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70
769화 하간왕부를 털 명분 (1) >
여포와 원소는 기주를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포의 기주 내 영토는 중산, 상산, 조국을 아우르고 있었다. 반대로 원소는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발해와 장인의 봉토인 하간을 기반으로 청하, 위군까지 네 개 군을 지배했다.
거록과 안평은 일종의 완충지대로 남겨져 있었다.
여포나 원소나 지금은 본격적으로 맞부딪힐 때가 아니다. 여포는 관서의 일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원소는 남쪽의 손쉬운 먹잇감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간왕이 변수로 떠올랐다.
군대를 움직여 여포를 치려고 했기 때문이다. 반격할 명분은 여포에게 있었다. 때문에 군세를 정비한 기주의 여포군은 하간 땅으로 출병했다.
이미 하간왕군이 대패하여 하간왕마저 포로로 잡힌 마당이다. 누가 있어 감히 여포에게 대적할 자가 있으랴.
기동(기주 동부) 진출을 위한 평정이 여포의 군막에서 열리고 있었다.
“신, 정욱 중덕이 대장군께 아뢰오.”
이제 여포는 대장군이다. 물론 정서대장군이지만 어쨌든 대장군은 대장군이다.
하지만 여포는 이 호칭이 불편했다. 하진 때문에 한조의 대장군 자리가 그리 명예롭지 않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중덕 선생. 대장군이라는 말은 하지 맙시다. 하던 대로 합시다. 듣기 거북하오.”
“대장군을 대장군이라 하온 것인데 어찌 대장군이라 하지 말라 하십니까?”
대장군이라는 말이 거듭 반복되니 여포로선 듣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 사이 전풍이 선수를 쳤다.
“장군, 소신은 장군께서 하간 땅을 온전히 다 취하실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소?”
“있다마다요.”
여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최 그 까닭을 모르겠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이오?”
“하간 땅 동쪽에는 발해가 있습니다. 발해 땅으로 말씀드리자면 원소의 기주 기반입니다.”
그러자 조운이 끼어들었다.
“장군, 악성까지 쳐들어가야지요. 하간왕부에 장군의 깃발을 꽂고 군대를 주둔시키십시오. 원소의 턱밑에 칼을 들이댄 형국이니 조만간 관동군과 일전이 벌어질 터. 그 때는 이, 조 자룡이가 선봉을…….”
여포가 조운의 얼굴을 빤히 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조운은 재빨리 말을 끊고 입을 닫아버렸다.
* * *
‘휴~! 다행이다. 나도 그 말 하려고 했는데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여포의 곁에 자리를 잡고 있던 성렴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괜히 머리 쥐어 박히지 말고 입 닫고 가만히 있어야지.’
성렴은 이렇게 절제의 미덕을 깨우쳐 가고 있었다.
“지금은 관동군과 싸울 여력이 없다.”
여포의 이 말 한마디에 성렴은 고새 참지 못하고 버럭했다.
“아니, 대형! 그게 무슨 말이오? 대형, 설마 원소가 두려워…….”
쿵!
성렴은 머리를 움켜쥐며 고개를 숙였다.
“생각이라는 걸 좀 해라. 지금 주력이 모두 관서에 있는데 왜 우리가 불리한 싸움을 한단 말이냐?”
여포의 말대로였다.
여포군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은 역시 당예기와 호복기사를 비롯한 기병이었다. 하나 그들 모두 관서에 발이 묶여 있었다.
게다가 고죽병, 고석병도 마찬가지.
오환돌기를 비롯한 오환병들은 동북의 이적들을 막아야 할 임무가 있었다.
여포의 의형인 병주의 장양은 역시 북적의 외침을 항상 방비해야 하니 병력을 더는 빼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공손도의 요동 군세가 정병이라 할 수 있으나 그들 역시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각지의 정병들이 모두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그러니 만약 지금 관동군과 일전을 벌이려면 태항과 기서의 군세로만 나서야 했다.
정욱은 전풍에게 선수를 뺏겼다가 이제야 끼어들 자리를 찾았다.
“장군, 소신 역시 장군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지금은 관동군과 전면전을 벌일 때가 아닙니다.”
이에 조운이 티끌을 잡았다.
