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08
어떻게든 나에게 일을 시켜먹으려는 사악한 위왕과 승상의 마수에서 간신히 탈출 했다.
양 사형도, 그리고 조앙도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아마 내가 아니었으면 그들의 아부와 칭찬, 그리고 압박에 이기지 못하고 바로 업무에 복귀했을거다.
겨우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난 나는 관청에서 나와 순가로 향했다.
“오~ 어서 오게나.”
“오래간만입니다.”
“그래. 오 정벌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면서?”
순욱이 있는 정원에 들어간 나는 그를 보며 웃었다.
진짜 팔자 좋다.
옆에 피워 둔 화로에서 밤을 구워 그것을 까먹고, 또 책이나 본다.
완전 부럽다.
세상에 저런 신선놀음이라니.
“팔자 좋으십니다?”
“나야 이제 뒷방 늙은이이니만큼 이런 여유를 즐겨야지.”
은퇴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순욱은 실실 웃으며 구운 밤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먹어보겠나? 아주 달아.”
“예.”
그와 함께 화로에 구워진 밤을 까먹었다.
한때 위국의 승상이었던 사람과 현재 위국의 승상복야가 손에 검댕을 덕지덕지 뭍히며 군밤을 까먹는 모습이라니.
옆에 있던 시녀가 키득거렸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구운 군밤을 다 먹은 후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고 순욱은 웃으며 물었다.
“군밤 먹으러 온 것 같지는 않고. 무슨 일인가?”
“선이와 휘의 결혼 문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슬슬 내년 쯤에 결혼을 시키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지요?”
“아. 물론이지. 그럼 내 사람을 진가로 보내겠네.”
“예. 그리 하시죠.”
순선과 휘의 결혼을 누구보다 바라던 순욱이다.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그는 천천히 말했다.
“선이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네만.”
“뭘 들으셨습니까?”
“연구소에서 이래저래 성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아. 예.”
“거중기를 이용한 공사가 여기저기서 진행된다면 그것을 이용해 성벽을 쌓는 공사도 해야겠지.”
“그렇습니다.”
“이왕이면 북쪽부터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유주의 이야기를 들으니 부여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하더군.”
은퇴했으면서도 정세를 파악하고 있는건가.
순욱은 대수롭지 않게 말한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은퇴하신 분이 별 걱정을 다하십니다?”
“하하. 이런 소일거리라도 해야지.”
전형적인 일 중독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팔자 좋게 놀고 있으면서도 머릿 속으로는 일에 대한 궁리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난 쓰게 웃었다.
“그럴거면 은퇴를 그냥 철회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에이. 그건 아니지.”
화로에서 끓기 시작한 물로 차를 탄 그는 나에게 놓아주었다.
“원로는 원로답게 현역에서 하지 않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는거야. 지금 현역에 있는 이들은 익주에 관심을 쏟고 있잖은가.”
“그래서 북방에 관심을 가지시는 겁니까?”
“뭐 그런 셈이지. 거기 말고도 관심을 가지는 곳은 많아.”
순욱의 이런 모습을 보니 오히려 안심이 된다.
조조야 건강 문제 때문에 업무에서 손을 놓게 하지만 순욱은 이만하면 건강한 편이었다.
그렇다면 더 일을 시켜도 될 것 같은데.
“혹시…”
“안할걸세.”
“하하.”
사예교위직에 밀어 넣어볼까 했는데.
순욱은 빠르게 거절한 후 웃었다.
“아무리 지금 사예주의 중요성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사예교위직은 현역에 있는 이들이 맡는게 옳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그런게 있을리 있겠나? 그건 현역에 있는 이들이 생각할 일이지.”
딱 잘라 내정의 부분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한다.
그는 여유롭게 웃은 후 말했다.
“선이가 결혼하고 나면 서주로 내려갈 생각이네. 태상 전하께서도 서주행을 생각하고 계시니 말이야. 안그래도 태학에서 연락이 왔는데 태학의 대스승, 학장을 맡아 달라고 하더군.”
“채 어르신과 정 어르신의 건강도 문제니까요.”
둘 모두 상당히 나이를 먹었다.
그런만큼 태학의 학장 역도 슬슬 무리라고 할 수 있었다.
“태상 전하야 쉬신다고 하더라도 나는 가봐야지.”
“듣자하니 진태를 가르치실 것이라고…”
“사위가 말했나보군. 그래. 몇년 정도는 내가 집중적으로 가르쳐 볼 생각이네. 녀석이 꽤나 머리를 잘 굴리는지라.”
순욱이 웃으며 말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진태 녀석이 율이에게 관심을 보이더군요.”
“허. 그래? 그거 잘 되었군. 아직 어리지만 현기가 있는 녀석이니까. 크게 될거야.”
족보가 좀 꼬이기는 하지만 명가들끼리 이런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순욱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후 여유있는 표정이 되었다.
“다 잘 되어가고 있어. 오의 문제도 해결되었고… 이제는 익주만 남았으니 말야.”
