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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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나와 보연사 사이에 아직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녀와 나의 결혼 문제다.
난 애써 담담함을 유지했다.
“어떻게든 여유를 잡으면…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겠네.”
“그렇습니까?”
“그렇지. 동네 천민들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보가 역시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가문인만큼 그에 따른 예를 갖춰야 해. 아마 그렇지 않는다면 보즐이 대놓고 정혼장을 돌려보낼거다. 그 인간. 나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까.”
보즐의 입장에서는 내가 그냥 도둑놈에 불과할 것이다.
비록 내가 설득해서 보가가 업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그는 가능하다면 보연사와 내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싶을거다.
나라도 그럴테니까.
그런만큼 보즐이 트집을 잡지 못하게 완벽하게 명가의 예에 맞춘 방식대로 정혼을 진행해야 했다.
“그래서… 정혼을 하는 축일에 대해선데.”
“가장 가까운…”
“춘절때 하자고? 이제 고작 이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결혼에 가장 좋은 축일 중 하나가 바로 춘절이다.
성이와 휘도 그때 했었지.
하지만 명가의 결혼 문제는 적어도 반년에서 일년 정도 가문끼리 혼담을 오가야 하는 것이 옳다.
아니면 순선과 휘처럼 태중혼약이라도 하든가.
그것도 아니면 나와 청이 사이에 있었던 것처럼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벌이든가.
그런 경우가 아니면 정식으로는 그정도 기간을 두는 것이 맞았다.
보연사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다음 축일은…”
“칠석제 정도는 되야겠지. 시기상 가장 맞지만…”
문제는 그쯤 되면 나도, 보연사도 바빠진다.
익주와의 전쟁 때문이다.
지금 죽어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또 농사를 짓고.
그 외에 다른 문제들을 처리하는 이유가 올해 전쟁 준비를 하고 익주와 붙기 위해서였다.
그 시기는 늦여름 쯤 준비가 완료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내년… 이라는 겁니까?”
“현실적으로 보면 그렇지. 보즐이 인정해준다면 전쟁 전에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내가 당장 이번 축일에 하자고 해도…”
보즐이 반대할거다.
보연사는 어쨌든 보가의 일족이니 가주의 명을 따라야 했다.
“가주님도, 그리고 오라버님들도… 그렇게 갑작스럽게 혼사를 진행하려고 하신다면 거절하실 겁니다.”
“그럼 결국 내년이네.”
“끙.”
보연사는 신음했고 난 어깨를 으쓱였다.
이미 꽤 오래 끌어왔는데 슬슬 결혼을 해두는 것이 낫겠다 싶은데.
나와 보연사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하지만 진짜 답이 없었다.
보즐을 공략할 방법은 단 하나.
정공법 뿐이었다.
아예 군소리도 못하게 모든 예법에 맞추는 것 뿐.
“그냥 내가 열심히 일해서 전쟁 준비를 최대한 앞당기면 어찌 될까?”
“그럼 바로 전쟁이 시작되겠지요?”
“그렇겠지…”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보가에 가보자.”
.
.
.
당연하겠지만 보즐은 결혼을 익주 정벌이 끝난 후의 축일에 하기로 하고 정식으로 예를 갖추기를 원했다.
젠장.
이래서 명가사람들이란!
하긴 나도 영이와 결혼할 때 정혼장을 보내고 꽤 시간을 들여 결혼을 했었다.
그게 명가의 방식이라는 거다.
그걸 내 마음대로 꺽어먹을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네.”
“후후…”
“어라?”
실망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보연사의 입가에는 꽤나 즐거워보이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승상부주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보즐이 정식으로, 까다로운 명가의 예법대로 식의 절차를 행하지 않는다면 보연사를 내주지 않겠다고 했다.
명가의 예법.
물론 보즐도 어느정도 양보를 해줬지만 까다로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가 제시하는 예에 대해 잠자코 듣던 나는 그럽시다. 라고 넘어갔었다.
내가 보즐의 제안을 승낙 한 것에 보연사가 즐거워 하는 것이다.
“내가 고생하는게 좋냐?”
일하면서 보가에 끌려다니고, 보연사의 부모님 위패에 한달정도 꼬박꼬박 예를 올리고.
그러면서 보가의 사람을 데려가는 예를 갖추는 것도 해야 한다.
진짜 결혼 한번 하려고 별 짓을 다하는군.
내가 투덜거리자 보연사는 빙긋 웃었다.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웃음이 나오네요.”
“어휴. 내 아내 될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 괴로워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그저 농담에 불과합니다. 그리 생각치 말아주세요.”
“그래. 그래.”
보연사는 가볍게 내 등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참… 내가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너도 취향 독특하다. 띠동갑을 훨씬 넘어섰는데 내 어디에 매력을 느끼는 건지.”
