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5
00115 당신은 좀 더 살아야 해. =========================
“하… 이걸 어떻게 이야기하나.”
정혼장.
팔자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 첩 이야기.
아니 이걸 첩이라고 해야하나.
지위상으로 따진다면 조조의 딸을 아내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끙…”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고민하세요?”
“우왓! 깜짝이야. 너 왜 나왔어?”
“조금 답답해서요. 그리고 열도 많이 내렸고.”
조조가 오기 며칠 전 금향현에서 우두에 걸린 소가 나타났다.
그 기회를 놓칠 수야 없었지.
난 그 소들을 도축한다는 핑계로 가져와 우두를 채취해 분말로 만들었고 그것을 유의원에게 가져갔다.
화타에게 종두법을 배운 그는 인상을 구겼지만 결국 날 도와 내 사람들에게 종두법을 실시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았는데 영이가 수포가 생기며 열이 좀 났다.
그것 때문에 일부러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약간 헬쑥해진 영이가 날 보며 베시시 웃자 난 한숨을 내쉬고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땀이 많이 났네.”
“닦아줄래요?”
“그럴까!?”
“후후후. 농담이에요.”
“에이…”
아쉬워하는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영이는 작은 손을 뻗어 내 볼을 콕콕 찔렀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봐요?”
“음… 응.”
“왜요? 조조가 자기 딸이라도 준다고 했어요?”
“…어떻게 알았어?”
“…진짜였어요?”
영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것에 움찔하며 난 머뭇거렸고 영이는 날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조조와 친인척 관계를 맺는다… 나쁜 건 아니네요.”
어? 이건 예상 못한 반응인데?
질투심 많은 영이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이야.
내가 멍하니 바라보자 영이는 피식 웃은 후 내 볼을 꽉 잡고 꼬집었다.
“그럼 제가 질투심 때문에 안된다고 난리 칠 줄 알았나요? 당신은 정치가잖아요. 결혼 역시도 중요한 정략 중 하나인데 그걸 막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하하… 그래? 그래도 굳이 결혼까지 할 필요는 없을거야. 조조의 신뢰는 다른 방향으로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조 군승의 일도 있고.”
“그러면 저에게는 좋겠지만… 그것을 거절한 것으로 조조가 당신을 경계할 수 있어요.”
“쯧. 그건 어쩔 수 없지. 너는 싫잖아.”
“그야… 당연하죠.”
시무룩해진 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됐어.”
“그래도…”
“그런데 딸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가뜩이나 기운 없는 애가 더 기운이 빠진 것 처럼 보인다.
물수건을 들어 영이의 팔을 닦아준 후 따끈거리는 얼굴을 식혀주었다.
기분이 좋았는지 베시시 웃은 그녀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예전에 백달 오라버니의 신부감을 찾던 도중에 알게 되었어요.”
“헤에. 그래? 어? 잠깐만. 그럼 시험을 본 것이 네 신랑감을 찾는 것 외에도 더 있었단 말이야?”
“몰랐어요?”
되려 영이가 더 놀랐다.
그것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영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마가에 필요한 사람을 찾은 것이지 딱히 제 신랑감을 찾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서방님은 모를 수도 있었겠군요.”
“음.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혼인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
까였구나!
그나저나 조조의 딸도 까일 정도라니.
난 신기해하며 물었다.
“몇살인데? 얼굴은 봤어?”
“나이는 서방님보다 두어살 정도 많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성격이… 괄괄한게 남자 같더군요.”
“그래?”
“네. 그래서 백달 오라버니의 짝이 되지는 못했어요. 조조가 그때 굉장히 아쉬워했다고 들었답니다.”
“그렇구만…”
“서방님에게도 어울리지 않을거에요.”
“하하! 그거 질투하는거야?”
“네. 하면 안되나요?”
“아, 아니 그런건 아닌데.”
“안되냐구요.”
빤히 날 바라보는 영이의 시선에 난 움찔 어깨를 떨었다.
아까는 질투 안한다면서.
“정략의 일환이라면 저도 어쩔 수 없죠. 받아들이는 수 밖에. 그렇지만 서열관계는… 후후후.”
“어우… 무섭다.”
“이런게 중요한 거랍니다. 아무튼 그래요. 굳이 말하자면 여영기? 그녀와 비슷하겠군요. 조금 더 성격이 강한 편이지만. 그리고 듣자하니 꽤나 무예 실력도 좋다고 하네요. 백달 오라버니께서 그러시던데 조앙과 대련해서 이긴 적도 있다고 하니까.”
“와. 진짜? 그정도면 여영기 수준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지요. 저야 여영기가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흐음… 아무튼 아버지 선에서 정리될 것 같아. 아버지도 평생 어머니만 사랑하셨으니까. 지금도 재가에 대한 생각은 없는 듯 보여.”
