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43
742화 진궁의 입경지계(入京之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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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군에서는 능력으로 자리를 얻는다고 들었소. 그렇다면 소생의 지모가 봉효 선생보다 뛰어나다면 군사 자리는 내 것이 되는 거요?”
“그렇소. 정말 소생보다 공대 선생의 지모가 더 높다면······. 한 가지 알고 계셔야 할 게 있소.”
“들어보리다.”
“소생은 군사가 아니라 군사 대리요. 군사이신 가후 문화 선생께서는 지금 서량정벌을 위해 자리를 비우고 계시오. 그러니 군사가 되고 싶다면 소생뿐만 아니라 가 선생도 지모로 이겨내야 할 거요.”
곽가는 가후에게는 내심 한 수 접어주고 있었다.
가후의 귀계와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눈은 곽가가 가지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가후에게는 곽가처럼 여포의 전공을 가로채는 검예가 없었지만 말이다.
‘후후! 형이 있음을 으스대는 아이와 같도다.’
곽가를 보는 진궁의 솔직한 평이었다. 어쩌면 그는 곽가의 나이가 많지 않다 하여 낮춰보고 있는 것이리라.
하나 가후가 군사의 대임을 맡긴 곽가가 아닌가. 이런 반응을 예상치 못했을 리 없건만 어째서 굳이 이런 말을 한 것일까?
‘귀계라면 이제는 나도 한 수 하지. 이 정도 수법에 넘어간다면 야전군을 맡길 수 없다.’
곽가는 약간의 장난질을 친 셈이다. 일부러 자신을 만만하게 보게 하여 진궁이 자신을 얕잡아보고 실수를 할지 안 할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아직 가후가 남아 있었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큰 공을 세우기 위해 무리한 책략을 들고 나오지는 않을지도 확인할 수 있는 양동책이었다.
“지모를 펼쳐볼 기회는 주실 거요?”
진궁의 물음에 곽가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진궁이 다시 물었다.
“책문을 올리오리까? 진언을 올리오리까?”
“선생의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요. 내 굳이 일언반구를 더해 젓가락을 얹고 싶지 않소.”
곽가는 진궁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듯 말했다.
하기야 머릿속에 품은 지모를 어찌 자랑할지는 진궁에게 달린 것이다. 아니 어쩌면 평가는 여기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좋소. 이, 진 모가 지금 당장 돌아가 책(策)을 준비하리다. 차는 잘 마셨소.”
진궁이 작별을 고하며 일어나 두 손을 모아들었다. 그러자 곽가 역시 일어나 맞례를 취했다.
“낮에는 언제든 환영이니 다향이 그립거든 들리시오.”
“그럼······.”
* * *
곽가와 헤어지고 방으로 돌아온 진궁은 사예 땅 전체와 인근의 대략적인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텃세가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에 군사 자리를 노리는 것은 아니다. 하나 인정을 받아야만 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웅지를 펼칠 수 있으리라.’
진궁은 어떤 책략을 내놓아야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를 고심했다.
그의 시선이 지도상의 옹주 지역에 머물렀다.
‘관서군 군사 사원이 투항한 이상 서도 장안을 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 씨군도 얻었으니 무릉을 취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그렇다면 이에 관한 책략은 필요 없다.’
이번에는 관중지역으로 그의 시선이 옮겨졌다.
‘동으로 함곡관, 서로는 대산관, 남으로 무관, 북으로 소관. 관중이라······.’
동도 낙양을 지키는 여덟 관문을 낙양 팔관이라 했다. 서도 장안을 지키는 네 관문을 관중 사관이라 한다. 하나 진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이미 가 선생이 서량정벌에 나섰다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나는 그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계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이냐? 그게 무엇이냐?’
진궁의 고심이 깊어만 갔다.
남들과 비슷한 것을 내놓는다면 여포는 자신을 중임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진궁은 낙양과 장안이라는 글자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더니 돌연 무릎을 쳤다.
“옳거니! 이거다!”
진궁은 생각을 정리해 여포와 곽가에게 만남을 청했다. 책략을 고심한지 꼬박 하룻밤이 지난 후였다.
“공대 선생, 어서 오시오.”
여포는 진궁을 보자마자 크게 환대했다. 어제도 보았건만 마치 오래 헤어진 벗을 만난 것처럼 반겨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진궁은 생각했다.
