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04
403화 흉중(胸中)에 품은 용호(龍虎)를 풀어놓다! (3)
————– 403/753 ————–
고순군이 공 현에 주둔하고 있던 양홍군을 급습한지 한 시진이 지난 시각. 장료와 장합은 갈림길을 만나 군세를 나누고 있었다.
“문원, 여 장군께서 급과 조가를 치라 했는데 어찌 할 테냐? 여기서 군세를 나눌까? 아니면 급(汲)보다 조가(朝歌)의 군세가 더하니 조가부터 함께 칠까?”
“준예 형, 일단 급 현부터 칩시다. 어차피 조가의 고성을 얻는 게 목적은 아니잖소?”
“그렇긴 하지. 하나 문겸이 탕음을 칠 때 혹 조가의 병마가 기수를 넘어 도우러 가지는 않을지 걱정이야.”
장합과 장료는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급과 조가로 나뉘는 갈림길에서 고심을 한 것이다.
“준예 형, 어차피 내 부대는 철기이니 공성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거요. 게다가 고 교위께서 공 현을 이미 수중에 넣으셨을 터이니 빨리 원술의 군량고를 급습해야 하오.”
“그럼 문겸은 어쩌고? 내, 조가의 병마가 움직일 수도 있다하지 않았느냐.”
“우적 형이 도와줄 테니 너무 걱정마오. 태항의 군세가 물경 수십만에 이르는데 그까짓 놈들이 무슨 수로 기수를 넘을 수 있겠소?”
이들의 대화에 고석왕 저고가 끼어들었다.
“대체 왜 안 가는 게냐?”
그러자 장료가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급으로 갈지 조가를 먼저 칠지 정해야 하니 잠시 기다려 보거라.”
“어디든 가까운 곳부터 치면 되는 것인데 뭘 그리 따진단 말이냐?”
“흉노 계집이 병법을 아느냐?”
“병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병법은 약자가 강자를 칠 때나 필요한 것이지 강자가 약자를 칠 때는 그런 것 따위는 아무짝에도 필요 없다.”
장료와 저고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장료야 어차피 흉노 사람이라면 학을 떼는 입장이다. 저고는 흉노의 한 족속 중 하나인 고석 흉노의 왕이 아닌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미운 상대였다.
게다가 저고는 사내와 여인의 역할이 정 반대인 족속의 수장이다. 서로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사이랄까.
“하여튼 사내들이란, 틈만 나면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고 한단 말이지.”
“흉노 계집은 그 입을 다물라! 흉노의 피를 이은자들이라면 살점을 한 점, 한 점 포 뜨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해보든지. 그럴 실력이 있으면······.”
장료가 살의를 풍기자 저고는 허리춤에 비스듬히 꽂고 있던 비수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도발했다.
묵태 형제는 말릴 생각도 않고 좋은 구경거리라도 되는 양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장료와 연제 저고 정도의 대결이라면 다시 보기 힘든 재미난 싸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이들을 중재한 건 장합이었다.
“여 장군께서 중임을 맡겼는데 우리끼리 자중지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 고 교위는 이미 공 현을 얻었을 텐데 우리가 지체할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이냐? 전공을 쌓고 싶지 않느냐?”
그러자 장료는 전공을 세워 무명을 날리기 위해, 연제 저고는 전공을 세워 여포를 품을 생각에 신경전을 멈췄다.
“준예 형, 어서 급으로 갑시다.”
* * *
오늘도 눈이 그치자 나와서 욕지거리를 퍼부어대는 여포를 보며 원술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 있었다.
“기령 만 이곳에 있었어도 내 이런 수모를 겪지는 않을 터인데······!”
원소에게 안량과 문추가 있다면 원술에게는 ‘기령’이라는 걸출한 장수가 있었다.
삼첨도의 고수로 지금껏 단 한 번도 원술에게 실망을 준 적이 없는 맹장 중의 맹장. 원술이 기령을 얻은 후에야 비로소 천하를 꿈꾸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무장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원술의 상장 기령은 이곳에 없었다. 남양성에는 제후군의 장졸들이 득실거리지만 원술이 조가를 믿고 맡길만한 장수는 기령 뿐이었다.
조가 땅이 중요한 것은 관동군과 연주군을 견제할 수 있는 거점이기 때문이다.
삼보로 가는 길은 주준의 군세에게 가로막혀 있는데 뒤에는 관동군이 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원술이 천하를 얻는데 동탁을 제외하면 가장 큰 적이 원소다. 원소의 입장에선 원술이 가장 큰 적이니 언제든 빈틈이 보이면 서로의 허를 찌를 가능성이 있었다.
