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49
“설치는 끝났나?”
“예.”
일반 이동형 투석기와 다르게 이 투석기는 고정까지 제대로 해야 했다.
여기저기 받침대를 바닥에 끼우고. 돌로 누르고, 고정대까지 여기저기 박아 확실한 고정을 마친 후에야 학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순 소장님. 이정도면 됩니까?”
“예. 일단은 그렇습니다. 통 걸어!!”
조앙의 요청에 따라 이 투석기를 만들어 가지고 온 순선은 뒤따른 인부들에게 외쳤다.
일반적으로 투석기는 인력의 힘을 이용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줄과 함께 그 줄을 당길 수 있는 준비를 하지만 이번 투석기는 달랐다.
당겨야 하는 쪽에 거중기가 놓여지고 그와 연결된 수많은 장치들이 있었다.
힘을 분산시키기 위한 도르레가 몇개나 달려 있다.
거중기를 지켜보던 학소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제대로 작동은 하는 겁니까?”
“합니다. 실험은 다 해봤으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검각을 부술 수 있을지…”
학소의 걱정어린 말에 순선은 빙긋 웃었다.
예전 조앙이 은근히 부탁을 해서 그의 자금을 받아 만든 투석기였다.
실험에 따라 만든 성을 박살내는데 하루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만 적들이 투석기를 이용해서 공격한다면… 그것이 걱정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투석기를 보고도 검각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
분명 이 투석기를 작동하는 것 조차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방심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바위도 없는데 어떻게 돌을 쏘아낼 것인가 싶을 것이다.
검각 주변은 산이고 절벽이지만 바위를 구할 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니 저들이 저리 안심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안심을, 그 방심을 이용해줘야 한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글쎄요… 날이 아직 더우니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걸릴 것 같습니다만.”
“하루에서 이틀…”
적장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장완이나 동윤, 법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들이었다면 이 투석기가 가진 위험성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대응하려 할테니 말이다.
법정은 지금 방통이 잡아두고 있다.
그렇다면 최대한 빠르게 검각을 돌파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깝군요.”
커다란 상자가 투석기 앞에 설치된 거중기에 걸린다.
빈 나무상자와 투석기를 몇번 연결해 본 기술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학소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겠지요. 만드는데 비용이 꽤 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동형 투석기의 열배 이상이 들었으니까요. 대가 되어주는 나무도 항해용 배를 만들때 쓰려고 했던 나무인데.”
“그, 그렇습니까?”
“예.”
진유하는 천하를 통일한 이후 바다를 이용하여 서역과의 무역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것 때문에 모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약재, 그리고 깊은 산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이용구해서 용골이라는 것을 만들어 배를 만들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렇게 써버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괜히 이것 때문에…”
“아뇨. 비슷한 나무가 몇그루 더 있어서 다행이긴 합니다만…”
그저 아쉬울 뿐이다.
순선이 씁쓸해하자 학소는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소장님들 덕분에 저희가 어렵지 않게 전쟁을 치룰 수 있습니다. 양평관을 넘게 된 것도 연구소 여러분의 도움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뇨. 그… 저희가 좋아서 하는 일들입니다. 너무 그리 신경쓰지 말아주십시요.”
“하하… 예. 그럼 다른 문제는…?”
“그것도 준비가 되었습니다. 설치하고 있나!?”
“예!”
좁은 길목에 또다른 거중기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커다란 상자들이 줄지어 놓여져 있다.
그것을 지켜보며 학소는 쓰게 웃었다.
“이러다가 공격당하면 큰일이겠군요.”
“그것을 막는 것이 여러분의 할 일 아닙니까.”
길이 좁다는 것은 적들 역시 함부로 전투를 치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은 위국 최정예 중 최정예.
야전에서 전투력 만큼은 그 어떤 부대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는 호표기였다.
비록 갑옷은 호표기의 갑옷이 아닌 일반 병사의 갑옷과 같지만 실상은 모두 서주의 최고급 철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또한 조앙이 자신을 따르는 호표기들에게 지급한 것.
어떻게든 이번 공격에서 준비가 될 때까지 적들이 나오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렇기에 이런 위장까지 한 것이다.
