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57
656화 초선과의 해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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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진. 관서군 군영.
황보숭은 나루터에서 머지않은 곳에 군영을 세우고 짐을 풀었다. 장안에서 오는 보급물자까지 받은 후에 마등, 한수 등과 합류할 계획이었다.
황보숭은 사원과 함께 군략을 논하고 있었다. 역시 함곡관과 한관을 어찌 넘을 건가가 주된 논제였다.
“의부(蟻附)로 넘을 수는 없게 되었다.”
“오합지졸들이라고는 하나 여포에게 너무 많이 잃었습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지. 게다가 대신 주력을 손해 보지 않았으니 손해만은 아니다.”
“문제는 함곡관과 한관을 넘는데 우리의 주력이 상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황보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수와 마등의 군세를 갈아 넣으면 되느니라.”
황보숭은 득의에 찬 미소를 지어 보이다가 검지를 펴 들었다.
“이제 여포와의 일을 매듭지을 때가 되었다.”
“무슨 방도라도 있으십니까 주력을 뺄 수 없으니 화친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데······.”
사원은 황보숭이 여포와 굴욕적인 화친을 맺으려 하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황보숭의 성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그가 아닌가. 그런데 황보숭이 여포에게 막대한 군량과 재물을 바쳐가며 화친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화친······ 해야겠지.”
황보숭의 말에 사원의 눈이 커졌다.
“정말이십니까 주공, 정말로 여포에게 군량과 양곡을 바······.”
사원은 차마 바친다는 표현을 할 수가 없어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황보숭의 입에서 긴 한 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 배를 타고 오는 길에 장희가 본좌를 위해 고육계를 쓰겠다고 하더구나.”
“장희가 쓸 수 있는 고육계라······. 그러면 미인계뿐인데······. 주공, 장희가 처첩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주공의 여인입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냐 나도 탐탁지 않다. 나라고 어찌 그런 치졸한 방법을 쓰고 싶겠느냐 하나 장희의 뜻이 확고하고, 계략이 제법 그럴 듯했다.”
사원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미인계야 말로 작은 희생으로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수단이 아닌가.
“장희의 미색이라면 뭇 사내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이긴 하지요. 모르긴 몰라도 여포가 장희를 보면 눈이 뒤집어질 겁니다.”
“네가 보기에도 괜찮은 책략인 것 같으냐.”
사원은 굳은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변수가 있기는 합니다. 만약 여포가 남색을 밝히는 자라면······.”
“에이!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래서 만약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솔직히 모를 일 아닙니까 듣자하니 여포는 정처 하나만 두고 더는 처첩을 늘리지 않고 있다 합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가정해 볼 수 있는 일이겠지요.”
“그야 그렇긴 하지. 뭐, 병주에 미인이 없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또······ 또 다른 변수는 무엇이 있겠느냐.”
황보숭은 여포가 남색을 즐기는 자는 아닐 거라 확신했다. 아니, 그리 믿고 싶었다.
물론 이는 사원 역시 마찬가지. 이미 자신의 형, 사견이 포로로 잡혀 있는데 차마 여포에게 능욕당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사원은 고개를 털어 끔찍한 생각을 떨쳐 내려 했다.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가 되어서야 다시 말문을 열었다.
“다른 변수라면 여포가 세상의 눈을 피해 수많은 희첩들을 두고 있다거나, 장희보다 정처의 미색이 뛰어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에 황보숭이 콧방귀를 꼈다.
“흥! 병주에서······ 어림도 없는 얘기다. 게다가 장희보다 놈의 정처가 미인이라는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
“천하가 넓은데 어찌 병주에 미인이 없겠습니까.”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세상 천지에 한 사람만 바라보는 사람이 어디 있다더냐 세상이 변하듯 사람의 마음도 변하는 법이지.”
사원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슬슬 황보숭의 딸에게 싫증이 나던 참이었으니까. 아마 부인이 황보숭의 딸만 아니라면 벌써 오래 전에 첩실들을 들여앉혔을 터였다.
“장희 하나만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장희가 안희와 진희를 데려가겠다는 구나. 재물도 자신이 받은 패물로 대신하겠다고 하니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이냐.”
사원은 황보숭의 말을 듣고 장희의 대범함에 내심 크게 놀랐다.
