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50
거중기의 줄을 당긴다.
또다시 거대한 돌상자가 천천히 허공으로 올라가고 대형 투석기가 장전되었다.
탄을 올려 놓기 위한 거중기에 바위가 걸리고 인력으로 결코 쉽게 들 수 없는 바위들이 투석기에 실렸다.
후방의 거중기가 뒤로 물러난다.
다시 쏘아지는 거대한 탄환.
오로지 파괴만을 위해 만들어진 대형 투석기의 바위가 검각에 부딪히면 부딪힐 수록 검각 안에 있는 이들은 당혹스러울 뿐 이었다.
“저게 움직인단 말야!?”
“맙소사…”
비웃음은 공포가 되었다.
무식할 정도로 거대해서 도무지 쓸 데라고는 없어보이는 투석기였다.
하지만 도대체 저것들은 뭐란 말인가.
몇차례 사용된 탓에 투석기에 걸려 있던 상자는 박살이 나버렸다.
하지만 상자 안쪽에 있는 회색의 돌은 여전히 굳건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인간은 몇백이 달라붙어도 들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바위는 수십명이 줄을 잡아 당기는 것만으로도 허공으로 올라갔다.
그것이 땅으로 떨어질 때마다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바위가 날아온다.
“나, 나가!! 나가서 저걸 부숴!!”
관문 위에 있는 투석기들을 이용해서라도 저 투석기를 박살내야 한다.
그리 생각한 고패는 황급히 투석기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하지만 또다시 날아 온 거대한 바위는 관문 위의 투석기 뿐만 아니라 성벽까지 크게 박살을 내버렸다.
고패는 후회했다.
저 장비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다리지 말 것을.
저 거대한 장비의 운영에 실패하여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지 말 것을.
하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다.
또다시 쏘아진 거대한 바위는 성벽을 강타했고 그 순간 고패는 깨달았다.
검각이 부서지고 있었다.
적의 바위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도대체 저들은 뭐란 말인가.
이곳까지 저 바위를 어떻게 가지고 왔단 말인가.
아니 저 투석기에 걸려 있는 네모나고 각진 바위는 도대체 어디서 구한 것이란 말인가.
“도대체 뭐야!!”
“검각주!!”
법정에 의해 검각의 수호를 명받았던 고패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여기서 계속 혼란스러워 할 수는 없다.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유 장군!! 어서 출정을!”
“아, 알겠소!”
검각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예병들과 함께 무기를 챙기고 그들이 나왔다.
웃기는 일이다.
검각이 적을 맞이해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가야 하다니.
역사상 따져도 이런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검각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력들을 힐끔 본 유괴는 고민했다.
검각의 장점은 좁은 길.
그 길을 이용해서 적의 수를 줄이고 검각을 이용하는 전투법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익주의 정예병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과연 가능할까?
유괴는 머뭇거렸다.
그를 향해 고패는 악을 쓰듯 애원했다.
“유 장군!! 도대체 뭘 망설이시는 거요!?”
“아, 아니 그게. 잠시만!”
“유 장군!! 고 각주!”
예상치 못한 지원이 찾아왔다.
그들의 모습에 유괴는 환호성을 터트리고 싶은 것을 겨우 억눌렀다.
익주의 명장인 장임이다.
장임과 장완이 창백한 얼굴로 찾아왔다는 것에 유괴는 안도했다.
“소식은 들었소!! 어찌 된거요!?”
“그, 그게.”
적들이 쏘아내는 바위에 공격을 받고 있는 검각 밑에서 유괴는 빠르게 사정을 설명했다.
위국에서 정신나간 병기를 가져왔고
바위도 없는 곳에 작동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거대한 투석기를 설치해 이틀만에 저런 투석을 날린다는 것이다.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유괴가 변명하듯 말하자 장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왜 가만히 있었소!? 투석으로 공격이라도 했어야 할 것 아니오!”
“그, 그렇지만.”
그의 말이 옳다.
저게 작동을 하든 안하든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투석으로 견제라도 했어야 했다.
그저 위국 놈들이 대형 투석기를 설치하고 나중에 작동하지 않아 절망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 같잖은 마음이, 그것이 만들어낸 헛점이 이 끔찍한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지금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장완도 표정이 안좋기는 마찬가지였다.
빠르게 검각 위에 올라가 적들이 쏘아대는 투석기를 확인하고서야 유괴와 고패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저런 무식하게 큰 투석기가 작동할 것이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투석기는 인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돌을 올리는 것과 투석을 쏘아대는 것.,
그 모든 것을 생각해도 저 투석기는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투석을 거대한 바위로 하고, 저 알수 없는 장비로 돌을 들어올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저것이 가능할지는.
“저, 저런 장비를 만들어 가지고 왔다가 실패하면 위국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생각해서…”
고패가 머뭇거리며 말하자 장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장 장군! 유 장군! 나가서 싸워주셔야겠습니다! 고 각주께서는 저와 함께 투석기를…”
“충격으로… 투석기가 망가졌습니다만…”
처음과 네번째 타격때 성벽이 반쯤 무너지며 투석기를 쓸 수 없게 되었다.