“그렇죠…”
“자네들과 위왕의 사이가 좋으니 걱정할 문제도 없고.”
순욱이라면 우리가 쓴 수 정도는 읽었을거다.
만약 진짜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순욱이 나서서 조앙에게 말을 했을텐데.
순욱은 은퇴한 이후로 지금까지 관청에 들어간 적도 없다고 했었다.
“이래저래 익주에서의 공격을 종 상서령이 잘 막고 있는 듯 하지만. 그도 힘들걸세. 자네가 잘 도와주게나.”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래. 음… 그래. 할 이야기는 그게 단가?”
“뭐 일단은?”
순욱을 찾은 이유는 순선과 휘의 결혼 문제 때문이다.
그가 대수롭지 않게 답하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리고.”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내 한가지 재밌는 소문을 들어서 말일세.”
“재밌는 소문이라면…?”
“해외 교역에 대한 문제일세. 채 가주에게 그것을 맡겨 볼 생각이라면서?”
“예. 그렇긴 합니다만…”
“그것을 시행할 때 내가 만약 건강하다면. 나도 거기에 끼워 줄 수 있는가?”
순욱이?
내가 궁금해하자 순욱은 책장에서 작은 책을 꺼내었다.
양피지로 만든 듯한 두꺼운 책이다.
그것을 내가 보자 순욱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 평생 이 천하가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네만… 얼마 전에 은퇴한 정욱이 선물이라고 보내주더군. 천축에 관한 책인데 말이야.”
“호오…”
나도 그것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이유하의 지식에 있는 내용들이 꽤 있다.
“이건 불교의 경전이군요. 천축에 대한 내용들도 많이 있습니다만…”
“아는 건가?”
“조금은 압니다.”
도행경이라는 불교 경서다.
축불삭이라는 승려가 번역한 법문이고 불교와 천축에 대한 문서였다.
유학이 우세했지만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몇몇 승려들 같은 경우는 위국을 돌며 설법을 하거나, 또 절을 짓는 경우도 있었다.
딱히 종교에 대한 탄압을 하지 않는 위국이다.
혹세무민만 하지 않는다면 종교는 백성을 통제하기에 좋은 도구였다.
특히나 불교 같은 경우는 이제는 거의 끝장난 오두미도나 잡신, 그리고 황건이 따르던 태평도를 잠식시키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만큼 어느정도는 지원을 하고 있었는데.
순욱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승상의 업무를 할 때는 바빠서 이런 것은 볼 여유가 없었는데. 여유를 가지고 이것 저것 건드리다보니 꽤 재미난 학문이더군. 듣자하니 원본은 천축에 있다고 하는데. 해외로 움직인다면 천축에도 가지 않겠는가.”
“뭐 가긴 갈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당장은 힘들겁니다.”
범선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은 꽤나 걸릴 것이다.
내 답에 순욱은 싱글거렸다.
“천축에는 상(象)이라는 동물이 많이 있으니, 그 동물을 이용하여 많은 것을 행한다고 하더군.”
“아. 예.”
인도코끼리를 말하는거겠지?
실제로도 그 코끼리를 이용해서 전투를 치뤘다는 기록은 남아 있었다.
다만 요즘에는 보기가 워낙 힘들어서 그렇지.
“그것을 이용한다면 골치아픈 일들을 많이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록에 보면 상을 이용해서 전투를 치룬 곳도 있다고 하던데. 그… 상국이었던가?”
아이처럼 흥미진진해하는 그에게 난 손사레를 쳤다.
“그렇게 쉽지는 않을겁니다. 유지비도 많이 들고, 이래저래 약점도 많고.”
“엇? 아는가?”
“대충은 압니다. 초식을 하는 놈인데다가 민감하고, 또 통제가 힘들어서 그걸로 전투부대를 만드느니 차라리 말을 더 키우는게 나을겁니다.”
“그런가…”
순욱은 시무룩해졌다.
아니 이걸로 시무룩해지면 어떡하나.
난 웃으며 말했다.
“뭐 그래도 이래저래 써먹을 곳은 많겠지요. 한두마리정도라면.”
“그리고 그 외에도 신기한 짐승들이나 현인들이 많다고 하더군. 학자된 이로서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내 한번 꼭 가보고 싶어.”
“하하하… 그러시죠. 뭐. 아무튼 그건 아직 먼 미래의 일입니다.”
“그래. 그러기 위해서라도…”
순욱은 진지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익주 정벌은 성공해야 하네.”
“예.”
“그래. 부탁하겠네. 아. 그리고 이, 삼일 후 쯤 사람을 보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그 상이라는 동물 말일세.”
“예.”
“남만에서는 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볼 수는 있다고 하더군.”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정욱이 말해준 거야. 그는 이래저래 많은 이들과 관계하고 있으니까. 요새는 남만이나 교주에 가보려고까지 하더구만.”
그냥 좀 쉬지.
왜 위국에 있던 사람들은 이불 밖을 이렇게 좋아할까?
