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31
“적…!!”
“흡!”
참마도를 내리찍으며 도적의 몸을 가른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움직여버린 관평의 행동에 놀란 도적들이 혼란 상태에 빠졌을 때 관평은 감정을 최대한 억눌렀다.
인간을 죽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허수아비를 벤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람을 죽인다는 죄책감도, 그리고 적을 잡는다는 명예욕도 사라진다.
모든 것을 무로 돌려 오로지 싸우는 것만을 생각한다.
“후열 공격. 전투를 시작한다.”
매복 도중 발견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강노를 든 병사들이 도망가려는 도적을 향해 강노를 발사했다.
“적 본채에서는 반응이 없습니다.”
“포위해. 한놈이라도 도망치면 우리의 움직임이 들킨다.”
아직 적측 망루에서는 교전을 발견하지 못한 듯 싶다.
그렇다면 움직인다.
당황하며 창과 삽, 괭이 등 무기를 들어 올린 이들을 보며 관평은 눈쌀을 찌푸렸다.
창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삽과 괭이 같은 농기구들.
저건 위국의 물품이다.
‘설마 위국에서 익주와 내통을?’
하지만 이건 너무 나갔다.
위국의 관리들이 뭐가 아쉬워서 익주에 투항하겠는가.
중앙부처의 관리들이 힘들기는 하지만 지방관들에게 있어서 위국의 방침은 강력한 관은 관리들에게 무척이나 편한 것이었다.
옛날에는 호족, 아니면 명망 높은 가문, 은퇴한 이들에 의해서 관의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위국은 과거의 악습을 칼같이 잘라내었다.
관에 막대한 힘을 실어준 덕분에 관리들은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었다.
먹고 사는 길이 해소된만큼 관리들 입장에서는 명예를 노린다.
더 높은 관직, 더 많은 명성.
길가를 걷는 것만으로도 관리라는 이유로 많은 백성들의 인사를 받고 존경을 받는다.
그런 위국의 관리가 뭐가 아쉬워서 구 시대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익주로 넘어가야 하나.
‘필시 약탈이겠지.’
“끄아악!!”
참마도를 꽉 잡아 크게 휘두른다.
말을 벨 수 있을 정도로 큰 칼이다.
당연히 공격 범위 역시 넓었고 선두에 있는 적을 베고 안으로 파고 든 관평이 큰 공격을 시도하자 그 공격에 대여섯명이 휘말려들었다.
일격에 여섯의 허리를 베어넘겨 그들을 쓰러트린 관평은 자신의 얼굴을 노리는 창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었다.
‘도적들간의 실력에 차이가 심하군. 몇몇은 강하다.’
누군가는 관평조차 놀랄 정도로 예리한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그 중 몇몇은 창이나 도끼를 제대로 잡을 줄도 모르는 이들이 있었다.
아무리 도적이라지만 실력의 편차가 과할 정도로 심했다.
그렇다면 내릴 수 있는 판단은 단 한가지 뿐이다.
‘아마 숙련된 정병들 몇몇이 도적들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겠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군사 훈련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도적들은 정규군을 쉽게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도적을 이용하는 이들은 정병 몇몇을 도적집단 내에 투입시켜 그들을 이끌게 하는 수였다.
유주에 있을 때도 유목민 전사들 틈에 아군 정병들을 넣어 부여를 공격하게 했었던 저수를 떠올렸다.
“젠장!”
관평의 공격을 간신히 피해낸 중년 도적이 완갑에 있는 칼을 움직여 관평의 얼굴을 베려 했다.
이건 한의 장교들이 쓰는 수법이다.
이 움직임을 갖추려면 어지간한 훈련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한데.
그것을 관평이 가볍게 피해내자 중년 도적은 뒤로 물러나며 단검을 던졌다.
“이, 이놈! 보통 놈이 아니구나!!”
하지만 그것마저도 가볍게 피해낸 관평은 뒤를 노리는 이를 향해 바닥을 걷어차 흙을 뿌려 움직임을 방해하고 크게 몸을 돌려 베었다.
적을 베고 남은 힘을 이용해 그대로 튀어나가 정예병의 팔을 잡아 꺽어 부러트린다.
고통스러워하던 그가 검을 떨어트리며 비명을 내지르자 관평은 참마도를 양 손으로 잡았다.
“흡!!”
커다란 참마도가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 서너명을 베어버린다.
“적은 빈손이다!”
“으아악! 여기도 도와줘!”
