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46
“나도 익주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봤어. 지금은 지도가 없지만. 익주의 북쪽의 산악지대에 대한 문제인데. 그쪽에서 작년에 대규모 공사가 있었다고 한다.”
“무슨?”
“산길을 무너트린거야. 양평관에서 검각, 그리고 가맹관까지 샛 길 전체를. 산에서 전투를 아예 피해버리겠다는 거지.”
“왜 그런 미친 짓을?”
“익주군의 북방 공략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의 말에 난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한번에 답이 나왔다.
“역습을 대비하기 위해서?”
“그렇지. 관문으로 통하는 모든 길은 정비되었지만 그 외의 모든 길은 다 지워버렸다. 갑자기 그런 짓을 한 것은 경조에서의 공격을 오로지 관문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야 해.”
익주의 산세가 험하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아예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쪽에서도 사람은 살고, 또 산속에서 머무르는 도인들이나 산적들도 있었다.
적은 수의 정예병이 침투, 그 침투된 인원들이 관문을 열게 된다면 관문은 바로 뚫리게 된다.
그것을 염두한 수라고 볼 수 있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셋 중 하나겠지. 비의, 아니면 장완이나 동윤.”
“산길을 전부 막아버리고 부숴버린다면… 사냥꾼이나 약초꾼들은?”
“그들을 흡수한 것이 비의야.”
이건 들어 본 적이 없는 얘긴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방통은 오히려 놀란 듯 나를 보았다.
“몰라?”
“당연히 모르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교사원에 물어봐봐. 분명히 내가 보고를 보내놨으니까.”
“음… 알았어. 그럼 사마의는 알까?”
“나도 아는 거니까 사마의도 알겠지. 즉, 관문을 우회하는 수는 쓸 수 없어. 각 관문을 돌파하려면 오로지 정공법만을 써야 해.”
산길이 폐쇄되었다면.
결국 북부에서는 관문만 믿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그 세개의 관문은 정말 어지간해서는 넘기도 힘든 곳이다.
“그쪽은 땅이 물러서 공성장비의 설치도 쉽지 않아. ”
“그렇군…”
즉 익주에서는 아직 진가윤의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신장비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기에 그런 짓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진가윤에서 만든 신장비는 장비의 설치가 필요 없다.
단순한 지지만으로 투석을 쓸 수 있고 정란을 움직일 수 있는만큼 관문 공략이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오를 공략할 때 쓴 투석기가 있는데. 그것을 모르는 걸까?”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내가 받은 정보는 그게 다야. 그렇기에 산악병 대신 정예병들을 관문에 보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산악병을 이곳으로 돌렸을 가능성이 높지.”
“으음…”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이렇다 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신음하자 방통은 책상을 툭 쳤다.
“그쪽은 그쪽에 맡겨야지. 네가 전부 손 댈 생각이야?”
“그런 건 아니다만. 괜히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군.”
“가장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는 법정을 우리가 잡고 있다. 그쪽에 있는 이들이 결코 허접한 사람들이 아니잖아?”
방통의 말대로다.
사마의와 조앙이 만만한 자들은 아니다.
분명 공격로가 하나 밖에 없다는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겠지.
연구소의 신장비들도 그쪽에 대부분 가 있으니까.
“그럼 우리는 법정을 상대할 방법만 생각해야겠군.”
북쪽과 남만 쪽은 맡기도록 하자.
당장 법정 상대하는데만 집중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작전을 통해서 법정도 큰 손해를 봤다.
영안성을 잃었고 기병과 산악병을 잃었다.
그런 반면에 우리의 피해는?
물론 방통이 데려간 병력의 피해가 있기는 했다.
그것은 현재 위국 전체 병력에 비한다면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전체적인 상황을 본다면 결코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았다.
“일단 법정은 두번이나 실패를 했어. 첫번째. 영안성을 공격을 했을 때 우리 측 장수를 제거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낙봉산에서군. 차라리 후퇴를 하지 않고 전 병력을 이용해서 영안성을 공격했다면 좀 더 치명적이었을텐데.”
내가 시큰둥히 말하자 방통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겠지. 전투 한두번 이긴다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니까.”
만약 방통의 말대로 그들이 전 병력을 이용해서 우리를 공격했다고 치자.
