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90
고우루야 몇번 봤지만 백제 초고왕의 형인 부여적과는 처음 만난다.
잠시 후 장합의 안내와 함께 종요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사내가 들어왔다.
이제야 의문이 풀리는군.
왜 왕에게 형이 있는데 동생이 왕위에 오른 것일까 싶었는데.
들어 온 남자를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부여적이라 하옵니다. 승상부주. 이렇게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그는 한쪽 눈이 없었다.
커다란 상처가 왼쪽의 눈을 완전히 짓이겨 놓았다.
저정도 상처를 입고도 살아남다니.
대단하네.
백제의 의술도 무시할 수 없는 건가.
“제 상처가 신기하십니까?”
“음. 솔직히 그렇소.”
“어렸을 때 말을 타다가 다쳤습니다. 신께서 보우하사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그래서 동생 분께서 왕이 되신거요?”
“예. 그렇습니다.”
불구가 된 이가 왕위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나 창업군주가 아닌 세습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고.
내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고우루가 들어왔다.
그는 부여적을 보고 흠칫 놀란 후 나에게 인사했다.
“오래간만입니다. 승상부주.”
“그래. 그리 서 있지말고 앉으시오.”
부여적과 고우루는 서로를 불편하다는 듯 한번씩 보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난 그들을 향해 웃었다.
“분위기가 왜 이러오? 기녀들을 불러 노래라도 불러줘야겠소? 아니면 내가 노래를 부를까?”
“어… 그. 죄송합니다.”
“초면에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난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자 둘이 사과했다.
한 나라의 재상이고 왕의 형이라는 것들이 저래서야 원.
감히 누구 앞에서 어린애처럼 이러는 건지.
“지금 그대들 앞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오만.”
저들이 고구려와 백제의 2인자이든, 3인자이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위국 내의 권력 서열로 따진다면 저들보다 낮지만 위국의 국력이 고구려나 백제에 비하면 월등히 앞선다.
내가 지금 반존대나마 해주는 것을 저들은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내 앞에서 기싸움을 하다니.
확 다 쫓아내버릴까?
내가 한마디 하고나서야 부여적과 고우루는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진다.
내가 잠자코 있자 고우루는 작게 헛기침을 한 후 조심스레 말했다.
“승상부주. 듣자하니 위국에서 아주 흥미로운 물건을 손에 넣으셨다 들었습니다.”
“음. 그렇소.”
“당이라고 하지요? 그게 사실입니까?”
“맞소.”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것이니만큼 비밀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내가 가볍게 손을 들자 장합은 상자를 가지고 와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천천히 열린 상자 안에 담긴 갈색의 돌.
당을 본 고우루와 부여적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이게 당입니까?”
“실제로 본 적은 없소?”
“이야기만 들었을 뿐입니다. 전설의 영약이라고…”
“그리고 모든 음식. 그리고 쓴 약에 넣으면 천상의 맛이 펼쳐져 그 맛을 좋게 한다고는 들었습니다. 또한 약재로도 많이 쓰이며… 죽어가는 이들에게 먹인다면 바로 벌떡 일어날 정도라고.”
“하하. 과장이 심하군. 그정도는 아니오.”
괜히 나중에 사기니 뭐니 얘기가 나와서 잡음 들리는 것은 싫었다.
당의 거래에 대해서는 위국에서도 나에게 일임한 상태다.
서역과 교역로가 열리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동이쪽은 내가 담당하는 것이니 그 거래는 내가 알아서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조앙과 하후돈, 종요와도 합의를 마친 부분이다.
자… 이제 어떻게 이득을 얻어내야 하나.
신기하다는 듯 당을 지켜보는 그들을 확인하고 난 당을 꺼내 칼로 쓱쓱 긁었다.
갈려 나온 당의 가루가 작은 접시 위에 뿌려지자 그것을 내밀었다.
“둘 다 맛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것 같은데. 한번씩 맛 좀 보시겠소?”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살며시 당을 찍어 그들이 맛본다.
고우루는 가볍게 눈을 감았고 부여적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단맛은… 꿀과는 다르군요.”
“진한 단맛이 좋기는 한데… 이것이 진짜 당입니까?”
