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38
537화 관녕의 역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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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수라는 말에 금란전이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혔다.
“치수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국고가 비었는데 무슨 재물로 치수를 한단 말이오?”
“치수는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의 대사업이거늘 어찌 사사로이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치수를 빌미로 세력을 넓히려는 속셈이다!”
고관들은 불만을 내비쳤다. 아마도 여포가 치수를 빌미로 나랏돈을 받아내려 수를 쓴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황하 치수를 명목으로 명성을 얻으려 하는 수작으로 여길 수도 있었다.
“천자께서 계신 곳이니 다들 자중하시오.”
동탁의 말에 투덜대던 관료들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얼굴에 드러난 불만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본 태후가 처음으로 장계를 읽었으니 그대들은 장계의 내용을 알지 못할 것이오. 여 대부는 조정의 지원을 바라고 있지 않소.”
하 태후의 말에 대신들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여 대부는 자신의 관할지만이라도 치수를 하고자 하는데 금전적인 지원을 바라지는 않았소. 그렇다면 이를 반대할 까닭도 없다 생각하는데······?”
“신, 상국 동탁이 아뢰오. 자식의 공은 곧 부모의 공. 신하인 여 대부가 치수로 천하를 이롭게 한다면 그것은 곧 천자의 업적이 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자신의 힘으로 해보겠다고 하니 말릴 까닭이 없습니다.”
“경들의 생각은 어떻소?”
돈을 내놓으란 말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왕도파도, 명문회도 여포의 치수를 반대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허락 쪽으로 기울자 장도가 두 손으로 홀을 잡고 나와 천자에게 읍했다.
“신, 치수어사 장도. 감히 천자께 청하오니 이번 치수 사업에 소신을 책임자로 삼아주십시오.”
“장 어사, 굳이 여 대부가 하겠다는데 나서는 것은 무슨 이유요? 책임자로 삼아달라는 것은 치수가 실패하면 그 책임을 장 어사가 져야 될 텐데?”
하 태후는 장도가 열의를 보이는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여포가 혼자서 치수를 해보겠다고 하는 것과 조정에서 장도를 책임자로 보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여포가 치수를 함에 있어 성공하면 좋은 것이고, 실패하면 그 뿐이다. 하지만 장도가 천자의 이름으로 치수 책임자가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패하면 천자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것이니 그 죄는 잘하면 귀양. 보통은 참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 * *
“신, 장도. 명색이 치수어사입니다. 천자께서 치수를 중히 여기시어 소신에게 출사의 길을 열어주셨는데 어찌 목숨을 아끼오리까.”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오. 여 대부가 출중한 사람임은 알고 있으나 그건 전쟁에서일 뿐이오. 본 태후는 천자께 신하를 참하라는 진언을 올리고 싶지 않소.”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 나선 것은 이것이 소신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장도는 그리 말하고선 한 번 숨을 골랐다. 이제야 말로 아껴두었던 얘기를 꺼낼 때였다.
“태사국의 천관들은 천문을 살피는데 있어 한조에서 제일가는 실력을 가진 자들입니다. 그런데 소신도 알 수 있는 흉조를 그냥 넘기는 우를 범했습니다.”
장도의 말에 태사령 단양이 입술을 깨물었다.
‘저자가 남의 속도 모르고······!’
다행히 단양에게 불똥이 튀지는 않았다. 하 태후가 말했다.
“본 태후는 그걸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오. 장 어사는 태사국 사람이 아니니 천문에 관해서는 더 말하지 말라.”
장도는 다시 한 번 뜻이 꺾이는 듯한 기분과 함께 허리를 굽혀 읍했다.
“장 어사가 치수에 그토록 열의를 보이니 여 대부에게 보내주겠소.”
하 태후는 그리 말하고는 천자와 시선을 맞췄다.
“천자, 장 어사에게 여 대부를 도와 반드시 이번 치수 사업을 성공시키라 하십시오.”
“예, 태후 마마.”
천자는 그리 말하고선 장도에게 천자의 지엄함을 보였다.
