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06
405화 영웅의 용음(龍吟)에 산천초목(山川草木)이 숨을 죽이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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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지금이라도 병력을 더 보낸다면 어떻겠소?”
원술은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상대는 고작 수천에 불과한데 삼만의 병마를 내보내어 패전이라니. 이는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일이었다.
‘너무 얕잡아 보았나? 하지만 이대로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아.’
원술은 퇴각명령을 내리길 주저했다. 그러자 염상은 애가 타서 재차 진언했다.
“아군의 사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병마를 더 보낸다 한들 무슨 수로 이기시겠습니까?”
염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원술은 참혹한 광경을 눈에 담고 말았다.
여포의 손에 머리가 잡힌 뇌박은 머리가 뽀개지는 듯한 고통에 발버둥 쳤다. 살려달라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잘 익은 홍시가 터지듯 뇌박의 머리통이 터지며 뇌수가 튀었다.
여포는 원술을 보며 이빨을 드러내 소리 없이 웃었다.
“우웩!”
망루에서 함께 싸움을 관전하던 연주목 유대는 뇌박의 머리통이 으깨지는 모습을 보자 토악질을 해댔다.
전장은 어느 곳이듯 참혹한 것이지만 유대는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이다. 가까이서 본 것도 아니건만 그가 이렇게 토악질을 해대는 까닭이 있었다.
사람 머리통을 맨손으로 쥐고 으깨버릴 괴력. 가히 무쌍(無雙)이라 할 만했다. 참혹한 광경도 광경이지만 유대는 여포의 괴력에 공포를 느낀 것이다.
‘황실의 종친이라는 자가 체통도 없이······!’
먹은 것도 없으면서 연신 누런 위액을 게워내는 유대를 보며 원술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봐라! 유 자사를 뫼시어라!”
이곳에서 유대가 계속 추태를 보인다면 안 그래도 하염없이 떨어지는 사기가 바닥을 찍게 될 터였다. 그런 탓에 원술은 유대를 이곳에서 치워버렸다.
유대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모양인 듯했다. 그는 연신 다리를 후들거리며 간신히 부축을 받아 망루를 떠났다.
“선생, 퇴각신호를 보내시오.”
원술은 퇴각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총사인 뇌박도 머리통이 박살난 마당이니 원병을 이끌고 출전하려는 장수도 없을 터였다.
하기야 여포의 용맹을 보고도 출전하려 한다면 죽고 싶어 안달한 놈이거나 상대의 실력을 제대로 볼 식견이 없는 애송이가 분명할 것이다.
징소리가 연신 울려 퍼지자 뇌박군 보군들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명령 없이 퇴각하면 군령의 지엄함을 세우기 위해 처벌을 당할 터였으나 퇴각명령이 떨어졌으니 마음 놓고 도망쳐도 되는 것이다.
물론 퇴각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병장기를 버리고 도망치는 자들이 태반이었지만······.
뇌박군이 퇴각을 시작하자 여포군이 추살을 시작했다. 도망칠 때야말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내는 때였다. 그나마 모여 있을 때에는 동료를 해치려는 적을 견제라도 해줄 수 있지만 도망칠 때는 동료고 뭐고 없는 법. 우선은 자기가 살고 봐야 하니까.
비정하다 욕 할 수 있지만 그건 살아남았을 때나 가능한 게 아닌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 *
준마를 타고 있다해도 적토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을 터. 여포는 적토를 몰고 전장을 종횡무진하며 적병을 추살했다.
적병 하나가 적토를 피해 죽기살기로 뜀박질을 하고 있었다. 적토를 탄 여포의 그림자가 자신의 그림자와 겹쳐질 때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히이익!”
놈은 화극을 치켜든 여포와 눈이 마주치자 헛바람 터지는 소리를 냈다.
후웅!
화극이 바람을 가르며 놈을 덮쳤다. 월아의 한쪽 끝이 갈고리처럼 놈의 등짝을 헤집어 놓았다.
“끄아악!”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걷어차인 것처럼 나가떨어지자 여포는 다음 목표를 찾아 시선을 옮겼다.
장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당예기와 호복기사들 마저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적병들을 추살하고 있었다.
뿌우~! 뿌우~!
공격 명령과는 달리 뿔피리 소리가 짧았다. 이는 추격을 멈추고 최초지점으로 귀환하라는 의미였다. 당예기는 이 신호를 듣자마자 공격을 멈추고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전장을 이탈한다! 이봐!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달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퇴각을 명했으나 호복기사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물론 전부는 아니고 도각의 무리들이 문제였다.
그들은 통제되지 않았다.