“왜. 내가 거짓이라도 말하는 것 같소? 그냥 진흙에 꿀 발라서 사기라도 칠까봐?”
“그,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황한 부여적인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고우루는 부여적의 그런 모습에 히죽 웃었다.
백제는 지금 한참 커가는 나라다.
소문으로는 고구려, 낙랑, 부여, 삼한 등 여러 나라와 거래를 하고, 또 넓은 평원을 이용해 식량을 얻는다.
부를 쌓아가며 한참 국력을 올리고 있으니 고구려 입장에서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런 백제가 이렇게 갈굼을 받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거다.
“당은 서역에서 나는 귀한 물건이오. 워낙 귀해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듯 싶지만 이것은 그저 사치품에 불과하오. 물론 장복한다면 불로장생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해지겠지만.”
사실 거짓말이다.
당 많이 먹어봐야 건강해지겠나.
이빨이나 썩겠지.
“그럼 한번 먹으면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헛소문이오. 그런게 어디 있소? 그런 것이 있었다면 진시황이 그리 고생을 했겠소?”
그런게 있으면 내가 먼저 먹었다.
내가 시큰둥히 말하자 부여적은 안타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것을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어디서 구했는지 알아내면? 고구려에서도 직접 구해보려는거요?”
“그, 그건 아니지만.”
“뭐… 알려는 주지. 서역상인에게서 얻은거요.”
감채로 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기밀이다.
그런만큼 이정도 거짓말은 해도 괜찮을 거다.
서역이라는 말에 고우루와 부여적은 흠칫 놀랬다.
“서역이라니. 서역과 교역을 시작하시게 된 것입니까?”
“서역과는 옛날부터 작게나마 상인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소. 그리고 익주 공략만 끝나면 본격적으로 서역과 교역을 할 생각이고.”
부여적과 고우루의 눈빛에 탐욕이 어린다.
당연한 일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서역의 문물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것들 뿐일테니까.
가끔씩 전파되는 유리라든가, 아니면 은제 식기라든가.
그 외에도 서역의 앞서나간 물품들은 엄청나게 비싼 값에 팔린다.
그런 것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눈이 뒤집힐 수 밖에.
“위국에서 서역과 교역로를 만드신다는 것은…”
“머지 않아 서역으로의 길을 만든다는 것이지. 왜. 구미가 당기오?”
“아니라고 할 수 없군요.”
고우루가 고개를 끄덕이고 부여적은 마른 입술을 핥는다.
원교근공은 국가 운영의 기본적인 논리다.
멀리 있지만 교역을 하면 반드시 이득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역이다.
서역과의 교역로를 위국이 만들어낸다면.
그리고 그 길만 이용할 수 있다면.
안정적으로 교역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를리 없었다.
고우루와 부여적이 서로를 힐끔거리며 견제하고 긴장하자 난 웃었다.
“물론 서역 교역은 익주 공략이 이어진 후의 이야기고. 지금은 이 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봅시다.”
“승상부주. 한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해보시게나.”
“이 당. 얼마에 파실 생각이십니까? 그리고 당을 사면… 뭔가 특전이 있습니까?”
“우리 역시 서역과의 중개무역을 통해 서역의 물품을 거래할 생각이니. 아무래도 거래를 자주 해 본 이들이 편하지 않겠소?”
고우루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동안 꾸준히 위국은 고구려와 거래를 해왔다.
그런만큼 이번 거래에도 앞서나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고우루를 힐끔 본 부여적은 차분히 말했다.
“그 당. 저희가 전부 사겠습니다.”
“호오. 자신만만하구려. 당의 가격은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하나에 금 사십냥은 어떻습니까.”
“…이런 미친.”
고우루는 내 앞이라는 것도 잊고 황당해했다.
그리고 놀란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정도면 금 반관.
지금 위국 기준으로 금 한냥에 쌀이 약 7~8섬 정도 된다.
즉 저거 주먹만한 당 하나를 쌀 300섬에 사겠다는것이었다.
진짜 대차게 질러버리는구만.
잠시 멍해있던 고우루는 다급히 말했다.
“…승상부주. 잠시 이자와 이야기를 나눠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나.”
“미치셨소? 그정도의 금이 백제에 존재한다는 거요?”
“고 재상께서는 잘 모르시는 모양이구려.”
