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40
639화 중천으로 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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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당!
“우와아아악!”
쇠붙이가 터져 나가는 듯한 금속성과 함께 양흥군 병사들이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저기 대장기가 보인다!”
여포의 목소리에 당예기는 피로를 잊고 다시금 열의를 불태웠다.
대장기가 보인다는 것은 그곳에 적장이 있다는 뜻. 누구든 적장의 수급을 벤다면 그에 상응하는 포상이 있을 것이니 당예기들은 눈에 불을 켜고 돌파를 거듭했다.
물론 돌파의 핵은 여포였다.
그는 선두에서 수하장졸들을 위해 길을 냈다.
점점 더 여포군이 진세의 중심으로 파고들어오자 양흥은 조바심이 났다.
“막아라! 시간은 우리 편이다! 버티면 이기는 싸움이니라!”
양흥이 소리치자 그의 부장이자 양흥군의 2인자라 할 수 있는 진강이 나섰다. 그는 양흥의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친위군을 이끄는 자이기도 했다.
그의 동생 진립은 일천의 관서 기병을 이끌고, 그는 친위군을 이끄니 양흥이 없다면 양흥군은 그들의 뜻대로 움직일 정도. 하지만 그들의 충성심이 어찌나 대단한지 양흥의 말 한 마디에 언제든 목숨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수패병들은 무얼 하느냐! 원진을 펼쳐라! 백 보 안으로 적기가 들어오면 너희들의 목부터 칠 것이다!”
여포군의 예봉을 꺾기위해 양흥군의 친위군이 움직였다.
그들은 방패병들로 본래라면 보군끼리의 접전에서 선봉부대의 역할을 해야만 했다.
원형의 방패인 원패를 든 자들이라 연미패를 든 방패병보다는 그 방어력이 떨어지지만 지금은 달리 방도가 없었다.
양흥에게 있어 마지막 방어선이 된 수패병단의 앞에 여포가 나타났다.
그의 화극은 창극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적병을 향해 뻗어 나갔다. 화극에 달린 수실은 마치 짐승이 물을 털어내듯 빗물을 뿌렸다.
화극은 그대로 수패병 하나의 방패를 깨 버리고 방패의 주인까지 꿰어 버렸다.
여포는 그대로 화극을 크게 휘둘렀다.
창극에 꿰여 있던 적병은 동강이 나 버리고, 월아는 다른 먹잇감을 향해 날아들었다.
방패병 하나를 다시 동강 낸 화극은 두 번째 수패병의 방패를 깨지는 못했다. 아마도 우중이기에 여포가 화극을 놓칠까 싶어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화극을 막아 낸 수패병은 마치 전마에 들이받힌 것처럼 튕겨나가 동료들과 함께 나뒹굴었다.
적토는 곡예를 하듯 발굽을 지면에 끌며 한 바퀴를 돌았다. 그와 함께 여포는 두 손으로 화극을 크게 내저었다.
월아의 예기는 수패며 창칼은 말할 것도 없고, 적병의 몸뚱아리까지 걸리는 족족 갈라 버렸다.
“우와아아악!”
화극의 간극 안에 있던 적병들이 일제히 비명을 내지르며 나가떨어지자 적토가 뛰어올랐다. 적토가 적병들의 키를 가볍게 뛰어 넘는 그 순간에도 여포의 화극은 쉴 새 없이 적병들을 참살하고 있었다.
‘저자가 여포? 아아! 실로 무시무시한 용력이로다! 저런 자를 상대하려 했었다니······.’
양흥은 여포의 용맹을 코앞에서 보고는 질렸다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미치도록 몸서리쳐질 만큼의 무력감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자신의 휘하에 한수처럼 염행이나 성공영 같은 맹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여포와 맞설 수 없다. 양흥, 자신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과연 여포의 몇 합이나 받아 낼 수 있으랴.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분명 장횡이 무슨 수를 내도 낼 것이야!’
양흥은 여포가 두려웠다. 황보숭을 상대로도 지금 같은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명색이 관중십장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던 양흥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 저 멀리 보이는 여포의 용맹 앞에 스스로가 너무도 초라하게 여겨졌다.
여포는 말할 것도 없고, 여포의 좌우에서 용맹을 떨치는 대수와 홍오 중 하나도 당해 낼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아직 버티는 까닭은 단 한 가지. 장횡의 조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었던 장횡군이 퇴각을 개시하자 양흥은 거의 초죽음이 되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 * *
양흥의 입에서 쉴 새 없이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많은 군세를 지닌 장횡군이 퇴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전한지 아직 반 시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 아닌가. 물론 장횡군이 여포에게 거듭 돌파를 허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피해는 장횡군 전체 병력으로 따져 볼 때 결코 퇴각을 할 정도로 크지 않았다.
