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89
황하를 건너는 배에서 난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옛날 일이 떠올라서 그렇습니다.”
옛날.
청주를 제압한 후 원소와 싸우기 위해서 평원으로 향할때가 따올랐다.
그때 평원을 얻고 났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황하에 다리를 놓는 것을 생각했는데.”
“아니 황하가 무슨 동네 개울가도 아니고. 가능하겠습니까?”
지금와서 생각하니 참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었다.
황하를 건널 수 있을 정도의 다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에 대한 도면도 그려보았고, 또 구현할 계획도 만들었었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더군요.”
대충 계산해봐도 그 비용이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
좌풍익을 다스리면서 마량에게 치수와 다리를 만드는 것에 대해 맡긴 적이 있었다.
그때 혼응토에 대한 실험을 엄청나게 했었는데.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었다.
지금으로써는 불가능이다.
“혼응토에 철근을 섞어 보강한다면 모르겠지만…”
“하하하! 그게 가능합니까!? 그리고 황하에 지지대는 어떻게 쌓으시려는 겁니까?”
“나무로 물을 막은 후 땅을 파고. 큰 바위를 놓아 지지대를 만들면… 이라고 생각했지요.”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종요의 말이 맞았다.
너무 위험했다.
좌풍익에서 황하의 반도 안되는 강에 다리를 놓으려고 했다가 두번 무너트리고 나서야 난 거의 포기를 해버렸다.
지금으로는 불가능하다.
몇백년 후라면.
아니 연구소에서 죽어라 연구원들이 연구를 한다면 몇십년 안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으로는 택도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뭐… 제철기술이 좀 더 발달한다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겠지요.”
“그런데 승상부주.”
“예?”
“그거 더 없습니까?”
“하하하.”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종요가 말하는 ‘그거’는 바로 영이와 완이, 휘가 만든 밀황유 견과였다.
그냥 당만 먹었을 때는 떨떠름해하던 종요였다.
하지만 이런 감미료 형태로 설탕을 넣고 나니 그 달맛에 중독이라도 되어버린 듯 싶었다.
“없습니다.”
집에서 가져 온 거.
종요가 거의 다 먹었다.
단것을 싫어하는 종요였다.
그런데도 계속 손이 간다며 먹는 것을 보니 역시 당은 그냥 먹는게 아니라 감미료로서 쓰는 것이 제일인 듯 싶다.
“아쉽군요.”
쩝쩝 입맛을 다시며 종요는 안타까워했다.
당이 들어간 음식에 매료된 것은 종요 뿐만이 아니었다.
조앙, 그리고 하후돈.
그 외에 한두번 먹어본 대부분이 다들 당의 맛에 반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이 만능의 조미료는 아니다.
하지만 당을 조금 첨가한 것만으로도 음식의 맛이 진해지고 달콤함을 가미시킨다.
지금까지는 이런 감미료가 없었다.
단 맛을 내는 것이라고는 꿀 정도 뿐이었는데 모든 음식에 꿀을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꿀의 과할 정도의 진한 맛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었고.
하후돈과 종요가 그랬는데 그들조차도 당을 넣은 음식이나 음료는 무척이나 잘 먹었었다.
특히 콩물에다가 소금 약간과 당을 넣은 음료는 진짜 잘 마시더라.
하마터면 팔려고 챙긴 당을 한상자 하후돈에게 뺏길 뻔 했었다.
“부인들께서 다른 요리들도 만들고 계시니. 당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겠군요.”
당은 사치품이다.
즉 어지간히 돈이 없고서야는 손을 대지 못하는 물품.
그렇다는 것은 당을 사는 이들은 대부분 돈이 많은 이들을 말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식도락은 중요한 문화 중 하나다.
그 식도락을 만족시켜주는 훌륭한 재료라는 것이 알려진다면 더더욱 당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다.
“그냥 꿀만 넣은 것과는 맛의 차이가 달랐지요?”
“예. 거 참. 그렇게 달라지다니.”
영이와 완이, 그리고 휘가 만든 견과류와 그냥 꿀만 넣은 견과류를 두고 맛본 모두가 당을 넣은 견과류에 손을 들었다.
“이제 도착합니다!!”
멀리 항구가 보인다.