부여적은 부드럽게 웃었다.
“우리에게 그정도 힘은 있습니다.”
“하… 거짓말.”
믿을 수 없다는 듯 고우루가 말했지만 부여적은 단호할 뿐 이었다.
“위국의 승상부주께 아뢰옵니다. 저희들이 낼 수 있는 최대의 금액입니다. 금 사십냥. 당 하나에 사십냥에 사지요.”
“솔직히 나도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오기는 온건데… 제정신이오?”
“물론 제정신입니다.”
“왜? 말했다시피 당은 그저 감미료에 불과하오. 만약 이게 소문처럼…”
파는 입장에서 이렇게 구차하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
난 부여적을 바라보았다.
부여적은 한쪽 눈으로 나를 응시하다가 빙긋 웃었다.
“부주께서는 아셨나보군요.”
“당 외에도 다른 것을 우리와 거래하고 싶은 모양이군.”
“예. 고구려에 물소 뿔을 파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것과 철과 식량. 그 외에 위국에 있는 서적이나 종이도 거래를 하고 싶고… 그럼으로써 저희 백제와 위국의 사이가 돈독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
지금 위국과 거래를 하고 있는 외국은 고구려 뿐이었다.
만약 위국에서 서역과의 교역로를 열게 되고, 또 익주를 정벌하여 천하를 손에 쥐게 되면 막대한 생산품이 나온다.
그것을 거래하고, 또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물품을 팔 수만 있다면 백제 입장에서는 거대한 시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당을 거래하는 것을 그 선행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부여적이 미소짓자 난 고우루를 보았다.
“자네는 할 말 없나?”
“으음…”
이미 위국과 거래를 하고 있는 입장인 고구려로서는 난감할 것이다.
당은 일개 감미료다.
그것을 위해서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는게 뻔히 보였다.
옛부터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지만.
위국을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끼리의 싸움은 붙이는게 좋겠지.
일단 고구려에서도 당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게 낫겠다.
난 장합에게 말했고 그가 나가서 무언가를 지시한다.
잠시 후 흑귀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승상부주. 다 되었습니다.”
그는 들고 있던 커다란 접시를 탁자 위에 올려 놓았고 난 차분히 말했다.
“귀한 손님들이 오셨는데 내 나름대로 대접이라도 해줘야겠군. 드시오.”
“이게… 뭡니까?”
“그냥 밀가루 떡…? 같지는 않은데.”
넓적한 밀가루 떡이 접시에 몇개 차곡차곡 쌓여 있다.
고우루와 부여적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자 난 탁자를 톡톡 쳤다.
“지금 당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당의 효과를 무시하면 곤란하지. 하나씩들 잡숴보시오. 장합. 너도 먹어라.”
“예.”
“너도 먹고.”
“감사합니다.”
흑귀대원과 장합이 하나씩 받아 입에 넣는다.
그들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바뀌자 난 다시 한번 부여적과 고우루에게 권했다.
“치졸하게 독 같은거 안 탔으니까 안심하시오. 안에 들어간 건 당이니까.”
“그, 그럼 삼가.”
“실례하겠습니다.”
고우루와 부여적이 조심조심 떡을 잡았다.
그리고 한입 베어물었다.
“어떻소?”
주르륵 흘러내리는 갈색의 액체.
안에 들어간 오두와 잣 등의 견과류가 부여적의 입가에 뭍었다.
그는 놀란 눈으로 떡을 보며 말했다.
“이게… 뭡니까?”
“당을 넣은 떡이오.”
“아, 아니 이런 떡이…? 이렇게 부드러운데다가 달콤하고… 거기에 고소하기까지.”
“놀라긴 이르오.”
정확하게는 호떡이지.
잠시 후 들어 온 다른 흑귀대원이 밀황유견과를 가지고 들어왔다.
난 그것도 권한 후 말했다.
“당을 쓴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기득권층의 입맛 정도는 사로잡을 수 있을거요.”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지는 않을거다.
사람을 홀리는 강렬한 단맛.
모든 인간은 감미료의 맛에 취할 수 밖에 없다.
그 감미료가.
달콤하고 짭짜름한 맛의 덫은 그들을 사로잡고.
또 쉽게 움직이게 만들어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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