악희가 아버지를 좋아하며 여전히 연심을 품고 있지만 아버지는 그녀에게 말 한마디 걸지 않고 계셨다.
쯧쯧.
그냥 요화나 채갈 것이지.
지금은 요화도 장연과 깨를 볶으며 정이를 키우고 있으니 그냥 새 된 거라고 볼 수 있을 거다.
“아. 그리고 또.”
“왜요?”
“이번에 서주에 내가 갈 것 같아.”
“에? 하지만 아버님이 가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렇긴 한데… 쯧. 잡혀버렸어.”
영이가 아플 때 서주로 간다는 것이 속이 쓰리지만 이것 까지 거절했다간 지금까지 쌓아 둔 신뢰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다.
신뢰는 쌓기는 어렵지만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군소리없이 서주로 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어지간하면 같이 가자고 하고 싶은데… 어차피 전쟁도 아니고 무력시위와 협상을 하러 가는 거니까 말야.”
조숭을 구하러 가는 것은 적은 수의 병력을 데리고 가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장수진도 빵빵하고 병력도 많으니 영이에게 남장을 시키고 내 책사를 겸하여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전에 보니까 책사로서의 재능도 꽤 있던 것 같던데.
그래도 영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고 있으니 괜히 무리를 시키면 안될 것 같다.
“언제… 출발하세요?”
“사흘에서 나흘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니까.”
“그럼 저도 준비할게요.”
“무리는 하지마.”
“괜찮아요. 유 의원님께 받은 약도 있고 저도 약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열을 내리는 정도는 가능할 거에요.”
“정말? 무리하는 것 아니지?”
저번에 내가 다치고 돌아 온 것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던 영이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한 짓으로 당신의 발목을 잡을 생각 없어요. 약을 먹고도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포기할게요.”
“좋아. 약속이야.”
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고 영이는 살풋 웃으며 나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느립니다! 느려요! 그렇게 느려서 어쩌려고 하십니까!”
“익…!!”
서주로 가는 준비까지 내가 할 필요는 없었다.
한호와 장제, 그리고 아버지가 치중을 준비하고 편제를 짜는 동안 나는 계속 장합과 방패술의 훈련만 했다.
내가 간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장합이 방패를 들고 찾아 왔기 때문이다.
“흥패의 반만 하십시요… 라고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디만 확실히 주군께선 자질이 없군요.”
“이거 울어도 되는 거지?”
예전에 장합이 말했던것처럼 진짜 나한테 자질이 없기는 했나보다.
내가 며칠을 낑낑거리던 것을 감녕은 한번 보고 좀 연습하더니 완벽하게 해냈으니까.
“도련님은 머리쓰는 사람이지 몸 쓰는 사람이 아니잖수. 그냥 일격을 막아낼 정도로만 힘을 키우면 되는 거요. 도련님이 강해지면 나같은 사람은 뭐 먹고 살라고.”
작은 방패를 자기 몸처럼 여유있게 다루며 감녕이 말하자 속이 쓰렸다.
거의 장합과 비슷한 수준으로 방패를 다루는 것이다.
“군대식이기는 하지만 효율적이니 반드시 배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알았어. 한번 더 하자.”
장합에게 방패술에 대해서 좀 더 배우고 있을 때 감녕은 들고 있던 방패를 놓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쟤 뭐하는 거지?
그가 달려간 곳은 구석에 앉아서 우울해하고 있는 여영기였다.
“어이. 동생. 뭐하는거야? 훈련 안해?”
“…미안. 오래비.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야.”
“헤에… 네가 왠일이냐?”
“미안.”
감녕이 물어도 여영기는 그날 이후 계속 한숨만 내쉬며 말없이 날 응시하고 있었다.
휴가 보내달라는 거겠지.
“도련님. 쟤 왜 저래?”
“휴가 달라고 하더라.”
내게 다가 온 감녕이 묻자 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번 서주행에 참여하게 되는 장수는 감녕, 그리고 여영기다.
저번에 갔을 때와 비교해서 서성만 빼고 거의 같은 상황.
“휴가? 휴우우가?”
“놀리지 마라. 쟤 심각해 보이니까.”
“흠… 그냥 보내지 그러슈?”
“글쎄. 이번에 서주에 가는 이에 포함이 되어 있어서 빼기도 애매해.”
사실은 여포 때문이지만.
내가 쓰게 웃으며 말하자 감녕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 요화. 잘 왔다. 너도 같이…”
“잠시만요.”
본관에서 나온 요화가 다가오는 것을 본 감녕은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혼자서 연습만 하니까 심심했나보다.
