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44
관청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집으로 향했다.
나를 알아 보는 몇몇 백성들이 인사를 하는 것을 받아주며 진가장에 들어간다.
“아버지~!!”
“오~! 율아! 어이쿠! 많이 컸네! 이제 시집 가도 되겠어~?”
잠시 못 본 것 뿐인데 더 커진 것 같다.
내 품에 안긴 율이를 꽉 끌어안아줬을 때 아장아장 걸으며 석이와 유가 걸어왔다.
“아부지~”
“아버지~”
내 귀여운 두 아들들.
율이를 내려 놓고 아들들을 끌어안았다.
폭 안긴 둘이 예쁘다.
말랑말랑한 볼살에 연신 입맞춰 주었다.
이게 행복이라는건가.
내 새끼들을 안아주니 마음 한구석이 뿌듯하다.
아들들을 안고 난 정원을 보았다.
정원에는 흑귀대와 하인들이 여기저기를 파고 있었다.
그들이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자 난 구덩이를 가리켰다.
“너희 뭐하냐?”
왜 멀쩡한 마당에 구덩이를 파?
내가 궁금해하며 물었을 때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부탁했습니다. 오셨습니까. 아버님.”
잘 차려입은 귀공자.
순선이 웃으며 다가온다.
그는 입가에 가득 미소를 띄운 채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어… 그래. 야. 오래간만이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전에 봤을 때보다 키가 더 커져 있었다.
유한 성품을 나타내는 듯한 약간 늘어져 있는 눈을 응시하던 나는 그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연노를 써봤는데 생각보다 좋더군.”
“그렇습니까?”
“그래. 아직 임관할 생각은 없나?”
“예. 좀 더 진가윤에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만…”
순선은 쓰게 웃으며 말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순선 정도라면 충분히 임관해도 승상부에서 바로 끌어올려 줄 수 있을거다.
진가윤에서 한 일들이 워낙 많았어야지.
그의 등을 두들겨 준 나는 안채를 보았다.
“어머님들은 지금 옷을 만들고 계십니다.”
“옷?”
“예. 그…”
순선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가 부끄러워하자 난 웃으며 그의 등을 강하게 쳤다.
“악!”
“결혼식 관련 예복인가보군.”
“그, 그렇습니다. 어머님들께서 잘 만들어 주신다고…”
사위사랑은 장모 사랑이라더니.
영이랑 청이, 완이와 희는 순선이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임신을 했는데 옷까지 만들어 줄 줄이야.
내가 웃었을 때 내 방이 있는 건물에서 당지가 나왔다.
“오셨습니까?”
“그래. 잘 있었냐?”
“하하… 예.”
아내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당지를 진가에 뒀는데.
그는 아직까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래서 인맥이 좋군.
“저 방에 제 임시 의방을 만들었는데…”
“아. 괜찮아. 그래도 알지?”
진가에 아무나 못 들이는 거.
약방과 의학을 위한 것들은 두지만 진료는 다른 곳에서 해야 한다.
당지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진료소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보다 승상부주.”
“음?”
“표정이 좀 안좋아보이시는데. 어디 아프신 것 아닙니까?”
“그런 건 아닌데.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잠시 손을 줘보시지요.”
내 손목을 잡고 맥을 확인한 이당지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혈이 많이 죽어 있습니다. 요새 마음 고생이 심하셨던 모양입니다? 잘못하면 고뿔에 걸리실 수도 있겠군요.”
“그래?”
겨울에 밖에 돌아다녀서 그런가보다.
그동안은 긴장감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았지만 업에 돌아 온 이상 그 긴장감이 풀릴 수 있었다.
이러다가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내일은 등청하지 말고 푹 쉬는게 낫겠군.
이당지는 품에서 말린 약초 하나를 꺼내주었다.
“씹으시면 좀 피로가 풀릴 겁니다.”
“이거 고맙네. 그보다 아내들은 괜찮지?”
“특별히 걱정할 만한 일은 없습니다만…”
“니다만?”
“여름이 걱정되는군요. 한분이라면 모르겠지만 네분이나 임신을 하셨으니. 여름에는 기혈이 많이 약화되는 기간인데 고생들을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럴 것 같아서 석빙고를 만들어 놨어. 얼음이 필요하면 얘기해.”
