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78
777화 진의록, 다시 여포의 곁으로 가다! (2) >
“아이고! 나 죽네! 의록이 죽네!”
진의록의 입에서 곡소리가 절로 났다. 그 소리에 놀라 황급히 달려온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성렴이었다.
“이 무슨 일들이냐?”
“장군, 관동군의 세작을 잡았습니다.”
“뭐라? 관동군의 세작?”
뒤따라온 여포가 물었다.
“성렴아, 무슨 소란인 게야?”
“관동군이 보낸 세작을 붙잡아 이 소란이라오.”
“세작? 그놈들이 무강진에 군량이 있는 것을 어찌 알고……? 어떤 놈이 면상 한번 보자꾸나! 어서 데려오너라!”
여포의 명이 떨어지자 진의록이 질질 끌려왔다. 그를 보자마자 여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의 얼굴보다 더 새파랗게 질린 자는 이곳 무강진의 진장 장명이었지만…….
“의록아? 너는 진의록이가 아니냐?”
그러자 진의록은 비몽사몽 간에 고개를 들었다. 여포는 그의 턱을 붙잡고 상처를 살폈다.
“어휴! 애를 이렇게 망가뜨려 놓냐? 눈탱이가 아주 그냥 밤탱이가 되었구나. 이빨도 흔들리냐?”
여포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눈물을 펑펑 쏟았다.
“장군, 으흐흑!”
진의록은 이제야 조금 정신이 드는지 병사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댔다.
“저놈들이…… 저를 막 때리고…… 발로 차고……. 으헝헝!”
뭔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자 진의록을 때렸던 병사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래도 장명만 하랴.
‘아이고! 큰일이 나버렸구나. 진 선생은 여 장군이 아끼는 수하인데 저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난 아주 죽었다, 죽었어.’
그는 병사들에게 몰래 손짓을 했다. 그러자 진의록을 매질했던 병사들이 여포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장군, 살려주십시오. 소인들은 그저 저자가 관동군의 세작인 줄 알고…….”
그러자 진의록이 쏘아붙였다.
“내가 여 장군의 심복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계속 때렸잖아! 장군, 저놈들을 아주 그냥 물고를 내주십시오. 아이고, 삭신이야!”
진의록은 어깨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허리를 두드리며 아픈 척을 해댔다. 아니다. 실제로 아픈 건 사실이니까.
그러자 장명이 여포 앞에 넙죽 엎드려 죄를 빌었다.
“장군, 소신을 죽여주시옵소서! 소신이 수하들을 단속하지 못해 진 선생에게 큰 무례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어떠한 벌도 달게 받을 터이니 소신의 수하들은 벌하지 말아주십시오.”
장명은 그리 말하고선 허리에 패용한 패검을 검집 채로 뽑아 바닥에 놓았다. 명이 떨어지는 즉시 자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뭘 또 칼까지 꺼내고……. 아참! 미치겠네, 이거.’
여포는 난처했다. 따지고 보면 진의록을 때려잡은 병사들이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다.
병사들에게 잘못이 없다면 장명에게도 잘못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칭찬할 일이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군량고를 관리하는 일이 어디 보통 일이던가. 군량고의 위치는 기밀 중의 기밀이어야 했다.
적이라면 상대의 군량고를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군량고에 불 한 번 났다 하면 군세가 얼마나 되든지 진군을 멈추고 회군해야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참나! 이 일을 어찌 한다? 내가 병사들을 그냥 돌려보내면 진의록이가 삐뚫어질 텐데…….’
병사들의 편을 들어주자니 진의록이 마음에 걸리고, 진의록의 편을 들어 병사들을 벌주자니 이치에 맞지 않았다.
잠깐 고심 끝에 여포는 꾀를 내었다.
‘그렇지! 의록이가 체면을 중시하는 녀석이니 그 수를 써야겠구나!’
* * *
“흠흠!”
여포는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의록아, 이번 일은 네가 너무 잘해서 벌어진 일이다. 생각해보거라. 네가 완벽하게 원소의 사람으로 연기를 한 탓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니냐?”
“그야 그렇지요. 누가 소신을 여 장군의 사람이라 생각했겠습니까?”
