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12
511화 백파적, 하동에서 망하다!(白波賊殘亡河東) (1)
————– 511/753 ————–
백파적과 여포군의 군세를 합치면 십만에 이르는 큰 전장. 이런 싸움에서 과연 몇 명의 용맹이 승패를 가를 수 있을까 싶지만 과연 여포의 용맹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었다.
물론 백파적이 정병이 아니라 방진조차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백파적이 야심차게 준비한 궁노 부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십에 불과한 고순군이 궁노병들을 지독하게 쫓았다. 어느 덧 고순을 따르던 자들은 십 수 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적진 한 복판에서 고군분투하다보니 하나씩 쓰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순과 그 수하들은 궁노병들을 추살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원사형, 잘 버티고 있으오!”
서황은 처음엔 한호를 도와 진세를 유지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다가 고순군 병사 하나가 여러 개의 창에 찔려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고순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진세를 유지하는 것은 승리의 첩경.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서황은 직속 수하들이 없고, 더욱이 일자진을 이루는 것은 하내 호족군이었다.
한호에게 대임을 맡기고 서황은 홀로 적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여포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맹장인 서황이 진을 떠나자 한호는 즉시 그의 빈자리를 느낄 수 있었다.
백파적 역시 병력소모전으로 나왔기 때문에 한호군의 일자진과 같은 모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제아무리 일자진이 한번에 허물어지지 않는 단순함으로 방어력이 높은 진세라 해도 병력에 있어 열세인 이상 공세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간신히 버티는 것이 전부인 상황에서 서황이 빠지자 적병들이 더 많아 보이기까지 했다.
‘이대로라면 진세가 무너진다!’
한호는 생각 같아선 칼을 뽑아들고 전열에 나서고 싶었다. 하지만 지휘관은 무장으로서의 본능을 억눌러야만 하는 자리였다. 자신이 나서면 지휘의 공백이 생길 게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침착해! 내가 흔들리면 진세도 무너진다!’
한호는 일자진의 중심에서 좌우를 오가며 병력을 보충시키고, 병사들을 독려했다.
“물러서지 마라! 반드시 자리를 사수하라! 궁사들은 곡사를 계속하라! 화살을 아끼지 마라!”
양 진영의 머리 위로는 쉴 새 없이 궁시들이 날아다녔다. 하지만 한호는 추패(아래에 추가 있어 이를 지면에 박아 고정시킬 수 있는 방패) 뒤에 숨지 않았다.
중군의 총사인 한호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데 호족들이 어찌 추패 뒤에 숨어 있을 수 있으랴.
* * *
적진으로 뛰어든 서황은 자신에게 허락된 작은 공간에서 펼치기 적합한 수법으로 적병들을 참살해 나갔다. 도끼머리로 적병 하나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는 넘어진 적병을 향해 세차게 발길질을 했다.
퍽!
북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허리가 새우처럼 구부러져서는 지면을 긁으며 저만치 밀려났다.
그 사이 서황은 부월을 짧게 잡아 휘두르는 반경을 좁혔다. 밑동을 봉처럼 쓰며, 공간이 허락할 때마다 부월을 휘둘렀는데 적병 하나는 턱이 두 쪽이 나버리고 말았다.
서황의 권박은 고순에게 비할 것은 아니나 부월을 쓰면서 발을 놀리는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부월의 명수인 서황이 겨우 이 정도 전공에 만족할 리 없었다. 그는 공간을 확보하자마자 광란의 살육을 시작했다.
“으라아아차!”
선화대부의 밑동을 붙잡고 팽이처럼 크게 한 바퀴를 도는 것만으로 반경 이 장 안에 목숨을 부지한 자가 없을 정도였다.
부월에 당한 자들은 성한 곳이 없을 만큼 처참한 몰골로 시체가 되어버렸기에 적병들은 감히 서황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하기야 걸리는 것은 족족 동강을 내버리니 죽기로 작정한 자가 아니라면 감히 맞설 생각을 하지 못하리라.
우웅!
서황이 마치 검을 쓰듯 선화대부를 휘둘러대니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빨랐다. 파공성은 황천행을 알리는 신호였다. 부월이 훑고 지나간 자리는 지독한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츄왁!
도끼날이 적병 하나의 수급을 베는 순간 핏물이 서황의 얼굴을 적시고 말았다. 눈썹을 타고 흐르는 핏물을 소맷단으로 훔치려는 순간이었다.