그가 부르자 요화는 쓰게 웃으며 사양하고 곧장 여영기에게 다가가 무언가 말했고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뭔 말을 한거야?
승리의 주문이라도 외웠나?
“도련니이이임!!”
“뭐, 뭐야!?”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여영기는 내게 달려와 날 꽉 끌어안았다.
“아파! 아파! 으악! 기분나쁘니까 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뭔데!?”
“잘 다녀올게요!”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묻자 여영기는 날 놓아 준 후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도련님께서 군수님께 간청드려 휴가를 주셨다면서요!?”
“…뭐?”
난 곧장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여영기에게 휴가를 주는 것은 그녀가 동군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다.
여포에게 힘을 주는 것인데 왜 그런 짓을 하느냐 따지러 집무실로 간 나는 아버지를 향해 물었다.
“무슨 얘깁니까.”
“앉고 이거나 보거라.”
“….”
아버지가 내민 몇장의 서찰.
그것을 차분히 읽은 나는 이를 갈았다.
“이 병신들!!”
“화를 내지 말렴.”
복양성의 전투가 끝났다.
백마항을 통해 남하하던 원소군은 항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복병에게 걸려 대부분이 전사하고 수장당했으며 돌아간 이는 몇백도 채 되지 않는다 했다.
그리고 복양성에서 일어난 반란도 곽가와 순유의 지휘, 그리고 내부에 숨어 있던 병사들의 호응으로 빠르게 진압되었다고 한다.
그래.
이건 예상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나온 말은 예상 못했다.
“놓쳤다구요!?”
“그래.”
“왜!?”
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아니 여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나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 놓쳐?
등신인가?
화가 치밀어 오른 내가 씩씩거리자 아버지는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화를 낼 필요는 없다. 결국은 놓친 것이니까. 아니… 놓친 것이 아니라 놔준 것일 수도 있겠지. 아무튼 중요한 것은 결과다. 여포는 탈출에 성공했어. 비록 장막과 심배는 잡았지만…”
“하아… 차라리 내가 갔어야 했는데.”
“여포의 화살에 하후돈이 한쪽 눈을 잃었다고 하더구나. 뭐 그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결과지. 여포는 탈출했고 또 잠적해버렸다. 그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거다.”
“그래서 여영기를 보내시는 건가요?”
“그래.”
아버지는 각오를 다진 눈빛이었다.
여영기는 아버지를 믿고 따른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그녀를 이용한 것이다.
“저번에도 여영기를 놔둔 채 여포를 낚으려 해보았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곤란하지. 여포 하나에 계속 묶여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위험합니다.”
여영기를 보내어 그녀가 여포를 찾게 만든다.
산양군이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아는 이상 여영기는 여포에게 이야기를 할 것이다.
아버지의 밑으로 들어가자고.
다시 시작하자고.
딸의 애원에 여포는 흔들릴 것이고 산양군으로 올 것이다.
그때 그를 잡자는 것이다.
“위험해요. 전 반대입니다.”
“아니. 위험하지 않다.”
“어떻게 알고! 저는 용납 못해요.”
“유하야.”
“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버지는 차분한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구나. 그때는 입장이 반대였지.”
“하지만 그건!”
종두법의 일을 떠올리며 아버지가 말하자 난 할 말이 없었다.
그때 나는 아버지에게 억지를 부렸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억지에 결국 두 손을 들어버렸다.
“…모두를 위한 일이었잖아요.”
“그래. 그렇기에 나도 과하게 말리지 못했지.”
“이건 달라요. 이건…!”
“유하야. 다르지 않다. 네가 네 사람들을 생각했듯 나 역시 내 사람들을 생각하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는 것이다. 여포가 살아있다는 것에 우리는, 또 너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것에 집중할 것이다. 예전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지금 천하는 흔들리고 있어. 그 흔들림 속에서 자칫 잘못했다간 우리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
“그러니 나도 말하겠다. 날 때려서라도 막아보렴. 내 가족, 내 아들,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나는 모험을 해보겠다. 그리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에 한 일이다. 만약 여영기가 여포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그를 설득하는 것에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할 수 있다면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네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두창을 걱정하며 종두법을 했듯이 말이다.”
“그것과 이건 다르잖아요!”
“다르지 않다. 같다. 위험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같다.”
“아아! 진짜!!”
처음으로 아버지 앞에서 이를 드러내었다.
그런 나를 아버지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알고 있겠지.
그리고 나도 알고 있다.
아버지가 날 이기지 못했듯.
나 역시 아버지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네요.”
“항상 너에게 기댔다. 이번에는 네가 아비에게 기대보려무나.”
“한가지만 약속해주세요. 만약 일이 틀어진다면 어떻게든 도망치겠다고.”
내 말에 아버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