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98
697화 일장공성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 일전공승백공관(一戰功勝百空罐) (1)
————– 697/753 ————–
동관의 진장, 세동이 직접 나와 사견을 맞이했다. 십수 명의 적사기만이 사견과 설묘의 뒤를 지키고 있었다. 물론 그들 중에 여포와 곽가, 장수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당연했다.
“강이단의 장수 세동이 사 대인을 뵙습니다.”
세동이 강이단의 오장 중 한 사람이긴 해도 사견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아랫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다하는 것이다.
물론 그가 예법에 밝은 것도 아니고, 사견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적사사에게 트집을 잡히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주공은 어디 계시느냐? 주공을 뵈어야겠다!”
“주공께서는 한관을 공략 중에 계십니다.”
“그럼 한관으로 가야겠다. 여포······ 여포가 온다! 여포가 날 잡으러 온단 말이다!”
다시 또 사견이 발버둥을 치자 설묘가 그를 뒤에서 붙잡아 안으며 세동에게 말했다.
“장군, 소장은 조 청룡 장군의 백장 설묘입니다. 지금 사 대인의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구나. 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셨느냐?”
“양산에서 여포에게 붙잡혀 모진 고신을 받던 중에 이리 되신 듯 합니다.”
“사 대인이 여포의 포로가 되었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다. 한데 어찌 이곳까지 올 수 있단 말이냐? 설마 여포가 놓아준 것이냐?”
세동의 말에 설묘는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혹시나 세동이 여포군의 책략을 알아챈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묘는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답했다.
“장군, 중천에서 장 미인의 도움을 받아 사 대인을 데리고 탈출해온 참입니다. 오는 길에 적사사를 만나 함께 주공께 가는 길이지요.”
세동은 설묘를 향해 의심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설묘는 품속에서 전서 한 통을 꺼내 세동에게 공손히 바쳤다.
“이게 무엇이냐?”
“장 미인이 주공께 보내는 전서입니다. 주공께 가는 길에 필시 의심 받을 것을 알고 장 미인이 이 서찰을 써주었습니다.”
장희가 써준 전서를 설묘는 이곳에서 써먹었다. 세동은 설묘에게서 전서를 받아 펼쳤다.
“흐음······!”
전서를 보며 세동은 연신 침음성을 흘렸다.
그럴수록 설묘는 초조해졌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으나 속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분명 장희가 쓸모도 없는 글을 써주었을 리 만무하다. 뭔가 사전에 약속된 얘기가 있었을 터. 그렇지 않다면 어찌 장희가 중천으로 돌아왔을까?’
장희가 여포에게 미인계를 쓰고 난 후의 일을 황보숭과 사원에게 약속받았을 것이다. 그 약속이란 뻔한 것이다. 바로 귀환에 관한 것이리라.
뿐만 아니라 정보를 보낼 경우에도 이것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암어를 정해 놓았을 공산이 컸다. 설묘는 이것을 염두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세동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군사께서 알려주신 것과 같으니 이 서신은 필시 장 미인이 쓴 것이 분명하다.”
그리 말하고는 설묘를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여포의 치중을 어찌 무사히 빠져나왔을꼬? 그대의 무예가 고강한가 보구나.”
“사 대인을 구출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희생은 내 주인인 조 청룡 장군을 남겨두고 왔다는 것입니다.”
“조 청룡을 두고 사 대인을 데려왔다?”
“의리를 저버렸으니 손가락질 받는다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조 청룡 장군께서 사 대인과 함께 탈출할 형편이 못 되니 사 대인만이라도 구명하라 하셨습니다. 그것이 주공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하시며 엄명을 내려 이를 받들어 모셨을 뿐입니다.”
세동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주인을 두고 다른 자를 구출했으니 설묘의 말대로 의리를 저버린 것이다. 이를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 주인의 엄명이 있었다고 하니 명을 따른 것을 죄라 하기에도 뭣했다.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소장은 그저 사 대인을 무사히 주공께 모셔가길 바랄 뿐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제 주인의 명을 완수하는 것일 테니까요.”
