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24
병주의 최북부인 정양군에 도착하니 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 원소 공략전때 함께 일했었던 그는 기뻐하며 나를 반겼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승상부주. 병주목께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진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 오래간만이군. 그간 잘 지냈나?”
“예.”
“상황은 어떻지?”
“탁발부의 정찰병들과 오백에서 천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부대들이 정찰, 그리고 밀수를 위해 오가는 정도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 이렇다 할 전투가 있었다는 건 아니겠군.
“그간 고생 많았다.”
“군수의 인수증을 드릴까요?”
상곡군 군수의 인수증을 꺼낸 그가 말하자 난 고개를 저었다.
저거 있어봤자 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일단 이곳에서 모이기로 했으니까 이쪽에서 대기하도록 하지. 그런데 듣자하니 삭주에서 황충을 판매한다면서?”
“예. 삭주에 있는 이민족들이 황충을 잡아와 약재로 판매하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밀수의 품목 중 하나가 바로 황충입니다.”
“샀나?”
“밀매를 하는 이들이 몇 있기는 했지만… 저희들이 공식적으로 팔지는 않았습니다.”
전시에 적과 거래를 하는 것은 중죄다.
전시가 아니라면 괜찮겠지만 지금 대놓고 삭주에서 병사를 모으고 있는 상황.
북방 이민족들과는 이야기가 달랐다.
북방 이민족들이 황충을 팔아봤자 결국 우리 쪽에서 돈을 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그 돈을 가지고 다른 유목민들을 포섭할지도 모르는 판국에 거래를 할 수는 없었다.
“삭주 역시 황충에 의한 피해가 대단한지라… 황충으로 식량을 구매하려 했습니다. 전시에 식량은 군수물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적과 거래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잘했군.”
내 치하에 여건은 희미하게 웃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황충을 잡았지만 팔지 못한 이들이 그 황충을 그대로 풀어버린 것이… 황충을 풀며 저주를 내렸는데 상곡군에서 황충이 발호하지 않을까 걱정이군요.”
“괜찮아.”
이제 곧 겨울이다.
황충이 월동을 위한 구역을 찾지 못한다면 얼어죽을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 하더라도 병주에도 황충을 찾는 이들은 많았다.
그들이 알아서 다 해결하겠지.
내가 삭주에서 걱정하는 것은 삭주에서 황충들이 산란을 끝내고, 그것이 부화하여 다시 유주와 병주를 습격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황충을 잡는 일을 저들이 해주었다면 걱정을 크게 덜 수 있었다.
“병주목께서는 어디에 계시나?”
“안문군의 병주목 치소에서 머물고 계십니다.”
“그래…?”
그 외에 할 일들을 몇가지 확인해보았다.
여건은 순순히 대답했고 대충이나마 앞으로의 일을 계획할 수 있었다.
병주의 대부분 병력이 삭주를 향해 전진배치되어 있다.
후방에서 날뛸 도적들은 기주와 사예주에서 막아주길 기원하는 것이군.
당장 큰 문제인 탁발부만 생각하려는 것이 책사인 가 사형 답다.
“그럼 이쪽은 우리가 맡아야 할 것 같은데…”
“다른 지원은 없는 겁니까?”
“지원은 있을거야.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하후상이 흑귀대와 백파병을 이끌고 올라 올 시간을 계산하면 적어도 이주 정도는 생각해야 했다.
거리상으로 본다면 안문군을 거치겠지.
그곳에서 백파병이 가 사형을 돕게하고 흑귀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그럼 저희만으로 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군요.”
“뭐. 그런 셈이네. 무서운가?”
“그럴리 있겠습니까? 원소군과도 싸운 저희인데.”
여건이 씩 웃으며 답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삭주의 이민족들이 흉포하며 날래다고는 하지만 그래봤자 이민족이다.
“그나저나 호주천은 어떻게 된거지? 그도 흉노를 이끌던 것 아니었나?”
탁발부는 선비족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다.
과거 흑산적을 이끌던 장연이 북방을 한차례 흔들고 난 이후 호주천이 남은 흉노를 이끌고 병주로 투신했었는데.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내 질문에 여건은 담담히 답했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흉노족들도 대부분 상곡군에서 머무르고 있고.”
“어? 그래?”
그럼 이곳의 병력은 흉노족이라고 볼 수 있는건가?
그나마 다행이군.
잔인하고 흉포한 흉노병이라면 큰 도움이 될거다.
“흉노병이라면 믿음직스럽지.”
“예. 강병들입니다. 비록 수가 적기는 하지만…”
“응? 얼마나 되는데?”
“지금은 팔천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안문군에도 절반 정도가 가 있는지라.”
“흐음…”
내가 데려 온 이만의 병사.
그리고 흉노족 팔천.
거기에 다른 곳에서 긁어 모은다면 어떻게든 삼만 오천 정도는 맞출 수 있었다.
“흐음…”
저수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상곡군은 지리적인 이점을 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지리적 이점이나, 하다못해 성벽이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없는 상황이라면 병력은 아주 중요했다.
“지금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병사들의 상태, 그리고 북방의 공포인 장료를 쥐고 있다는 것과 물자의 여유 정도군. 탁발부의 정확한 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럴 것 같았으니까.”
교사원도 파악하지 못한 것을 알아내지 못했다고 타박할 수는 없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문이 열렸다.
“여 군수! 빨리 나… 엇!! 승상부주 아니십니까!”
“오래간만이네.”
