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99
698화 일장공성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 일전공승백공관(一戰功勝百空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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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이두는 설묘의 말에 깜짝 놀랐다.
“대형이 살아계셨단 말입니까?”
“우리 대형이 그리 쉽게 명을 달리할 사람이더냐?”
“그야 그렇지요.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두는 연신 ‘다행입니다.’를 되뇌더니 대뜸 물었다.
“대형이 여포에게 귀부했다고요?”
이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아는 조 청룡은 결코 주인을 바꿀 위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리를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이 어찌 적으로 창칼을 맞대던 여포에게 귀부한단 말인가.
“쉿! 목소리를 낮춰라.”
“형님, 그게 사실입니까?”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하나 사실이다. 대형의 사문을 아느냐?”
이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중 누구도 대형의 내력을 몰랐잖습니까? 한 번도 그에 대한 얘기를 해주지 않으셨으니 다들 궁금해만 할 뿐이었는데······. 그런데 대형의 사문이 어딥니까?”
“상산 조 부.”
“상산 조 부라면······ 상산 창술의 진산이 아닙니까? 오오! 어쩐지 대형의 창술이 고강하더라니······.”
관서와 관동의 사람들은 서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관서 사람들이라고 해도 상산 조 부의 창술과 동무양의 악가 도법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데 대형의 사문 얘기를 어찌 꺼내셨습니까?”
“상산 조 부의 주인께서 오셨다. 천애고아였던 대형을 거두어 주시고, 상산의 비전창술까지 전수해 주신 은인이자 양부이신 분이시다.”
그제야 이두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보숭이 조 청룡을 거두어 장수의 반열에 올려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은혜가 사문의 은혜에 비할 것은 아니다.
더욱이 조 청룡은 천애고아로 본래의 성과 이름을 알지 못했는데 조 부에서 거두어 준 처지가 아니던가.
성과 이름을 준 조 부에 보은하기 위해서 전향했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경학의 도리를 따르는 자들이라면 천자와 주인에 대한 충성을 우선시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인도 아니고 경학과는 담을 쌓고 사는 범부(凡夫)에 불과했다.
그러니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형님, 이곳 진장에게 여포의 치중에서 탈출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위험합니다. 적사사에 강이단까지 있는 곳을 어쩌자고 오신 겁니까?”
“대형이 여포를 도우라 명하셨다. 그리고 이곳에 온 적사사는 실은 적사사가 아니다.”
이에 이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적사사가 적사사가 아니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보급대를 호위하던 적사사는 이미 여포군에 전멸당했다.”
적사사의 전멸 소식을 듣자 이두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입을 막았다.
이두의 반응은 당연했다. 적사사가 전멸을 당했다니 이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포군이 얼마나 대단한 군세인지에 대해서는 이두도 알고 있었다. 하늘처럼 믿고 따르던 조 청룡도, 격검으로 당해낼 자가 없을 것 같던 설묘도 여포의 깃발 아래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적사사는 달랐다. 적사사야말로 지금의 황보숭이 천하를 꿈꿀 수 있게 해준 두 개의 큰 기둥 중 하나였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 따위는 쓸모없는 얘기다. 적사사의 진가는 단 한 마디로 표현이 가능했다.
‘전승무패(全勝無敗).’
여태껏 그들이 나선 전장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모두 이겼다. 그 같은 결과가 적사사가 강병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전멸을 당했다니 그 얘기를 어찌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으랴.
“도무지 믿기지가 않습니다. 적사사가 전멸이라니······. 보급대를 호위하는 적사사의 수가 일만에 이른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전멸을 당한단 말입니까?”
“못 믿겠지만 사실이다. 하나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얼마든지 있다. 듣고 놀라지 말거라. 여포군의 군사라는 자가 말이다. 그 싸움에서 척종왕의 수급을 베었다.”
* * *
이두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구······ 군사가 적사사 총사 척종왕과 싸워 그 수급을 베었단 말입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척종왕의 수급이 소금에 절여져 보급 수레 어딘가에 실려 있다. 아무래도 냄새가 날 것이니 아마도 술단지가 실린 수레와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세상 천지에 그런 일이 다 있답니까? 전승무패로 이름 높은 적사사가 아닙니까? 그런데 군사에게 그 총사가 목이 잘리다니요? 여포군은 군사마저도 용맹으로 뽑는답니까?”
아마 곽가가 척종왕의 수급을 얻었다는 얘기가 널리 알려진다면 이 얘기를 들은 자들의 반응은 이두가 보였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병법자들이란 싸우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실제 전투에 적용하려는 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 창칼을 들고 나서서 싸우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여포군 군사라는 자는 직접 나서서 적사사의 총사인 척종왕의 수급을 베었다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여포군이 그 정도로 강군이라는 얘기겠지. 여포의 팔건장 중 말석에 이름을 올린 자가 관동군 상장 안량을 꺾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군사가 척종왕을 꺾을 실력이라면 장수들은 말할 것도 없을 테고, 여포는 얼마나 강할지······.”
“용맹으로 천하제일이라는 말이 결코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대형께서 여포를 따르기로 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얘기지.”
“그럼 지금 동관 밖에 진을 치고 있는 적사사는 여포군이겠군요?”
이두의 물음에 설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두의 의문은 더해져만 갔다.
“그런데 왜 동관을 공략하지 않는 걸까요? 동관의 문이 열렸을 때 일거에 들이쳤으면 제아무리 동관이 험관이라고 해도 쉽게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나도 그게 의문이다. 하나 무슨 책략이 있겠지. 적사사를 책략으로 궤멸시킨 군사가 너도 아는 간단한 수를 모를 리 없잖느냐?”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면 제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군사가 내게 말하기를 너를 통해 동관의 진장에게 흘려야 할 얘기가 있다했다.”