학소는 순선의 팔을 툭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준비만 해주십시요.”
“하하. 예.”
거중기 뒤의 상자에 담겨져 있던 흙과 혼응토가 내려온다.
자갈, 그리고 무게를 높이기 위한 구철(舊鐵)까지 담겨져 있다.
구형의 틀에 잘갠 혼응토를 부은 후 그 안에 줄을 단 철을 매단다.
그런 식으로 수십개의 바위를 만들어가는 사이 병사들과 인부들은 혼응토와 모래, 자갈과 구철을 들고 투석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텅 빈 나무상자에 자갈과 흙, 주변에서 주워 온 돌과 작은 바위들이 들어간다.
그리고 틀에 넣던 것과 마찬가지로 줄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구철까지 넣어 무게를 높인 후에 혼응토를 부었다.
그것을 잠자코 지켜보던 학소는 떨떠름히 중얼거렸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겠군요.”
아무리 구철이라지만 전쟁중인만큼 철값은 보통이 아니다.
이만큼의 철.
그리고 혼응토.
거중기 두대와 대형 투석기까지.
그 뿐인가?
호위를 위해 온 호표기들에게 맞춰진 특주품 갑옷과 무기까지 친다면 그 비용은 눈이 돌아갈 정도다.
“대충 계산해봐도… 진창성 수준의 성을 축조할 정도의 비용인데.”
학소도 관리다.
비용을 최대한 아낄 수 있다면 아껴야 하는 것이 맞다.
그가 아까워하고 있을 때 느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쓸때는 쓰는 것이 좋아.”
“전…”
“쉿.”
일반 병사의 복장을 하고 있는 조앙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전위와 사마의, 문흠까지 있다.
그들이 이런 위험한 곳에 왔다는 것에 학소는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검각에서 전투를 위해 나온다면?
비록 호표기가 있다지만 이곳은 금방 떨어져 죽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후방에 아군의 본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곳에 이번 전쟁의 총사령관과 위왕이 오다니.
학소는 입만 뻐끔뻐끔 거리다가 주변을 두리번 거린 후 작게 말했다.
“왜 이곳에 오셨습니까!?”
“내 눈으로 한번 봐보고 싶었거든. 이게 검각이구만.”
“…경조윤께서는 왜…?”
“나도 한번 정도는 제대로 봐보고 싶었을 뿐이다. 전하. 이제 가시지요.”
“음. 그래야지.”
정말 그냥 보고 싶어서 온 것에 불과한 것일까?
학소가 움찔거리자 사마의는 피식 웃었다.
“검각 공략의 모든 비용은 전하께서 자기 삼년치 봉록을 받지 않겠다고 하셔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패한다 하더라도 위국에 큰 피해는 없어.”
“당분간 조가는 긴축재정이다… 그렇지만 검각을 부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역사적으로 그 누구도 정공법으로 검각을 넘은 이는 없었다.
만약 이 방법으로 검각을 넘을 수 있다면 조앙은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업적을 남기게 된다.
조앙이 히죽 웃으며 말하자 사마의는 퉁명스레 말했다.
“돈지랄의 정점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시겠지요.”
“자네는 위왕에 대한 존경심을 좀 보이면 어떤가?”
“실례. 전후 이 비용에 대한 처리 때문에 승상부와 상서부에서 피토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그렇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되지. 이런 것에 좀 집착하지 말게. 쓸때 써야지. 죽을 때 싸가지고 갈건가?”
“쩝.”
사마의는 입맛을 다셨다.
이럴 때 보면 오히려 조앙이 더 책사같다.
승리를 위해서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든, 얼마만큼의 희생이 들든 신경쓰지 않는 것.
누가 조조의 아들 아니랄까봐 가끔씩 이렇게 무모한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면 할 말이 없다.
“그럼 수고들하게나.”
“예.”
학소와 순선, 곽준을 두고 조앙과 사마의가 본진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순선은 쓰게 웃었다.
“하하… 제 장인어른께서 나중에 골머리를 썩히시겠군요.”
