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05
404화 영웅의 용음(龍吟)에 산천초목(山川草木)이 숨을 죽이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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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월, 화웅! 좌우를 맡아라!”
“예, 대형!”
“명을 받듭니다!”
여포는 위월과 화웅에게 좌우익을 맡기고는 ‘품(品)’자 형을 이루었다. 서로 간의 거리는 결코 삼십 장 안으로 좁혀드는 법이 없었다. 이는 서로의 합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간극이었다.
그들을 따라 당예기의 깃발을 든 번병이 달렸고, 그 뒤를 일천의 당예기가 치달렸다.
두두두두!
오천의 호복기사들이 달릴 때보다 더 경쾌한 말발굽소리가 울려 퍼지고 말도 사람도 흥분에 피가 끓어올랐다.
“오늘 원 없이 휘저어보자꾸나! 돌파하라!”
“오오!”
철기 일천 대 당예기 일천의 격돌. 여포도 일점돌파를 외치지 않았거늘 되려 뇌박이 일점돌파를 외쳤다.
“일점돌파하라!”
뇌박군 철기가 일점돌파를 위한 대형을 이루자 여포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했다.
‘감히 이 여포를 상대로 일점돌파라······.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대 기병전에서 분명 철기는 껄끄러운 상대였다. 호시라도 있으면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겨울에 읍루에서 호시를 들여오는 것은 불가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 때문에 원정군에 강노 역시 포함되지 않았으니 적기(敵騎)는 오직 힘으로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필연적으로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인데 상대가 일점돌파를 해오니 여포군은 여포와 두 맹장의 무력을 최대한 써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무리가 격돌을 코앞에 두었을 때 선두의 여포가 방천화극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소리쳤다.
“필두 여포! 오늘 적병의 시체로 탑을 쌓으리라!”
* * *
이 광오한 말 한 마디가 여포를 전장의 중심으로 만들어 놓았다. 시체로 탑을 쌓겠다니 이런 도발에 발끈하지 않을 자 뉘 있으랴. 뇌박군 철기들이 여포를 향해 일점돌파를 감행해왔다.
이렇게 강병들 간의 정면승부에선 강한 적부터 치는 것이 승리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하필 선두에서 여포를 향해 달려오는 철기는 보통의 장창보다도 길이가 더 긴 창을 들고 있었다. 이 정도 길이라면 휘두르는 것은 사실상 무리. 분명 장병의 이점을 극대화하여 찌르기에 특화시킨 것이었다.
북방의 기병들은 이적들을 상대로 싸우며 경갑의 궁기 형태로 발전했다. 반대로 중원의 기병은 북방의 기병에 비해 기마술도 궁술도 모두 부족했다.
북방의 유목민들은 걸음마보다 말 타는 법을 먼저 배우고 장난감 대신 활을 든다. 그런 자들 중에서도 그 재주가 뛰어난 자들을 뽑아 만든 것이 북방의 기병.
중원의 기병은 이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경갑 대신 방어력을 극대화한 중갑을 착용해 철기라 불렸다. 게다가 기마술도 궁술도 부족하니 보통의 창보다 훨씬 더 긴 창을 썼다.
지금 뇌박군 철기가 그랬다. 중원의 기병이 거리를 유지한 채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격이 여포를 향해 뻗어왔다.
여포의 방천화극보다도 그 길이가 더 길었기에 화극이 닿기도 전에 철기의 창이 먼저 닿을 듯했다. 그럼에도 여포의 얼굴에는 한 점의 당혹감도 보이지 않았다.
양강의 곤룡창을 빼앗을 때 보여준 공수탈병(空手奪兵)의 수법이 다시 한 번 펼쳐졌다. 여포의 신형이 마치 적토의 등에 드러누울 정도로 꺾였다.
어느새 여포의 왼손이 장창의 창대를 움켜쥐었고, 그대로 창을 휘저어 오른쪽으로 던져버렸다. 여포의 우익을 맡고 있던 화웅에게로 철기의 몸뚱아리가 날아들었다.
화웅은 거산자를 재촉해 속도를 높이며 월도를 휘둘렀다.
후웅!
바람을 가르는 파공성과 함께 화웅의 월도가 철기병의 허리를 끊어버렸다. 핏물을 뒤집어 쓴 화웅이 여포보다 앞서나가 맹위를 떨쳤다.
천생신력을 타고난 화웅이 펼치는 월도술은 일격에 철기를 말과 함께 동강내버릴 정도로 대단했다.
화웅의 한 무더기의 철기들을 사이좋게 황천길로 보내자 약속이나 한 듯 위월과 필두의 자리를 교대했다.