“마침 잘 됐군요. 업에도 빙고를 만들고 있는데. 여름을 나기에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얼음을 옮기는데 비용이 좀 들겠지만 아내들을 위해서 이정도도 못하겠나.
내가 웃으며 말하자 순선의 표정이 밝은 표정으로 외쳤다.
내 마누라들 위한건데 네가 왜 좋아하냐?
내가 지그시 바라보자 순선은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야. 너 뭔 짓 저질렀냐?”
“그럴리 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휘 낭자가 여름에 좀 약해서…”
“그래?”
“예. 진가윤에 있을 때 더위를 타서 고생을 했었습니다. 괜찮다면 저도 얼음을…”
“뭐 그런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그래도 순선이 휘를 아껴주는 것 같아 다행이군.마누라 패는 놈이었으면 바로 목을 뽑아버렸을텐데.
내가 웃었을 때 안채에서 미소녀가 걸어나왔다.
흑단같은 긴 머리칼.
약간 날카로워보이는 깊은 눈.
오똑한 코와 도톰한 입술까지.
날이 갈 수록 미모가 강해지는 휘였다.
“…어.”
휘를 보니 바로 영이가 생각난다.
정말 영이를 꼭 빼닮았다.
옛날 그녀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휘를 응시하던 나는 웃으며 손을 벌렸다.
“아버지.”
베시시 미소지은 휘가 내 품에 안긴다.
은은한 창포향까지 느껴지는게 정말 영이같군.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자 휘는 웃으며 말했다.
“정말 많이 걱정했어요.”
“그래. 너도 별 일 없었지?”
“예.”
휘의 이마에 입맞춰 준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생긋 미소지은 휘가 순선의 옆으로 간다.
“하하. 꽤나 잘 어울리는 한쌍이군요.”
“고마워요. 이 의원님.”
순선과 손을 잡은 휘가 이당지의 말에 생글거렸다.
휘도 나름대로 행복한 듯 보인다.
난 순선을 보았고 순선은 옛날과 다르게 나를 마주 보았다.
이제는 자신있다 이건가?
그의 당당함에 웃음이 나왔다.
“여보~”
“어?”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채에서 나오고 있는 여인들.
영이와 청이, 완이, 희다.
아름다운 네 미녀들이 다가오자 난 그녀들을 끌어안았다.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는 아내들을 한번씩 꽉 안아 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집에 돌아 온 것 같네.”
밥을 먹고 내 방으로 순선을 불렀다.
그가 들어오자 난 감채의 씨앗을 보여주었다.
“이게 뭡니까?”
“당에 대해서는 자네도 알지? 그 당을 만들기 위한 원료의 씨앗이야.”
“…그렇군요. 이걸 어떻게 구하셨습니까?”
“어? 그리 놀라지 않는군. 아는 거냐?”
이건 또 예상 밖인데?
그가 생각보다 침착한 모습을 보이자 난 의아해하며 그를 보았고 순선은 빙긋 웃었다.
“예전에 정 대사농께서 데리고 계시던 분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서역에 갔다 오신 분인데 신기한 것을 많이 알고 계시더군요. 그 중 당을 만드는 풀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 그래?”
“예. 다만…”
“다만?”
“그 씨앗은 보물과 같은 취급을 받고, 또 씨앗을 반출하는 자는 삼대를 멸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겠지.
지금 시대는 설탕을 만들면 그건 금보다 더 가치가 있는 시대니까.
부족이나 나라 차원에서 통제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구하셨습니까? 진가윤의 농업부에서도 어떻게든 갖고 싶어하는 씨앗이 바로 삼과 이 씨앗인데.”
“병주목에게 받았지.”
“병주목… 역시 아버지 말씀대로 대단하신 분이군요. 이런 것을 구하게 될 줄이야.”
순선은 고개를 끄덕인 후 주머니에 들어 있는 씨앗을 확인했다.
손바닥에 놓고 굴려 본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키우느냐인데. 아버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작물을 기르는 것은 시기가 중요합니다.”
“그냥 키우면 될거야. 중요한 것은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는 거지.”
“건조… 그렇다면 진가윤에서도 시도가 가능하겠군요.”
순선은 현명한 녀석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도는 간단히 잡아낼 능력이 있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난 씨앗이 담긴 주머니를 톡톡 쳤다.
