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39
하후상은 눈쌀을 찌푸렸다.
적들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집요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잡고 있는 움직임이 묘하다.
익주쪽 군문의 움직임인가.
천하는 넓다.
그런 만큼 군문의 전투법이라 하더라도 지역마다 다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로 차이가 나다니.
작게 이를 갈고 의천검을 휘둘러 적의 몸을 베어낸 하후상이 주변의 기병들에게 외쳤다.
“밀리지 마라!! 결국 저들 역시 칼에 맞으면 죽는 인간!! 기묘한 움직임에 현혹되지 마라!!”
적은 대부분이 기병이다.
병과의 유리함을 가질 수 없다면 개인의 기량, 장비, 그리고 수에서 승기를 가져와야 한다.
‘어차피 지금 거리에서 돌진은 불가능하다.’
난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기병의 강점을 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태유지를 통해 적들이 보병대 쪽으로 가지 못하게 잡아놓아야 한다.
하후상은 힐끔 보병대를 보았다.
관평이 나서서 적을 베어넘기며 보병대는 장창을 내질러 기병들을 쓰러트리고 전진하고 있었다.
일차 돌격은 막아냈고 이차 돌격 역시도 궁병대와 보병대의 연계로 막아내었다.
기병이 돌격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장창을 쓸 수 있는 보병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병사들이 긴 창을 내지르며 익주군의 기병대를 공격해 밀어내는 사이 하후상은 쓰게 웃었다.
“저 미친놈.”
“하아아아아!!”
기병을 상대로 잘도 싸우는구나.
홀로 앞으로 나서서 미친듯이 날뛰는 그가 보병대를 이끌며 적을 죽여나갈 때마다 보병대의 사기는 높아지고 있었다.
“앞을 막는 자!! 죽는다!!”
적의 피와 자신의 피로 뒤덮여져 있는 관평의 모습은 그야말로 흉신악살이었다.
흰 눈을 번뜩이며 참마도를 들어 올린 그가 한차례 포효할 때마다 질린 익주기병들이 뒤로 주춤거릴 정도였다.
그것을 보며 보병들은 기뻐했지만 하후상은 걱정이 되었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 덕분에 보병대의 전진이 수월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깊숙히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윽!”
잡생각을 하다가 하마터면 공격에 맞을 뻔 했다.
얼굴 바로 앞을 스치고 지나간 장창을 겨우 피해낸 하후상은 의천검을 움직여 창날을 베어내고 그 창을 당겨 기병의 머리를 베었다.
지금 한가롭게 남 신경을 쓸 겨를 따위는 없었다.
이들은 허접한 도적들이 아니다.
제대로 훈련을 받은 이들이다.
“빌어먹을 새끼들!!
보병대가 자신들의 위치를 넘어서고 처음의 진형이 만들어지자 방통이 있는 궁병대 쪽에서 뿔피리 소리가 울려퍼졌다.
“합류…!?”
망치와 모루 전술을 쓰지 않겠다는 건가?
생각해보면 이렇게 돌진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망치와 모루 전술을 쓸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뒤로 빠지는 수 밖에.
하후상이 병사들에게 신호하며 뒤로 물러나려고 할 때.
그의 몸을 향해 장창이 날아들었다.
“흐압!!”
왼팔에 있는 방패로 장창의 공격을 막아낸다.
어찌나 힘이 실려 있는지 장창은 방패를 반쯤 뚫어버렸다.
창날을 뽑아보려고 하지만 쉽게 뽑히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방패를 바닥에 던진 하후상은 날카롭게 외쳤다.
“방패 하나 던져!!”
낙마한 기병이 하후상에게 방패를 던지고 후방으로 빠진다.
그가 멀어지며 새로운 방패를 든 하후상은 적의 진영에서 장창을 든 사내가 말을 타고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투구, 갑옷을 봐도 장수급으로 보인다.
그를 노려보던 하후상은 천천히 검을 겨눴다.
“위국 승상부 중랑장 하후상.”
“한의 익주목 휘하 도위 왕평이다.”
전투가 천천히 소강상태로 변한다.
익주군이나 위국이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일기토를 통해 사기를 끌어올려 분위기 전환을 시도해야 했다.
주변을 본다.
보병대는 제대로 전진 중.