할 일이 있다는 얘기에 이두의 귀가 솔깃해졌다. 이미 대형인 조 청룡과 설묘가 여포를 따르기로 했다면 이두의 운명 또한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여포를 위해 공을 세우는 것은 곧 조 청룡과 설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그래, 좋다. 그 얘기가 무엇인고 하니······.”
* * *
이두는 설묘에게서 들은 얘기를 세동에게 어찌 알려줄까 고민하며 방을 나왔다. 그런데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노북과 맞닥뜨렸다. 노북은 그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봐!”
노북이 이두를 향해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했다. 그러자 이두는 쭈뼛거리며 노북의 앞에 섰다.
“어찌 부르십니까?”
“무슨 얘기를 했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이두가 말끝을 흐리자 노북의 눈이 번뜩였다.
“설묘라는 자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당장 고하거라.”
“사적인 얘기라······.”
“상관없다. 모두 말하라.”
“저희 두 사람은 조 청룡 장군의 휘하에 있었습니다. 그 분을 대형으로 모시는 구병으로서 죽다 살아나 다시 만났으니 그간의 얘기를 어찌 안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두는 되는대로 지어냈다.
“그래서?”
“살아서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 딱 막혀버리자 노북이 추궁했다.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어찌 하자하더냐?”
“······.”
“어서 바른대로 말하지 못할까?”
이두는 노북이 어째서 자신을 이리 채근하는지 그 까닭을 알지 못했다. 아직 의심을 살만한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강이단이 지키는 동관에서 자신은 언제까지고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떠올렸다.
‘내가 적사사에게 동관의 정보를 넘겼나 싶어 이리 쪼아대는 모양이로구나!’
이두는 노북의 속셈을 짐작하고는 의심을 피하고자 다시 변명을 둘러댔다.
“사내끼리 회포를 푸는데 술만한 것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하나······.”
“마저 말하거라.”
“그것이 실은 소인도 이곳에서 밥 얻어먹는 처지라서 술을 구할 길이 없습니다. 장군, 그간 함께 지낸 정을 봐서라도 술 한 동이 내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그러자 노북이 거칠 게 손을 뻗어와 이두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런 미친놈을 보았나! 먹고 죽을래도 없지만 있어도 네놈 따위에게 주지는 않을 것이니라.”
노북의 반응에 이두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보급대의 수레 중에 술단지가 쌓인 수레도 있길래 장군님들을 위해서는 술도 보급이 되는 줄 알았습죠.”
“이만 가보거라!”
노북은 이두에게 물러나라 손짓하고선 곧장 세동에게로 갔다. 이두는 노북의 뒷모습을 보며 내심 쾌재를 불렀고, 노북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놈아, 뭐라 하더냐?”
“아무래도 조 청룡의 수하들은 객식구에 불과한 듯 합니다. 사견 대인을 모신다는 핑계로 적사사에게 얹혀 온 것이지요.”
“그 놈이 동관의 얘기를 적사사 놈들한테 까발린 것은 아니겠지?”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까발릴 얘기도 없잖습니까? 하루종일 노래 부르고 멍하니 하늘이나 바라보고······.”
노북은 세동의 표정이 구겨지는 걸 보고선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세동이 흥미를 가질 만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장군, 그놈에게 들은 얘긴데 보급대 수레 중에 술단지가 가득 쌓인 수레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
세동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강이단 내에서 그는 골칫덩이로 여겨지는 자다. 그러나 이곳 동관의 진장으로 온 이후로 사고를 친 적이 없었다.
세동은 싸움에 미친놈이었지만 동관을 공격하려는 무리가 없었기 때문일까?
그건 아니다. 세동이 사고를 치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술이다.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에는 그저 성질 고약한 자 정도였으나 술에 취하면 속된 말로 ‘개’가 된다.
그런데 동관에 술이 없었다. 근처에 민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그가 대취하면 반드시 큰 문제를 일으키기에 군사 사원이 동관에 술을 남겨두지 않게 했던 것이다.
꼴깍!
마른침을 연신 삼키는 통에 세동의 목젖이 위아래로 연신 출렁였다.
“술이 있다 이거지? 좋다! 그걸로 결정했다!”
“뭘 말입니까? 설마······. 안 됩니다! 군사께서 금주령을 내리셨습니다.”
“군사는 지금 한관에 있다. 수백 리 떨어진 곳에서 내가 술 한 모금 한다고 어찌 알겠느냐?”
세동은 그리 말하고선 보급대 수레가 늘어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노북이 그의 곁으로 따라붙어 계속해서 만류했다.
“보급품에 손을 대면 안 됩니다, 장군.”
“쓰읍!”
“눈치를 주셔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소장은 군사께 명을 받았습니다. 장군이 취하시면 제 목이 달아난단 말입니다.”
“어허!”
세동은 정색을 하며 노북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노북은 다른 말로 그를 설득하려 들었다.
“보급대가 싣고 가는 술은 분명 주공께서 장수들에게 내릴 것입니다. 없어지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에헤이! 거 참! 말 많네. 한 모금만 한다니까!”
“장군에게 한 모금이면 술단지 하나가 비는 것을 어찌 이놈이 모르겠습니까?”
노북의 만류에도 결국 세동은 술단지가 쌓인 수레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그 중 하나를 들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세동은 마치 연인의 옷고름을 풀어 헤치듯 조심스레 단지를 열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노북은 코를 찌르는 악취에 기겁해 코와 입을 막고 뒷걸음질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