원소가 연진까지 얻은 이상 마음만 먹으면 원술의 뒤를 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방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원술은 연진을 견제할 수 있는 조가의 고성을 정비하고 기령의 부대를 주둔시켜 놓은 것이다.
“네 형, 원소는 휘하에 맹장들이 즐비하다는데 원술, 네놈 휘하에는 쓸만한 무장이 하나도 없단 말이냐? 졸자들만 모아놓고 반역을 꾀하다니······. 네놈은 목 위에 물건을 장식으로 가지고 다니는 게로구나!”
“여포 이놈! 내 오늘 네놈의 살을 뜯고 뼈를 씹으리라!”
결국 여포의 도발에 원술은 폭발하고 말았다. 여포와 위월의 욕설을 번갈아가며 들으면서도 벌써 이틀이나 출병을 참았던 그였다.
“여봐라! 장수들을 불러오너라!”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장수들을 집합시켰다. 염상의 간언을 까맣게 잊게 만들 정도로 원술을 화나게 만든 것은 여포가 그의 치명적인 약점을 건들었기 때문이다.
원술의 치명적인 약점. 그것은 바로 원소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혈통으로 따지자면 적자인 자신이 얼자인 원소보다 못한 게 없었다.
아니, 천하를 노리는 군웅들 중에 혈통으로 원술의 혈통을 능가할 자가 없었다. ‘사세삼공’으로 대변되는 원 가의 정통을 이은 자가 원술이니까.
유비처럼 황실의 종친인 자도 있으나 중산정왕의 후손이라는 간판은 없는 것보다는 나은 수준일 뿐이었다.
어쨌든 최고의 혈통을 타고난 그였지만 천하 사인들의 지지는 원소를 향해 있었다. 원술은 원소보다 더 높은 직책과 명성을 얻길 바랐다. 하지만 반동탁의 회맹에서도 맹주는 원소의 차지였다.
원술은 원소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포가 이를 이용한 것이다.
기령이 자리를 비우고 있는 이상 원술의 휘하 장수들 중에 여포를 상대할 자는 없었다. 때문에 원술은 여포를 멀리 쫓아버릴 요량으로 출병을 생각했다.
“병마 삼만을 주겠다. 누가 여포의 주둥이를 찢어놓고 오겠느냐?”
병마 삼만을 준다는 소리에 장수들이 너도나도 나섰다. 원술은 그들 중에서도 뇌박에게 시선을 두었다.
“뇌박.”
“예, 주공!”
“네게 기회를 주겠다.”
“감사합니다. 이, 뇌박! 저 버르장머리 없는 여포놈의 수급을 가져와 바치겠나이다!”
그러자 원술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뇌박에게 손짓을 했다.
“이리 가까이 오라.”
“예, 주공.”
뇌박이 다가서자 원술은 목소리를 낮췄다.
“여포가 내 군세를 성 밖으로 끌어내려 함이니 필시 매복이 있을 터.”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원술이 깊이 말하지도 않았는데 눈치 빠른 뇌박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원술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뇌박에게 기회를 준 것은 이 때문이었다.
뇌박의 무예는 여포에게 목이 달아난 장수들에 비해 낫다 할 수 없었다. 병법으로 봐도 마찬가지. 어차피 도적 출신인 그에게 수준 높은 무예나 병법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무리다.
그런데도 그를 기용한 것은 그가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기 때문이다. 육감이라고 할까? 그는 병서 한 줄 읽지 않았음에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기이한 능력자였다.
그러니 여포에게 유인 당해 매복이 있는 곳까지 끌려갈 리가 없는 것이다.
“당장 출병하라!”
“주공의 명을 받듭니다!”
뇌박은 두 손을 모아 들고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 * *
둥~! 둥~! 둥~! 둥~!
남양성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내 성문이 열렸다. 뇌박이 이끄는 병마 삼만이 성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에 여포는 말머리를 돌려 본대가 있는 곳까지 와서는 가후에게 말했다.
“선생, 얼마 안 되는데 어찌해야겠소?”
“원술이 생각보다 겁이 없는 자인지 식견이 부족한 건지······.”
가후도 빈정이 상했다. 원술이 대군을 몰고 나오면 사견성까지 퇴각해서 주준의 군세와 싸움을 붙이려 했는데 이 책략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원술이 고작 삼만을 내보낼 줄은 가후로서도 예상 밖의 일이었다.
“내 말이 그거요. 고작 몇 만을 누구 코에 붙이자고······. 확 다 쓸어버리면 어떻소?”
“저 정도 군세로 장군의 군세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니 본떼를 보여주시지요.”
“군략을 주시오.”
“주 중랑장의 군세와 싸움을 붙이는 것은 물 건너 갔으니 당초 계획대로 지공입니다. 그렇다면 이 싸움에서 적에게 장군과 장군의 군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십시오.”