* * *
세동의 눈에 비친 설묘는 주인의 뜻을 이루기 위해 결단을 내린 충심 가득한 자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세동이 달리 바라는 것이 있었다.
“적사사는 지금 누가 이끌고 있느냐? 척종왕이냐? 아니면 적사사 오장 중 한 사람이냐?”
세동이 이것을 물은 까닭이야 뻔했다.
그것은 바로 척종왕이나 적사사의 다섯 장수들이 이곳에 함께 온 건지 아닌 지에 따라 적사사를 골려줄 수 있을지 말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 때, 곽가가 나섰다.
“그건 알아서 뭐하려는 것이냐? 그 분들이 없으면 네가 우리를 어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졸지에 ‘그 분들’이 되어 버린 척종왕과 거영, 도자량, 장식은 이미 여포군에 의해 고혼이 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여포군이 적사사로 위장하고 있는 이상 그들을 존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흥! 그 여섯 놈이 없으면 너희들 중에 누가 감히 내 일초반식을 받아낼 수 있단 말이냐?”
그러자 곽가가 제대로 도발했다.
“히히힉!”
숨넘어가는 듯한 웃음소리로 처음부터 상대방의 빈정을 상하게 만드는 것은 대 성공. 하지만 곽가의 도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변방의 오랑캐 따위가 감히 우리 대(大) 적사사의 고수들과 겨루어 승리를 장담하다니 우습지도 않다!”
“뭐라? 변방의 오랑캐? 나, 세동은 강이단의 오장 중 한 사람이다. 너희 적사사의 다섯 장수나 총사 척종왕이 아니면 날 상대할 수가 없다는 뜻이지. 네놈은 그것을 모른단 말이냐?”
“오호라! 네놈이 ‘세동’이라는 천둥벌거숭이로구나! 제 계집을 바쳐 강오장 중 말석에 이름을 올렸다는 그 ‘세동’ 말이다! 아하하하!”
물론 이런 소문은 없다. 곽가가 멋대로 지어낸 말이다.
세동을 도발하기 위해 없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인데 세동이 제대로 열을 받았다.
“이놈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알량한 궁술 따위를 믿고 큰 소리를 치나본데 네놈은 시위를 당기기도 전에 내 칼에 목이 달아나고 말 것이다!”
“네놈 따위에게 이 몸의 신묘한 궁술을 쓸 필요도 없다. 네놈 정도는 검으로도 얼마든지 상대해줄 수 있으니 어서 칼을 뽑아라!”
곽가는 싸움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 보였다. 실제로 그랬다. 척종왕의 수급을 벤 후로 그의 기세는 그야말로 ‘기고만장’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이다.
“두 분은 진정하십시오. 지금 사 대인이 있는 자리에서 추태를 보이시면 안 됩니다. 사 대인이 지금은 정신이 온전치 못하나 오늘 일을 기억해 주공께 고하신다면······.”
설묘의 말에 세동은 이빨을 드러냈다.
“칫! 네놈은 운 좋은 줄 알아라. 이곳에 사 대인께서 아니 계셨다면 네놈 목이 떨어졌을 것이다.”
“후후후! 아쉽도다. 적사사가 궁술 말고 검예로도 관서군 최강임을 확인할 좋은 기회였거늘······.”
“고놈의 주둥아리······. 언제고 화를 입을 날이 올 것이니라.”
“화(禍)는 네놈이 먼저 입을 것이니 두고 보거라.”
한 마디도 안지고 받아치는 곽가 때문에 세동은 울화가 쌓여 폭발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설묘의 말대로 이곳에 사견이 있으니 함부로 칼을 뽑아들 수는 없었다.
당장 표출을 하지는 못해도 쉽게 풀릴 앙금은 아니리라.
‘적사사, 이 썩을 놈들을 어찌 골탕 먹인다지?’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칼춤을 추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게 된 지금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몇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적사사를 골탕 먹일 좋은 수가 있었다.
“보급대는 동관을 지나 동쪽에 군영을 세워 하룻밤을 보내고, 적사사는 동관 서쪽에 진을 치도록 해라!”
