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63
조휴 혼자만이라면 모르겠지만 서복이 지휘를 하는 이상 냉포가 이끄는 적을 상대하는 것 따위는 어렵지 않았다.
병력도 많고 사기도 올라가 있다.
하후연이 중상을 입은 것 때문에 혼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서복이 완벽하게 수습했다.
또한 본진을 공격하는 적들 후방에서 장호와 하후패가 이끄는 부대가 공격을 한다.
수세에서 공세로 전황이 바뀌며 조휴는 어렵지 않게 적들을 잡아나갔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적장 냉포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어떻게든 상황을 전환시키려 했지만 서복은 냉정히 지휘를 하며 그와 그의 부대를 압도했다.
창과 방패를 이용하고 노병들의 화살이 그들을 공격한다.
침착히 적들의 수가 줄어나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서복은 싸늘히 외쳤다.
“조휴! 장호! 적장을 공격하라!!”
냉포가 나서서 공격을 시작한다.
그것을 본 서복은 비웃음과 함께 장수들을 내보냈다.
그들이 냉포를 잡고 있는 사이 서복은 스스로 병사들을 이끌며 익주병들을 제거해 나갔다.
창과 검에 찔리며 쓰러져가는 익주병들의 시체가 점점 늘어가기 시작한다.
“비켜라!!”
“흥.”
“웃기는 소리!!”
장호 혼자도 만만치 않은데 조휴까지 합세했다.
냉포는 손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나 하나라면 괜찮겠지만 둘을 모두 상대하려니 죽을 맛이다.
결코 위험한 공격을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치고 빠지는 것만을 하며 지휘를 하지 못하게 한다.
그 사이 서복과 정무가 부하들을 죽이자 냉포는 이를 갈았다.
“비겁한 새끼들!”
“비겁은 누가 비겁하다는 거냐!!”
“구질구질한 자식. 목이나 내놔라.”
내리쳐지는 창을 막아낸 장호는 냉포의 어깨를 창의 물미로 후려쳤다.
흥분하여 빈틈을 보이자마자 그곳을 제대로 공격했다.
냉포가 비틀거리는 것을 본 조휴는 그에게 단검을 던졌다.
날카로운 단검이 냉포의 투구에 맞는다.
강한 충격에 냉포가 비틀거렸을 때 장호의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가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안…”
내리꽂히는 검.
날카로운 검은 냉포의 머리를 둘로 나누어버렸다.
말에 탄 냉포가 천천히 허물어지며 땅에 떨어진다.
마지막 일격을 날린 하후패가 뒤로 물러나자 조휴는 혀를 내둘렀다.
“너 생각보다 강하구나?”
“뭐…”
조휴의 칭찬에 하후패는 씁쓸히 답한 후 어깨를 으쓱였다.
부상을 입어서 제대로 싸우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일격 정도는 가능했다.
장호와 제대로 연계를 한 것에 감탄하며 조휴는 장호에게 물었다.
“연계 훈련을 많이 하셨나보오?”
“처음입니다.”
“…응?”
“이자와는 처음으로 합공을 한 것입니다.”
장호는 냉정히 답하고 주변 적을 잡으러 이동했다.
홀로 덩그러니 남은 하후패가 머쓱하니 웃자 조휴는 볼을 긁적거렸다.
하후연의 차남이고, 실력이 없어서 여기저기 지방 한직만을 전전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조휴는 놀란 얼굴로 하후패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네가 교사원 요원의 복장을 하고 있는거냐?”
“그게… 사정이 있었습니다. 형님.”
“쩝.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몸은 괜찮지?”
하후패의 몸을 가리키며 조휴가 물었다.
여기저기 베인 상처와 응급처치로 묶어 둔 붕대를 가리키자 하후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됐다.
“남은 적을 소탕한다.”
“예.”
조휴의 부하가 보내 준 말에 오르며 하후패는 조휴와 합을 맞췄다.
하후패와 함께 싸우며 조휴는 깜짝 놀랬다.
그의 실력 때문이었다.
하후패와는 협공을 위한 훈련 따위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도 하후패는 마치 오랫동안 함께 합을 맞춰왔던 것처럼 조휴의 움직임에 따라 검을 휘둘렀다.
이런 움직임이 가능하려면 두가지 경우 뿐이다.
아주 오랫동안 함께 살며 삶의 소소한 방식조차도 맞출 수 있거나.
실력이 몇수 이상 뛰어나거나.
전자일리는 없다.
그렇다면 하후패가 자신보다 훨씬 앞선 실력을 가졌다는 것.
조휴는 무척이나 놀라면서도 만족했다.
“역시 하후가의 사람이 쓰레기일리는 없지!! 돌격한다!”
“예!!”
조휴의 뒤에서 지원하며 하후패는 검을 빙글 돌려 잡았다.
강하게 검을 던져 목책을 넘으려는 지휘관의 머리를 꿰뚫은 후 말에 걸려 있는 장창을 잡았다.
창을 몇번 휘둘러 본 것만으로 감을 잡아내고 현란한 창술로 적을 농락한다.