감히 서황을 노리고 뒤에서 검병 하나가 달려들었다. 정말이지 찰나에 불과한 짧은 순간이지만 시야는 가려졌고, 전장의 함성에 소리로 적병의 접근을 파악할 수도 없었다.
삐이이익! 퍽!
요란한 명적소리와 함께 날아든 한 대의 화살이 서황을 공격하려던 검병의 목줄기에 틀어박혔다. 화살은 목을 완전히 뚫고 나오지 못했다. 화살촉은 뒷목을 뚫고 두 치 정도 나왔는데 목젖에 가로막힌 명적이 원인이었다.
목이 뚫렸기에 명적의 구멍으로 검병의 피가 주르르 흘러나왔다.
서황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화살이 날아든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달진이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화살. 명적이 달린 화살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달진은 서황을 구하기 위해 쓰고 만 것이다.
서황은 달진을 향해 창격을 뻗어오는 자를 보고는 허리춤에 꽂아 넣고 있던 작은 부월 하나를 뽑아 황급히 던졌다.
정말 아슬아슬한 순간에 뻑! 하는 소리와 함께 창병의 가슴팍에 틀어박혔다. 그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도끼머리까지 파고든 것도 모자라 창병의 몸뚱아리를 슬쩍 띄울 정도였다.
서황과 달진은 고맙다는 말 대신 서로를 향해 슬쩍 손을 들어보이고는 싸움을 계속했다.
* * *
삐이이익!
서황을 구하기 위해 쏜 달진의 효시가 만들어낸 소리는 여포군 후군에서 집결하고 있던 흉노병들도 들을 수 있었다.
“대왕께서 살아계신다!”
도각 흉노부 출신 흉노병들은 명적의 소리만 듣고도 달진이 살아있음을 알고 기뻐했다. 다른 호복기사들도 이를 짐작하고 몸이 달아올랐다.
“장 장군, 수완도 좋소. 어찌 이리 빨리 재정비를 끝냈소?”
“감군 선생, 한 시라도 빨리 출전하고 싶어 빨리 움직였을 뿐입니다. 게다가 흉노병 부주장 연묵의 공이 더 큽니다.”
“연 장군이 나섰다고는 해도 장 장군이 지모를 쓰지 않고 의욕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오.”
저수는 퇴각해온 호복기사들을 빨리 재정비해 출전준비를 마쳐놓은 장합을 거듭 칭찬했다.
하기야 일단 패퇴한 군세를 이리 짧은 시간 안에 재정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무리 빨라도 하루는 지나야 되는 일인데 장합이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역시 그가 낸 꾀 때문이었다.
출신 흉노부 별로 모이게 하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연묵이 나섰어도 이리 빨리 재정비하지는 못했을 터였다.
“감군 선생, 중군에 신호를 보내시오! 좌측을 밀어붙이고 우측을 느슨하게 해야 하오.”
가후가 군략을 내놓자 저수는 기수들에게 명해 한호에게 신호를 보냈다.
뿔피리소리와 함께 기수들이 깃발을 휘둘렀다. 청색 대기를 높이 치켜들게 하고는 적색 깃발이 청색 대기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움직였다.
이는 진세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였다. 과연 한호는 일만의 군세를 이끌 통솔력이 있었다.
지금의 하내 호족군은 수천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들은 출신이 제각각인 자들로 이루어진 연합군이다. 그런 점을 볼 때 지휘의 난이도는 수만을 이끄는 것보다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쉽지는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신호기가 움직인지 반각도 되지 않아 일자진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앙을 기준으로 좌측으로 병력이 더해지자 하내 호족군은 그 방면으로 백파적을 밀어붙였다.
자연스레 좌군이 밀고 올라가고, 우군이 밀려나는 모습이 된 것이다.
“저 선생!”
가후는 저수를 불렀다. 드디어 호복기사들이 다시 한 번 출전할 때가 온 것이다.
저수는 패검을 뽑아 높이 치켜들고 소리쳤다.
“장합, 연묵! 호복기사들을 이끌고 중군 우측 병력이 끝나는 곳을 기점으로 일 마장 우측을 향해 진격하라! 고석왕은 휘하 부대를 이끌고 중군의 우측을 지원한다!”