“장 어사는 들으라. 하내 치수를 반드시 성공시켜라. 성공시킨다면 크게 포상할 것이나, 실패한다면 그대의 삼족을 멸하리라.”
삼족을 멸한다는 말 만큼 살 떨리는 얘기가 있을까? 역적이 아닌 이상 삼족을 멸하는 벌보다 더 큰 벌은 없었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한다. 천자의 명이 떨어진 이상 장도가 살 방법은 여포를 도와 반드시 치수를 성공시키는 것 뿐이다.
조정의 대신들은 장도를 동정했다. 물론 그를 위해 나서서 간언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마음이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 사람만은 달랐다.
“신, 난대령사 채옹이 아뢰오. 소신은 난대령사의 직분을 다하기 위해 천자께 주청합니다.”
“말씀해보오. 본 태후가 들어보겠소.”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소신은 천자께서 후대에 성군으로 그 이름을 남기시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평한 처우가 필요합니다.”
채옹의 말에 하 태후가 발끈했다.
“채 영사! 천자께서 공명정대하심을 모른단 말이오? 어찌 신하로서 그런 망발을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이오?”
“소신이 어찌 감히 그런 불경한 언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뭐란 말이오? 납득할만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천자께 불경한 죄를 물을 것이오.”
그러자 채옹은 다시 읍했다.
“소신, 난대령사로서 치수에 관해 전후의 일을 기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 어사가 치수에 실패했을 때에는 삼족을 멸한다는 벌이 정해져 있습니다.”
“채 영사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소. 본 태후는 납득했으니 천자께 불경을 운운한 것은 없었던 일로 하겠소.”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소신, 감히 청하옵건대 장 어사가 치수에 성공했을 때에 내릴 상 또한 벌과 비견될만한 것으로 정해주시기를 주청합니다.”
단순히 ‘포상’이라는 말로 때우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신상필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한 자에게 상을 주고, 잘못한 자에게 벌을 주는 단순한 이치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어떤 상을 주고, 또 누구에게 어떤 벌을 줄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당장 실패하면 삼족을 멸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성공하면 ‘포상’이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상을 약속하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천자, 장 어사가 치수에 성공하면 어떤 상을 내리는 게 좋겠소?”
하 태후는 자신의 수렴청정이 오래 이어지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틈만 나면 천자에게 작은 것부터 결정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태후 마마, 상과 벌은 공평해야 하는 법. 실패하면 삼족을 멸하는 벌을 내리겠다 했으니 성공하면 삼족을 공족의 반열에 올려야겠지요. ‘후(侯)’의 작위를 내리면 합당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훌륭하십니다, 천자.”
하 태후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신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성상, 영명!”
“성상, 영명!”
* * *
관녕은 그제야 장도를 여포에게로 보내는 일을 완수했다 여기며 마음을 놓았다.
“채 영사, 어떻소? 이 정도면 성상께서 공명정대하다 기록할 수 있겠소?”
“태후 마마, 여부가 있겠습니까? 성상께선 참으로 성군이십니다.”
“더 청이 있소?”
“관 독우와 장 어사를 소신께 세 시진만 내어주십시오. 난대에 남길 역사의 기록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합니다.”
그러자 하 태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채옹에게 세세한 내용을 물었다.
“관 염관독우는 여 대부와 나눈 대화를 정확히 기록하기 위해 부르는 것이로고?”
“그러하옵니다. 관 독우와 여 대부의 대화는 후대에 전할 좋은 기록이 될 것입니다.”
“좋은 기록이라······. 어떤 점에서 그렇소?”
“여 대부는 지금 하북에서 이름을 날리는 무장입니다. 만약 그가 충신으로 남는다면 하동의 소금에 대한 물욕을 극복한 것이 됩니다.”
하 태후는 채옹의 말이 흥미로웠다.
사실 그녀는 채옹이 여포의 사람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동탁은 물론이고 조정의 대신들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터.
왜냐하면 그를 조정에 재출사하도록 한 사람이 여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옹과 노식은 여포를 위해 말 한 마디 보탠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실과 조정은 확신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채옹이 할 말은 여포에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보오.”