“뭐… 승상부주께서 마음 먹고 버시려고 하신다면 많이 버실테니까. 듣자하니 왜국, 그리고 고구려와 무역에서 많은 이득을 남기셨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리고 당도 만들고 계시고…”
“그렇긴 하지만. 하하…”
진유하가 돈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물자를 쓰게 된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순선은 자신의 장인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대형 투석기가 설치되고 이틀이 지났다.
이틀동안 혼응토는 잘 말랐다.
새벽 이슬이 촉촉히 내리는 아침.
해가 뜰 때 쯤 학소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보고에 틀을 열라 지시했다.
혼응토는 마치 바위처럼 딱딱히 굳어 있었다.
그 역시 혼응토를 써본 적이 있었다.
어지간한 바위 수준의 강도를 자랑하는 혼응토라면 분명 검각을 부술 수 있을 위력이 될 것이다.
“이걸로도 안되면 답이 없다.”
들어간 비용이 많으니 실패의 두려움이 컸다.
아무리 조앙이 비용을 댔다고 하지만 그 비용 역시 위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학소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곽준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뭘 두려워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실패를 두려워했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법일세.”
“그렇겠지요.”
“걱정말고 해보세나. 만약 실패한다면 사마 경조윤께서도 다른 방법을 강구하시겠지. 그 분의 지략은 귀신의 지략.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대처할 방법을 준비하실 것일세.”
사람이 살아가며 실패는 많이 겪을 수 밖에 없다.
학소는 너무 완벽함을 추구한다.
가끔씩은 효율을 넘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시도도 중요한 법이다.
곽준은 대형 투석기를 보았다.
그것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그는 싱글거렸다.
“정말이지 크고 아름답구만.”
“저게 아름다우십니까?”
학소의 눈에는 그저 돈 먹는 괴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검각 공략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저건 애물단지에 불과했다.
한번 쓰는 것에 이만큼의 비용을 들게하다니.
학소가 떨떠름해하자 곽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답지. 한가지 목적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네. 그 목적 의식이 단순한 만큼 아름다움 역시 대단한 것이야.”
“하하… 저는 이해하기 힘들군요.”
“뭐 자네가 넓은 밭과 그 밭에서 나는 황금의 물결을 보고 어떤 미인보다 예쁘다고 했을 때 나는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았어. 미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겠지.”
“으음…”
곽준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 치고 뒤로 물러났다.
이제 슬슬 시작해야 한다.
학소가 신호하자 기술자들은 병사들에게 거중기의 줄을 당기라 지시했다.
거중기에 달라붙은 병사들이 힘껏 줄을 당긴다.
인력으로는 절대 들 수 없을 정도의 무게라 생각했는데.
거중기를 이용하니 수십명이 달라붙은 것만으로도 수월하게 돌상자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걸어!!”
돌상자에서 튀어나와 있는 고리들이 투석기의 끝과 연결된다.
쇠사슬로 단단히 연결이 된 것을 확인한 학소는 뒤쪽의 거중기에게도 신호를 보냈다.
나무틀로 만들어 놓은 구형의 거대한 바위가 거중기에 의해 투석기에 안착한다.
인력으로 낑낑거리며 바위를 올릴 때와 비교하면 무척이나 간편하다.
거중기의 말은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학소는 힐끔 기술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순선을 보았다.
‘이 거중기를 만든 것이 저자라고 했지…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다. 역시 순 승상의 아들.’
호랑이의 자식은 역시 호랑이인 것인가.
이런 것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감탄하며 그는 대형 투석기를 보았다.
“…쏴라.”
깃발을 휘둘러 발사 신호를 보낸다.,
그와 동시에 상자를 고정하고 있던 거중기의 밧줄이 풀린다.
쾅!
거대한 충격음이 조용한 새벽에 파국을 알린다.
혼응토로 만든 바위가 검각과 부딪혀 부서지며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것을 본 학소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일격.
단 일격일 뿐이다.
하지만 그 일격에 철벽이라 불리던 검각에 눈에 훤할 정도로 엄청난 타격이 새겨졌다.
“효과가 있다!”
벽에 큰 금이 갈 정도의 위력이다.
그것을 본 학소는 성공을 자신했다.
“쏴!! 검각 위에 있는 투석기부터 박살내야 한다!! 그곳을 노려서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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