이불 밖은 위험한데.
내가 떨떠름해하자 순욱은 웃으며 말했다.
“남만에는 야수들을 조련하여 그 야수들에게 전투를 시키는 부대가 있다고 하네.”
“…그렇군요.”
“익주는 남만을 정벌하여 그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였어. 남만은 쉽게 보지 못한 독물들, 그리고 야수들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지.”
순욱의 눈이 번뜩였다.
“그 부분에서 크게 데일 수도 있으니 준비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야. 정욱이 남만에 간 것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함도 있어. 내년 봄 중순까지 내게 연락을 해준다고 했으니… 한번 기다려보세. 적을 알지 못한채 싸우면 큰 패배를 겪을거야.”
순욱과 만남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하며 생각했다.
확실히 남만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독이나 야수가 있을 수 있었다.
야수야 그냥 잡는다고 치더라도 독물 같은 경우는 문제가 된다.
지금의 천하에 있는 독이나 약에 대해서는 화타가 대부분 알고 있어 처치 방법을 알지만.
그렇지 않은 독물들에 대한 문제는 좀 골치아프다.
이 부분은 어떻게 처리한다.
“흠… 손책을 불러야 하나. 아니면 교주의 의원이라도 불러야 할지도…”
손책에게 듣기로 교주쪽에서는 남만과 꽤나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남만의 적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정확히 알려면 손책을 불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남만에 대한 일을 생각하며 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정리는 끝난 상태였다.
정원의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던 영이가 웃으며 다가왔다.
“다녀왔어요?”
“응. 뭐해?”
“오늘은 좀 나른해서 쉬고 있었어요.”
헤에.
영이가 나른해하는 날도 있었나?
휴가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영이는 꽤나 피곤해하는 듯 보였다.
내가 자리에 앉자 영이는 애 옆구리에 손을 넣었다.
“왜?”
“그냥. 좀 달라붙고 싶어서 그러는건데… 싫어요?”
“그럴리 있나.”
따끈따끈한 영이의 몸을 안아주었다.
헤죽 웃은 영이가 날 바라보는 사이 시녀 하나가 바구니를 가지고 왔다.
“부인. 과일을 가지고 왔습니다.”
“응. 거기 놔둬.”
사과와 귤이다.
겨울 다 되어서 사과와 귤이라니.
내가 놀라자 영이는 방긋 웃었다.
“종 상서령이 저희가 왔다고 보내주더라고요. 얼마 전에 형주에서 받았다면서… 자. 아 해요.”
“응. 아~”
새콤한 것이 아주 맛있다.
영이가 입에 넣어 준 귤을 우물거리며 영이의 입에도 넣어주었다.
“맛있다. 요새는 이상하게 신게 맛있네요.”
“아무래도 태원장 음식은 좀 기름졌으니까. 그거 먹다보면…”
응?
잠깐만.
난 영이를 보며 물었다.
“영아. 너 혹시… 임신한 거 아니야?”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다!
으아!
휴일 끝났다!
끼에에엑!
흑흑
월요일이네요ㅠㅠ
다들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당…
그럼 대댓글 갈게요!
리수진 // 감사합니다~
구리44 // 감사해영~
트릭스타 // 시져시져!
크리포 // 으잌ㅋㅋ 좀 생각해보겠습니당
신지영 // 왘ㅋㅋㅋ 특별출현!? 아내들 데리고!?
일반사람 // 감사합니다~
철의노래 // 하…ㅠㅠ 진짜 분량조절… ㄷㄷ
Annaka // 가즈아!
인페르니우스 // 일단 영이는 됐네요 ㅋㅋ
곰횽 // 앜ㅋㅋ 아직이에염!!
마리오넷 // 끄악… 길다ㅠㅠ
ppk12 // ㅋㅋㅋ 천천히 보셔유 ㅎ
아카타니스 // 그러게요ㅠ 많은 일이 있었죠 ㅎㅎ 항상 감사합니다!
암천회류 // 감사합니다~
페어리블러시 // 어떻게든 남은 시간 더 놀려고 하는 발악!!
Bobbylow // 왘ㅋㅋ 좀 봐줘요 ㅋㅋ
LimitZero // 이래저래 일이 많습니다만… 남만을 얻어서 남만에서도 농사를 짓고 있죠. 다만 좀 허접하긴 합니다…
허니앙쥬 // 가끔씩 저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저도 군대에 있을때 한번 했어요 ㅋㅋ 검열 준비 때문에. 물론 보상받기는 했지만 ㅋㅋㅋ
바이러스 // 달려라 유하!!
백발마인 // 감사합니다~~
Flyback // 요새 좀 한가쳐서… 여유있을 때 바짝 달리는거죠 ㅋㅋㅋ 와우랑 게임을 당분간 접은 상태라 시간이 좀 남네요 ㅋㅋㅋ
Dunkel // 일단 영이는 성공!!
Guaaaaaak // 어떻게든 일시켜먹으려는 사악한 마수들이…!!
히히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