넝마가 되어 있는 영안성에서 그들을 맞이해 싸웠다면 우리 역시 피해는 상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영안성을 버리고 후퇴했겠지.
하지만 형주와 예주, 그리고 서주의 병력을 지원받는다면 다시 영안성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익주군은?
남만 쪽은 제외하더라도 두곳에서 전쟁을 치뤄야 하는 것이다.
그런만큼 병력과 물자의 소모는 클 수 밖에 없고 전쟁이 계속 이어진다면 물량에서 뒤지는 그들의 결말은 눈에 훤히 보였다.
“어떻게 보면 법정은 자신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쓴 것에 불과하겠군.”
최대한 빠르게 지휘관급을 제거, 그리고 그 혼란을 틈타 공격하고 양양을 차지하는 것.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도박에 가까운 수를 선택하다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물량에서 압도적으로 뒤지는 상황에서는 이런 승부수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었다.
“그가 낙봉산에서 나를 잡았다면 분명 군은 혼란에 빠졌을 거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공격해 들어왔을 것이고…”
“어떻게 보면 아슬아슬했다는 건가?”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네. 법정이 나보다 군략에 있어서는 한수, 아니 두수 이상 앞선다. 그의 수는 거의 성공했으니까.”
그럴지도 모른다.
영안성을 내어준 것도.
그리고 법정이 직접 나온 것도.
요격에 누가 나올지도 읽어냈기에 방통을 노릴 수 있었겠지.
만약 방통의 생각대로 되었다면 법정은 형주까지는 바로 치고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나다.
내가 있는 이상 쉽게 업까지 올라갈 수 없을텐데.
“내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텐데?”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너는 정치가야. 진짜 책사를 상대로 군략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냐? 장기전이라면 모르겠지만 단기전에서 그를 이길 수 없었을 걸?”
“그야…”
“그리고 순 대부도… 솔직히 미안하지만 법정에게는 밀릴지도 몰라. 물론 그가 책략을 잘 짜내기는 하지만.”
그렇겠지.
양양이 뚫리고 형주 일대가 전장이 된다면.
몇개월 정도 시간을 번다면 다른 지역의 군사를 모아서 물량으로 내리 누르겠지만 법정이 그 기간동안 놀고먹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쉽게 막을 수 없을 것이고.
“거기에 내가 죽었는데도? 냉정을 유지하면서 너나 순 대부가 책략을 짜내 그를 상대할 수 있었겠어?”
못했겠지.
방통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리가 떨려서 서 있기도 힘들었으니까.
그리 되었다면 분명 냉정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병이 퍼지고 네가 형주에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퍼졌을 때부터 법정은 그 수를 생각했을거다. 나, 그리고 너. 우리 둘을 물리치게 된다면 위국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으니까.”
방통은 무덤덤히 말한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한숨을 쉬었다.
이번 법정의 책략을 막아낸 것은 우리 둘의 공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사부님의 공이다.
법정의 수는 확실히 대단하다.
모든 것을 이용하고, 승리를 위해서 희생할 줄을 안다.
하지만 그도 결국 넘지 못한 것이 사부님이다.
사부님은 정확하게 법정의 수에 조 사제를 넣어 그것을 완전히 무너트려버렸다.
“진짜 사부님께는 못 당하겠군.”
방통이 쓰게 웃으며 중얼거리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지극히 동감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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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를 받은 법정은 탄식을 터트렸다.
위험하기는 했지만 완벽한 수였다.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형주목 방통이 추격을 시작했고 그는 산길로 향했다.
물론 위국 최강이라 불리는 감녕이 추격전에 합류한 것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 또한 상정했던 바였다.
아무리 감녕이라고 하더라도 그 길을 돌아가 방통을 구원할 수는 없었기에.
그렇기에 성공을 자신했는데.
“…실패했다라.”
정찰병의 보고를 받으며 법정은 무거운 숨을 토해내었다.
많은 것을 걸고 시도한 책략이었다.
그것이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다니.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법정이 탁자를 강하게 내리치며 벌떡 일어나자 왕평은 그를 잡았다.
“군사!”
“지금 당장 지도를 가지고 오도록.”