교역소가 있는 청주 동래군의 황현에 배가 가까이 다가간다.
멀리서 봐도 황현은 어지간한 도시 수준으로 꽤나 컸다.
항구에 큰 배들이 정박한 것을 보던 종요는 나에게 물었다.
“바로 교역소로 가시겠습니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일단 기다려보는게 나을 듯 싶습니다. 저희가 당을 거래하기 위해 온다는 것 쯤은 교역소에 알려졌을 테니까요.”
“음… 그렇지요.”
지금 당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다.
아쉬운 놈들이 찾아오겠지.
“그런데 승상부주께서는 이런 거래에 익숙하신듯 싶습니다?”
“아. 아하하하. 옛날에 장사치 노릇을 좀 한지라.”
물론 이정도 거래는 아니었지만.
수업, 그리고 수경원을 부흥시키기 위해서 진짜 별 짓을 다햇다.
그 별 짓 중 하나가 바로 수경상점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때의 감각을 되살리면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옛날에는 내가 아쉬운 쪽이었지만 지금이야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니까.
문제 없이 좋은 가격에 당을 팔 수 있을거다.
“항구에 들어섭니다!!”
선장의 외침이 있고 잠시 후 배가 기우뚱 흔들렸다.
천천히 항구에 정박한 배에서 던진 밧줄이 항구와 연결되자 갑판이 열렸다.
“승상부주. 상서령. 모시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이었습니다!!”
선장은 허둥거리며 나와 나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준 종요는 품에서 금화가 담긴 주머니를 넘겼다.
“정말 고생 많았네. 자네들 덕분에 편안히 올 수 있었어.”
“당연히 해야 했을 일을 한 것 뿐인데.”
“이건 승상부주와 내 성의이네. 꼭 받아주게. 돌아갈때도 자네들의 배를 타야 하니…”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다음에 또 보지.”
흑귀대와 호표기.
장군부의 정예들이 다른 배에서 내려 우리의 앞을 지켰다.
교역을 위해서 만든 교역도시이다보니 항구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리가 내리는 것을 본 몇몇 이들이 흥미롭게 쳐다보는 사이 장합과 관평은 우리를 따랐다.
“모시겠습니다.”
“음. 가자.”
이렇게 많은 정예들을 데리고 다니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정도면 금방 소문이 나겠군요.”
“뭐 그런 셈이지.”
장합이 속삭이자 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부하들을 많이 데리고 다닌다.
그럼으로써 우리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는 것이다.
사람이 많고 경계가 삼엄한 황현에서도 이정도로 호위병을 끌고다니는 이들은 없다.
이런 위세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가진 물품의 귀함을 알리는 홍보효과가 된다.
“우리가 당을 내놓을 것은 알렸겠지?”
“예.”
“과연 누가 교역소에 오려나…”
그리고 얼마에 팔리려나.
금 이, 삼십냥 정도에만 팔려도 엄청 이득인데.
그때 누군가가 우리를 불렀다.
“승상부주! 상서령!!”
황현 현령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넙죽 엎드렸다.
“황현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일어나게나. 이런 교역도시를 관리하는 자가 그렇게 흙투성이가 되어야 쓰겠나.”
“예에…”
흙으로 엉망이 된 옷을 보니 웃음이 나오는군.
종요는 그에게 다가가 비단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상서령 나으리… 감사합니다!”
“하하. 뭐 이런 것을 가지고. 우리는 여독이 있으니 조금 쉬고 싶네만. 머물 곳을 준비했는가?”
“예! 안내하겠습니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도착한 곳은 커다란 장원이었다.
꽤나 잘 지어 진 건물이다.
마치 태원장을 보는 듯 싶다.
황현 현령은 머뭇머뭇거리다가 공손히 말했다.
“이 건물을 전부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래. 알겠네.”
황현의 교역소는 다른 나라의 상인들도 오는 곳이다.
위국의 막강한 국력과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꽤 화려해보였다.
서주에 있는 태원장 수준으로 잘 정비된 건물을 위 아래로 흝어 보았을 때 입구에서 화사한 옷을 입은 여인들이 나왔다.
“승상부주! 상서령! 와영장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미녀 악사들이 음악까지 연주한다.
이게 뭐야.