“예, 태후 마마. 만약 여 대부가 역심을 품는다면······ 혹은 품고 있다면 분명 관 독우와의 대화 중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대체 여포와는 어떤 관계인 거냐?
아마 동탁은 물론이고 그와는 척을 지고 있는 명문회의 대신들도 이 같은 의문을 품고 있을 것이다.
여포와 채옹의 관계는 더욱 오리무중이 된 셈이다. 아니 어쩌면 여포와는 그리 깊은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 자가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채 영사는 맡은 일을 하는 것이니 얼마든지 윤허하겠소.”
하 태후는 그리 말하고는 관녕과 장도를 차례로 보았다.
“염관독우 관녕과 치수어사 장도는 의정이 끝나는대로 난대로 가서 채 영사의 뜻에 따르라. 후대에 전할 난대의 중요한 기록이니 전심전력을 다해 채 영사를 도우라!”
“신, 염관독우 관녕. 천자의 명을 받듭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신, 치수어사 장도. 천자의 명을 받듭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명은 하 태후에게서 나왔으나 수렴청정을 하고 있으니 결국 천자의 명과 같았다.
“성상, 오늘은 이만 하십시다.”
“예, 태후마마.”
하 태후와 천자가 자리를 뜨자 조도가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
“의정이 끝났으니 퇴청!”
* * *
난대(蘭臺).
이름만 보자면 난을 키우는 곳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그곳은 후대에 전할만한 기록들을 보관하는 장소였다.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한서 등의 사서가 보관된 귀중한 장소.
그곳의 기록물을 관리하는 일 역시 난대령사의 일이다. 물론 난대에 기록을 더 남기는 일 역시 중요한 임무였다.
이곳 난대는 금란전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다. 금란전이 낙양이라면 난대는 유주 쯤에 있는 셈이다.
채옹을 따라 먼 길을 가면서도 관녕과 장도는 말이 없었다. 장도는 아직 관녕에게 감정이 남아있었다. 자신도 원하는 기회를 잡기는 했지만······.
얼마나 걸었을까? 이제는 궁인들도 보이질 않는다. 하기야 난대는 귀인이 사는 것도 아니고, 탐을 낼만한 보물이 있는 곳도 아니다. 죽간과 서책, 그림 같은 것 뿐이다.
물론 이런 것을 중히 여기는 문인묵객들은 있을 터. 하지만 그림 한 점. 죽간 하나를 얻고자 궁의 담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장 대인, 소생의 잘못을 용서해주시오. 소생의 본의는 아니었소.”
먼저 사과한 쪽은 관녕이었다.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사람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장도가 지금까지 꿍해 있었으니 생각보다 결과는 좋은 셈이다.
“그 이유나 한 번 들어봅시다.”
“실은 치수 얘기가 나올 것을 알고 있으니 장 대인이 나서게 만들려 했던 것이오.”
“격장지계였소?”
“그렇소이다.”
그러자 장도가 소리 낮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거 제대로 한방 먹었소이다. 소생은 그런 줄도 모르고······.”
“속으로 소생을 엄청 욕하셨겠군요.”
“부정하진 않겠소.”
난대에 도착한 후. 채옹은 차 한 잔을 대접하지 않았다. 그가 차를 즐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푸대접인 것은 이곳이 난대이기 때문이다.
난대에서 화기의 사용은 엄금. 차도 안 된다. 물을 끓여온다고 해도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 식어버릴 테니 어떻게든 이곳에서 차를 즐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우선은 장 대인부터 합시다.”
“백개 선생, 무엇을 말입니까? 마치 취조라도 당하는 듯합니다.”
반쯤 농담 섞인 말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취조라고 보면 되오. 장 대인이 내게 하는 말은 위로는 천자부터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하는 약속이니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한 바를 숨기거나 하지는 마시오. 이상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결과를 남겨 후대에 전할 생각이오.”
“예, 선생.”
채옹은 장도를 쥐잡듯 몰아붙였다. 그는 빈 죽간을 펼치고는 붓을 들었다.
“그래, 어떤 방법으로 황하를 치수할지 한 번 말해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