그렇다면 여기서 시간을 끌든, 아니면 저자를 잡든 하는 것이 이득이다.
천천히 의천검을 들어 올린 하후상은 장창을 든 그를 보았다.
‘왕평이라면 익주의 지장… 하지만 개인적인 무도 강하다고 했어. 이길 수 있을까?’
그를 노려보던 하후상이 말 고삐를 흔들었다.
천천히 달려나가던 말에 속도가 붙는다.
“하아아압!!”
내질러지는 장창을 피해내며 장창의 창대를 잘라내고 의천검을 움직였다.
운철로 만들어진 의천검은 어렵지 않게 창대를 잘라낼 수 있었다.
무기의 유무는 일기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가 무기를 잃은 틈을 타 한번 더 공격하려던 하후상은 왕평이 창대를 던지자 그것을 막아내느라 기회를 놓쳐버렸다.
“검을 쓰는 것도 오래간만이군.”
병기의 길이에 따른 차이는 없앴다.
그렇다면 할 일은 하나 뿐.
하후상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와라.”
검과 검의 대결이라면 의천검을 가진 자신이 유리하다.
하후상은 의천검을 까딱거리며 냉정히 말했고 왕평은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챙!
서로의 검과 검이 부딪힌다.
그리고 하후상은 놀랬다.
의천검에 부딪힌 왕평의 검이 멀쩡한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왕평의 검 역시 운철로 만들어진 검이라는 것이다.
“쳇.”
의천검을 이용한 상대의 병기를 파괴, 그것으로 빠르게 적을 쳐내는 것이 하후상의 전투법이다.
하지만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믿을 것은 검술 뿐.
다시 돌아 왕평과 부딪힌 하후상은 빠르게 검을 움직였다.
머리, 팔, 그리고 말을 노리는 세번의 찌르기를 왕평은 침착하게 막아내었다.
왕평 역시 하후상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예리한 검술을 지녔다.
그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낸 왕평은 하후상의 말 머리를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그것을 말 고삐를 흔들어 그것을 피해낸 하후상은 주머니에서 터진 가루를 맡은 말이 난동을 피우자 당황했다.
“뭐지!? 우헤취!!”
무언가 매운 향기가 코를 간지럽힌다.
저 주머니에서 터진 것인가?
말이 진정을 못하고 있을 때 왕평의 검이 말의 목을 꿰뚫었다.
천천히 허물어지는 말에서 떨어지며 하후상은 몸을 굴려 왕평이 탄 말의 다리를 베었다.
의천검의 예리한 검날이 말의 다리에 깊은 상처를 낸다.
왕평 역시 말에서 뛰어내렸다.
“무슨 짓을 한거냐.”
“천축의 향신료다.”
무뚝뚝한 어조로 말한 그는 품에서 다른 주머니를 꺼내었다.
그것을 보며 하후상은 눈쌀을 찌푸렸다.
“정규군이라는 자가 시정잡배들이나 쓰는 수를 쓰다니.”
“하하… 이건. 비 종사의 뜻이다.”
“뭐?”
“네놈들에게 억울하게 죽은 비 종사가 남긴 것!! 그 원수를 이제야 갚겠구나!!”
왕평은 품에서 꺼낸 주머니를 하후상에게 던졌다.
그것을 쳐내려던 하후상은 예전을 떠올렸다.
요화와 대련을 했을 때.
그는 정규군이며 경험 많고 뛰어난 무관이면서도 시정잡배들의 비열한 수를 많이 썼다.
적을 알지 못하면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는 별에 별 치사한 수를 다 썼었다.
단순 검술에 있어서는 요화를 압도하는 하후상이었지만 그런 수까지 포함한다면 요화를 이길 수 없었다.
그와의 훈련을 떠올리며 하후상은 주머니를 쳐내지 않고 뒤로 훌쩍 뛰어 그 주머니를 피해내었다.
“와라. 시정잡배만 못한 놈아.”
검을 까딱거리며 하후상이 비웃었지만 왕평은 딱히 그것에 기분나빠하지 않았다.
그저 가소롭다는 듯 웃을 뿐.
왕평과 하후상이 서로를 노려보며 검을 겨눈다.
틈을 보인다면 바로 공격이 들어온다.
그때 바람이 불었다.
“에, 에취!!”