“강족 놈이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냐?”
“동관의 진장은 나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너희들 적사사는 결코 동관을 지나지 못할 것이다.”
황보숭의 본대가 군량을 애타게 기다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세동은 적사사를 골탕 먹이는 일이 우선이었다.
“두고 보자! 이 일은 반드시 주공께 상주할 것이다.”
곽가는 세동을 노려보며 협박하듯 말했다. 그러자 세동은 비릿한 조소와 함께 화답했다.
“난 그저 내게 맡겨진 일을 다 하는 것뿐이다.”
* * *
보급품을 가득 실은 수레들이 동관의 관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여포는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곽가가 곁에서 물었다.
“걱정 되십니까?”
“뭘 말이오?”
“군량을 다 잃을까봐서요?”
이에 여포의 한쪽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빼앗으면 다시 뺏어오면 될 일이 아니오?”
“과연 장군다운 답입니다. 하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또한 소신이 세운 책략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더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을 거잖소?”
이번에는 곽가의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동관 밖에서 여포와 곽가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동관 안에서는 세동과 노북이 심각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장군, 대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어쩌기는 어째. 적사사 놈들을 골탕 먹이려고 그런다.”
“주공께선 수송이 지체되는 것에 대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으실 겁니다.”
노북이 걱정스레 말했지만 세동의 입가에는 비릿한 조소가 걸렸다.
“하루 이틀 늦어진다고 해서 내게 화가 미칠 리는 없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주공께서 어떤 분이신지 모르십니까?”
“네놈이 지금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게냐? 먼지나게 한 번 두들겨 주랴?”
노북은 맞기 싫다는 일념 하나로 아첨했다.
“장군을 걱정하는 마음에 한 말이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저 말고 또 누가 장군을 걱정하겠습니까? 제 충정을 의심치 마십시오.”
“이놈아,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트집을 잡아 하루 이틀 수송을 지체시킨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그래도 노북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세동은 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묘수를 풀어 놓았다.
“어차피 보급의 수송이 늦어지면 나나 적사사나 주공의 화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소장이 말씀 올리지 않았습니까? 그러지 마시라고요.”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어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느냐? 적사사 놈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주공께서 계신 한관에 당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죽을 둥 살 둥 길을 재촉해야 제 시간에 당도할 게 아니겠느냐?”
세동의 간계는 적사사로 하여금 쉬지도 못하고 길을 재촉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오오! 과연 지장이십니다.”
“그렇지. 강오장 중에서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없지. 적사사 놈들, 똥줄이 타봐라.”
세동과 노북이 얘기하며 걸음을 옮겨 사견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처가 준비될 때까지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두가 곁으로 따라 붙었다.
“장군, 이제 소인의 상전이 왔으니 상전을 따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두는 설묘가 온 것을 두고 세동에게 청했다. 그러자 세동은 고개를 기울였다.
“네놈이 조 청룡의 수하였지? 하긴 설묘라는 자가 왔으니 네놈은 그를 따라야 마땅하겠지. 하나 이곳에 있는 동안은 내 명에 따라야 할 것이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네놈은 사견 대인과 설묘의 잔심부름이나 하거라.”
* * *
사견을 다시 재운 설묘는 이두와 해후를 나누었다. 그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저만 혼자 살겠다고 간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형님이 이리 건재하신 걸 보니 천만다행입니다.”
“살아 있으니 다시 이렇게 만나지 않느냐?”
“그런데 제게 시키실 일이 무엇입니까?”
이두가 묻자 설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잔뜩 낮춰 말했다.
“이곳에 너와 뜻이 맞는 자가 있느냐?”
이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기야 강이단이 지키는 동관에 한인은 이두, 한 사람 뿐이었으니 무리를 만들기는 어려웠을 터.
“한데 어찌 물으십니까?”
“이두야. 너, 나를 믿느냐?”
“형님을 못 믿으면 누구를 믿겠습니까? 그런데 자꾸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놀라지 말고 들어야 한다. 실은 말이다. 대형이 여 장군에게 귀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