방금 전의 사내가 떨어트린 검을 발로 차올려 잡아 고통에 겨워하는 사내의 목에 겨눈 후 관평은 상황을 살폈다.
아직도 목책 쪽에서 반응은 없었다.
‘설마 빈 주둔지인가?’
“네놈! 도대체 누구냐! 이곳은 우리의 영역인데!”
무기를 들고 덜덜 떨던 도적 하나가 관평과 그를 따르는 병사들을 향해 힘겹게 물었다.
검을 가볍게 움직여 사내의 목을 쓱 긁어 벤 관평은 두려움에 빠져 있는 이들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제부터 이곳은 위국의 영역이다.”
“위국!? 위국 놈들이!!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죽어라!!”
내리쳐지는 검격을 자신의 손에 잡혀 있는 시체를 들어 막아낸 후 그의 목에 검을 뻗었다.
목을 찔린 이가 비틀거리자 그를 잡아 크게 돌려 던져 진형을 무너트렸다.
“좌측으로 후퇴하는 이가 있다!”
관평의 외침에 장전된 강노가 다시 발사된다.
산개한 아군들이 빠르게 움직여 산적들을 죽이는 사이 관평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참마도를 잡았다.
어느새 적들의 수는 거의 줄어 있었다.
몇명 남지 않은 이들의 전의는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관평은 힐끔 목책 쪽을 보았다.
여전히 미동조차 없다.
이정도라면 적들도 발견을 했을텐데.
“포로로 잡아.”
“어쩌시려는 겁니까?”
“아무래도 수상하다. 정찰을 다녀오겠다.”
분명 아까 백성들을 끌고 그들이 들어갔는데.
그런데도 반응이 없는 것이 너무나도 수상했다.
“하지만… 위험합니다.”
“저들의 움직임이 없는 것이 이상하다. 우리가 이곳에서 교전을 벌인 것을 확인했을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빈 곳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함정일 수도 있겠지.
병사들을 보내는 것보다는 자신이 직접 갔다 오는 것이 나았다.
관평이 험지로 간다는 말에 그를 따르는 몇몇 병사들이 무기를 잡았다.
“따르겠습니다.”
“안전을 책임져 줄 수는 없다.”
“무기를 잡았을 때부터 죽음은 항상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여기서 대기하도록. 혼자 가야 빠져 나오는 것도 편하다.”
관평의 명령에 병사들은 머뭇거렸다.
그들을 향해 관평은 빙긋 웃었다.
“내 걱정을 해주는 것은 알지만 이건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알겠습니다. 그럼 장비라도 제대로 차려입고 가십시요.”
“음.”
지금 관평이 입고 있는 것은 간단한 사슬갑옷 뿐이었다.
완갑과 견갑까지 챙기고 위험한 부분은 철판까지 덧댄다.
그가 준비를 끝내자 병사들은 차분히 말했다.
“조금 후면 해가 질 겁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횃불로 신호하겠다.”
“예.”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신호를 보낼테니 바로 진입하면 될 것이다.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관평은 빠르게 숲길을 타며 목책 근처로 접근했다.
돌벽을 타고 올라가 목책 주변을 살폈다.
‘기본적인 경계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어쩌면 백성들을 잡아와 팔자 좋게 안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잠시 지켜보던 관평은 조심스레 안쪽으로 들어가보았다.
‘피비린내?’
바람을 타고 피비린내가 물씬 풍긴다.
그것을 맡은 관평은 천천히 흔적을 살폈다.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침투한 흔적이 있다.
그것을 이리저리 살피던 관평은 죽어 있는 시체를 발견했다.
바지를 벗고 성기를 드러낸 채 목이 꺽여 죽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깔끔하다.’
일격에 목을 꺽었다.
주변을 본 관평은 아마 이 도적이 여자를 강간하려다가 죽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널려 있는 수건, 술병.
그것들을 확인한 관평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건…”
두구의 시체가 있다.
그 시체들의 상처를 확인한 관평은 식은땀을 흘렸다.
모두 단 하나의 상처 밖에 없었다.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목만을 정확히 노린 공격이다.
‘이정도면… 나보다 적어도 두단계 이상…’
지금은 감녕이 여포에게 물려받은 방천화극을 쓰지만 그는 예전에 두자루의 소검을 사용한 쾌검술에 능했다.
그때 그와 함께 전장에 나간 적이 있었다.
진정한 쾌검술은 상대가 반응하기도 전에 검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했었다.