“거 보거라. 그러니 네 녀석을 관동군의 세작으로 본 병사들이 잘못한 것이냐?”
천하의 진의록이 입담으로 여포에게 밀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진의록은 여포의 술수에 말렸음을 깨닫고는 입을 꾹 닫아버렸다.
“그리고 이제 네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왔으니 나와 너를 위해 인심을 후하게 베풀어라.”
상황이 이쯤 되었으니 진의록도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는 몸을 추슬러 여포에게 읍을 하더니 병사들에게 두 손을 모아들고 말했다.
“이, 진의록이가 무강진의 영웅들께 인사드리겠소. 이제 관동군의 진의록이가 아니라 다시 여포군의 진의록으로 돌아왔소이다. 여러 영웅들께서는 자신의 책무에 충실했던 것뿐이니 오늘 일은 피차 더 말하지 맙시다.”
그리 말하고는 이번에는 여포에게 두 손을 모아들었다.
“장군. 이, 진의록이에게 술을 좀 내어주십시오. 오늘 장 대인과 무강진의 영웅들을 모시고 술잔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장 진장은 들으라.”
“예, 장군.”
“그간 큰 공을 세운 진의록이가 돌아오자마자 내 체면을 크게 세워주었고, 장 진장과 무강진의 정병들도 공을 세운 격이니 이, 여포가 어찌 술을 아끼겠느냐?”
그러자 장명이 바닥에 이마를 찧어 박았다.
“장군의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소신은 견마지로를 다하여 장군을 모시겠습니다. 여봐라! 어서 술을 내오너라!”
잠시 후.
여포는 진의록과 장명의 술잔을 채워주었다. 진의록을 손찌검했던 병사들도 모두들 술잔을 받아들었다. 여포는 진의록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진의록은 먼저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는 빈 술잔을 바닥에 패대기쳐서 깨뜨렸다.
“이, 진의록은 오늘 일을 모두 잊었소이다.”
“이야! 장부도 이런 대장부가 또 어디 있겠느냐? 의록, 네 배포가 이리 담대하니 천하에 이루지 못할 일이 없겠구나.”
여포는 진의록을 추켜세웠다. 그러자 진의록은 이때다 싶어 여포에게 속삭였다.
“장군, 소신이 나중에 따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이에 여포는 덜컥 겁이 났다.
“너, 이 녀석. 뭔가 큰 사고를 친 게로구나?”
“사고라니요. 그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어서 장 대인과 병졸들을 칭찬해주십시오.”
진의록이 부추기자 여포가 나섰다.
“좋다! 오늘, 장 진장과 무강진의 장졸들이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그간 고생했던 진의록이 돌아왔으니 즐겁고 기쁘기 짝이 없구나.”
그리 말하고선 술잔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모두들 술잔을 들었다.
“오늘 이 술잔을 비워 다 함께 기뻐하자. 이, 여포가 명하노니! 무강진의 군세를 반으로 나누어 오늘 내일 번갈아가며 대취해보자!”
이에 성렴의 입이 귀에 걸렸다.
“대형, 그러면 나는 오늘 내일 이틀 동안 마셔도 되는 거요?”
“그래, 이 녀석아. 이틀 동안 내 술잔 받아줄 사람이 여기서 너 말고 또 누가 있더냐? 자, 부어라!”
그러자 성렴은 술동이를 들어 여포의 잔을 채우려다가 뒤로 뺐다.
“왜 따르려다 말아?”
“대형은 두주불사 아니오? 술이 아깝다. 암만 마셔도 안 취할 텐데 왜 아까운 술을 준단 말이오? 나 하나 마시기도 부족한 술을…….”
“이놈아, 나는 네놈 입에 들어가는 술이 더 아깝다. 여봐라! 이놈은 술 주지마라!”
여포가 심술을 부리려하자 성렴은 나름의 논지를 세웠다.
“대형.”
“왜? 잘못했다고 빌 테냐?”
“대형, 그게 아니라 대형은 일군의 지존이 아니오?”
여포는 불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성렴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여포를 바라보았다.
“일군의 지존이 전시에 취해 있으면 되겠소? 안 되겠소?”
그러더니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쿠! 외통수네! 외통수야!”
