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07
양 사형이 들고 있는 죽간을 나눠 들고 왕부를 향해 걸었다.
죽간이 꽤나 많다.
처리할 만한 일이 아닌데도 마치 보여주기 식으로 많은 죽간들을 보며 난 투덜거렸다.
“이만큼이나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까?”
“일부러야. 일부러. 어차피 이것들은 별 시덥잖은 문서에 불과해.”
한아름 죽간을 들고 왕부가 있는 곳에 들어간 나는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으헤헤~ 잘하는구나! 어디 더 해보거라!”
왕부 내부에 있는 화사한 정원에 꽤 많은 이들이 있었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궁녀들이 춤을 춘다.
내관들은 그에 맞춰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고 조앙은 술을 마시며 그 공연을 보고 있었다.
조앙의 뒤에 있는 작은 상에는 무수히 많은 죽간과 문서들이 있었다.
하지만 조앙은 그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는 그저 술을 마시며 킬킬 웃었다.
“잘하는구나! 자. 더 춰보거라! 옷도 좀 벗고.”
궁녀들이 어색해하며 야시시한 춤을 춘다.
그것을 보며 조앙은 무척이나 즐겁게 웃고 있다.
“저, 전하. 승상과 승상복야가 왔습니다만…”
“뭐? 그게 어쨌다고!”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던 조앙은 우리를 힐끔 본 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다시 공연에 집중하려는 듯 조앙은 느긋하게 말했다.
“하던 것 마저 하거라! 어서!”
내관들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전하. 업무를 보실 때가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업무를 보고 있어야 할 시간이지.
그렇기에 저기 저렇게 죽간과 문서가 쌓여 있는거다.
내 시선에 당황한 내관이 허둥거리며 다시 말했지만 조앙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 좀 나중에 합세. 한참 재미있을때 아닌가. 옳지. 옳지.”
조앙이 웃는 모습을 보이며 손을 휘젓는다.
그것을 보던 양 사형은 천천히 말했다.
“공연은 그만 하고 돌아가도록.”
“예에…”
어쩔 줄 몰라하던 궁녀들이 움직인다.
그들과 내관들이 나가자 정원에서 그녀들의 춤을 보던 조앙은 궁시렁거렸다.
“쯧. 아무리 승상이라지만 너무한 것 아닌가?”
“확인해달라 올린 문서는 손도 대지 않으셨군요.”
“그걸 내가 봐서 뭐하나? 잘난 승상이 알아서 다 할텐데.”
양 사형과 조앙의 신경전에 내관들이 어쩔 줄 몰라한다.
그들을 무시하며 조앙은 기분나쁘다는 듯 성큼성큼 걸었다.
집무실 안에 들어간 조앙은 털썩 긴 의자에 앉았다.
“나가!! 너희들은!!”
그의 거친 외침에 집무실에 있던 궁녀와 낭중들이 나간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조앙은 손을 내밀었다.
“물 좀 주게나.”
“예.”
한모금 물을 마신 조앙은 크게 숨을 토해낸 후 투덜거렸다.
“이거 참.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난 안의 창문을 닫아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지 못하게 했다.
천장이나 다른 곳에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후에야 난 웃으며 말했다.
“오래간만입니다.”
“어서와라.”
아까 전까지 보이던 망나니의 모습은 없었다.
순식간에 날카로운 눈매로 우리를 보며 조앙은 희미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고생이 많으십니다.”
“뭐. 지금 상황을 적들이 가만히 두고 볼리 없을테니까.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서 익주놈들의 움직임을 살펴야지.”
“성과는 있습니까?”
“몇몇 내관들, 그리고 궁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군. 승상이 올린 문서들을 훔쳐보는 놈들도 있고. 그리고 몇몇 신료들 중에 승상과 자네를 욕하는 이들이 나에게 접근했다네.”
아까 전까지 보이던 미친 모습.
그거 다 연기다.
내가 오 정벌을 가기 전에 서복, 그리고 양 사형과 나는 그때부터 익주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
“새롭게 왕이 즉위하면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니… 그 문제를 일부러 만들어 놓으면 적들의 공격을 집중시킬 수 있지.”
양 사형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난 씩 웃었다.
양 사형과 가 사형만 있는 상황에서 정략이 들어오면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종요와 순욱이 업에 있기는 하지만 순욱은 은퇴했고 종요는 새롭게 업을 도읍화하며 생긴 문제를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그런만큼 익주의 정략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조앙이 그 대응을 위한 미끼가 되어주었다.
“필요가 있으니 이리 하는 것이라지만 골치아프군. 애초에 난 그런 춤은 별로 안좋아한단 말이지. 그리고 여색을 즐기지도 않고. 아내에게 미안해 죽겠다.”
조앙이 투덜거리는 것을 들으며 난 고개를 저었다.
채 사저라면 조앙의 이런 모습을 이해해줄거다.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도 속여야 하는 법입니다. 사저 역시 사부님께 배운 분. 이정도 정략에 대해서 모를리 없습니다.”
“적들도 알 수 있잖아.”
