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8
00108 조숭 구원전 =========================
“다녀오셨어요!”
“응. 잘 있었어?”
오래간만에 영이를 보니 살것 같다.
화사하게 웃으며 내게 달려 온 영이를 꽉 끌어안아주었다.
이 창포향과 영이의 향기에 안심이 되는 듯 하다.
“팔! 팔 왜 이래요!!”
날 꽉 끌어안고 헤실거리던 영이는 내가 어디 다쳤는지 보기 위해서 위 아래로 흝어보다가 붕대에 감겨져 있는 왼팔을 보았다.
그것을 본 영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자 난 쓰게 웃었다.
“별 거 아니야.”
“별 거 아니라니요!!”
거의 울 것 처럼 영이가 소리치자 사람들이 쳐다본다.
특히 조숭이.
다른 사람들이야 나와 영이가 이러는 것을 자주 봤겠지만 조숭은 처음이라 그런지 훈훈하게 웃고 있었다.
“여기서 울면 다른 사람들이 흉봐요. 자자. 울지 말고.”
“그치만…”
“네가 준 약 덕분에 이제 아프지도 않아.”
영이가 준 약이 진짜 좋기는 좋았다.
바르고 나서 하루만에 통증이 거의 사라졌으니까.
흉터는 좀 남겠지만 그 공격을 막은 것 치고는 싸게 먹힌 거지.
“…우…”
“아… 그만 울어. 진짜. 괜찮다니까.”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한 영이가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결국 조숭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
“허허. 그토록 용맹하던 자네도 아내의 눈물에는 약한가보군.”
“태위 어르신. 영아. 인사드려. 조 태위 어르신이야. 어르신. 제 아내입니다.”
“그래. 보기 좋구만. 처자. 미안하네. 날 지키느라 이리 되었으니 말이야.”
“힝…훌쩍… 소… 소녀 사마영이라 하옵니다.”
“그래. 미안하구나.”
“흑…”
“괜찮다니까. 그만. 뚝. 이쁜 얼굴 다 망가지네.”
내가 오는 것 때문에 화장까지 했던 영이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남들이라면 질색하겠지만 내 마누라라 그런지 이쁘다.
하.. 이쁜 것.
“하하하하! 자. 그럼 잠시 후에 보지.”
조숭과 내 만류에도 영이는 내 손을 꼭 잡은 채 계속 훌쩍거렸다.
여기서 건드려봐야 득 볼 것은 없다 생각한 조숭이 아버지와 함께 집무실로 향하자 난 영이를 꽉 안았다.
“괜찮아. 이제 안아파. 멀쩡하다고.”
“그치만… 그치만…”
“아이 참. 오래간만에 봤는데 자꾸 울거야? 뚝.”
“….흑.”
“이제 좀 낫네.”
끅끅거리면서도 애써 눈물을 참기 위해 수건으로 눈물과 콧물을 닦아낸 영이를 보며 그녀의 이마에 입맞춰주었다.
“다녀왔어.”
“어서와요…”
방으로 돌아와 갑옷을 벗고 평소 입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깨끗한 옷을 입는 나를 보며 갑옷을 정리해주던 영이는 내 말에 의문을 품었다.
“한대만 쏘고 끝났다라… 왜 일까요?”
“글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 그저 조숭을 공격하는 것이 목적이었던가.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더 이상 공격을 할 수 없었다든가.”
“이상한 일이네요.”
“그렇지? 그래도 그 덕분에 이걸로 끝낼 수 있었어.”
붕대가 풀려 있는 팔을 들어보이며 난 웃었다.
상처자국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그나저나 그 약 정말 굉장하던데? 또 구할 수는 없어?”
“재료가 없어서요. 효과가 낮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들 수는 있어요. 그래도 그 수준까지는 힘들거에요.”
내가 제일 걱정했던 파상풍은 없었다.
알콜로 소독을 한 덕분일까?
아니면 영이의 약 덕분일까.
아무튼 다행이다.
“중달은?”
“지금 집무실에 있을거에요.”
“그래… 난 중달과 좀 얘기를 하고 올게.”
“다녀오세요. 그… 그리고.”
꼼지락거리던 영이는 부끄러웠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고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무사히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나 왔다…. 근데 넌 왜 여기 있냐?”
“아씨! 잡혔어!”
“음?”
사마의와 함께 그의 집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방통을 발견했다.
똥씹은 표정으로 일을 하는 그를 보며 묻자 방통은 씩씩거리며 대꾸했고 난 사마의를 보았다.
“저자의 능력은 출중해. 고작해야 현령의 그릇이 아니지. 적어도 군수 이상은 맡기는게 좋을거다.”
“그거야 인정한다만…”
“네가 없는 동안 군수께 말씀드려 배치를 좀 바꿨다. 앞으로 저 사람이 별가의 일을 할거다.”
“그래. 잘했다.”
현령의 그릇이 아닌데도 현령 일을 시킨 이유는 사람이 없어서였을 뿐이다.
