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46
445화 군웅혈전하내(群雄血戰河內)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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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안량과 문추가 얼마나 대단한 무장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원소와 오랜 시간을 어울려 지낸 사이이니 당연한 일일 터.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두려움은 다른 누구보다도 더 컸다.
“곤오적도만 아니면 조인 장군도 악영과 능히 일백 초를 겨룰 수 있습니다.”
“문추를 상대하는 것은 악영으로도 가능할 것이오. 선생의 말대로 악영에게는 곤오적도가 있으니······.”
“문추에게 맹로가 없다면 악영을 당해내지 못할 테지요. 그의 도법이 아무리 대단하다한들 지존도 악영의 손에 곤오적도가 쥐여져 있다면 이길 방도가 없습니다.”
“악영에게 문추를 맡긴다고 해도 안량은 어찌 하면 좋겠소?”
안량이 조운과의 대결에서 패해 체면을 구겼지만 문추에 버금가는 맹장이었다.
“굳이 한 사람이 상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무장들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을 텐데?”
“자존심이 목숨을 지켜주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군령으로 명한다면 어찌 이를 어기겠습니까?”
“그래도 혹여 내 장수를 잃는 것은 피하고 싶소.”
“그렇다면 장 태수에게 도움을 청하시면 됩니다.”
순욱은 간단히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조조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장 맹탁이 내 말을 듣겠소? 그자는 요즘 영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단 말이지.”
“그라고 해서 구정에 욕심이 없겠습니까? 게다가 백마진과 연진은 두 곳 모두 관동군에게 중요한 곳입니다. 분명 안량, 문추가 한 곳을 지키고 있을 리 없습니다.”
“동시에 두 곳을 공격하자는 말이로군. 좋소. 어차피 장 맹탁도 혼자서는 안량, 문추가 두려워 움직이지 못할 테지. 하나 그 둘 중 한 명만 상대해도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거요.”
“주군의 뜻을 알았으니 소신이 전서를 보내 놓겠습니다.”
조조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 일은 정리 되었다. 하지만 순욱은 할 말이 남아 있었다.
* * *
“주군, 연주 상인들 사이에서 요상한 소문이 하나 들리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순욱의 말을 원소나 원술 같은 자였다면 어찌 반응했을까? 상인들 사이의 뜬 소문은 들을 필요가 없다면 단번에 일축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조는 달랐다. 순욱의 말에 큰 관심을 보였다.
“무슨 요상한 소문이란 말이오?”
조조가 관심을 보인 까닭은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자신이 한 짓이 있기 때문이다. 순욱에게는 비밀로 하고 순채를 간살하려 했던 일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른 하나는 상인들의 정보력 때문이다. 순욱이 관심을 둘 정도의 상인이라면 저잣거리에 흔한 소상인은 아닐 터. 적어도 주(州) 단위를 무대로 하는 대상들이다.
작은 거래를 하는 상인들은 그 시장의 동향을 살펴야 하는 것이고, 큰 거래를 하는 상인들은 천하의 동향을 살펴야 한다. 그러니 대상들은 지금 같은 난세에선 군웅들의 이합집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 대부분은 ‘카더라’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소문들은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대상들은 중앙의 고관대작부터 지방 한직의 인물들까지 연이 닿아 있으니 소문의 진위가 빨리 판가름 난다. 순욱의 귀에까지 닿은 소문이라면 사실이거나 충분히 그럴 여지가 있을 경우일 것이다.
“원술이 한단의 유화에게 사신을 보냈다고 합니다. 한단으로 원행을 갔던 연주 상인 하나가 직접 봤다고 하는데 진위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누가 사신으로 갔다고 하오?”
“요경 선생이었다고 합니다.”
“원환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요.”
원환의 명성을 생각하면 연주의 거상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원환은 원술의 사람이니 그가 한단에 나타났다는 것은 원술의 사신으로 유화를 만나기 위함이라는 추리를 가능하게 했다.
“원술이 왜 유화에게 사신을 보낸 걸까?”
“돌파구로 삼기 위함이지요. 남양성 앞에 제후군 삼만의 시신이 탑처럼 쌓여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여포, 그 극악무도한 자가 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고 모조리 도륙을 내버렸다지?”