‘여 장군이 나를 이토록 반겨주는 것을 보면 둘 중 하나다. 다정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누구도 예상치 못할 깊은 심계를 지닌 자다.’
진궁은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분석한다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을 테니까.
“소생, 진궁 공대가 여 장군께 책략을 올리려 합니다.”
“책략?”
여포가 어리둥절해하자 곽가가 두 손을 모아들고 나섰다.
“장군, 공대 선생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야 어떤 일을 맡길지 결정할 수 있어 소신이 그리 하라 청했습니다.”
“그렇소? 음······!”
여포는 자신이 걱정하던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사인들 간의 알력은 보기보다 심한 것이다.
“장군, 공대 선생의 책략을 한 번 들어보시지요. 판단은 그 다음입니다.”
곽가의 말에 여포는 진궁을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소생이 내는 책략을 들어보시고, 채택하시면 정식으로 여 장군의 휘하에 들겠습니다. 아니라고 생각되시면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
“물러날 것까지야······. 일단 들어봅시다.”
진궁은 여포와 곽가에게 한 번씩 두 손을 모아들어 보이고는 벽면에 걸린 지도 앞으로 갔다.
* * *
진궁의 손가락이 동관과 한관 사이를 잇는 선을 그었다.
“여 장군께서 관서군을 패퇴시켰으니 관서는 무주공산. 하나 얻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이에 여포가 고개를 기울였다.
“음······! 공대 선생. 지킨다 함은 강족으로부터 지킨다는 말이오?”
“강족 역시 관서를 침탈할 수 있는 족속들이나 그들이 다는 아닙니다.”
“그럼 또 누가 있소?”
“남으로는 형주의 유표, 서로는 익주의 유언, 장 천사의 오두미도, 북쪽으로는 흉노, 정령, 서북으로는 오손, 월지까지 있지요.”
진궁은 그리 말하고선 다시 한 번 동관과 한관 사이를 잇는 선을 그었다.
“그래서 이곳이 중요합니다. 이곳을 단단히 지킴으로써 남쪽과 서쪽의 근심을 덜 수 있습니다.”
“좀 자세히 말해보오.”
“우선 강족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흉노와 오손, 월지 등은 침탈해도 단번에 옹주까지 밀고 들어오지는 못합니다. 그들 역시 당장은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여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 봐도 북쪽으로 쫓겨 간 흉노나 흉노보다 못한 오손이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월지의 세력이 강성하기는 하나 서쪽으로 너무 멀리 있었다. 그렇다면 걱정할 대상은 익주 세력과 형주 세력 정도였다.
“익주군과 오두미도의 군세는 기본적으로 보군이나 산악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머릿수를 믿고 평지전으로 승부를 걸어온다면 여 장군께 득이겠습니까? 아니면 실이겠습니까?”
그러자 여포는 턱을 지켜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평지전이라면 당예기의 일점돌파를 막아낼 자는 없을 거요.”
“보군으로 기병을 막아내기란 여간해선 어려운 일이지요. 그걸 그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그들이 만약 공세를 취하려 한다면 산지를 이용해 이동하여 보급선부터 끊으려 들거나 후방을 노리겠지요. 형주의 군세 또한 이곳부터 노릴 공산이 큽니다.”
이에 여포는 손사래를 쳤다.
“내게는 고석병과 고죽병이 있소. 산지에서 그들을 당해낼 군세는 없을 거라 자신하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으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입니다. 적의 전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좋소. 그러면 동관과 한관 사이를 어찌 굳게 지킨단 말이오? 안 그래도 그곳들은 험관이라 병력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소.”
“관서를 평정하고 외적을 막자면 많은 병력을 이곳에 묶어 둘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닙니까?”
여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단히 지키랬다가 병력을 또 많이 배치할 수는 없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단단히 지켜야 하는데 병력을 많이 두지 말라니 어찌하라는 거요?”
여포는 답답한 마음에 따져 물었다. 그러자 진궁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호족들을 품으셔야지요. 한관과 낙양성 사이에 세를 자랑하는 호족들이 몇이며, 홍농에 유력자가 없겠습니까?”
“호족들이라······. 그런데 그들이 뭐가 아쉬워서 내게 고개를 숙이고 나를 위해 칼을 든단 말이오?”