그간 남흉노의 호복기사들은 여포를 따라 많은 전장에서 활약을 해왔다. 덕분에 병주에서 남흉노인들의 위상이 높아졌으나 싸움이 잦아질수록 희생도 커졌다.
사상자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도각 흉노의 족인들로 채우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들이 처음으로 여포의 깃발 아래서 첫 싸움이었다.
흥분이 극에 달하자 자신들의 왕인 휴도왕 달진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질 않는 것이다.
여포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금세 알아챘다. 전장을 보는 눈. 여포는 마치 하늘 높이 나는 새가 된 듯 전장을 넓게 보고 있었다.
‘역시 저 선생의 시야가 넓군. 대군의 지휘를 맡을 만 해.’
여포는 저수가 퇴각 신호를 보낸 까닭을 알아채고 그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 까닭은 아군의 군세가 남양성 궁사들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원술은 뇌박군의 퇴각을 허락한 것이지 여포군을 성 안으로 들이는 것을 허락한 것은 아니다. 보군들을 성내로 받아들이다가 여포군도 섞여 들어올 성 싶으면 아군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활을 쏠 수밖에 없었다.
저수는 이를 경계해 퇴각 신호를 보낸 것이다.
퇴각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여포 역시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는 공성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야전은 능했다. 정신없이 싸우는 것 같으면서도 여포는 적들의 움직임을 눈에 담을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싸움은 적병이 성을 등지고 싸우는 형세이니 성에서의 공격 지원도 염두 해야만 했다.
‘성벽 위에서 쏘면 훨씬 더 먼 거리를 쏘아 날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못해도 사백 보는 물러나야 할 터. 저 선생은 이를 모두 염두해두고 있었단 말인가?’
여포는 내심 저수의 지휘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저수만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일군의 총사이면서도 선봉에 서서 싸우던 그가 저수의 의중을 파악했다는 것 역시 대단한 일이었다. 원래가 숲 안에서는 숲 전체를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도각의 무리가 아직 완전히 통제되지 않는 모양이군.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두면 녀석들이 된통 당할 터.’
여포는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수하들을 대하는데 있어 유(柔)해졌다. 물론 수하들의 목숨을 아끼는 마음은 더해졌다.
여포는 호복기사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평정을 되찾게 할 방도를 찾았다.
여포의 가슴이 새처럼 부풀어 올랐다.
“또 시작이네.”
그 모습을 본 위월은 화웅에게 급히 손짓했다. 거리를 벌리라는 의미임을 알아챈 화웅이 슬쩍 말머리를 돌려 여포와 더욱 거리를 두었다.
“우오오오오!”
* * *
여포의 용음(龍吟)이 터져 나왔다. 소리가 크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굉음. 수면의 잔잔한 파문처럼 여포를 중심으로 흙먼지가 퍼져 나갔다.
일순간 무거운 침묵이 전장을 짓눌렀다. 병장기가 부딪히는 쇳소리도, 함성도, 비명도 모두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의 용음에 가까이 있던 자들은 귀를 틀어막았음에도 적잖은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위월은 새끼손가락으로 한쪽 귓구멍을 틀어막았음에도 이명(耳鳴)이 생겼다. 그 탓에 잔뜩 불만 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여포의 용음이 가져온 효과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뇌박군 병사들을 추살하느라 흥분이 극에 달했던 호복기사들은 얼음장을 깨고 몸을 담근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호복기사들은 퇴각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를 듣고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멀리 성의 망루에서 싸움을 관전하던 자들 중 염상은 기둥을 손으로 짚고서야 간신히 휘청임을 멈추었다.
여포의 용음은 군협지나 유협담에 나오는 음공(音攻)은 아니다. 멀리 있는 염상에게 소리는 들릴 것이나 그 어떤 물리적 충격은 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염상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본능 때문이었다. 구렁이 앞에 쥐새끼가 죽은 것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산군의 포효에 짐승들이 살 길을 찾아 몸을 숨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염상처럼 일신에 무예를 지니지 않은 자들은 공포를 이겨낼 힘이 없었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이성과 싸우며 간신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뿐이었다.
여포는 휘하 장졸들이 속속들이 전장을 이탈하고 있었지만 홀로 남아 승자의 권리를 누렸다.
“원술, 이놈아! 밑천이 다 떨어졌느냐? 아하하하! 이런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무슨 천하를 넘본단 말이냐?”
여포가 비아냥댔지만 원술은 그저 이빨만 갈아댈 뿐 말이 없다. 하기야 삼만 병마로 육천을 당해내지 못하고 패퇴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터.