“하간왕의 십만 대군마저 깨부순 후인데 어찌하여 때가 아니라 말씀하십니까? 지금의 군세로도 얼마든지 관동군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푸하하하! 조 자룡이, 네 녀석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제 겨우 통솔을 배운 녀석이 무슨 수로 관동군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
“장군, 섭섭합니다. 그래도 소장이 관동군 상장 안량을 꺾은 몸입니다.”
조운이 여포에게 내세운 것은 역시 안량을 꺾은 일이다. 하지만 여포는 콧방귀로 응수했다.
“하하하! 고작 안량 따위를 꺾었다고 유세냐?”
“그래도 안량은 관동군의 상장입니다. 그런 자를 꺾었으니 관동군에는 이, 조운 자룡의 상대가 없는 게지요.”
여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상에는 아직도 이름을 날리지 못한 고수들이 수도 없이 많다. 항시 자만하지 말라. 하늘 밖에 또 하늘이 있는 것이니라. 알겠느냐?”
“예, 예!”
“이놈이?”
조운은 영특하게도 진의록에게서 배운 걸 잘 써먹었다. 그것은 바로 여포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법.
“장군, 그러면 장군께도 위협이 될 만한 고수들이 남아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십니까?”
여포는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자는 없다. 누구라도 내 일백 합을 받아낼 자가 나오길 바랄 뿐이다.”
광오하다. 하나 누구도 여포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권박이라면 고순이 한 번 비벼볼만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일백 합을 채울지 의문. 팔건장의 기량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포를 상대하려면 최소한 둘은 나서야 할 터. 그래도 백 합을 채울 수 있을까?
“장군, 그러니까 결국은 장군께서 직접 필두가 된다면 원소를 쳐도 된다는 말씀 아닙니까?”
조운이 슬쩍 여포를 유도했다. 하지만 여포는 단박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 몇 번을 일렀느냐?”
“그렇다고 이 좋은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하간 땅만큼은 원소에게서 빼앗아야 합니다. 다들 안 그렇습니까?”
조운은 사람들의 호응을 구했지만 편을 들어줄 사람이 쉽게 나서지 않았다.
* * *
조운이 믿을 사람은 정욱뿐이었다. 함께 상산에 머물며 교분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정욱은 조운의 애처로운 눈빛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소신은 조 장군의 말에 찬동합니다. 하간을 칠 명분은 차고 넘칩니다. 필요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향후 관동군과의 싸움을 위해서라도 요충지는 미리 선점해둘 필요가 있지요.”
“중덕 선생의 말이 옳기는 하나 역시 지금은 무리요. 내 아무리 원소를 하찮게 본다지만 원소의 군세는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오. 모르긴 몰라도 관동군은 절대 관서군의 아래가 아니외다.”
여포는 원소와 그의 군세에 대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관동군의 편제와 대충의 수를 짐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니 관서군과 정확히 비교해볼 수 있는 것이다.
관서군과 싸우며 여포는 제법 곤욕을 치뤘다. 병력의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나 당예기 수백을 잃은 것은 큰 손실이라 할 것이다.
관서군에 적사사와 강이단이라는 주력이 있듯 관동군에도 그런 부대들이 존재했다. 아직 수하들에게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는 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관동군의 주력부대와 자웅을 겨루려면 기병이 반드시 필요하다. 태항의 군세가 암만 많아도 보군 간의 싸움은 무리. 이겨도 상처뿐인 승리가 될 게야.’
여포의 마음을 알아주면 좋으련만 기대할 수 없었다. 정욱은 재차 하간 전역을 평정하길 청해왔다.
“지금 하간 땅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입니다. 게다가 명분이 우리에게 있는 이상 원소가 전면전을 벌이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장군,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보내지는 마십시오.”
이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전풍이었다.
“소생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중덕 선생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나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굳이 상대를 궁지로 몰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면 원호 선생께선 장군께서 하간 땅을 얻지 마셔야 한다고 보십니까?”
전풍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둘 수는 없지요.”
“평정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정욱의 짜증 섞인 반응에 전풍은 되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기는 하되 전역을 얻을 필요는 없다는 얘깁니다.”
전풍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기는 여포 역시 매한가지다.
“선생, 그 무슨 소리요? 하간 땅을 평정하기는 하되 전부는 하지 말라?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소.”
