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16
415화 천년고성(千年古城) 유리(?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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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진은 우적의 단순함에 미간을 찌푸렸다. 암만 생각이 없어도 그 흔한 군략 하나 없이 일만의 병마를 동원하여 회전을 치르려 한단 말인가.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 했거늘 굳이 쫓아와서 초를 칠 필요가 무엇이냐? 우리는 우리만의 전법이 있느니······. 네 녀석은 어디든 숨어서 벌벌 떨고나 있거라.”
“나도 싸우겠소. 여 장군께서 내게 명하시길 우적 형과 힘을 합해 탕음을 공략하라 하셨소.”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무장이라면 무장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창칼을 들고 싸움에 나섰으면 언제 어디서나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지. 자신보다 강적이 있다고 겁먹고 주저할 바에야 우리가 왜 필요하더냐?”
우적이 보기에 악진은 겁먹고 눈치나 살피는 새끼강아지에 불과했다. 악진의 실력이야 여포군 내에서도 장수의 반열에 오르는데 하등 부족함이 없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악영을 만난 후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악진은 여포 휘하에 든 후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여포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휘하에 맹장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아직 전성기가 되기에는 그의 경험은 일천했다. 알맹이가 아직 영글지 않은 악진이 너무 강한 자들과 어울리다보니 은연중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우적 형, 복수는 복수를 부르는 법이오. 차라리 항복하라 권해보는 것은 어떻소? 얘기를 들어보니 한 때는 조정도 아래로 보았던 흑산적이 지금은 원술의 뒤나 닦아주고 있는 처지가 되었잖소? 어쩌면 얘기가 통할 지도 모르오.”
“개소리마라!”
우적은 발끈해 위협하듯 쇠방망이를 치켜들었다.
“원수를 용서해주면 나는 뭐가 되느냐? 무슨 낯으로 먼저 간 형제들의 얼굴을 보란 말이냐? 장백기가 죽든 내가 죽든 양단 간에 결판을 낼 것이야. 지켜보거라. 이, 우적의 싸움을······.”
우적과 일만 호걸들의 복수전이 그 개막을 앞두고 있었다. 악진은 거듭 만류했으나 우적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악진이 보기에 탕음은 얻어도 그만 얻지 못해도 그만인 땅이었다. 유리성이 있기는 했으나 수만 대군을 품기에는 너무도 작은 성이고 비옥한 땅이 넓게 펼쳐져 있다고는 하나 이 겨울에 무엇을 얻을 수 있을 텐가.
하지만 우적은 장백기에게 보복하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나 악진도 우적도 장백기도 모르는 비밀이 유리성(?里城)에 있었으니······
* * *
“와아! 어찌 양곡 한 톨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닭 한 마리도 없다.”
군량을 아끼는 게 몸에 벤 탓에 우적군 병사들은 빈집을 들쑤시고 다니며 식량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았다. 하지만 콩 한 조각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가축을 키우던 축사도 텅 비어있고, 곳간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쌓아두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하기야 황충이 휩쓸고 간 땅에 무엇이 남았으랴. 하내 땅에서 제후군과 주준의 군세가 대립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백성들의 삶은 순탄치 않았을 터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물은 마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마실 물을 확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겨울이라고 해도 이곳에 눈이 쌓이지 않았다. 목이 말라도 눈뭉치를 입에 넣는 일은 엄두도 낼 수 없다는 얘기였다.
말을 탄 전령 하나가 물을 길어 나르는 병사들 사이를 헤집고 달렸다.
몇몇 눈치 빠른 병사들이 현부가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진장 우적이 그곳에 있으니 전령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마음이 급한 전령은 고개를 슬쩍 숙여보이는 것으로 고맙다는 말을 대신한 채 말을 재촉했다.
현부에 가까워지자 전령은 말을 끝까지 세우지도 않은 채 뛰어내리듯 하마했다.
“어디서 오는 누구냐?”
현부의 문을 지키던 우적의 호위 하나가 묻자 전령이 답했다.
“대호산에서 오는 길이오. 이곳 주장(主將)께 보내는 군령서를 가져왔으니 안내해주시오.”
전령은 이내 우적과 악진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장군, 대호산에서 온 전령입니다.”
“대호산? 고 교위께서 보낸 것이더냐?”
우적의 물음에 전령이 그의 앞에 부복해 품에서 전서를 꺼내 머리 위로 받쳐 들었다. 우적은 일단 전령에게서 전서를 받아들긴 했다. 하지만 표정이 영 좋지가 않았다. 그는 전서를 보지도 않고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에이! 글도 모르는데 전서를 보내면 어쩌라고······.”