“제 나이 또래에서 느낄 수 없는 중후함. 그리고 주변을 냉철히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 또…”
“얼굴?”
“아. 그건 아니구요.”
제길!
보연사는 작게 키득거렸다.
“물론 승상부주의 외모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제 취향과는 벗어나 있군요.”
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내가 마주하자 보연사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저기. 혹시.”
“응?”
“수염을 길러보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수염?”
수염 기르면 관리하기 귀찮아서 요새 꾸준히 깍고 있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여자들은 남자 수염 있는거 싫어하지 않나?
“수염은 왜?”
“그냥. 좀 더 멋지신 외모가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영이 언니나 청이 언니, 완이 언니와 희 언니도 같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어? 진짜? 그런데 왜 나한테 말 안했지?”
이상한 일이다.
그런 거면 진작 말해주지.
꾸준히 길렀을 텐데.
내가 의아해하며 묻자 보연사는 방긋 웃었다.
“사실 언니들은 수염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만…”
“그러겠지?”
전에 수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내 부인들은 다 보기 좋다고 했었다.
후후.
결혼한지 십년이 넘었는데도 다들 나에게 콩깍지가 씌여있는 것을 보면…
내가 혼자 뿌듯해 할 때 보연사는 천천히 말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은 뭐랄까. 좀 중후한 멋이 넘치는 것이라서.”
“그래서. 나보고 수염을 길러보라는 건가?”
“예. 전에 수룡주에서의 모습은 무척이나 멋있으셨습니다만. 단정한 모습은 조금… 한량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겉모습이 다가 아닌데.”
난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수염이라.
음식을 먹으면 더러워지고, 또 어중간하게 자라는 것을 관리하는 것이 귀찮기는 했다.
그래도 나를, 진가를, 위국을 위해 애를 쓰는데 수염 한번 길러보는게 뭐 나쁜가 싶다.
까짓거 한번 해보지!
“제대로 길러보지. 하지만 어울릴지는 모르겠다. 제대로 길러 본 적이 없어서.”
전시나 비상시에 바빠서 깍지 못했을 때를 제외하면 거의 수염을 밀고 다녔는데.
이제와서 기르면 되려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보연사는 내 대답이 기쁜 듯 보였다.
쟤는 수염 난 아저씨 좋아하는 건가…
어째 나랑 엮이는 여자들은 각각 특이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군.
정혼의 시작은 보가에 정혼장을 보내는 것 부터다.
원래라면 가문의 어른이 보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 정혼장을 어찌 보내느냐에 따라 격식을 느끼고 상대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된다.
“진짜 별 짓을 다하네.”
“하하하. 뭐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하아… 명가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다면 명가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 것을 그랬습니다.”
“농담도 잘하십니다.”
당연하지만 정혼장은 그 자체만으로 시가 되며, 또한 문장이 된다.
그것을 얼마나 잘쓴 정혼장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가문의 위상이 결정되곤 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나는 글씨도 잘 못쓰고 또 이런 시구 짓는 것은 진짜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사부님이 너는 속터지니까 시 짓지 말라고 했겠는가.
덕분에 지금까지는 아버지가 정혼장을 작성해서 사마가와 조가, 교가, 견가에 보냈었다.
그리고 성이 때도 그렇고.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아버지는 산양군에 계시고 나와 보연사, 보가는 업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를 불러 정혼장 써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문제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내 옆에 채옹과 더불어 글씨체로는 어디가서 결코 뒤지지 않는, 해서채를 확립한 종요가 있었다.
거기에 그는 이름난 문장가이기도 했으니 명사인 보즐이 찍소리 못할 좋은 문장을 써서 보내 줄 것이다.
“다 되셨습니까?”
“한번 보시겠습니까?”
종이를 감싸고 있는 비단은 촉금이다.
그리고 종이 역시 왕실에서나 사용할 법한 최고급 종이고.
거기에 종요가 직접 낙관을 찍은 정혼장이니만큼 이거 그냥 가져다 팔아도 문장가들이나 학자들, 명사들에게 비싸게 팔릴 것 같았다.
천천히 읽어봤지만.
음.
뭔 소린지 모르겠다.
고사와 시적 표현을 예를 들어 뭔가 쓰기는 했는데.
이게 내가 쓴 것이랑 뭔 차이가 있는거지?
하지만 난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요.”
종요가 쓴 것이니 잘 썼겠지.
“별 말씀을. 가지고 있는 잔재주가 승상부주께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하하하. 잔재주라니요. 이런 훌륭한 재주를 어찌 잔재주라 하겠습니까?”
“그저 취미생활일 뿐입니다.”
진짜 고상한 취미군.
나도 시를 쓰는 것을 연습해볼까?
난 종요가 써준 정혼장을 두루마리에 돌돌 말았다.
그리고 그것을 최고급 자단목 상자에 곱게 담았다.