장제를 창읍현의 현령으로 남기고 문제시 바로 산양군수 치소로 와서 보고를 하라는 편제를 만들고 방통을 가좌로 끌어올린 사마의는 무덤덤히 죽간을 덮은 후 물었다.
“방 가좌. 다 했습니까?”
“다 했어. 자.”
“흠… 훌륭하군요. 이렇게 잘 할 것을 왜 그동안 안하셨습니까?”
“야. 나 쟤 싫어.”
“나도 싫어.”
“…댁들이 날 싫어하든 말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야.”
방통이 인상을 왕창 구기며 대놓고 사마의에게 싫다고 말하자 사마의 역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둘이 잘도 같이 일하고 있네.
나 없는 새에 서로 멱살 몇번은 잡은 분위기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일을 하느냐지요.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시지요.”
“벌써?”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내가 놀라자 방통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안녕이다!”
“내일 인시에 뵙겠습니다.”
“…아 몰라! 난 쉴거야! 기루에 갈거라고!”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사마의의 말을 들은 척 만 척 하며 방통은 잽싸게 집무실을 나갔다.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쉰 사마의는 차를 한잔 홀짝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생했다. 그곳에서의 일은 어땠지?”
“음… 야. 좀 심각한 일이 발생했어.”
“심각…? 그런 일이 일어날리가.”
“들어봐.”
사마의가 타준 차를 마시며 서주에서의 일을 이야기했다.
다른 부분은 다 빼고 장개가 살해당했고 의문의 습격을 당했다는 것.
그것을 들은 사마의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
“누굴까?”
“글쎄. 의심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 첫번째는 이각과 곽사… 즉. 너의 사형이다.”
“…사형이 왜? 너와 사형은 손을 잡은 것 아니었어?”
“비슷한 목적이 있지만 방식은 다를 수 있어. 나는 안정적인 방식으로 서주를 얻기를 원했지만 가후는 달라. 그는 서주가 크게 공격당하고 그것으로 인해 조조가 천하에 이름을 떨치길 바랬거든. 서주를 힘으로 제압한다면 어떤 명사들도 조조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어. 왜? 이 세상에 미친놈처럼 무서운 놈이 없으니까. 황제만 손에 넣으면 조조는 명분에 자유로울 수 있어. 허나 그렇게 된다면 명사들이 거슬리겠지. 조조가 서주를 침공하여 명사들을 학살할 수 있는 기회를 위해 그랬을 수도 있지”
“하지만 사형이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맞아. 나도 좀 너무 나갔다고 생각하네. 두번째는 원소다.”
“원소… 그럴 수도 있겠군.”
사형 흑막설보다는 차라리 이게 믿을만 하겠다.
조조가 서주를 공격하게 만든다.
그리고 조조가 서주를 침공하는 사이 연주를 공격한다.
“흠…”
“그 외에도 가설을 세우면 의심가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야. 단서가 없어. 뭔가 발견한건?”
“글쎄… 아. 이거. 이게 그나마 단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방패에 박혔던 화살을 가져와 보여주었다.
그냥 단순한 화살이 아니다.
흑단목으로 만들어진 화살.
그것을 받은 사마의는 흥미롭다는 듯 그것을 만져보았다.
“굉장한데…”
“그렇지?”
사마의나 내가 이 화살에 감탄한 이유는 간단했다.
흑단목은 거의 탄성이 없다.
그런데도 이 화살에는 탄성이 존재했다.
흑단목으로 만들어진 화살을 조금 휘어 본 사마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흑단목에 탄성을 넣을 수 있는 기술이라… 사마가의 비고에도 그런 기술은 없었는데.”
“세상은 넓고 기술은 많은 법이지.”
영이가 사마가의 비고에 있는 기술로 약을 만들었던 것처럼 나 역시 비누를 만들거나 종두법을 하는 등 이 세상에는 없는 기술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흑단목에 탄성을 넣는 기술이 없다고는 못할 것이다.
“신기하군… 아주 신기해.”
“야. 내놔.”
“이거 나 주면 안될까? 비고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다. 후… 모든 지식은 하나로. 사마가의 비고에 적혀 있는 말이다. 초대 사마가의 가주, 사마앙께서 남기신 말이지.”
“그래서?”
“이 기술을 사마가에서 연구해 지식으로 남기고 싶다. 협조해다오.”
“미쳤냐. 단서가 하나뿐인데.”
사마의의 손에 들려 있는 흑단목 화살을 빼앗았다.
아쉬워하는 그를 향해 난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흑단목으로 만들어진 화살을 쓰는 놈은 거의 없을거야. 나중에 흑단목으로 화살을 만들어 쓰는 놈이 나오면… 그 놈이 범인과 관련이 되어 있다. 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관계는 있겠지. 흑단목에 탄성을 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였고 난 손에 들려진 화살을 만지작거렸다.
서로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을 이어나갔다.
앞으로의 일이 어찌 될 것인가.
“조숭이 공격당했다. 이건 조조가 움직일 빌미가 되는 걸까?”
서주의 대학살 명분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사마의가 장개에게 원한 것은 적당히.