“이리 줘보오. 내가 읽어드리리다.”
“그렇지. 글을 아는 녀석을 찾아헤매는 것 보다는 네가 읽어주는 게 빠르지. 자.”
악진은 우적에게서 전서를 건네받아 펼쳐 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아래위로 신나게 전서를 훑어댔다. 그리고 시시각각 악진의 표정이 변했다.
“누가 보낸 것이냐?”
“고······ 고 교위지 누구겠소?”
악진이 말을 더듬었지만 우적은 이를 수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악진은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전서의 내용이리라.
“뭐라 하는데?”
“조가는 고성이 있어 치지 못했고, 군량고도 요새화 되어 있어 공과 급, 두 개 현을 얻는데 그쳤답니다.”
그러자 우적이 혀를 찼다.
“쯧쯧쯧! 원술이라는 놈이 제법 준비를 많이 해두었구먼. 군사 선생도 이런 건 예측 못하셨겠지. 하기야 당장이라도 길만 열리면 삼보로 간다는 놈들이 성을 쌓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
“그러게 말이오. 여 장군의 군대는 기병이 주력이오. 야전에는 능하나 공성전은······.”
악진 역시 여포군의 맹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옹노성 전투에 참전했던 그는 고람군이 내세운 공성병기를 떠올렸다.
여포군에는 공성병기랄 게 없었다. 강노가 있기는 했으되 그것만으로 공성을 하기에는 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수성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공성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성을 공략하는데는 운제(雲梯)나 충차(衝車), 헌차(軒車) 같은 것들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임은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였다.
“고 교위가 전공을 독차지할까 걱정했더니만 이제 내게도 기회가 왔구나. 나도 여 장군께 상장 소리를 좀 들어야겠다.”
우적도 나름 야심이 있는 사내였다. 여포 휘하에서 태항의 호걸들을 거느려 제법 큰 세력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맹장들에 빛이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다.
여포는 실력과 전공에 따라 대우를 하는 사람이니 우적 역시 자신이 큰 전공을 세운다면 상장 소리는 들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리고 그 기회가 왔다.
“우적 형은 대체 무얼 하려고······.”
“유리성만 얻으면 탕음은 완전히 평정되잖느냐?”
“내가 뭐랬소? 공성전은 무리라 하지 않았소?”
“장백기에게 회전을 하자 대결장을 보냈다했다. 놈은 내가 보낸 대결장을 받고도 성에 틀어박힐 리 없다. 반드시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지.”
그래도 문제는 있었다. 장백기가 수성을 고집하지 않을 확률은 높다. 하지만 우적군은 대다수가 보군이니 야전에 강점이 있다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악진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성격이라면 우적을 계속해서 만류해 마음을 돌리게 하려 할 것이나 어찌된 영문인지 이쯤에서 그만 두고 만 것이다.
그는 우적의 실패를 바라는 것인가? 아니면 우적의 군략이 맞아떨어질 것 같아 더 말을 않는 것일까?
* * *
유리성(?里城). 탕음에 자리한 천년 고성.
수만 대군을 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내의 가호(家戶)가 그리 많지도 않았다. 현재의 세력구도로 볼 때 군사적 요충지라고는 볼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유리성의 가치는 상당했다. 유리성이야 말로 그 유명한 주역(周易)이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은(상)나라 주(紂)왕 때 서백이 모함을 당해 유리(?里)에 갇혔는데 그 유리가 바로 지금의 유리성이다. 서백은 주나라를 창건한 무왕의 아비가 되는 사람으로 문왕으로 추존했다.
그를 문왕으로 추존한 까닭은 바로 그가 유리성에서 현재 ‘주역’이라 불리는 것을 지었기 때문이다. 공자도 삼천독을 했다는 주역.
‘복희선천팔괘(伏羲先天八卦) 서백후천팔괘(西伯後天八卦)’라는 말이 있다. 주역의 복잡한 원리는 둘째치고라도 서백의 이름이 복희의 이름과 동렬에 놓인 것이다.
유리성이야 말로 서백의 자취가 묻어있는 곳. 게다가 은나라 주왕의 눈밖에 난 자들이 갇혔던 뇌옥이며, 서백을 주공으로 모시기 위해 수많은 인재들이 찾았던 곳이기도 했다.
이를 테면 주나라의 근원, 발상지 같은 곳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유리성이 멀리 보이는 너른 평원에서 우적군과 장백기군이 맞섰다.
그들은 딱 이 마장 거리만을 두고 마주보고 서 있었는데 서로를 노려보는 기세가 흉흉했다.