예전에 봤던 호주천은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의 밝은 표정을 보며 여건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호주천은 빠르게 보고했다.
“그놈들 중 일부를 잡아서 고문했어.”
“그래? 승상부주. 마침 잘 되었습니다. 황충을 사주지 않는다며 행패를 부리던 놈들을 잡았습니다.”
“탁발부 소속인가?”
“그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듣자하니 탁발부 인근에서 온 것 같으니… 어느정도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가지. 지금은 작은 정보라도 얻어두는 것이 좋으니까.”
관청의 지하감옥으로 들어가니 짙은 혈향이 피어올랐다.
그것을 맡으며 들어가자 호주천은 흉노병들에게 말했다.
“이놈들. 귀한 분이 오셨으니 성심 성의를 다해야 한다!”
“귀한 분? 어? 당신은…”
“오… 너 나 알지?”
호주천의 말에 귀찮은 듯 대답하려던 흉노족 사내는 나를 보며 반색했다.
“이야~ 오래간만입니다. 사마 도련님은 잘 계시지요?”
“하하. 그래.”
예전에 사마의를 따르던 흉노병 중 하나다.
여기서 이 사람을 만나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단검을 들었다.
“진짜 귀한 분이 오셨구만! 아주 힘이 좋으신 분이…”
여기까지 소문이 났나.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사내의 무릎에 단검을 꽂았다.
“끄아아아악!! 이 카르니가 다가수!”
“한어로 해라. 한어로. 거리에서는 잘만 떠들더만. 응? 진실의 방에 들어갈래? 그래야 말하겠어?”
여기가 진실의 방이 아니었나?
안쪽을 보니 작은 방이 있었다.
오메 살벌하구만.
“끄악!!”
잘 모르겠지만 저거 욕이겠지?
증오심이 가득한 눈으로 호주천을 노려보던 그는 침을 뱉은 후 외쳤다.
“초원의 늑대가 네놈들의 목을 물어 뜯을 것이다!!”
“아이고 그거 무서워서 어쩌나.”
호주천은 날카로운 송곳으로 그의 다른 쪽 무릎을 후벼팠다.
잔혹하기가 보통이 아닌 놈들이다.
교사원이 고문을 하는 방식은 아무런 감정이 없이, 그저 할 일 하듯 한다.
그들의 냉담함에 오히려 공포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흉노족의 고문방식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것이었다.
정보를 얻기보다는 고문을 당하는 상대의 모습에 기쁨을 느끼는 듯 하다.
그들의 잔혹함에 감탄이 나왔다.
“고문 잘하네.”
“어이쿠. 감사합니다~ 특별한 분이 오셨으니 특별한 방법을 써야겠군요. 하하. 아주 섬세한 작업이니 이제 다들 조용히 해주셨으면 합니다.”
호주천은 날카로운 칼을 그의 이마에 가져갔다.
“자. 귀한 분 오셨으니까 잘 생각해서 답해라. 응? 승상부주.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말씀 해십시요.”
“탁발부에 모여 있는 이들의 수는?”
“퉷! 개 부랄이나 핥… 끄아아아악! 아아악!! 악!!”
날카로운 칼로 이마의 살점을 망설임없이 잘라낸다.
하얀 뼈가 드러날 때까지 그의 살을 잘라낸 후 호주천은 작게 속삭였다.
“마지막 기회야.”
“너는 소부랄… 아아아악!!”
뼈가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송곳으로 이마의 상처에서 드러난 두개골을 갉아대기 시작했다.
끔찍한 소리가 울려퍼지자 그는 연신 비명을 내질렀다.
“탁발부에 모여 있는 이들의 수는?”
“으… 으으… 마귀같은 놈들…”
“마지막으로 묻겠다. 탁발부에 모여 있는 이들의 수는?”
호주천이 웃으며 망치를 든다.
이미 이마에는 송곳이 닿아 있는 상황.
그는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호주천을 노려보다가 다급히 외쳤다.
“하, 한달 전에만 해도 십이만!! 십이만이 넘었다!”
“십이만이라… 그 중 전사의 수는?”
“…그건.”
“계속 해.”
두개골에 조금 박힌 송곳의 끝에 망치질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엄청난 공포를 느낀 듯 보였다.
“아아아악! 아아악!! 팔만!! 팔만여!! 우리가 나올 때는 그정도 되었다!!”
십이만의 유목민 중 팔만이 전사다?
이건 좀 말이 안되는데.
내가 팔짱을 끼고 의심스러운 듯 바라보자 그는 더더욱 다급히 외쳤다.
“황충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죽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전사의 수가 많지?”
“…그건…!”
“그 이유는 제가 알 것 같습니다.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전사입니다. 전사가 없으면 부족이 존재하지 못합니다. 황충에 의해 식량이 줄어들며 그것을 전사들만 먹었을 겁니다.”
“그 말은 노인, 그리고 아이와 여자는 굶어 죽었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지요. 아니면 전사들을 빼고는 탁발부로는 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쨌든 움직이는 것 자체에도 식량은 소모되니 말입니다. 남은 부족원은 황충에게 피해를 입지 않은 초지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꽤나 위험을 감수하는 방법을 쓰는군.”
기존의 파오나 지역에 남아 있을 수도 있고.
어찌 되었든 탁발부에서 전사를 위주로 모집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전쟁을 준비한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나보네.”
난 웃으며 말한 후 호주천의 어깨를 잡았다.
“캐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캐내보게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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