바닥에 떨어져 있던 주머니의 가루가 바람에 휘날렸다.
그것을 정면으로 맞은 하후상이 크게 재채기를 하자 왕평이 달려들었다.
그의 검이 머리를 내려치려 하자 의천검으로 간신히 막아낸 하후상은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에취! 에취!!”
도대체 무슨 가루란 말인가.
계속해서 재채기가 나온다.
그것을 보며 피식 웃은 왕평은 품에서 꺼낸 복면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아아. 이건 호초라는 것이다. 비 종사가 천축에 가서 구해 온 것이지.”
“크악!! 퉷!”
칼칼한 매운 향이 코와 입에 남았다.
그것만으로도 집중력이 크게 저하되자 하후상은 황급히 품에서 복면을 꺼냈다.
복면을 쓰면 숨을 쉬기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주변 병사들 역시 다들 바람에 휘말리는 호초 가루 때문에 전장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재채기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상황.
하후상은 의방에서 만든 복면을 쓰고 나서야 겨우 안정이 되었다.
“도대체 뭔 가루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봤자 잡수!”
의천검을 겨눈 하후상이 달려나가자 왕평은 그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었다.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며 공격을 막아낸다.
오히려 하후상의 공격을 유도하기라도 하듯 왕평은 일부러 빈틈을 보여주며 전투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수십차례 공방을 나누고 나서야 하후상은 이를 갈았다.
‘이 자는… 내 천적이나 다름없군.’
하후상의 검술은 쾌검이며 화려하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적이 예측하지 못할 방향에서 검을 움직이는 것이 하후가의 검술.
하후상 역시 그것을 기반으로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왕평은 오로지 방어, 그리고 반격을 위한 검술이다.
어느 방향에서 검이 움직여도 왕평은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공격을 막아낸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하후상이 더 유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서로 얼굴에 복면을 쓰고 숨을 제한하는 상황.
그렇기에 움직임이 많은 하후상이 더 빨리 지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땡볕이 내려쬐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전투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더위에서 호흡을 제한한 상태에서 싸워 본 적이 없었던 하후상은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벌써 지쳤나? 생각보다 약골이군.”
왕평의 비웃음에 하후상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여기서 더 싸워야 하는 것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보병대는 자리를 잡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간을 끄는 것도 이정도면 됐다.
일기토에서 물러나는 것은 오히려 아군의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다.
뒤로 물러난 하후상은 검을 겨누고 있다가 목에 걸린 피리를 불었다.
그가 후퇴 명령을 내리자 기병들이 움직였다.
그들이 뒷걸음질을 치며 전장에서 물러난다.
“거북이처럼 방어만 하는 놈을 계속 상대할 이유는 없지.”
하후상이 말에 탄 후 본대와 합류하기 위해 물러나자 왕평은 피식 웃었다.
그들이 거리를 벌리자 왕평은 검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적장 하후상이 도망간다!! 적을 쫓아라!!”
기병의 돌진을 쓸 수 있는 거리가 만들어졌다.
왕평이 부대를 이끌며 하후상의 부대를 추격하고 있을 때 위국의 궁병대의 화살이 왕평의 기마대에 쏟아졌다.
그 탓에 하후상을 추격하지 못한 왕평은 멀어지는 하후상의 부대를 보며 중얼거렸다.
“하마터면 당할 뻔 했군.”
호초를 이용해서 적의 호흡을 제한하는 싸움법에 대해서는 비의가 제안했었다.
움직임이 적은 왕평의 검술에 정말 잘 맞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검술은 공격적이다.
그 말은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
많이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호흡은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호초가루를 더 많이 흡입하고 그리 되면 재채기를 하게 된다.
한번의 흐트러짐이 목숨을 앗아가는 전장에서 호초가루 탄은 왕평의 승리에 무척이나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적들도 복면을 가지고 있다라… 일계는 실패라고 볼 수 있겠군.’
적어도 적 부대를 이끌고 있는 대장을 죽이든, 아니면 큰 부상을 입히든 해야 하는 것이 일계의 중심이다.
하지만 자신도 실패했는데 과연 진도가 가능할까?
왕평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바닥에 있는 주머니를 들어 주둥이를 막고 품에 넣었다.
‘비 종사. 반드시 원수를 갚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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