하지만 이들 두 군세에는 병법자가 없었다. 남양성 동쪽의 일은 곽가가 맡기로 했으나 공석인 상황이었다. 장백기 역시 흑산의 책사들이 모두 전사했기에 병법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런 탓에 이들 두 군세는 단순하게 일자진을 이룬 채 대치하고 있었다.
우적은 장백기군을 쭉 훑어보았다.
‘한번 해볼 만 하다.’
우적은 장백기의 병력이 자신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것을 보고 승리를 예상했다.
우적의 군세는 악진의 천인대까지 규합해 일만을 넘어 일만 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대로 장백기의 군세는 고작해야 오륙천 정도에 불과해보였다.
장백기와 그의 주위에 기백 정도만이 말을 타고 있으니 우적군이 보군이라 해도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복수할 기회를 맞이한 우적군과 이에 맞서는 장백기군 사이에 폭풍전야를 연상케 하는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이 침묵을 깬 것은 우적의 척후였다. 우적은 싸움에 앞서 수많은 척후들을 돌렸다. 우적은 척후를 중요하게 여겼다. 여포 휘하에 든 후로 척후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했기 때문이다.
여포는 가후와 고순의 의견을 받아들여 척후를 후대했다. 실력 있는 자들만이 척후를 맡게 했고, 임무에 성공하면 포상했다. 그리고 임무가 끝나면 술과 고기를 주고 편히 쉬게 했다.
대우를 해주면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대우하지 않는다. 여포의 총애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척후는 최선을 다했다.
척후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무리 전국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군사와 참모들이 군략을 세우지는 못했을 터였다.
우적은 군략을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척후를 적극적으로 운용했는데 최소한 상대의 움직임은 알기 위해서였다. 원병이 오는지, 함정을 파놓지는 않았는지 척후가 먼저 가서 살피고 오게 한 것이다.
“보고요!”
유리성 일대를 정탐하러 떠났던 척후들이 돌아와 우적에게 보고했다. 우적 앞으로 달려와 부복한 척후가 고했다.
“장군, 유리성 주위로 구덩이를 팠다가 메운 흔적이 즐비합니다.”
“얼마나 되길래 즐비하다하느냐?”
“그게 숫자를 셀 줄 몰라서······.”
“그런 거는 좀 배워라 배워!”
우적은 자신도 큰 수는 셀 줄 모르면서 척후를 타박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악진이 꾀를 내었다.
“이보게 척후장.”
“예, 장군.”
“열 걸음 안에 몇 개의 흔적이 있던가? 몇 걸음을 걸으면 다음 흔적에 닿을 수 있는가?”
“그거라면 말씀드릴 수 있습죠. 구덩이의 흔적이 십 보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큽니다. 그러니 한 개도 없는 셈이지요. 이십 보 안에 하나가 들어갈 정도이고, 삼십 보를 걸으면 다음 흔적을 밟을 수 있습니다.”
구덩이의 지름이 십 보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아 충분히 함정을 생각할 수 있는 크기였다. 구덩이를 파놓고 유인해 빠뜨리거나 하는 수법을 준비하고 있다 의심해도 무리는 아니란 얘기다.
“그래?”
“아마 유리성에서 반각은 달려야 구덩이를 팠던 곳을 밟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악진은 척후의 말을 듣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함정이라면 너무 많다. 겨울에는 땅이 얼어있으니 파기가 쉽지 않으니······. 날이 춥지 않을 때부터 준비했단 말인가?’
악진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척후에게 다시 물었다.
“다른 이상한 것은 없던가? 아무거나 사소한 거라도 좋네.”
“그게······. 아! 바퀴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었습니다.”
악진은 이를 듣고 고개를 기울였으나 우적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악진, 장백기가 전차라도 숨겨 놓았을까봐 그러는 것이냐? 걱정이 너무 많아졌어. 보나마나 땅을 파서 나온 흙을 옮겼다가 다시 메운다고 가져오며 수레가 오간 자국이 남은 것이겠지.”
그리 말하고는 악진에게 턱짓을 했다.
“이곳의 총사는 나, 우적이니 악진 장군에게 명한다.”
그러자 악진이 우적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사석에서는 형 동생 하는 사이라고 해도 지금은 예를 차려야 할 때였다.
“소장, 악진. 총사의 명을 기다립니다.”
“악진 장군은 휘하 천인대를 데리고 후방에 대기하라. 예비대로 삼을 것이다.”
“명을 받듭니다.”
우적은 노골적으로 악진을 전투에서 제외시켰다. 악진은 우적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의 명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곽가가 제 때 오기만을 바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공격을 늦춰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