“하지만 구멍이 있으면 그것을 파고들고 싶어하겠지요. 그리고 그 구멍의 공략이 치명적이라면 더욱 더.”
양 사형의 답에 난 동의했다.
지금 위국의 두뇌는 나와 양 사형, 그리고 종요를 주로 한 문관부였다.
하지만 심장은 다름아닌 조앙이다.
“참나. 위왕을 이렇게 굴려먹는 신하는 너희들 밖에 없을거다.”
투덜거리며 차를 홀짝이는 조앙을 향해 우리는 히죽 웃었다.
“그래도 유언비어 같은 것은 줄어들잖습니까. 성과도 있고. 익주와 연결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놈들을 잡아 조사하면 위국 체계의 안전을 더할 수 있습니다.”
“명단은 적어주지. 교사원 쪽에 맡길 생각인가?”
“그러는게 낫겠죠.”
다른 것도 아니고 한 나라의 왕을 공격하는 것이다.
익주와 위국의 세력차이가 이렇게 나는 만큼 그들도 조앙을 공략하려면 전력을 다해야한다.
그런만큼 다른 지역에 대한 공격을 줄이게 할 수 있었다.
만약 이번에 시도한 우리의 낚시에 낚인 것이 익주가 아닌 내부의 다른 세력이라 해도 좋다.
어쨌든 위험을 없애는 일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니 말이다.
“상서령이 힘들어서 고생하는 소리는 안들리냐?”
“안들립니다. 꼬우면 그만둬야죠.”
난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조앙은 씩 웃었다.
“나야 너희들의 방패 역할을 하는 입장이니 내 명예가 줄어드는 정도는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그래도 최공의 꼬장꼬장한 잔소리 듣는 것도 이제 슬슬 지겨워지려고 하는군.”
“유하가 복귀했으니 이제 슬슬 그만하셔도 될겁니다.”
아니 이 인간이!?
나 아직 복귀 한 거 아닌데?!
내가 당황하자 조앙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오오~ 훌륭해. 훌륭한 신하의 표본이다. 내 일전 순 승상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지.”
“무슨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진가 가주만큼 충신은 없다고 하더군. 세상에… 휴가도 반납하고 일하려 복귀하려고 하다니. 흑. 난 원래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려고 그러네.”
“아. 그건 저도 들었습니다. 훌륭하다. 진 사제. 역시 내 사제라니까! 우리를 도우러 온 거지? 하~ 사제의 사랑을 이렇게 받는 사형은 없을거야. 흑… 눈물이…”
둘이 작당을 하고 내가 휴가를 반납하게 하려고 하고 있었다.
진짜 쿵짝이 잘 맞는구나.
어째 나보다 더 사이가 좋은 것 같다.
“아니 울지 마십시요. 저 그냥 간신할거니까.”
누구 마음대로 일을 시키려는거야?
내가 거절하자 양 사형은 씩 웃었다.
“아무튼 그 일은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그렇게 하기는 뭘 그렇게 합니까. 저 따로 할 일 많습니다.”
내가 격렬히 반대했지만 양 사형과 조앙은 그냥 무시했다.
“그럼 그동안 미뤄놨던 일을 좀 처리해야겠군. 각 주의 주목들에 대한 문제가 가장 시급하지?”
“예. 양주목을 결정하는 문제부터 처리하고, 그리고 사예교위도 빨리 정해야 할겁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대전회의를 여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유하도 왔겠다. 시기도 적절하군요.”
“저기요?”
“흐음… 연주목이야 서복이 한다고 치더라도 나머지 사예교위직이 마음에 걸리는군.”
“들리시나요? 저기요?”
“네 생각은 어떠냐?”
아놔.
나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들이 저러니 화도 못내겠네.
난 한숨을 내쉰 후 떨떠름히 말했다.
“그냥 적당히 아무나 앉히면 되는 것 아닙니까? 사예교위는. 그것도 최공에게 맡깁시다.”
양주목 자리 맡기는 것처럼 말이지.
“에이~ 그래도 그러기는 좀 힘들지.”
가볍게 손사레를 친 조앙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다가 웃었다.
“정서장군께 맡기는 건 어떨까? 너무 오랫동안 정서장군 역을 맡기도 했고, 또 그 분의 나이도 생각해야지. 거기에다가…”
조앙은 씩 웃었다.
“상용을 통해서 한중을 공략하는 것도 생각하려면 정서장군 자리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가 하는게 맞지 않나 몰라.”
“저도 그리 생각은 했습니다. 그리고 정서장군께 운을 띄워보기는 했지만…”
“했지만?”
“화를 내시더군요. 아직 자기는 늙지 않았다면서…”
“하하하. 묘재 숙부님이 그런 면이 있지.”
하후연은 꽤 오랜시간 정서장군 역을 맡으며 한중을 견제해왔다.
한중에서 움직여 상용을 공략하게 된다면 남군을 공격받을 위험성이 컸다.
지금이야 업이 도읍이 되어 괜찮지만 그 당시만 해도 허도가 도읍이었다.
그런만큼 상용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지금은 글쎄.
굳이 하후연이 가 있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가 싶기도 했다.