조조는 여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분명 둘 사이의 접점은 없었다. 여포군이 연주에 진출한 적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여포를 싫어하는 것은 그의 수하가 된 곽가와 여포군이 조조의 계획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계획이라는 것은 순채를 겁탈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원술은 지금 남양성에 갇혀있는 형국입니다.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여포가 군대를 물려 포위를 풀도록 하는 것 뿐이지요.”
“여포가 다잡은 고기를 놓아줄 리 없지.”
“유화가 나선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식이란 그 시대에 걸맞은 판단의 기준일 뿐이다.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기에 때때로 말도 안 되는 촌극을 만들어낸다.
유화에게는 여포를 당해낼 힘이 없다. 하지만 그가 원술과 손을 잡고 나선다면 여포는 원술에게 순순히 길을 열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고 여포가 유화를 공격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천하의 쳐 죽일 놈으로 낙인찍히게 될 게 뻔했다.
“여포 휘하에 지모를 갖춘 자가 있다면 유화를 막아선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테지. 그나저나 원술이 제법 좋은 꾀를 낸 것 같지 않소? 그 염 선생인가 하는 자의 머리에서 나왔을 거요.”
조조는 그리 말하고는 습관처럼 엄지손톱 끝을 물고 잘근잘근 씹어댔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유화가 원술과 손을 잡게 해야 하나 못 잡게 해야 하나?”
순욱은 조조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조조가 미치광이라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순욱은 유화의 책사 전주가 조등의 공비생임을 모르는 것 뿐이었다.
* * *
여포군은 탕음과 유리성을 비워둔지 오래였다. 수삼일 동안이나 주인 없는 땅으로 남아있던 그곳에 처음 온 자는 조가고성에서 온 기령이었다.
병력은 고작 일백 여에 불과했다. 하긴 이런 한파에 대군을 움직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범인(凡人)들이라면 버티다가 얼어 죽는 자들이 나올 것이다. 죽지는 않더라도 동상에 걸려 환부를 도려내야 될 자들이 다수 나올 것이고, 추위를 참지 못해 도망치는 자들도 속출할 터였다.
그러니 정병이라 할 만한 자들 중에서도 추리고 또 추려 백인대 하나만 데리고 온 것이다.
그의 목적은 유리성을 얻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기수에 빠진 구정을 회수하는 대임을 맡고 있었다. 구정을 얻을 수만 있다면 유리성 같은 폐성 따위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일백인으로 일개 성을 지킨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때문인지 그는 유리성으로 가지 않고 기수 유역에서 구정을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구정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강에 뛰어들었던 자들 중 셋이 희생되었다. 하나는 물에 뛰어들자마자 통나무처럼 굳어져 절명해버렸고, 다른 하나는 영영 물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마지막 하나가 소임을 다해 구정을 찾아 줄 하나를 묶고 나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잠이 든 후에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날씨가 점점 더 궂어졌지만 인양 작업은 계속되었다.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기령은 수하들을 재촉했다. 워낙에 큰 건이 아닌가.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노리는 자들이 많을 테니 시간이 촉박했다. 구정을 노리는 자들이 모습을 보일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구정의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속에선 물 밖에서보다 작은 힘으로 구정을 들 수 있어 간신히 인양에 성공하기는 했다.
뭍에 내놓으니 물가의 지면이 구정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마치 늪에 빠지는 것처럼 구정이 지면을 파고들었기에 작업은 난항이 계속되었다.
뭍에 내놓은 구정을 보며 기령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이것이 바로 구정이라는 물건인가?’
겉모습은 보물이라고 여기기엔 무리가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거저 줘도 가지지 않을 고물이다. 웬만한 사람은 누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이것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물건이라 여기지 않을 정도다.
기령 같은 무장은 주군을 향한 충심이 깊은 자이기에 천하를 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구정을 보고 미소를 짓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힘. 자신의 힘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상대라는 것 때문이다.
‘구정의 무게는 곧 천하의 무게’라는 말이 있다. 설마하니 정말 그럴 리야 있을까만은 천하에 이름난 장사들이 힘자랑을 하려 구정을 들었다가 몸이 상하거나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아마 혼자서 구정을 들 수 있는 자라면 힘으로 천하제일을 논해도 될 것이다. 기령도 이를 노렸던 것이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령이 이를 혼자서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한들 천하제일은 아니다. 여포 혼자서 유리성의 깊은 구덩이 속에서 구정을 꺼냈고, 기수에 던진 사람은 고순이었으니까.