감녕에게 보여준다면 그조차 감탄할 정도의 상처들이다.
‘도대체 누구지?’
도적들은 아마 제대로 비명조차도 지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흔적을 확인하고 관평은 더더욱 안쪽으로 들어가보았다.
안쪽으로 들어갈 때마다 한, 두구씩 도적들의 시체 가 보였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모든 상처는 목에만 나 있었다.
깔끔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목이 베인 이들이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정도.
그렇게 시체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실력차이가 너무 나서 그런 건가…”
길목마다 틈틈히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확인한 관평이 머뭇거리며 안쪽으로 파고들었을 때.
그는 커다란 공터에 만들어진 광경에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건 도대체…”
도적의 시체가 수십구가 널려 있었다.
아까와 같은 깔끔한 검술의 흔적 따위는 없다.
창, 도끼, 괭이.
심지어는 투구까지 이용해서 상대방을 공격한 듯 박살난 투구의 흔적도 보였다.
필요한 모든 무기를 사용하고,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적의 공격을 막은 방패로 두들겨 패 죽인 것으로 보이는 끔찍한 시체도 있다.
“갑옷도 이용했군…”
화살에 맞은 흔적이 보이는 두툼한 가죽 견갑이 보였다.
그리고 그 근처에 화살에 눈구멍을 제대로 맞은 시체가 있다.
자신에게 꽂힌 화살마저도 이용했단 말인가.
시체들을 확인할 때마다 놀라움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관평처럼 전장에서 익힌 전검(戰劍).
하후상처럼 명가에서 기본부터 쌓아 올린 고급검술.
그것 뿐만이 아니다.
북방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밧줄을 이용한 전투법까지 있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여러명이 싸웠다고 생각될 정도로 다양한 흔적이다.
하지만 관평은 알 수 있었다.
이 흔적을 만들어 낸 것은 단 한명이라는 것을.
전투의 흔적, 그리고 시체들의 위치까지.
그 모든 것을 살피며 관평이 입술을 깨물었을 때 그는 황급히 완갑을 들었다.
“큭…!”
날카로운 단검이 완갑에 맞아 튕겨나간다.
전각 위에서 자신을 공격한 사내는 관평이 피풍의를 벗어 던지며 검을 잡자 고개를 갸웃거린 후 놀란 듯 머뭇거렸다.
“내려와라!!”
그를 향해 바닥에 있는 투구를 집어 던진 관평은 그가 장검으로 투구를 튕겨내자 이를 갈았다.
“와라!!”
관평이 전의를 다지며 검을 겨눴지만 피풍의의 사내는 날랜 몸놀림으로 전각 위를 뛰어갈 뿐 이었다.
빠르게 반대편 목책 쪽으로 이동한 그가 목책 위에 밧줄을 걸어 타고 넘어가버리자 관평은 놀람을 떠나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뭐지?”
분명 상대는 자신보다 강하다.
만약 이 자리에서 그냥 싸운다면 그가 승리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런데 왜 그냥 가버린단 말인가.
관평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자신이 들어 왔던 목책 쪽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관 도위님!!”
“지원이… 헉! 벌써 끝내신 겁니까? 산채로 올라오는 길목 쪽에도 시체들이 많던데…”
“내가 아니야.”
누군지 모르는 이가 한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던 병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텅 빈 산채… 흔적을 보니 도적들끼리 싸움이 난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전투법이 섞여 있는 시체들을 보며 지휘관 하나가 말하자 관평은 입술을 깨물었다.
“생존자가 있습니다!”
몇개의 전각 안으로 들어간 병사들이 외친다.
그들이 데리고 나온 것은 포로로 잡힌 듯한 백성들이었다.
두려움과 굶주림에 질려 있는 그들을 지켜보던 관평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을 데리고 복귀한다.”
“도위님께서는?”
“잠깐 조사해 볼 것이 있어. 따라와라.”
호위병 다섯과 함께 아까 피풍의를 입은 이가 도망친 곳으로 향했다.
잠겨져 있는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간 관평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바깥.
산채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적어도 이십 이상은 되는 시체들이 깔려 있었다.
제대로 무장을 한 이십여명.
산채 안에 있는 팔십여명까지.
혼자서 백여명을 거뜬히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자라니.
아무리 도적이라지만 아까의 교전을 생각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반드시 기억해주지.”
그는 아까 전 도망친 피풍의의 사내를 떠올리며 이를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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