에 장료가 발끈하고 나섰다. 장료는 호만이 전사한 후로 다시 흉노인들에 대해 적개심을 보이고 있었다.
“계집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게 부끄러워 할 일이냐?”
“흉노 종자들은 사내나 계집이나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구나!”
“너희 중원 사내들은 너무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문제다. 괜찮은 사내를 보면 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장료와 저고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여포는 이마를 짚으며 지끈거리는 두통을 참아보려 애썼다.
“그게 반대······! 어휴!”
하지만 저고의 노골적인 유혹은 계속 되었다.
“이봐! 나와 내 군세가 전공을 쌓으면 대가로 하룻밤만 너를 품겠다.”
저고는 여포를 향해 슬쩍 턱짓을 해보이고는 그대로 대청을 빠져나가버렸다. 그러자 성렴이 히죽거렸다.
“그리 소원이라는데······ 거 참 웬만하면 들어주지.”
“성렴이 너! 무극에 가기 싫냐?”
“아니오, 아니오! 내가 잘못했소.”
* * *
우여곡절 끝에 평정이 끝나고 그 때부터 여포군의 군영이 떠들썩해졌다. 곳곳에서 출정을 준비하는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하내로 출정하는 병마조차도 준비는 하룻밤 만에 끝이 났다. 유주에서 하내까지 무려 수천리에 이르는 먼 길인데 하루 만에 준비가 끝났다는 것은 그야말로 병참의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여포군의 군상은 단목영의 영보상단이 맡고 있었다. 영보상단의 근거지는 병주 평요. 다른 곳은 몰라도 하내까지라면 따로 병참 부대를 꾸릴 필요도 없었다.
유주에서 전서응으로 소식이 전해지는대로 준비가 시작되어 부족한 군량과 보급품은 평요에서 출발하니 병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고죽과 고석의 무리로 이루어진 방상시 부대는 둘러가는 평탄한 길보다는 직선거리가 훨씬 짧은 태항 산맥을 가로지르는 길을 택했다.
이들의 병참은 태항 산맥을 지키는 우적군이 책임지기로 했다.
하내까지 병주를 통한 두 개의 길로 총 일만 천의 군세가 이동을 시작했다.
* * *
사예 하내 온현.
이곳은 여포가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의 삶에선 자신의 봉토였던 곳이다. 동탁을 제거하고 경사의 주인이 된 왕윤이 어째서 그에게 온현을 봉토로 삼게 했을까?
하내는 사예와 병주 사이의 땅이고 그 중에서도 ‘온’땅은 하내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여포의 절대적인 ‘무(武)’가 ‘온’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그곳에 천하를 노리는 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문은 바로 사마(司馬) 씨.
사세삼공의 원 가, 사세대위의 양 가 등은 한조의 역사가 시작된 후에 명문이 된 가문이다. 이 밖에도 진, 두, 채 씨 등 한조에서 명문이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조를 기준으로 명문이라 할 수 있을 뿐 고래로부터 이어지는 명문은 따로 있었다.
그 중에서도 공손 씨는 진의 시황제에 의해 천하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그 힘이 얕아졌으나 지금도 그 저력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공손 씨에 버금가는 가문이 있었으니 그 가문이 바로 사마 씨였다.
이런 명문가들은 성(姓) 씨만 봐도 짐작을 할 수가 있는데 성 씨가 벼슬의 이름이거나 귀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공손 씨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제후나 공족의 자손이라는 뜻이고, 태사 씨와 사마 씨는 주나라 관직의 이름에서 시작된 성 씨였다.
태사는 천문과 역법, 제례, 사서의 편찬 등을 맡는 주나라 최고의 관직이었고, 사마는 군을 통솔하는 무관직 중 으뜸이었다.
관직이 세습되던 때였기에 관직의 이름이 자연스레 성 씨로 굳어지게 된 것으로 한조에도 태사는 태사령으로, 사마는 무관의 속관 관직으로 그 형태를 조금이나마 남기고 있었다.
태사 가문은 쇠퇴했으나 사마 가문은 열국의 시대에도 그 이름을 남겼다. 손자병법의 원류라고 볼 수 있는 사마법은 바로 사마 가문의 병법이었다.
진한 교체기에도 사마 씨의 이름은 역사에 존재했다. 은왕 사마앙이 하내 땅을 평정해 명실공히 하내의 지배자가 되었다.
천하가 한조의 것이 된 후에도 사마 씨의 명성은 계속 이어졌다. 사기를 쓴 사마천 역시 사마 씨이며 사마 씨는 대대로 고관대작을 지내왔다.
사마 가의 현 가주 사마방은 사례교위까지 올랐다가 칭병하여 사직해 온의 본가에 머물고 있었다.
그의 방에는 매캐한 향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가 앉은 서탁을 중심으로 좌우로 그의 여덟 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장남 사마랑 만이 약관을 넘었을 뿐이고 차남 사마의와는 터울이 제법 나기에 아이들 뿐이었다. 하지만 누구하나 장난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자가 없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다들 진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하기야 열 살에 불과한 팔남 사마민조차도 이미 선생을 두어 오경의 경지를 더해가고 있으니 사마방의 여덟 아들이 사마 팔달로 불리는 것은 당연했다.
오늘의 자리는 특별한 의식을 행하기 위한 중요한 자리였다. 정기적인 행사는 아니지만 천문을 보고 합당한 때가 오면 가주가 단 한 번 육효를 뽑는 일이었다.
어떤 패를 뽑든 단 한 번에 그쳐야 하고 뽑은 패에 따라 다음번 의식 때까지 그 패로 정해진 방침을 따라 가문을 운영해야만 했다.
“사마 씨의 아들들은 듣거라. 오늘이 드디어 흉성이 ‘천전(天田)’을 가로지른 지 일백일이 되는 날이다.”
사마방의 말에 아들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척! 척! 척! 척!
사마방은 산통을 살살 흔들었고 죽편들이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다들 어떤 괘가 나올까 기대하는 눈빛으로 사마방의 손에 들린 산통을 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