“군사!! 지금은 쉬셔야합니다! 이미 책략이 실패했다면.”
“저들이 움직이기 전에 다른 책략을 꾸려야 한다!! 바로 정찰을 가자! 적을 내 눈으로 확인해야해!”
이번 책략에 투자한 것이 무엇인가.
산악병이 무려 팔천이나 된다.
위국의 병사는 강하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정예병을 써야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정예병의 대부분은 북쪽으로 보내 관문을 막고 있었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것은 산을 타는 것에 특화된 산악보병과 일반 병사들 뿐.
그들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책략을 쥐어 짜내야 했다.
며칠동안 머리를 굴리고, 실험을 해가며 짜낸 책략인데.
이렇게 안타깝게 실패하고 말다니.
“많은 것을 희생해서 짜낸 책략이 실패했다면… 그것을 돌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장 지도를…!!”
거칠게 외치려던 법정의 몸이 순간 크게 떨렸다.
부들부들 몸을 떨던 법정이 크게 기침을 한다.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울혈이 끓어 오른 것이다.
매일같이 밤을 새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한계까지 몸을 굴려가며 일을 한 법정이었다.
맹달이 허창에서 잡혀 죽은 이후로 위국에 대한 원한을 키워가던 그다.
몸이 정상일리 없었다.
“크억! 쿨럭! 쿨럭!”
내장을 토해내듯 기침을 하는 사이 입안 가득 고인 핏덩어리를 그는 거칠게 뱉어내었다.
“큭…! 퉤!”
바닥에 퍼지는 검붉은 피.
그것을 지켜보던 왕평은 비틀거리는 법정을 잡았다.
“군사! 진정을…! 약을 가져오겠습니다!”
황급히 항아리에서 작은 환약을 가져 온 그는 법정이 그것을 받자 물을 주었다.
“크으…흐.”
입가에서 주르륵 핏물이 흘러내려온다.
그것을 닦아낸 법정은 희번뜩 눈을 뜨며 말했다.
“당장 지도를 가져오도록.”
“…예.”
이렇게 된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왕평이 나가서 지도를 가지고 들어오자 법정은 그 지도 위에 작은 패들을 올려 놓았다.
군략을 짜내야 한다.
상황은 지극히 불리했다.
아파 할 여유따위는 없었다.
지금도 들어오는 보고에 따르면 남만, 그리고 북쪽에서의 전투는 계속 불리하다는 보고 뿐 이었다.
방통, 혹은 진유하.
둘 중 하나를 잡아 상황을 반전시키고 빠르게 형주로 진입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위국의 주요 인물인 형주목과 승상부주.
이 둘이 전장에 나와 있는 지금이 기회다.
“군사…”
“시간이 없어. 위국의 저력은 결코 얕볼 수 없다. 이대로 시간을 끌며 형주에서 역병으로 인해 만들어진 혼란을 제압한다면…”
그리 되면 그들을 잡아도 의미가 없어진다.
이번 작전은 역병마저도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역병이 터지며 형주 일대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진유하가 내려와 그 역병이 가라앉았다지만 아직 그 혼란은 남아 있는 상황.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물자도, 인력도, 무기도 부족하다. 그러니… 적이 가진 힘을 이용할 수 밖에 없어.”
백성은 어리석고 단순하다.
이미 제압된 역병이라고 하더라도 그 역병을 두려워 하며 죽은 이에 대한 슬픔을 간직한 이들은 많다.
그렇다면 선동이 가능하다.
혼란스럽고 두려워하는 백성들과 각 지역의 관리들을 포섭하여 반란을 일으켜 위국의 힘을 깍고 업으로 진격해야 한다.
하지만 작전이 실패한 이상 무슨 수로?
“제길…!!”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왕평은 그가 집중할 수 있게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
왕평이 나가자 법정은 지도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패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익주군과 영안에 있는 위군.
여러번 수를 놓아보던 법정은 큰 한숨을 토해내었다.
“하…”
생각할 수록 어이가 없다.
최고의 수는 아니지만 반드시 방통을 잡을 수 있는 수였다.
그것이 왜 어그러진 것일까?
손에 쥐고 있던 패를 지도 위에 툭 놓으며 법정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하… 그게 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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