즉 조숭이 위협받지 않을 정도의 병력과 힘으로만 공격하는 것이었다.
과하지도, 또 모자르지도 않은 정도의 수준이지 자칫하면 죽을 뻔한 수준의 공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글쎄…”
내가 막기는 했지만 어쨌든 아버지가 죽을 뻔 했다는 것은 조조에게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그것을 명분으로 서주를 공격하지 않을까? 라는 내 질문에 사마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힘들지 않을까 싶어. 공격 자체가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명분이 약해.”
“하지만 우기면 되겠지. 서주목이 서주 하나 제대로 관리를 못해 내 아버지가 서주에서 죽을 뻔 했다. 호위병들이 있는데도 공격할 정도라면 일반적인 도적은 아닐 것이다. 결국 서주목이 내 아비를 죽이려 한 것이 아니냐. 라는 식으로.”
“너무 억지같군.”
“그렇긴 하지만… 문제는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지. 사마가를 빌미로 사예주를 공격한 조조가 이런 기회를 놓치려고 할까?”
“흠… 그 말도 옳군.”
내 의견에 사마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분이 약하기는 하지만 우기면 되는 일이니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비록 퇴직한 이라고 하나 태위라는 직책은 가볍지 않아. 그가 죽을 뻔 했다는 것은 천하의 호응을 끌어내기도 쉽지. 이각, 곽사 뿐만 아니라 서주목 역시 한 황실을 무시하고 있다. 감히 한 황실의 태위였던 이를 암살하려 하다니. 이게 신하냐! 라는 식으로 말야.”
“골치아프네…”
“누군가가 부추기지 않는다면… 조조는 움직일 수 없겠지. 허나 누군가가 부추기고 천하의 흐름을 조율하려 한다면 조조는 움직일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결과니까. 조숭이 다치지도 않은데다가 작기는 하지만 명분을 얻었으니. 그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 되겠지. 하지만 조조가 직접 움직일 일은 없을거다. 기껏해야 무력시위를 통해 사예주에서 했던 것과 같은 방법을 쓸 것 같아.”
“무력시위. 오. 그거 좋은 대화수단이지.”
산양군에 병력이 증원된다면, 그리고 그 병력을 가지고 서주 인근을 오가며 암살자를 내놓으라고 시위를 한다면 도겸으로써도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력 시위를 하기 위한 병력의 움직임. 그리고 그 지원은 아마 산양군에서 하게 되겠지? 강제 징발은 힘들테니까 산양군수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아버지는 산양군을 떠나지 않게 되겠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다만 뭐?”
“아냐. 아무것도.”
“뭔데.”
“조숭을 공격한 이가 원소도, 가후도 아닌… 제 삼의 인물이라면 어떨까 생각을 해 본 것 뿐이야.”
“제 삼의 인물이라니? 누구?”
“조숭이 죽었을 때 가장 이득을 볼 사람. 유비.”
“…사실 나도 그거 좀 생각해봤어. 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미뤄두긴 했지만.”
사마의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에서 가장 이득을 본 것이 누구냐고 한다면 다른 이들은 조조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유비였다.
조숭이 공격당한 것으로 조조는 미약하나마 명분을 얻었고 그것에 대해 도겸은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후계자 자리는 둘째치고서라도 조조를 상대하고, 또 조조가 두려워 살기 좋은 산양군으로 도망치고자 하는 백성들을 안정화시킬 사람이 필요했다.
단순하게 안정화라면 엄백호도 나쁘지 않겠지만 조조가 올 경우를 생각해야 하니 당연히 도겸은 유비를 부를 것이다.
“이번 일에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유비야. 조숭이 죽었다면 완벽했겠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물증이 없다?”
세간에 천하의 인재이며 유하고 백성을 사랑하면서도 인의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알려진 유비다.
그런 작자를 조숭 암살 시해범으로 몰아서 잡을 수도 없고 잡아도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다.
“있는 물증이라고 해봐야 흑단목 화살 하나라… 씁쓸하구만.”
“어쨌든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
*****
“휴우…”
그나마 다행이다.
작은 상처도 슬프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좋게 생각하자.
갑옷에 큰 상처가 없는 것을 보니 별다른 전투는 없었다는 것으로 만족하자.
사마영은 진유하의 갑옷을 보며 우울한 한숨을 내쉬고 그의 갑옷 안감에 손을 가져갔다.
“…어라?”
안감을 만지작거리며 그녀는 단검을 꺼내 안감에 자신이 꿰매놓은 천을 풀었다.
“왜 이게 찢어져 있지?”
진유하가 떠나기 며칠 전 그의 책상에서 발견한 부적이었다.
귀신을 쫓고 악운을 막아주며 행운을 불어와 몸을 보호해주는 수호부였다.
사마가의 비고에서 부적술도 익혔던 사마영이 보고 감탄할 정도로 잘 만든 수호부기에 그것을 진유하의 갑옷에 넣어 둔 것이다.
분명히 갈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반으로 찢어져 있는 부적을 보며 사마영은 이해를 하지 못해 찢어진 부적을 손에 들고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