“그럼. 최공.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허허. 그러시구려. 내 정혼장을 가져다 주는 역할을 맡는 것은 아주 오래간만이군. 옛날에나 하던 일인데. 부주 덕분에 젊어진 것 같구려.”
정혼장을 가져다 주는 것 자체도 예법에 따르면 명망높은 이에게 부탁해야 한다.
사실 지금 위국에서 가장 명망 높은 이를 따진다면 조조 아니면 순욱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지금 서주에 있으니 제외.
위왕에게 이걸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최염에게 부탁했다.
왜에 가는 사절단의 단장에 임명해 준 것 때문일까?
최염은 어찌보면 실례일 수도 있는 부탁을 순순히 들어주었다.
“승상부주께서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시는데. 이정도도 해드리지 못할 수는 없잖소.”
“감사합니다. 최공.”
종요가 쓴 정혼장에 최염이 가져다 준다.
보즐이 아무리 나를 경계하고 보연사와의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정도면 찍소리 못할거다.
역시 세상은 인맥이다.
누가 상서령인 종요에게 정혼장을 부탁하고 누가 사도(司徒)인 최염에게 정혼장의 전달을 맡기겠나.
내가 혼자 뿌듯해하자 최염은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감사는 무슨. 그보다… 잘 되어 가고 계시오?”
“전쟁준비 말씀이십니까? 예. 큰 차질 없이 진행되어가고 있습니다.”
왜에 사절단을 보내는 것은 보내는 것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익주와의 전쟁이다.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 그리고 군사와 병기가 필요했다.
각지에서 생산되는 병장기, 그리고 훈련소에서 군역에 소집된 이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꽤 많은 남자들이 올라 온 만큼 올해의 생산량은 아마 전년도에 비하면 약 6할에서 7할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큰 문제는 없었다.
“대략 계산해보면 약 이십만정도 되는군요. 그리고 이미 각지에 있는 기존의 병사들까지 포함한다면 삼십만이 훨씬 넘습니다.”
“많기도 하군. 그들을 전부 움직일 생각이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군역으로 모으고 훈련을 마쳤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전부 투입할 생각은 없었다.
한번에 몰려들어간다면 좋겠지만 상대가 상대라야 말이지.
어떤 함정과 계략이 있을지 모르는만큼 어느정도는 분산해서 움직이는 것이 나았다.
만에 하나 정벌이 실패할 경우를 생각한다면 예비병력도 있어야 했고.
“아마 전쟁을 시작할 때 쯤이면… 왜국으로의 사절단이 출발하겠군.”
“부디 무사하시기를 빌겠습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오. 이거 참. 위국의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가 자리를 비워도 될지…”
비워도 되냐고?
당연하지.
최염이 할일 없이 떠들어대는 유학자들을 데리고 가면 우리가 움직이기 무척이나 편해질테니까.
난 그를 향해 웃었고 최염 역시 기뻐했다.
“그럼 가보리다. 그리고 바로 퇴청하도록 하지. 뭐 해야 할 일이 있소?”
“어, 없습니다.”
“하하. 언제든지 불러주시오. 비록 내 노구이나 나라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으니.”
완전 부럽다.
사도는 삼공의 위치이지만 조조가 승상에 올라가면서 삼공의 직위는 지금은 거의 명목만 남아있고 거의 명예직화 되어버렸다.
그러니 등청, 퇴청.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익주만 잡아내고 몇가지 일만 처리하면 나도 저리 될 수 있겠지?
종요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최염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우리의 시선을 즐기며 최염은 씩 웃으며 나갔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럼 하던 일이나 마저 합시다.”
“예. 승상부주. 진가윤에서 만들어진 화탄에 대한 보급 문제인데…”
“그것은…”
그렇게.
익주를 정벌하기 위한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다.
제가 오늘은 진짜 너무 바빠서;;;
두편밖에 못썼네요 ㄷㄷ
그리고 대댓글도 없구만요 ㅋㅋㅋㅋㅋㅋ
진짜 오늘 되게 바빴슴다…
히히
항상 쿠폰 감사드립니다 흑흑
일단 질문에만 대댓글을 달게영
신지영 // 없습니다. 왜냐하면 오가 항해술을 쓰기 전에 망해버렸기 때문에… 바다와 강은 배 운영부터 엄청난 차이강 ㅣㅆ죵
우중월야 // 그 전에 멸망이나 안당하기를 바래야 할듯 ㅋㅋㅋ
인페르니우스 // 서불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설 중 하나를 택했어요 ㅋㅋ
왜에 자리잡음!
cruel_pilot // 안바빴으면 오늘 시작이었는데ㅠㅠ
Guaaaaak // 가장 훌륭한 외교는 견제, 그리고 그에 따른 협력입니다. 백제, 고구려, 그리고 신라와 다른 나라들까지.
열심히 외교전을 펼쳐야죠 ㅋㅋㅋ
헉헉;;;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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