투석기는 인력을 이용하는 장비이고 균형이 맞아야한다.
제대로 고정되어야 쓸 수 있는 장비인데 적 투석에 의해 성벽이 흔들리고 있다.
이대로는 투석을 써봤자 제대로 날아가지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것을 떠나서 저렇게 거대한 바위가 계속해서 성벽을 두드리는데 어떻게 투석을 쓰겠나.
고패의 말에 장완은 입술을 깨물었다.
고민하는 와중에도 적들은 계속해서 검각을 공격하고 있었다.
“장 장군. 어찌 하시겠습니까?”
선택은 두가지 뿐이다.
검각을 버리고 최종 보루인 가맹관으로 후퇴하느냐.
아니면 여기서 적들을 맞이해 싸우느냐.
“적들의 갑옷을 보면 일반 보병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유괴가 조심스레 말하자 장완은 고개를 저었다.
적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저정도 장비를 만들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검각을 잡기 위한 병기에 불과할 것이다.
저런 무식하게 큰 투석기를 또 어디다가 쓰겠는가.
공성전을 할 때도 일반적인 크기로 충분히 가능한데.
저 투석기는 오로지 검각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투석기다.
그런 투석기의 보호를 일반 보병으로 했을까?
투석이 계속 날아다니는 위험한 전장에서도 선두의 병사들은 미동조차도 하지 않고 검각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 저들은 위국 최정예병인 호표기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저 일반병의 갑옷은 그저 속임수에 불과하다.
저들은 자신들이 성문을 열고 나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성문이 열린다면 바로 뛰어나가 아군을 공격하고 성검각에 침투할 것이 분명했다.
장임이라면 저들을 막을 수 있을까?
저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장완은 고민을 하다가 신음을 토해내듯 말했다.
지금 적 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것은 현 좌풍익인 학소다.
학소의 개인적인 무는 장임보다 약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가능할까?
하지만 장완은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저었다.
“검각을 포기합시다.”
“후퇴를 하겠다는거요!?”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싸우는 것은 오히려 저희에게 불리합니다.”
좁은 길에서 싸우는 것은 아군의 사기, 훈련도, 그리고 병사들의 질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법이다.
지리적인 이점을 가질 수 없는 이상 적들과 부딪혀봤자 전혀 이득을 볼 수 없다.
차라리 아군에게 유리한 전장인 가맹관으로 적을 끌어들이는 것이 낫다.
“검각이 무너지게 된다면 적들 역시 장비를 움직이는데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 사이 다른 성에서 전투를 하며 시간을 벌고, 가맹관에서 최종 결전을 준비한다면 저희에게 오히려 유리합니다.”
“…그것이 최선이오?”
“예.”
굳은 표정으로 장완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임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유괴와 고패를 보았다.
하루만 더 빨리 왔어도.
저들이 투석기를 이용해 저 무식한 투석기를 공격하기만 했어도.
이렇게 허망하게 검각을 잃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화가 치밀어 오른 장임이 허리의 검에 손을 가져가자 장완은 그를 잡았다.
“지금 화를 낼 필요는 없습니다. 고 각주와 유 장군은 다음 전투때 힘을 내어주면 됩니다.”
“…빌어먹을!!”
크게 발을 구른 장임이 몸을 돌리고 돌아가자 장완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쪽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검각은 크게 금이 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몇각 안에 검각은 무너진다.
계속 이곳에 있어봐야 적들의 제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장완은 까득 이를 갈았다.
“후퇴합시다. 잔성에 들린 후 그곳의 물자를 전부 가지고 가맹관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예…”
“죄송합니다. 장 종사.”
“두분께서는 다음 전투때… 목숨을 걸고 싸워주셔야겠습니다. 괜찮겠지요?”
승패는 병가지상사.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방심으로 인해 벌어진 패배인 만큼 고패와 유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완은 다급히 외쳤다.
“철수하라! 챙길 수 있는 모든 물자를 들고 이동한다!!”
검각의 앞에서 만든 바위가 바닥을 드러낼 때 쯤.
학소는 긴장하며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것을 다 쓸 때까지 관문을 무너트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생각보다 검각이 단단한데 괜찮을까?
학소의 불안감을 읽은 순선은 그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웃었다.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십니까.”
“…만약 실패한다면 어찌 되는 것입니까? 지금까지 쓴 혼응토의 양도 보통이 아닙니다.”
“흐음…”
“순 소장. 가능하겠지요?”
학소가 불안해하자 순선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학소의 안색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그거야 저도 모르지요.”
“순 소장!”
“하지만 제가 아는 것은 단 한가지입니다.”
“…무엇입니까?”
“제 아버지도, 그리고 장인어른께서도 이런 위기 상황에선 항상 침착했다는 것. 이끄는 자는 절대로 얼굴에 두려움을 드러내면 안된다는 것.”
순욱도, 진유하도.
그들 모두 위기는 있었다.
그 위기 속에서 그들은 항상 평정을 유지했었다.
그의 말에 진창성을 방비할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급 지휘관에 불과했던 학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는 좌풍익을 다스리는 높은 위치에 올라 있었다.