여포군의 입장에선 개전 반 시진도 되지 않아 당예기의 몇 배나 되는 적병을 사살했으니 쾌거라 할 만했다. 호복기사나 보군의 도움 없이 오직 당예기 단일 병종으로 이룬 큰 전공이었다.
하지만 장횡과 양흥의 군세는 합해서 이만에 육박했다. 크게 잡아 일만을 잃었다고 해도 병력만 보자면 다시 싸움을 시작해도 될 수준이었다.
그런데 장횡군이 퇴각을 하고 있으니 양흥의 입장에서 어찌 생각할까.
‘장횡이 내 군세를 희생양으로 삼아 병력을 보존하며 병마를 물리려는 게로구나! 그리 의기양양하더니······.’
양흥도, 장횡도 결국에 와서는 서로를 탓하며 원망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양흥 역시 일군의 총사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병마가 아무리 많다고 한들 진세가 깨진 이상 더 싸워 봐야 희생만 늘 뿐이다. 이 싸움은 졌다!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양흥은 지금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차피 답은 알고 있었다. 오직 병마를 물리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총사! 이곳은 소장이 막아 보겠습니다. 대장기를 뒤로 더 물리십시오.”
진강은 여포의 기병들이 점차 거리를 좁혀 오자 걱정이 태산 같았다. 총사가 당하면 잔병이 얼마나 되든지 지는 싸움이 아닌가. 게다가 자신이 믿고 의지할 하나뿐인 주군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막아 볼 터이니 양흥이 뒤로 물러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양흥은 장횡처럼 대장기를 함부로 움직이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그는 진강의 멱살을 되는대로 붙잡고 말했다.
“아니다! 네가 가라. 이대로 중천으로 퇴각해라! 쉬지 말고 곧장 중천으로 가야한다!”
양흥은 그리 말하고선 품속에서 황보숭에게 받은 부절(符節)을 부장의 손에 꼭 쥐어 주었다.
이 부절은 병권을 상징하는 것이니 부절을 맡긴다는 것은 병권을 맡긴다는 것. 총사가 부절을 넘길 때에는 살아서 돌아갈 것을 포기했음을 의미했다.
총사를 곁에서 모시는 부장이 어찌 이를 모르랴. 진강은 양흥이 죽기를 각오하며 싸우려 한다는 걸 알고 애절하게 청했다.
“총사! 끝까지 총사를 모시겠습니다!”
“이 싸움은 텄다!”
“그러면 병마를 물렸다가 재정비를 한 후에 다시 싸우면 될 일입니다.”
“한 번 병마를 물리면 적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우리를 괴롭힐 터. 중천까지 가지 않는 한 재정비를 할 시간 같은 건 없다. 가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돌아와선 안 된다.”
양흥의 명이 떨어졌지만 진강은 버텼다.
“중천으로 돌아가도 총사를 두고 도망쳐 왔다 하여 참형을 면치 못할 겁니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죽기는 매한가지. 그럴 바에는 총사의 곁에서······.”
진강이 고집을 피우자 다급해진 양흥은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입가에 피가 비쳤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 부절이 있는 한 주공께서는 너희들에게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니라. 최대한 병마를 보전하여 중천으로 돌아가라!”
양흥은 그리 말하고는 코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까지 진강의 멱살을 잡아당기고는 당부 한 가지를 더했다.
* * *
“퇴각하라! 전군, 퇴각하라!”
진강은 눈물을 흘리며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주군을 남겨 두고 떠나야 하는 그의 심정이 얼마나 애달프랴. 하지만 군령이다. 군문의 사람이라면 군령에 죽고 사는 것은 당연한 일. 정(情)조차도 잊어야 했다.
진강이 병마를 이끌고 퇴각을 시작했지만 양흥은 자리를 지켰다. 대장기를 든 진강을 따라 병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양흥과 수패병단 만큼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촉진을 이루어라!”
마음 같아선 수패병단도 함께 퇴각을 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아군이 무사히 퇴각할 수 있게 할 다른 방도가 없었다.
수패병들이 동료의 방패에 등을 맞대며 빈틈없이 다닥다닥 들러붙었다. 말 그대로 ‘인간벽’을 이룬 그들을 향해 당예기가 쇄도해왔다.