“어차피 동 상국의 시절은 지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의 형제와 장성한 두 아들이 있으니 후계 다툼은 필연적입니다.”
“미리 내 편에 서둔다 이거요?”
진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생이 동관과 한관 사이의 지역이 중요하다 말씀드린 것은 관서를 평정한 후에 지키는 것만 염두해 둔 것이 아닙니다. 첫째, 동 상국의 정권이 무너지거나 한조가 쓰러지면······.”
진궁이 말끝을 흐리자 곽가가 대뜸 그를 향해 깊이 읍했다.
“이, 곽 모는 선생의 지략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오. 동 상국이 그랬던 것처럼 여 장군께서 혼란에 빠진 동도로 입경하는 그림이 아니오?”
“정확히 보셨습니다. 그리되면 먼저 입경하는 자의 세상이 됩니다. 더욱이 여 장군께서 서도까지 쥐고 계신다면 감히 누가 여 장군과 척을 지고 싶어 하겠습니까?”
* * *
진궁의 계책은 실로 오묘했다.
동탁 정권의 몰락까지 몇 수 앞을 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니 누구도 긁지 못한 곳을 긁어 준 계책이 아닌가.
이로서 진궁은 스스로가 여포군에 꼭 필요한 인재임을 입증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
“그러나 동 상국의 정권이 몰락할 때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는 알 수 없잖소?”
“봉효 선생, 그래서 이, 진 모가 한 가지 더 책략을 준비해 보았소.”
진궁은 오른쪽 귀 위로 두 손을 모아 들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천자께서 여 장군에게 어떠한 벼슬을 상으로 내릴지 알 수 없으나 결국 큰 땅의 주인이 되는 것을 공인해 준다면 그 대가를 바랄 것이 틀림없소.”
“대가라면······?”
“세곡 밖에 더 있겠소?”
그러자 곽가는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묘(妙)······! 묘(妙)······!”
곽가가 연신 감탄을 터뜨리자 여포가 어리둥절해하며 곽가에게 물었다.
“선생, 뭐가 어찌 돌아가는 거요? 쉽게 설명을 좀 해주오.”
“장군, 호족들은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 자인지 알고 계십니까?”
“호족들이라면 역시 땅이지. 그들은 기본적으로 대지주가 아니오?”
“그렇습니다. 호족들의 기반은 땅입니다. 그 땅에서 나는 양곡이 그들의 힘이 되는 것이지요.”
호족들의 부(富)는 기본적으로 자기 땅에서 나는 양곡의 많고 적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몇 호족들이 상행으로 재물을 모으기는 하나 그것은 전체 호족들에 비하면 극소수. 역시 절대 다수는 땅을 기반으로 하는 자들이란 얘기다.
“그것과 공대 선생의 말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이오?”
“관련이 있지요. 세곡은 가진 땅이 얼마나 넓냐에 따라서 정해집니다. 장군께서 홍농의······ 아니 옹주의 지배권을 얻으시면 토지조사를 하실 권한이 있습니다.”
“호족들이 가진 땅이 얼마나 넓은지 확인해 세곡을 매기는 것입니다.”
“그럼 그 때부터 잘 내면 되는 거지 뭐가 문제란 말이오?”
여포의 이 같은 반응에 곽가는 할 말을 잃었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해야 할지······.’
곽가는 난감했다. 여포가 이런 것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나 곽가는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여포가 이런 것들을 모른다는 것은 곧 세속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다는 의미. 또한 여포가 백성들을 수탈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도 여길 수 있었다.
“장군, 호족들이 그 만큼 너른 땅을 그냥 얻었겠습니까? 대대로 물려받은 땅도 있겠지만 결국은 빼앗은 겁니다.”
여포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리대를 놓거나 억울한 누명을 씌워 집안을 풍비박산 내놓고 땅이나 여인을 빼앗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었다.
“더러운 술수로 얻은 땅을 도로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할 거라는 거 아니오?”
“바로 그겁니다. 호족들 치고 열에 일곱은 그런 짓을 했거나 그렇게 얻은 땅을 물려받았을 테지요. 그런데 토지조사를 한다고 해보십시오. 호족들의 목줄이 장군의 손에 놓인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