여포군의 사상자는 기백에 그쳤다. 그야말로 대승. 반대로 뇌박군은 삼만 병마 중 일만을 잃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기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피해는 훨씬 더 크다 할 것이다.
매복에 당한 것도 아니고, 화공에 당한 것도 아니다. 순수하게 정면 대결로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푸흡!”
살아 돌아가겠다는 일념하나로 적병 하나가 꼼지락 거리다가 여포의 창격을 맞았다. 가슴팍이 꿰뚫려 피를 뿌렸다. 조금 잔인하다 싶었지만 여포는 적병의 시체를 화극에 꿰어다가 슬쩍 던졌다.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순식간에 수십여 구의 시체를 쌓아올려 마치 탑처럼 쌓는 게 아닌가. 그러자 퇴각하여 재정비한 당예기가 달려와 여포를 도왔다.
온전한 시체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이를 지켜보던 성벽 위의 병사들 중 몇몇이 토악질을 해댔다.
일각 정도가 지났을 뿐이건만 어느새 전장에는 몇 개의 시체탑이 세워졌다.
여포는 시체로 탑을 쌓는 악취미를 가진 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짓을 한 이유야 뻔했다. 남양성의 장졸들에게 여포군이 가진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함부로 나와 공격하려한 자의 최후는 이런 것이라는 일종의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
이제 성내의 장졸들은 여포의 그림자만 봐도 경기를 일으킬 것이며, 이름만 들어도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게 될 터였다.
“이놈, 원술아! 수하 장졸들의 시체를 거둘 생각이 없느냐? 이대로 두면 꽁꽁 얼어서 봄까지 이러고 있을 텐데?”
여포의 도발은 계속 되었다. 원술을 놀리는데 재미가 붙었다고나 할까? 여포는 마치 쏠 테면 쏴보라는 듯 궁사들의 사거리 안으로 들락날락 거리다가 멈춰섰다.
그는 화극의 밑둥을 지면에 박아 넣고는 팔짱을 낀 채로 다시 도발했다.
“불쌍한 놈이로다. 네 형, 원소는 휘하에 맹장과 현사가 즐비한데 어찌 맹장 하나가 없고, 현사 하나가 없느냐? 쯧쯧쯧!”
여포는 다시 한 번 원술의 열등감을 파고들었다. 그러자 원술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곁에 있던 궁사에게서 활과 화살을 빼앗아 여포를 겨누었다.
원술 역시 일신에 무예를 지닌 자로 웬만한 무장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고, 형인 원소 역시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원술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여포를 향해 궁시를 날렸다.
안타깝게도 원술의 궁술은 신궁이라 불릴 만한 것은 아니었다. 여포를 향해 정확히 날아가긴 했으나 끝에 가서는 힘이 딸렸다.
그가 쏜 화살은 마치 여포의 손아귀에 빨려 들어가듯 사로잡히고 말았다. 한 대의 화살 정도야 살짝만 손에 힘을 주어도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여포는 이를 돌려줄 모양이었다. 마구에 걸려 있던 보요궁을 뽑아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흥! 미친놈!”
원술은 여포의 궁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그가 궁시를 날린다 한들 자신이 있는 곳까지 닿을 리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니 여포를 미친놈 취급을 할 수밖에······.
핑! 하는 소리와 함께 보요궁의 시위가 크게 떨렸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보를 날았다.
“으하하하! 네놈이 힘은 타고 났으되 궁술은 엉망이로고! 제대로 맞추지도 못할 거면서 활은 왜 쏘는 것이냐?”
원술이 폭소를 터뜨렸다. 여포가 쏜 화살이 남양성의 현판에 꽂혔기 때문이다. 원술은 여포의 궁술이 형편없다 여겼다. 여포가 자신을 맞추려 했다면 크게 빗나간 셈이 되니까.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 원문사극의 신기를 보여주었던 여포가 아닌가. 그가 이런 실수를 할 리가 없었다.
여포는 원술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쩌저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남양성의 현판에 균열이 생겼다.
파앙! 후두둑!
결국 남양성의 현판이 박살나며 조각들이 쏟아졌다.
“흐어억!”
원술은 헛바람 터지는 소리와 함께 손을 들어 현판의 파편들을 막았다. 망루 위에 있던 다른 자들 역시 마찬가지. 여포는 그들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며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 원술! 병마를 얼마든지 보내보거라! 청산은 푸르니 땔감을 걱정치 않아도 될 것이나, 남양성의 병마는 베고 또 베면 반드시 그 끝이 있을 터!”
여포는 남양성의 군졸들을 모조리 죽이겠다는 소리를 서슴없이 했지만 원술과 휘하 장졸들 중 누구도 그 말이 허언임을 의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