악영의 곤오적도 덕분에 애병을 잃은 탓에 위월의 움직임은 예전만 못했다. 그의 손에 들린 대도는 진대가 만든 것이 아니니 당연했다. 철기를 상대로 예전처럼 무턱대고 대도를 휘두른다면 금세 칼날이 망가지거나 도신이 부러져 버리고 말 터였다.
그래서 위월이 택한 방법은 철저히 적병의 수급만 쳐 날리는 것이었다.
여포의 상장 치고는 조금은 소극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방법은 적병에게 큰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위월이 지나간 자리에는 목 없는 귀신들만 득실거리게 되었으니 어찌 겁을 먹지 않을 수 있으랴.
태앵!
위월의 대도는 결국 철기의 갑주를 반쯤 갈라놓고는 명을 다하고 말았다. 쇳소리와 함께 위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대도가 부러져 버리자 위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잔뜩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삐를 잡아당기며 여포와 자리를 바꾸었다.
“하아!”
여포의 입에서 청량한 일기가성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방천화극이 맹렬한 기세로 뻗어나갔다. 초장부터 일기가성을 터뜨릴 만큼의 창격을 날렸다는 건 체력의 안배 따위는 초장부터 집어치웠다는 얘기였다.
창극이 선두의 철기를 꿰뚫었다. 창극이 단번에 철기의 갑주를 파헤치며 파고들자 그 묵직한 충격이 그대로 여포의 손까지 전해졌다. 창날과 월아를 잇는 곳은 칼날이 없으니 화극의 창극은 그곳에서 멈췄다.
여포는 그저 손목을 슬쩍 비틀었을 뿐인데 화극이 나선을 그리며 회전했다. 반 바퀴. 고작 반 바퀴 돌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순간 철기의 몸뚱아리가 터져 나가듯 사방으로 흩어지며 진한 피 안개를 만들어냈다.
여포는 이 정도에 만족할 수 없는 자였다. 연달아 일기가성을 터뜨리며 한 합 한 합에 수 명의 철기들을 고혼으로 만들었다.
뇌박군 철기의 일점돌파는 완벽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일점 돌파로 적진을 반으로 갈라놓기는커녕 도리어 자신들이 크게 당해 두 무리로 나뉘고 말았다.
그 수도 크게 줄었다. 여포를 중심으로 위월과 화웅까지 세 사람이 적들을 상대로 펼치는 차륜전은 엄청난 사상자를 만들어냈다.
그들 뒤를 따라 당예기 일천이 철기를 휩쓸었다.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 세 사람이 헤집고 지나간 자리를 다시 쓸어버리니 열에 하나 둘만이 간신히 살아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살아남았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었다. 여포와 당예기가 뇌박군 경기(輕騎)와 격돌하는 사이 호복기사들이 다시 전장으로 재진입했기 때문이다.
크게 회전하여 당예기의 후미에 따라붙었던 호복기사들이 활약할 시간이 된 것이다.
* * *
“연묵!”
휴도왕 달진은 그저 연묵의 이름을 불렀을 뿐이지만 죽이 척척 맞는 모양인지 연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연에 연묵의 무리가 속도를 늦춰 달진의 무리를 뒤따랐다.
달진이 활 대신 밧줄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자들 중 밧줄을 든 자들이 이를 꺼내들었다.
밧줄을 든 자들은 대부분 도각의 족인들이었다. 흉노병들은 항시 한인들의 위협이 되어 왔다. 날래고 효무(驍武)한 흉노병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들 중에서도 도각의 족속들은 흉노의 선우마저도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흉포한 자들이 아닌가. 도각의 무리가 철기를 상대로 꺼내든 비장의 한 수가 바로 이 밧줄이다.
달진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올가미 같은 밧줄을 던져 철기 하나의 목을 휘감았다.
철기가 올가미에 걸리자마자 달진은 밧줄을 쥐고 신나게 달렸다. 그러자 철기는 말에서 떨어져 바닥을 질질 끌려갔다.
이를 시작으로 마치 말몰이를 하듯 흉노병들의 철기 사냥이 시작되었다.
올가미에 철기가 걸리면 철기를, 말이 걸리면 말을 끌고 다니다가 밧줄을 놓아버렸다. 말머리에 올가미가 걸린 철기는 타고 있는 말이 달리던 방향을 급히 바꾸니 나가떨어지기 바빴다.
말을 타지 않는 철기는 그야말로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사냥감으로 따지자면 딱딱한 등껍질을 가진 거북이 정도 될까? 그나마 몸을 가누는 자면 다행이나 대부분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으니 뒤집어진 거북이 정도로 보면 될 터였다.