* * *
성렴의 말대로 여포는 외통수에 빠졌다. 하지만 여포의 구원자가 나섰으니 바로 진의록이었다.
“성렴 장군 같은 맹장을 두고 좀 취하면 어떻습니까? 장군, 무강진은 성 장군에게 맡기시지요.”
성렴의 말에 이번에는 여포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는 득의에 찬 표정으로 성렴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에헤헤! 이제는 네가 외통수에 빠졌구나. 나는 오늘 내일 대취할 것이니 네놈은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말고 무강진을 지키거라.”
성렴은 궁지에 몰리자 진의록에게 화풀이를 했다.
“의록, 오랜만에 돌아와서는 이러기냐?”
“어허! 진 선생이라 불러주시오. 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지.”
“아이고, 진 선생. 이, 성렴이가 몰라 뵈었소. 자자! 어서 이번에는 내 편을 들어주오. 어떻게 해야 대형이 마실 술까지 내가 다 마실 수 있겠소?”
“에헴! 이, 진의록이가 간만에 실력발휘를 해보리다. 나만 믿으시오.”
진의록은 눈두덩이가 시퍼렇게 물들어서는 거드름을 피워댔다. 그 꼴이 우스워 여포는 쉽사리 술잔을 비우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장군, 소신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해보거라.”
“이런 자리에서 할 일이 아닙니다. 상당히…… 아주아주 중차대한 문제이니 따로 단 둘이서만 말씀올리고 싶습니다.”
“굳이 지금 해야겠느냐? 내일하자, 내일.”
“한시가 급한 일이온데 어찌 지체할 수 있겠습니까?”
여포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미였다. 그러니 술을 참을 수밖에……. 진의록은 여포의 뒤를 따라가다가 성렴을 향해 살짝 돌아보며 턱짓을 했다. 그러자 성렴은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슬쩍 손을 들어보였다.
* * *
“그래, 실로 중차대한 얘기가 뭔지 한 번 들어보자꾸나.”
“장군, 실은 소신이 아주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응? 무슨 정보를 알아냈단 말이냐? 설마 그놈이 거병하여 나를 치러 오기라도 한단 말이냐?”
여포는 겉으로는 원소를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속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여포의 주력은 관서에 있다. 당예기도 호복기사도 고죽과 고석, 서하와 하동의 병사들까지 모조리 관서에 머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관동군과 전면전을 벌이려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예전 같으면 자신의 용맹만을 믿고 승률이 희박한 싸움에 무작정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관서군과의 싸움에서 여포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확실하렸다?”
진의록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확신한단 말이냐? 지금 내 주력군은 관서에 있고, 이곳은 원소의 앞마당이나 다를 바가 없는 곳이 아니냐?”
“그거야 그렇지만 원소는 쉽게 거병하지 못합니다. 왜 그런고 하니 그의 주력도 지금 기주에 없기 때문입니다.”
“원소의 주력이 기주를 비워?”
진의록은 다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장군. 사수관에 안량, 연주에 문추, 청주에 순우경. 어떻습니까? 주력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으니 다시 모아 출병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또 있단 말이냐?”
진의록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있지요. 소신이 의양성에 요양이라도 하고 온 줄 아시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매일 밤 계집을 품고, 술이나 마셨겠지. 원소 놈이 하는 짓거리야 뻔하지 않느냐? 조조 놈이고, 원소 놈이고 아주 그냥 유부녀라면 환장을 하는 족속들이라……. 너는 남의 여인을 탐하지 말거라.”
“장군!”
진의록은 뜨끔했다. 그는 원소의 여인을 탐하고 있는 처지니까.
“장난이다, 장난. 네가 한 일은 장계를 받아보아 알고 있느니라. 하나 지금 특별히 생각나는 건 없는 것 같은데……?”
당연한 얘기다.
마지막 장계를 올린 후에 진의록이 의양성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 여포가 무슨 수로 알 쏘냐.
“그러니까 말입니다.”
“응! 그래, 얘기해보거라.”
“아니다. 확실한 것도 아닌데 미리 얘기하면 안 되겠다.”
여포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자 진의록은 백기투항했다.
“주먹은 쥐지마시고……. 안 그래도 실컷 얻어터지고 온 사람을 또 때리려고 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순순히 털어놓으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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