난 황현 현령을 보았고 그는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위대하신 승상부주, 그리고 상서령께서 이렇게 찾아주신 것에 대한 저희의 감사 표시로 작은 연회를…”
“됐으니까 다들 쉬게 해. 저들은 기녀인가?”
“아닙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시녀들입니다.”
열심히 준비한 것 같지만 괜한 짓을 했다.
내가 대충 손을 저으며 거부하자 황현 현령은 허둥거리며 시녀들이 들어가게 했다.
“으음… 연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네. 그리고 피곤해서 말이지.”
“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숙소로 모시지요.”
일개 잡일하는 시녀들 조차도 젊고 아름다운 와영장에 들어간다.
안쪽의 가장 좋은 방에 자리가 마련되었다.
장합과 관평은 방을 뒤지며 혹시 모를 암살자, 혹은 침입에 대한 대처를 마련하고 있었다.
“어구구 죽겠다.”
“승상부주. 상자는 여기에 놓을까요?”
“그래.”
다른 곳에 보관했다가 도둑맞으면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나.
당이 담긴 상자들이 방 구석에 차곡차곡 쌓이자 옆방에 있던 종요가 들어왔다.
“시찰 안가십니까?”
말이 시찰이지 구경가자는 거다.
종요가 웃으며 말하자 난 손사레를 쳤다.
“다녀오시지요.”
“끙. 아니 혼자 무슨 재미로 가라고.”
“피곤합니다.”
지금 바깥에 나가면 우리를 모시겠다며 여기저기 시녀부터 공녀들이 달라붙을거다.
귀찮다.
그리고 기다리는 손님도 있고.
“뭐 사실 것이라도 있습니까?”
“교역소에 괜찮은 붓이나 먹이 있을까 해서요. 그리고 아내와 첩에게 가져다 줄 선물도 좀 사야 하고. 그러지 말고 잠깐 마실삼아 다녀오시지요.”
“저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그건 당을 팔고 해도 된다.
내 대답에 종요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며 황현 현령이 들어왔다.
“승상부주, 상서령. 괜찮으시다면 황현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만…”
난 침상에 누운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나가보고 싶었던 종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상부주께선 피곤하신듯 싶으니 내가 가지.”
“예. 그럼 잠시 후 모시겠습니다. 승상부주. 식사는…”
“식사는 됐고. 잠깐 주방을 쓸 수 있게나 해주게나.”
“예!!”
내 말을 들은 종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벌써 준비하시려는 겁니까?”
“예. 해놔야지요. 상서령께서는 다녀오십시요. 저희가 온 것이 알려졌으니 선행 교섭을 위해 찾아오겠지요.”
누가 올지는 의문이다만.
“그럼 정말 저만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관평. 상서령을 모셔라.”
어차피 이 항구도시의 시찰 한번은 어차피 해줘야 했다.
종요가 나서준다면 나야 편하지.
“괜찮을까요?”
“종 상서령은 공과 사의 구분이 철저한 사람. 그것이 불가능하면 상서령의 위치까지 올라가지도 못해. 그를 무시하지 마라.”
“예.”
여자들 좀 꼬인다거나 뇌물이 눈 앞에 있다고 종요가 허튼 짓 할 사람이 아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었다면 벌써 다른 세력의 정략에 의해서 실각했을거다.
내가 심드렁히 말하자 장합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승상부주. 주방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그럼 가지. 장합. 넌 여기 있어.”
“하지만 저도…”
“괜찮아.”
흑귀대원들이 옆에 있는데 뭔 상관이랴.
그리고 내가 머무는 방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괜찮다.
바로 뒤뜰인데 뭐.
주방에 들어가 만들어야 하는 것들을 몇가지 만들고 난 후 시녀들에게도 말해 준비시켰다.
다시 방으로 돌아갔을 때 장합은 조심스레 말했다.
“승상부주.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생각보다 빠르네. 누구냐?”
“두명입니다. 백제 초고왕의 형인 부여적. 그리고 고구려의 고우루.”
“백제에서 왔다라… 안달이 났나보군.”
고구려가 위국과 거래를 하며 많은 국력을 쌓았다.
그렇다면 인접한 나라인 백제로서는 그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안 왔나?”
“예. 아마 그쪽은 지금 쉽게 자리를 비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아. 둘 다 들어오라고 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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