“서복이 연주목이 되어 허도에서 대기한다면 상용에서 문제가 생겨도 바로 대응할 수 있을겁니다. 차라리 장군부의 적당한 장수를 보내 놓는게 한중군을 끌어들이는 것에도 좋을지도…?”
“그러고보니 서복이 아직 복귀도 안했지? 명령장 내려서 연주로 가라고 해라.”
차를 마신 조앙은 느긋하게 말한 후 의자에 쓰러졌다.
“아… 이거 위왕 노릇도 골치아프구만. 그냥 내가 친정 한번 갈까? 그럼 사기들도 확 오를 것 같은데. 아니면…”
조앙은 오랜 시간 전장에서 살아 온 장군이다.
비록 그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현명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장을 좋아하는 군인.
오랫동안 전장에 참여하지 못한 것 때문인지 그는 익주 정벌에 참여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히 반대했다.
“허… 뭔 미친 개같은 소리를.”
“욕하기 전에 쓸데없는 소리 마십시요. 확 감금시켜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 그래. 그런데 승상. 이미 욕은 한 것 아닌가?”
헛소리하는 자에게는 예의따위는 없다.
조앙은 위국의 심장과 같은 사람이다.
천이의 후계자 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앙이 죽으면 진짜 난리가 난다.
“그리고 보고하기는 했지만.”
“교주의 문제?”
“예.”
“그건 네가 알아서 해라. 우리는 지금 익주쪽 생각하기도 바쁘니까.”
“아니 교주의 문제는 그리 간단하게 해결할 만한 것이 아닌데!?”
“그럼 어쩌자고.”
양 사형은 위왕 집무실의 벽에 있는 죽간 몇개를 가져와 펼쳤다.
이거 내가 보낸거군.
오에 들어가는 교주의 진상품목들을 읽은 양 사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에서 올라오는 사치품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은 많지만 교주로 내려가라고 하면 사직서 낼 사람들 뿐이다. 결국 교주는 사섭에게 맡길 수 밖에 없어.”
“손책이 말하길 교주에서 병력과 무기, 철에 대한 거래를 원한다고 합니다. 물자가 물자다보니…”
“병력과 무기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철은 안된다.”
조앙은 냉정히 말했다.
철은 중요한 전략물자다.
특히나 지금 위국에서 생산되는 철은 다른 곳의 철보다 월등히 앞선다.
교주에서 그것으로 무장하여 공격해 들어오는 문제를 생각한다면 쉽게 허락할 수 없긴 하지.
“음… 하지만 교주의 재료들로 지금 연구하고 있는게 있는데.”
“연노와 각궁?”
이미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양 사형도 알고는 있었다.
연노는 한에서도 운영을 했었던 무기다.
그것을 개량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그 위력은 모르는 양 사형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 연노 완전 쓰레기 아니냐?”
“지금 진가윤의 연구소에서 개량 중이니 나중에 한번 보여드리죠.”
보면 깜짝 놀랄거다.
나와 양 사형의 대화를 차분히 듣던 조앙은 피식 웃었다.
“각궁에 대해서는 나도 들어 본 적이 있어. 한의 활에 비해서 사거리가 아주 대단하다지?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쉽게 쓸 수 없다는 점이죠.”
“그래. 각궁과 연노 둘 다 덥고 습기찬 곳에서는 쓰기 힘들다… 그렇다면 여름, 그리고 우기에는 그 관리가 필요하겠군.”
조앙도 한때 군을 이끌던 자.
보급, 그리고 무기의 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잘 알고 있었다.
“네가 말한 그 연노와 각궁을 활용하려면 전쟁의 시기가 한정된다. 가능하겠냐?”
형주에서 영안을 통해 들어가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경조에서 관문을 통해 들어가는 것이면 겨울은 좀 힘들다.
그곳은 산길이니 눈이 많이오면 이동이 쉽지 않다.
조앙이 그것을 언급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위국에 군사들과 장군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저한테 물어보십니까? 알아서들 하셔야지요. 익주 문제가 저만의 문제도 아니고.”
왜 나한테 다 떠넘기냐.
내가 투덜거리자 조앙은 킬킬 웃었다.
“왜. 너 일하는 거 좋아하잖아.”
“뭣이라!?”
“휴가를 그렇게 줬는데도 이렇게 일찍 복귀해서 일하려고 하다니. 음음. 훌륭해.”
아니 나 내 개인적인 일 처리하러 온거라고.
“어이구 우리 사제.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우쭈쭈. 그래. 바로 일 시작하자. 너 할 일 많아~ 너 없으면 위국이 돌아가지 않아요.”
“그러고보니 너 승상부주로 진급해야지? 바로 진급시켜줄게. 너 주려고 승상부주의 패를 파기도 안했어. 바로 받고 지금부터 시작할까? 기주쪽 개간 문제 때문에 종 상서령이 도와달라는게 아주 많아. 자. 가서…”
조앙과 양 사형이 굉장히 선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난 냉정히 고개를 저었다.
“…이 사악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그런 꾀임에 넘어갈 것 같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