이를 알 리 없는 기령은 구정을 ‘한번 들어볼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하제일의 역사를 꿈꾸던 그의 즐거운 상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 * *
수십에 달하는 무리가 나타나 구정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파파파팟!
일보를 내딛을 때마다 눈이 이리저리 튀어 흩어졌다. 제법 먼 거리이건만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자들을 보니 무예에 정통한 자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저마다 무장을 하고 있었기에 좋은 뜻으로 온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응전을 준비하라!”
기령은 침착하게 병사들을 움직였다. 저쪽이 정예라면 이쪽도 정예다. 숫자도 엇비슷하니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으리라. 더욱이 구정을 가져가야 할 대임을 맡았으니 물러설 수도 없었다.
“내 삼첨도를 가져오라!”
기령은 자신의 애병인 삼첨도를 찾았다. 그는 삼첨도의 달인으로 명성을 날린 무장이다.
삼첨도는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장병으로 대도라고 하기에도, 그렇다고 창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이런 기형의 무기를 쓰는 까닭이야 뻔했다. 단순히 곧게 뻗은 무기들을 쓸 때보다 더욱 다양한 공격과 수비의 수법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굴러온 개뼈다귀들이냐?”
기령이 삼첨도를 치켜들고 소리치자 그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그러자 저 멀리서 달려오던 자들 중에서 하나가 답했다.
“순우 장군의 상장 한거자가 구정을 받으러 왔느니라!”
순우경이 명장임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휘하의 네 장수들 역시 그 용맹과 무예가 뛰어나 나름의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 네사람은 휴원진, 여위황, 조예, 그리고 한거자였다.
이들은 사효장(四驍將)이라 불리며 순우경이 지금의 명성을 얻는데 큰 공로를 세운 자들이다.
순우경이 영제 때 서원 팔교위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그가 일개 무관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원소, 조조에 버금갈만한 영향력을 가진 자가 바로 순우경이다.
원소에게는 사세삼공이라 불리는 명문을 배경으로 천하 사인들의 지지가 있었다. 하간왕부를 처가로 두고 각지의 명문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도 있었다.
조조는 황궁을 암중에서 주무르는 조등의 영향력과 막대한 부를 상속 받았다. 게다가 조 씨와 하후 씨의 힘을 모두 휘두를 수 있으니 서원팔교위의 한 사람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순우경에게는 과연 무엇이 있기에 쟁쟁한 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그가 중앙군을 통솔하던 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사효장이라 불리는 자들 역시 중앙군에서부터 이미 두각을 나타낸 자들이었다.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자들이라면 그 실력이 얼마나 대단할까. 천하에 억조창생이 있어도 이름을 날리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
양군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한거자는 시작부터 선두에서 기령군을 공략해갔다. 기령을 상대해야 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분명 힘을 아껴야 했다. 그런데 한거자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의 애병은 환도. 칼등에 쇠로 된 몇 개의 고리가 달려있어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인데 희한하게도 달려오면서 쇠고리가 찰랑거리는 소리 한 번 나질 않았다.
기령군 병사들도 한거자의 무명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기령군의 정예들. 뒤로 물러서거나 두려운 기색을 한 자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목숨을 지켜주지는 못했다.
도를 든 병사 하나가 한거자를 향해 도를 도끼처럼 내리찍어왔다. 하지만 한거자의 신형이 마치 일순간 사라진 듯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와 함께 그의 환도가 병사의 옆구리를 훑고 지나간다. 뒤따르던 병사 몇 명도 한거자의 환도를 피하지 못했다.
츄왁!
살과 뼈를 가르는 섬뜩한 소리는 바닥에 쌓인 눈 위로 병사들의 뜨거운 피가 어지럽게 뿌려지는 소리와 뒤섞였다. 순백의 대지는 붉은 물감을 뿌린 듯 핏물로 더럽혀졌다.
찰랑거리는 쇠고리의 소리가 들려올 때쯤에는 환도에 당한 병사들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머리를 눈에 파묻었다.
환도는 중병으로 힘을 이용해 도식을 펼치는 무기다. 힘의 방향을 생각하면 환도에 당한 병사들이 이리저리 나가떨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오히려 앞으로 고꾸라진다는 것은 한거자의 도법이 패도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는 걸 의미했다. 오히려 검으로도 쉽지 않은 일섬의 수법을 환도로 펼치고 있는 것이다.
멀리서 한거자가 도초를 뿌리는 수법을 지켜본 기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효장의 명성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로다! 결국 내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