뒤따르던 연묵의 무리는 그들을 짓밟았다. 철갑을 두른 듯 무엇하랴. 말발굽에 짓이겨지는 것은 피할 길이 없는 것을······.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달진과 연묵이 팔건장에 이름을 올릴 만큼의 용맹은 지니고 있지 않으나 호시가 없어도, 강노가 없어도 철기를 상대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게 철기가 지리멸렬하고 다음은 경기(輕騎)들이 여포군의 제물이 되었다.
여포는 좌우로 고개를 돌려 위월과 화웅을 한 번씩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위월과 화웅이 약속이나 한 듯 당예기를 두 무리로 나누어 각기 여포와 점점 더 거리를 벌렸다. 마치 삼첨도를 보는 듯 세 갈래로 나뉜 이들의 몰이 사냥이 시작되었다.
위월과 화웅은 무리를 나누어 뇌박군 기병을 중앙으로 몰아 넣었다. 두 마리 범을 들판에 풀어놓았으니 사슴 떼가 겁을 먹고 도망치는 것은 당연한 얘기였다.
여포는 검지를 세운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이를 본 후미의 연묵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에 연묵이 이끄는 호복기사들은 다시 활을 들고 시위에 화살을 먹였다.
어느새 연묵의 손이 전통의 깃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눈으로 볼 수 없으니 감촉 만으로 원하는 화살을 찾는 기이한 수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연묵의 손에 들려 전통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이내 하늘 위로 붉은 수실을 단 화살이 날아 올렸다.
화살의 살대에 달린 붉은 수실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자 호복기사들의 시선이 붉은 수실을 따라 올라갔다. 그들의 활시위에 걸린 화살도 자연스레 하늘 높은 곳을 향했다.
붉은 수실을 단 화살이 날아오를 만큼 날아올랐다가 다시 방향을 바꿔 아래로 떨어지려는 그 순간이었다. 호복기사들은 일제히 화살을 시위에서 떠나보냈다.
곡사로 쏟아지는 화살비는 뇌박군을 정신없이 두들겼다. 여포는 자신의 머리 위로 아군이 쏜 화살들이 지나침에도 결코 뒤를 돌아보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여포가 흉노병들을 거느릴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자들은 절대적인 강함을 숭상했다. 풍요로운 땅의 사람들이 문(文)을 숭상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여포야 말로 용맹과 무예는 말할 것도 없는 천하제일. 게다가 죽음의 순간에서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 자이니 지금의 인생은 덤으로 사는 것이 아닌가.
그에게 두려운 것이라면 하비성 최후의 날, 백문루에서 겪은 치욕을 다시 겪는 것 뿐. 그 외에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아군의 화살에 죽는 것은 허망하기는 할 것이나 부끄럽지는 않을 터. 그가 흉노병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일 일은 없을 것이다.
후두두둑!
호복기사의 활시위를 떠난 화살들이 빗발치고 뇌박군 경기병들이 몰이사냥을 당했다. 뇌박에게 뛰어난 지휘력과 전황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었더라면 차라리 당예기와 뒤엉켜 싸우는 것을 택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흉노병들은 아군에게 활을 쏘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을 테니까.
하지만 도적 출신이며, 무예로 장수의 반열에 오른 그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 만무했다.
빠드득!
뇌박은 기병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 성의 망루에서 전장을 관전하고 있던 원술은 패전을 직감했다. 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매복이 아니었나? 보기 좋게 당했군.’
그토록 출병을 막았던 염상의 얼굴을 볼 낯이 없었다. 그저 매복에 당하지만 않으면 될 거라 믿었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 버리고 만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염상이 그를 찾아왔다.
“주공, 병력을 더 잃지 마십시오.”
“퇴각명령을 내리란 말이오?”
“이미 대세가 기울었습니다.”
철기와 경기가 모두 무너졌다. 기병이 당했다는 것은 보군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기병도 상대하지 못하는 적기(敵騎)를 보군이 무슨 수로 당해낼 수 있단 말인가. 보나마나 보군들은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유린당하고 말 터였다.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어디 있단 말이오? 선생, 이 상황을 타계할 다른 방도가 없겠소?”
“한 명의 병사라도 더 살리고 싶으시면 한 시라도 빨리 퇴각명령을 내리십시오.”
염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장은 결판이 나버렸다. 여포는 단기로 돌진하여 뇌박의 진세를 격파. 당예기와 호복기사가 보군들이 만든 진세를 휩쓸고 있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도살. 전의를 잃은 자들을 베는 것은 즐겁지 않은 일이지만 가후가 세운 군략에 따르자면 이 길 뿐이었다.
여포가 뇌박을 사로잡아 그의 머리를 움켜쥐고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염상이 다시 원술에게 진언했다.
“대마가 잡힌 판국인데 더 무슨 치욕을 당하려 돌을 놓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