“네 결혼식이 끝나면 업에서 머무르지 말고 바로 산양군으로 가야겠다. 그곳도 진가이니 예법에는 어긋나지 않아.”
업은 지금 여기저기 논농사를 짓기 위해 강줄기를 따로 빼고 치수 작업을 해가고 있었다.
쓸만한 농지에는 대부분 물이 차 있는 만큼 건조한 환경이라고 볼 수 없었다.
“진가윤 농지에 자리 있지? 거기서 한번 길러보자고.”
“알겠습니다. 그럼 아버님께서는…?”
“내가 매번 갈 수는 없으니까. 너도 이제 내 가족이 되는 것이니 믿고 맡기려는 거다. 물론 아예 손 놓고 있지는 않을거야. 가끔씩 들리도록 하지.”
난 순선의 어깨를 잡았다.
그는 생각 이상으로 잘 해줬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 사위로서 인정해주고 가족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줘야겠지?
순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아버님.”
“음… 뭐라고 해야 하나. 내가 지금까지 자네를 열심히 갈구고 괴롭힌 것은 자네가 다 잘되라고 그런 것 뿐이야. 그것을 너무 마음에 담지 말게. 자네도 눈에 넣어 아프지 않을 딸을 낳으면 나와 똑같을걸세.”
“하, 하하하. 이해합니다.”
“음. 그래. 순 승상께서는 언제 오신다고 하나?”
“다음주 쯤이면 오실 겁니다.”
이제 이십일 후면 춘절이다.
전에 성이가 결혼했었던 춘절이 다가오니 그때 결혼식을 치루고 며칠 후에 바로 보내야지.
“알았네. 더 할 말이 없다면 그만 나가보게나.”
“음… 예.”
뭔가 할 말이라도 있었는지 입술을 달짝거리던 순선은 결국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를 향해 웃어보이며 난 축객령을 내렸다.
그가 나가고 잠시 후 영이가 들어왔다.
이제 한 삼개월 정도 됐나?
아직 배는 제대로 나오지 않은 듯 보였다.
영이가 들어오자 난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뭐하러 왔어. 사람을 부르지. 내가 안채로 가면 되는데.”
“후후후. 당지가 운동삼아 자주 걸으라고 하던데요?”
“그래도…”
자리에 앉은 영이가 방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음.
역시 예쁘다.
그녀의 입술에 입맞추자 영이는 장난스럽게 입을 꾹 다물었다.
“에잇.”
말랑거리는 볼을 양 손으로 꾹 눌렀다.
그제서야 입술이 벌어진다.
진하게 입맞추고 난 후 난 영이의 배에 손을 올렸다.
“아직은 몰라요.”
“그래도. 몸이 아프거나 그런 건 없지?”
“후후후… 그럼요. 건강한게 장점인걸요?”
영이가 알통을 보이려는 듯 양 팔을 들었다.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웃었을 때 문이 열리며 청이와 완이, 희아가 들어왔다.
“아니 왜 다들 왔어?”
“차라도 하면서 함께 있고 싶어서요. 안되나요?”
“어. 그럴리가 있나. 앉아. 앉아.”
완이와 희가 자리에 앉자 난 청이를 부축했다.
그녀가 생긋 웃어준다.
청이는 역시 임신했을때가 더 예뻐보인다.
활발하며 강인한 인상이 많이 죽어 부드러워보이는 것에 만족한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다들 시기가 비슷해서 고생이네.”
“어쩔 수 없죠. 뭐.”
전에는 그나마 따로 임신을 해서 서로 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힘든 상황이다.
“아버님께서 오실 때 장연과 정이를 데리고 오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장 교위와 서 교위의 아내들도 도우러 온다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거에요.”
“음… 그래. 어차피 휘를 산양군으로 보낼 생각이니까 괜찮겠지. 아버지는 휘에게 맡기도록 하자.”
“어머? 진가에서 일, 이년 정도 머무르게 하지 않고?”
결혼하자마자 휘를 보내버리겠다는 말에 부인들이 깜짝 놀랬다.
그녀들을 향해 이유를 설명해주었고 그제서야 다들 납득했다.
“그리고 결혼했으면 이제 순가의 여인이지. 내가 계속 쥐고 있을 수는 없는거잖아.”
마음 같아서는 평생 쥐고 살고 싶지만.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요
오늘은 제가 늦게 들어와서ㅠ
대댓글이 없구만요…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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