전풍은 전혀 다른 주제를 들고 나왔다.
“장군, 하간왕이 왜 대군을 이끌고 우리를 찌르려 했는지 아십니까?”
여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지. 그걸 내가 어찌 알겠소? 분명 우리가 쉽게 보였겠지. 아니면 천하에 욕심이 있거나…….”
“그것도 맞습니다. 하나 조금 더 본질적인 면을 들여다보십시오. 분명 무언가가 보일 겁니다.”
여포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여튼 어딜 가든 현사들이 문제야. 도통 못 알아들을 말을 해대니 나 같은 사람은 어쩌란 건가?’
여포는 가후가 서량 정벌에 나서자 쾌재를 불렀었다. 하지만 곽가가 가후의 빈 자리를 채워버렸다. 그래서 곽가를 피해 기주까지 놀러 왔더니 여기는 전풍과 정욱이 있었다.
“도무지 모르겠는데 어쩌오? 선생이 쉽게 설명해주구려.”
“답은 역 땅에 있습니다.”
“역에 답이 있다?”
“그렇습니다. 역 땅은 그 경계가 모호한 땅입니다.”
전풍의 말대로다. 역 땅은 경계가 정확하지 않다.
유주에 속하기도 했다가 기주에 속하기도 했다가……. 기주의 여러 군국 중에서도 중산 땅에 속하기도 했다가 하간 땅에 속하기도 했다.
물론 천하 십삼 주 중에 이런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동한에 망조가 들면서부터 이 모양이다.
봉작과 벼슬을 팔아먹어야 하니 군국을 만들었다가 없앴다가, 여기에 붙였다가 저기에 붙였다가…….
“그런 땅이 어디 하나둘이오?”
“그렇습니다. 하나둘이 아니지요. 하지만 장군께서 왜 역 땅에 둔전을 일구게 하셨는지 잊으셨습니까?”
여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비옥한 땅이지. 주인 없이 버려진 땅이었지만 말이오.”
“여러 상황을 따져보면 하간왕이 그 소유권을 주장해도 할 말이 없지요. 소신이 따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역 땅의 관할권은 마지막으로 하간국으로 넘어갔으니까요.”
여포는 기북과 유주 탁군까지 이어지는 땅의 지도를 떠올렸다.
‘세상과 사람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은 결국 땅이잖아? 역 땅 같은 비옥한 땅을 그것도 하간국에 속하는 땅을 내가 가져간 것이니 하간왕이 출정했던 것도 정해진 수순이었구나.’
여포는 하간왕의 입장이 되어 보았다.
자신의 땅을 허락도 없이 엄한 놈이 와서 차지를 한 셈이다.
아무리 관리하지 못하고 있던 땅이었다고는 해도 한조 번왕의 체면이 서질 않았을 터였다.
생각은 하간 땅을 전부 평정했을 때를 상정하고 있었다.
‘역 땅을 내가 꿰찼기에 하간왕이 움직였다. 그렇다면 내가 평서까지 진출했을 때 원소가 움직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설마 원호 선생이 거기까지 생각했단 말인가?’
전풍은 마치 여포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듯 말했다.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반드시 그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장군께서 역 땅을 얻으셔서 하간왕이 거병했듯이…….”
“발해가 위협받으면 원소가 출병할 수밖에 없겠구려.”
“여 장군, 총명! 총명!”
“이제야 알겠소. 선생의 의도를 말이오.”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정욱이 끼어들었다.
“장군, 다 좋습니다. 하나 호타하를 방어선으로 하는 일만큼은 결단코 양보할 수 없습니다.”
정욱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전풍의 안을 따른다면 하간 땅을 전부 차지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얼마간은 차지할 것이다.
아마도 하간의 북부가 여포의 지배하에 놓이게 될 터. 그렇다면 방어선을 정하는 것이 다음 수순이다.
정욱은 그 방어선을 호타하라는 강을 기준으로 하고 싶은 것이다.
“흠……!”
여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조운이 이 때다 싶어 말했다.
“장군, 다 좋습니다. 하나 악성의 하간왕부를 터는 일 만큼은 결단코 양보할 수 없습니다.”
결국 조운은 여포에게 쥐어박히고 말았다.
“우리가 도적이냐? 털기는 뭘 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