가후의 말에 여포의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원술과 졸개들은 내 깃발만 봐도 똥오줌을 질질 싸게 될 거요. 흐흐흐!”
여포는 득의에 찬 웃음을 흘리며 저수를 불렀다.
“저 선생, 시작합시다.”
“신, 감군 저수! 장군의 명을 받듭니다!”
번쩍번쩍 빛이 나는 갑주를 걸친 저수는 마치 총사처럼 병마를 부렸다. 그는 몇 개의 소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높이 들었다.
뿌우우~!
뿔피리 소리가 길게 이어지며 달진과 연묵이 각기 호복기사 무리를 이끌고 먼저 달려 나갔다.
이를 본 뇌박은 어이가 없었다.
‘이 잡종놈들이 천지 분간을 못하는구나.’
뇌박은 달진의 군세가 호복기사임을 알지 못했다. 하기야 중원에서 이름을 날리던 도적 출신이니 병주의 흉노병을 본 적도 없을 터였다.
게다가 병주군은 예로부터 반란의 위험 때문에 중앙에서 보급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때문에 제대로 된 갑주는 장수의 반열에 오른 자가 아니면 구경하기 힘들었다.
더욱이 북방의 겨울은 중원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것이기에 병주군은 털가죽을 이용한 갑주와 의복을 착용했다. 그러니 뇌박이 보기에 호복기사가 오합지졸의 무리로 보일 수밖에······.
“북방의 촌놈들에게 중원 정병의 위엄을 보여주자! 공격하라!”
뇌박이 칼을 뽑아들고 공격명령을 내리자 삼만 병마가 득달같이 달려나갔다.
삼만의 군세 중에서 기병만 일만이었다. 여포군은 모두 기병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그 수는 고작 육천에 불과했다. 머릿수로 따진다면 여포군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뇌박의 군세는 병력의 우세를 믿고 함성을 지르며 거리를 좁혀 왔다. 기세 좋게 달려 왔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대대로 한조의 군사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흉노병들이었다.
삐이이익~!
뇌박의 병사들은 명적을 뚫고 지나치는 날카로운 굉음이 들리는 순간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소리도 소리지만 효시가 날아든 곳을 향해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졌기 때문이다.
투두두둑!
적병들이 화살에 맞아 무더기로 나뒹굴었으나 호복기사들은 쉼 없이 시위를 당겼다.
뇌박군의 궁사들도 응사했으나 눈 먼 화살에 당한 호복기사 몇몇을 제외하면 헛수고라 할 만큼 전공을 올리지 못했다.
뇌박은 휘하의 장졸들이 고꾸라지는 걸 보고는 길길이 날뛰며 명했다.
“선두에 철기를 세워라! 놈들의 진세를 단번에 깨뜨려버릴 테다!”
뇌박군 철기 일천이 선두로 달려 나오자 달진과 연묵은 약속이나 한 듯 좌우로 군세를 나눠 말머리를 돌렸다.
호복기사들은 그들을 따라 퇴각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뇌박이 대소를 터뜨렸다.
“아하하하! 병주 촌놈들이 꽁지를 말고 도망치는구나! 적병을 추살하라!”
뇌박은 선두로 치고 나가며 명을 내렸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나선 것은 신이 나서 여포군의 뒤를 쫓으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원술이 그에게 대임을 맡긴 것은 그가 유인책에 걸려들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뇌박 역시 이를 잊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가 앞서 나간 것은 어느 정도까지 쫓을 지를 자신이 정하기 위해서였다. 총사가 선두에서 추격을 그칠 것을 명하는데 이를 어길 자는 없을 테니까.
뇌박군의 추격이 시작되자 여포와 가후는 저수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저 선생, 내 지금 나서도 되겠소?”
“안 됩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여포는 당장이라도 돌파를 시도하고 싶은 생각에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저수는 그를 만류했다. 감군에게 지휘의 권한이 있는 만큼 지금 이 순간만은 여포도 가후도 저수의 지휘에 따라야만 했다.
숨 몇 번 돌리기도 전에 여포가 다시 물었다.
“지금은 안 되겠소?”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이러다가 놈들이 발을 돌리는 수가 있소.”
여포가 재차 보챘으나 저수는 고개를 가로젓기만 할 뿐이었다. 여포의 애절한 눈빛에 저수는 몇 번이나 넘어갈 뻔했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는 적병이 그리 멀리 쫓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였다.
“저 선생!”
“지금입니다! 출병하시지요.”
저수의 말에 여포보다 적토가 먼저 반응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여포를 태운 적토는 앞발을 크게 들어 긴 울음을 토해내고는 허연 콧바람을 뿜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