그것들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었다.
검각을 뚫는 부대의 지휘관으로 임명되었다.
이것을 성공한다면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이번 익주 전에서 엄청난 공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 된다면 그가 다스리는 좌풍익에도 큰 상이 주어질터.
좌풍익의 많은 백성들이 좀 더 배부르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 마음이.
이제는 혼자가 아닌 수많은 부하들과 백성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그 부담감이.
학소의 평정심을 깨트리고 있었다.
순선은 학소의 손을 잡았다.
“좌풍익. 저는 군략도 잘 모르고, 정치도 잘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그저 기물과 병기를 만들어내는 일들 뿐. 하지만 지휘관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후우. 순 소장께서 저보다 훨씬 낫구려.”
학소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를 향해 순선은 차분히 말했다.
“만약 검각 공략에 실패한다면… 전하께 말씀드리고 혼응토를 더 받아 저 검각이 부서질때까지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하하… 그 비용이 얼마나 들겠습니까. 순 소장의 장인께서 분통을 터트리실 것 같습니다만…”
“그럼 저도 장인어른께 무릎꿇고 사죄드리겠습니다. 설마 사위에게 험한 말씀은 하지 않으시겠지요.”
순선의 농담에 학소는 기운을 얻었다.
둘이 서로를 보며 웃었을 때 병사가 외쳤다.
“다섯발 남았습니다!”
마음을 비우자.
뚫지 못하면 어쩌겠는가.
다시 이틀을 기다려 탄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동안 대 투석기를 지키며 전투를 할 준비만 하면 될 뿐.
호표기들이 무기를 잡고 학소는 이를 드러내었다.
탄환의 공격이 끝나면 적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전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 투석기에서 던져진 거대한 바위가 잔뜩 금이 가 있는 검각의 벽을 후려쳤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아앙!
검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바위의 타격을 이기지 못한 검각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수백, 수천년간 한번도 적의 침입을 허용한 적이 없던 검각이 무너져내리자 학소는 탄성을 내질렀다.
“하하하!! 성공했습니다! 순 소장!”
“축하드립니다. 학 좌풍익.”
“전원! 전투 준비!”
길을 막고 있던 검각이 무너지며 잔해들만 남았다.
검각이 무너졌으니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움직일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며 학소가 무기를 잡았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설마?”
병사들과 함께 바위와 검각의 잔해를 밟고 넘어가 본 학소는 크게 웃었다.
검각의 안쪽은 텅 비어 있었다.
그것을 보며 학소는 강하게 외쳤다.
“위국이 검각을 점령했다!!”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검각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전투 한번 없이 투석만 날려 만부막개라 불리는 검각을 부숴버린 것이다.
엄청난 업적이라면 엄청난 업적이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던 학소는 자신에게 다가 온 호표기 한명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고생하셨소. 좌풍익.”
“별 말씀을. 덕분에 안심하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좌풍익인 학소가 이렇게 정중하게 예를 갖추다니.
학소의 옆에서 그를 축하하던 순선은 호표기가 투구를 벗자 깜짝 놀랐다.
“장 장군께서 참전하셨습니까?”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경조윤께 밀명을 받았을 뿐이네.”
대형 투석기로 계속 공격을 받는다면 검각에서도 두려움을 느끼고 공격해 나올지도 모른다.
그것을 생각한 사마의는 일부러 장료를 호표기로 위장시켜 이곳에 넣어 두었었다.
장료가 있기에 학소도 교전에 대한 두려움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남은 것은…”
“가맹관의 공략 뿐이겠군. 좌풍익. 그때도 잘 해주시기를 빌겠소.”
학소 역시 무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고 북방과 합비에서 엄청난 공을 세운 장료를 동경하고 있었다.
그가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자 학소는 기쁘게 웃었다.
“한중만 공략되면 마음 놓고 가맹관 공략을 할 수 있겠군요.”
“하하. 그러게 말일세.”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요!
여러분은 대기업이 소기업을 돈빨로 죽이는 광경을 보고 계십니다…
역시 돈빨이…ㅠㅠ
흑흑
검각 복원 사진을 봤는데 와 진짜 노답이더군요.
그리고 거길 우회한 등애도 진짜 개노답… ㄷㄷ 어떻게 우회한겨!?
참 진짜 대단하다 싶습니다 ㄷㄷ
대댓글 갈게요!!
마리오넷 // 안타까운 남자…ㅠㅠ
awkawr // 진짜 대놓고 우주방어전 들어가면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똥줄이 바짝 타들어가죠… 대응책이라고는 중앙에 작업하여 방어모드 들어간 장군을 끌어내는 정도 뿐인데 유하와 방통에게는 그게 통할리가 없으니…ㅠ
법정 혈압 오르는 소리 들린다!!
허클베리fin // 그 우주방어도 깨부수는 위왕의 횡포! 돈이 최고시다!
Byrus // 어뜨케든 버티고 있습니다 ㅎㅎ
Bobbylow // 그나마 요새 시원해서 땀띠가 덜 나네요 ㅋㅋㅋ
그럼 내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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