‘적장에게 안길 각오를 하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야심이 실로 대단하구나. 그런 배포를 지닌 여인이라······. 지금 같은 난세에 사내로 태어났다면 능히 천하에 이름을 날렸을 텐데······. 아쉽구나, 아쉬워.’
한조는 경학의 법도로 바로 선 나라이니만큼 여인의 몸으로는 지존의 자리에 오를 수가 없었다. 전무후무한 권력을 지녔던 여후(여치)도 천자를 갈아 치울 수는 있었지만 스스로 천자가 되지는 못했다.
장희가 대단한 여걸이라고 해도 결국은 황보숭의 희첩일 뿐. 그녀가 큰일을 해낸다고 해도 모든 것이 황보숭의 공이 되는 것이다.
“실패하면 살아서는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어쩌면 비참한 신세가 되어······.”
사원은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어찌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굳이 그처럼 지모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알 수 있는 것이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게 당연지사.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사내라면 평생 고된 노역에 시달리다가 죽게 될 것이다.
장희처럼 미색이 출중한 여인이라면 천하디 천한 신분이 되어 노리개로 전락하고 말리라.
“미리부터 실패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만약 실패를 생각해야 한다면 내게 닥칠 득실을 생각해야 할 테지. 사위는 말해 보라. 성패에 따른 득실을 논해 보고 싶다.”
“주공께 최상의 결과라면 역시 여포가 목숨을 잃는 것입니다. 하지만 확률이 아주 희박하지요. 장희가 무예를 익혔다고는 해도 장수들의 무예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황보숭이 검지를 세우며 말했다.
“방중술에 당한다면 얘기가 다를 테지. 그리고 굳이 비수를 쓰지 않더라도 독을 쓸 수도 있고······.”
“여포의 총애를 얻어낸다면 독을 쓰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어차피 이런 날을 위해서 굳이 손가락질까지 받아가며 수많은 미희들을 거느리신 게 아닙니까.”
“실은 동탁이나 원소에게 쓰려고 했는데 여포가 첫 번째 희생양이 되게 되었구나. 만약에 말이다. 독도 쓸 수 없다면 내게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황보숭이 묻자 사원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열국의 시절, 중니 선생께서 노나라를 운영하셨을 때, 천하는 노나라의 태평성세를 부러워하고, 또 한 편으로는 이를 경계했습니다.”
“갑자기 중니 선생의 얘기를 꺼내는 것은 무슨 까닭인고.”
“제나라의 미인계를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당시 제나라로서는 노나라가 강성해지는 것을 두고만 볼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어찌 했느냐 제나라에서 중니 선생께 미인을 보내 회유했느냐.”
황보숭이 흥미를 보였다. 공자에게 미인계를 걸었다는 얘기는 잘 몰랐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중니 선생께서 여인에 마음을 빼앗기실 분이 아니잖습니까.”
“하긴 그렇지. 고금에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성현이신데 그럴 리가 없지. 그러면 누구에게 미인계를 썼는고.”
“노나라 대부 계손 사(계환자)에게 무려 미희 팔십 명과 명마 일백 이십 필을 보냈습니다.”
“미희를 팔십 명 씩이나 그리 담대한 자가 대체 누구였느냐.”
관서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좌지우지하던 황보숭이다. 그런 그조차도 팔십 명의 미인을 적에게 보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
팔십이 다 무어냐.
고작 셋을 보내는데도 군사를 불러다 놓고 이리 재 보고, 저리 재 보고 하고 있지 않은가.
“제나라 대부 여서(黎?)가 노 정공과 계환자에게 미인계를 건 것이지요. 생각해 보십시오. 눈앞에 미인들이 있는데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사흘 밤낮을 질펀하게 놀았다는 기록이 결코 거짓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그래서 결국 어찌 되었느냐 계략이 성공했느냐.”
“중니 선생께서 거듭 만류하셨으나 노나라 군주와 대부 계손 사는 여악을 받아들였지요. 풍류를 즐기느라 국정을 멀리하니 민심이 떠나고, 간언을 멀리하니 중니 선생도 크게 실망하여 노나라를 떠나셨습니다.”
황보숭은 열심히 손사래를 쳤다.