장합은 연묵이 이끄는 호복기사들과 함께 저수의 명에 따라 말을 재촉해 달려나갔다. 그들의 무리와는 달리 고석왕 저고는 일자진의 옅어진 우측을 지원하기 위해 출격했다.
이천에 가까운 고석 용사들이 얼굴에 쓴 귀면탈을 한손으로 붙잡고 달려나갔다.
“응조, 궁기를 이끌고 나를 따르라!”
저수는 응조와 휘하 궁기 수십여 기를 이끌고 전장을 우측으로 크게 우회했다.
응조의 궁기는 고작 수십여 기에 불과하니 저수는 그들을 데리고 돌파를 감행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을 터였다. 다만 우측에서 벌어질 전황을 가까이서 보고 후속 명령을 내리기 위해 좋은 자리를 잡으러 간 것이다.
어차피 이곳 후군에는 가후가 남아 있으니 마음 놓고 자리를 비울 수 있었다.
* * *
“안 되겠다! 퇴각기를 올려라!”
양봉은 더 싸워봐야 이로울 게 없음을 알아채고는 퇴각 명령을 내렸다. 보통의 싸움은 하루 해 안에 끝나는 게 아니다. 어느 한쪽이 전멸하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는 싸움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양봉은 궁노 부대로 재미를 좀 봤다. 하지만 우군이 여포군 기병에 큰 타격을 입고 중군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되자 군대를 물리려 했던 것이다.
양봉은 적당히 싸우고 진세가 무너지면 군대를 물려 다시 재정비를 하고 또 다음날 다시 싸우는 그런 싸움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퇴각은 쉽지 않았다.
“보고요! 우군장 맹갑 전사!”
“보고요! 중군 장수 왕소 전사!”
한섬은 아끼던 두 장수의 전사 소식을 보고받고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했다.
“내 이놈들을 그냥!”
한섬이 자신의 애병인 거치도를 들고 연신 흔들어 보이며 들썩였다.
“양봉형, 내 어디로 출전하리까?”
“아우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게. 일단은 군대를 물렸다가 내일 다시 싸우기로 하지.”
“여포놈이 엿가락처럼 엉겨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잖소?”
“다행히 좌측이 비었으니 그 방면으로 퇴각하는 게 어떻겠나? 이미 진세가 무너졌으니 이대로 계속 싸우면 피해만 커질 뿐일세.”
양봉은 한섬을 좋은 말로 꼬드겼다. 하지만 한섬은 이대로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몇 배나 되는 병력으로 퇴각했다하면 이 한섬의 체면이 뭐가 되겠소?”
“상대는 여포가 아닌가.”
“여포가 뭔 대수요? 천하제일? 흥! 나도 이 거치도 한 자루로 난세를 버텨온 사내요. 허명을 듣고 겁을 먹을 정도면 칼을 물고 죽어야지.”
한섬 역시 일군의 주인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용맹을 지닌 자였다. 당연히 강자와 만나면 겨루어서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 또 칼 위를 걷는 무인들의 습성이 아니겠는가.
하물며 상대는 여포. 하북 최강이라는 여포의 명성은 한섬의 호승심을 불태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넘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험한 상대인 만큼 꺾었을 때의 희열도 크리라.
불나방이 불빛을 쫓아 날아와 불꽃에 몸을 던지듯, 무인이라는 족속들은 위험하면 할수록 오히려 즐기는 미치광이들이니까.
한섬이 여포를 해볼 만한 상대로 여기자 호재도 돕겠다고 나섰다.
“이, 호재가 한섬형을 돕겠소.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제아무리 여포라도 별 수 없을 거외다.”
호재는 내심 한섬 혼자서는 여포를 당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두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어렵게 초빙한 경사제일검 왕월이 이미 여포에게 당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여포를 꺾겠다고 나섰던 왕월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고, 대신 여포는 이곳에 와서 자신들의 병마를 작살내놓고 있으니까.
“아우님까지 왜 이러는가? 곽 형도 여포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걸세.”
“양봉형은 더 이상 우리를 막지 마오. 한섬형과 내가 여포를 처리할 터이니 그 동안에 양봉형은 병마를 물리시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걸 하고, 양봉형은 양봉형이 원하는 대로 하고······. 서로가 좋은 일 아니오?”
호재가 뜻을 꺾으려 들지 않자 양봉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적당히들 하고 오게. 먼저 가겠네.”
양봉은 한섬과 호재를 그렇게 떠나보냈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 예상이나 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