선두의 여포는 이것이 이번 싸움의 마지막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길어야 반각! 더 지체했다가는 전마들이 죽어 나갈 터. 반각 안에 반드시 저들을 쓸어버려야 한다!’
여포는 대장기가 물러나고 있기에 적장이 퇴각하고 있다고 여겼다. 하기야 그가 양흥의 얼굴을 아는 것도 아니고, 그들 내부의 사정을 모르니 이 같이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여포가 굳이 대장기를 좇지 않고 수패병단을 공격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대장기마저도 물러나는 마당에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수패병단이야 말로 이 군세의 최정예라는 얘기. 그리고 죽음을 각오한 자들이니 그들을 제거할 수 있을 때 제거해야만 후환을 없앨 수가 있는 것이다.
어차피 여포군은 승기를 탔다. 적군이 물러나고 있으니 이름난 적장이 아니라면 적장보다는 적군의 정예병을 치는 것이 총사로서 올바른 선택이리라.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상황을 만들어 정예병만을 참살할 수 있으랴. 여포에게는 다시 오기 힘든 좋은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대수가 여포에게 소리쳤다.
“대형, 대장기가 물러나고 있소! 적장을 칩시다! 우회하면 방패병들에게 힘을 뺄 필요가 없소!”
하나 홍오는 반대였다.
“적기가 대장기와 합류했는데 무슨 수로 적장을 친단 말이냐? 그리고 적장의 얼굴도 모르잖느냐?”
“까짓 거 깡그리 죽이면 되는 걸 뭐가 그리 걱정이 많으냐? 두려우면 물러나라! 이, 대수님이 적장의 수급을 베어 보이겠다!”
여포는 수패병단을 쳐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대수를 보내 적장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이 나기도 했다.
‘대수만이라도 보내 볼까?’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터. 하지만 자칫 둘 다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마는 지칠 대로 지쳤으니 대수에게 당예기 몇 백을 붙여 보낸다고 해도 적군의 후미에서 잔병 몇을 집어삼키는 것으로 전투를 끝내게 될 공산이 컸다.
수패병단이 합심하여 촉진을 이루고 있으니 병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자칫 당예기의 피해가 커질 수 있었다.
“적장의 얼굴을 모르니 적장을 벤다 한들 누구에게 전공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 정병부터 친다! 가자!”
양흥군이 퇴각을 시작하는 바람에 여력이 생긴 위월과 장합도 합세해 맹장 다섯 기가 적병들을 휩쓸어 나갔다.
투드드득!
연신 둔탁한 파열음이 터져 나오며 전마에 부딪힌 수패병들이 이리저리 튕겨 나갔다. 당예기는 보리밭에 뛰어든 것처럼 수패병 무리를 헤집어 놓았고, 여포는 양흥의 코앞에 이르고 있었다.
‘혹시라도 대장기를 좇아가지는 않을까 했지. 아쉬운 대로 병마를 둘로 나누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거늘······. 대체 어째서 여포의 용맹만 알려져 있고, 그 지모는 알려지지 않았단 말인가! 이 정도라면 오히려 용장(勇將)이 아니라 지장(智將)이라 해야 옳다!’
양흥은 여포군이 대장기를 좇아 가다가 지쳐 멈추기를 바랐다. 그것이 그가 바라는 최선의 결과.
아쉬운 대로 병마를 둘로 나누어 대장기와 자신을 동시에 노려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병력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역시 전마가 지쳤을 테니 오래 싸우지 못하고 물러날 거라는 계산이 있었다.
하지만 여포는 자신이 바라는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택하지 않고 곧장 자신을 노려 왔다. 그러니 양흥이 절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한 번이라도 얘기를 나눠 보고 싶구나. 이왕에 적장의 칼에 죽을 거라면 적장이 얼마나 대단한 영웅호걸인지 알고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양흥은 수패병들도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을 알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어야 한 사람이라도 더 무사히 퇴각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다.
그는 수패병들의 등을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너희들은 모두 죽겠구나! 하나,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마라! 나도 곧 따라갈 테니까.’
수십의 수패병만이 남은 시점에 이미 주위는 당예기들로 가득했다.
수패병단을 포위한 당예기들은 그들을 향해 창칼을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군문의 사람이 무(武)를 숭상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적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당예기 병사들은 이 상황에서도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려는 수패병들의 용맹에 찬사를 보냈을 터였다.
하지만 적으로 만난 이상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 여포의 명이 떨어진다면 당예기는 즉시 수패병들을 모조리 참살하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