“내가 지금 중니 선생이 어찌 되었는지를 묻는 게 아님을 모르느냐.”
“노 정공은 그 일이 있은 후로 불과 삼년 만에 죽었습니다. 뭐 때문이겠습니까.”
“미인을 팔십 명이나 거느리면 제 명대로 살기가 어렵지. 말라 죽었겠구먼. 계환자는······.”
“대부들을 소홀히 대하다가 역풍을 맞아 비명에 갔지요.”
황보숭은 노 정공과 계환자의 최후가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인지 무릎을 치며 좋아했다.
“장희를 여포에게 보내야겠네. 내가 아끼는 희첩까지 보낸다면 여포도 싸움을 계속하려 들지는 않겠지.”
“그렇습니다. 좋은 말로 포장해 화친의 뜻을 전서로 전하고, 미희 셋에 명마 열 필, 그리고 예물을 갖춰 보내십시오.”
“좋다! 여포의 앞날이 눈에 선하구나.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
“주공의 명을 받듭니다!”
장희는 안희, 진희와 함께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큰 배 한 척에 여포에게 보낼 예물까지 가득 실었다.
후방에서 여포가 번거롭게만 하지 않는다면 함곡관은 물론이고 낙양 팔관을 넘어 동탁을 거꾸러뜨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판단 때문에 아낌없이 재물을 실었다.
뱃머리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장희는 다짐을 거듭했다.
‘내, 반드시 대업을 이루어 세상 누구보다 귀한 몸이 되리라.’
하지만 여포에게로 가는 여인은 장희뿐만이 아니었다. 양산에 머물던 저고가 여포에게로 왔다. 게다가 초선까지 중천으로 오고 있었다.
저고의 배는 아직 불러올 기미도 보이지 않건만 여포는 그녀가 오자 조심하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조심해서 걷거라. 아니다. 내가 손을 잡아 주마.”
“호들갑떨기는······. 아직 배도 불러오지 않는데 뭐가 걱정이란 말이냐 하여튼 사내들이란 걱정만 많아가지고······.”
“저고,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지금도 조심해야 한다.”
“우리 고석 용사들은 아무 걱정 없다. 선대께서는 곰을 때려잡다가 산통이 와서······.”
저고는 자신의 어미가 곰을 때려잡고 자신을 낳았다는 믿기 힘든 소리를 했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고석의 여인 용사들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고는 도저히 여인 같지 않은 말만 골라 하지만 여포 앞에서는 보기 드문 진귀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다.
“여포, 내가 아들을 낳는다고 해도 실망하지 말거라. 첫 아들은 살림밑천이라지 않느냐.”
“딸이 아니고?”
“딸은 집안의 기둥이지. 오직 딸만이 연제 씨를 이어받을 수 있다.”
“딸 정도는 양보해 주지.”
여포는 저고와 나름의 방식으로 행복한 미래를 엿보고 있었다.
어느새 저고는 여포의 허벅지에 머리를 괴고 누웠다. 여포는 저고가 잠들었나 싶어 아래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방상시 탈을 쓰고 있으니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눈이 몇 쌍이나 되는 흉측한 모습은 분위기를 깨기에 충분했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방상시 탈을 보고 있자니 진절머리가 쳐졌다. 저고는 여포의 마음을 눈치 챈 모양인지 슬쩍 물었다.
“탈을 벗을까? 너는 내 거니까 내 얼굴을 봐도 돼.”
여포는 그러라고 말하려 했다. 저고도 탈의 끈을 풀었다. 하지만 여포는 그녀의 방상시 탈을 벗기지 못했다.
밖에서 상개가 급보를 전해왔다.
“대형, 서 군리······. 아니, 서 종사가 와서 뵙기를 청하고 있소.”
이때까지만 해도 여포는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사내놈이 얼마간 못 봤다고 보고 싶어 눈물이라도 났다더냐 오랜만에 왔으니 가서 품에 안아 주랴 내일 날이 밝으면 보자 한다 해라.”
“서 종사가 초 부인을 모셔 왔다하오.”
여포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초선과의 재회를 피하려 관서 공략을 서두른 것이 아니던가.
피해 볼 만큼 피했지만 이제 더는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거 일 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