그 솜씨에 조휴는 감탄했다.
창술 실력만으로는 이미 하후연과 거의 동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하후패의 무시무시한 실력에 감탄하며 조휴는 씩 웃고 병사들에게 외쳤다.
“감히 위국을 넘본 같잖은 적들을 모두 제거하라!!”
처음에는 위기였지만 서복이 온 이후로 전투는 어렵지 않게 종료되었다.
피해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습, 그리고 총대장이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진 것 치고는 적은 피해다.
이 모든 것이 서복 덕분이다.
전투가 종료되고 정리를 한 조휴는 서복에게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연주목이 아니었다면 저희가 큰 위험에 빠질 뻔 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감사합니다. 연주목. 그런데… 어째서 오신 것입니까?”
“어째서라…”
“제가 알기로 이번 정군산 공격에 참군은 없었습니다. 연주목의 임무는 그저 허창에서 적의 공격을 막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렇지.”
“왜 오신 겁니까?”
“조 교위. 말씀이 이상합니다만… 연주목께서 다른 마음을 품고 오셨다는 말슴이십니까?”
“헉!”
정무가 떨떠름히 묻자 조휴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말투에 따라서 자신의 말이 오히려 배은망덕한 짓이 될 수 있었다.
만약 서복이 지원을 오지 않았다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아니, 막말로 하후연이 죽었을 수도 있었다.
하후연은 단순 상관이 아닌 조휴에게 있어서는 숙부나 다름없는 이였다.
가문의 은인과 다르지 않은 이에게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하얗게 질린 조휴는 잽싸게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연주목!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의미가 아님은 알고 있네. 자네는 그저 궁금한 것이겠지.”
“그, 그렇습니다.”
조휴가 황망히 답하자 서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대답을 해주지 않자 조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말 한마디로 천냥의 빚을 갚는다는데.
괜히 물어 은인의 기분만 상하게 할 뻔 했다.
그가 입을 꾹 다물자 하후패는 서복에게 다가갔다.
“아버지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흠…”
병사들의 혼란을 줄이고 사기를 되돌리기 위해서 하후연은 멀쩡하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아직 위험한 상황이었다.
빨리 하후연을 남양군으로 보내야 했다.
“남양군에 어의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정서장군을 보내도록하게.”
“그 말씀은…”
하후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의를 찾는 것은 하후연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비틀거리자 정무는 하후패를 잡았다.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하도록. 보는 눈이 많다.”
하후연의 상태에 대한 거짓을 말함으로써 군을 안정시킨 서복이다.
그것을 망가트릴 수는 없었다.
하후연이 당한 것은 큰일이지만 전쟁이라는 커다란 움직임에 있어서는 사소한 일이었다.
전장에서 총 지휘관이 바뀌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총 지휘관의 사망보다는 총 지휘관이 부상을 입어 안전을 위해 후방으로 빠졌다는 것이 군의 사기에 더 좋은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질테니 정서장군과 내가 교체되었다고 알리도록.”
그의 말에 장호와 정무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연주목 정도 되는 자가 명령도 없이 전장에 나올 수는 없었다.
그나마도 연주병이 아닌 중앙의 정병들을 이끄는 것이다.
신뢰가 없다면 반역으로도 몰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서복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고 조휴는 한숨을 쉬었다.
“이 일로 문책받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내가 책임진다고 했을텐데.”
“…알겠습니다.”
과거 정략에 말려 정북장군의 자리를 내놓고 연주목으로 강등된 서복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조휴는 안타까워했지만 서복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하후패. 네가 정서장군을 모셔라.”
“알겠습니다.”
하후연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것 때문에 안절부절해하고 있는 하후패였다.
그에게 하후연을 맡긴 서복은 자신을 응시하는 장호에게도 명령했다.
“장호. 너는 거기장군의 진영에 가서 상황을 보고해라.”
일필휘지로 종이에 상황을 정리한 후 연주목의 인장을 찍는다.
하후돈은 현명한 자다.
그렇다면 서복이 군을 지휘하게 된 것에 대해 알고 나머지 처리를 해줄 것이다.
그가 준 서찰을 받은 장호는 걱정스레 서복을 바라보았다.
“제가 간다면… 위기시 연주목을 구할 수 있는 이가 없습니다만.”
“조 교위가 있으니 됐다.”
“반드시 연주목을 지킬테니 걱정말게나.”
“…알겠습니다.”
조휴를 못 미덥다는 듯 잠시 바라 본 장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바로 나가버리자 서복은 담담히 말했다.
“군의들을 모두 데리고 가라.”
“그럼 부상자의 치료는 어찌 합니까?”
“나 역시 기본적인 의술은 알고 있다. 정무도 그렇고. 둘이면 되니 뒷일은 걱정 말도록.”
하후패는 감동에 몸을 떨었다.
이곳은 전장이다.
전장에서 군의의 유무는 여벌의 목숨을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도 서복이 위험을 감수하며 하후연을 위해 군의를 내줄 줄이야.
아까 서복이 하후연을 위해 귀한 약을 내놓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해준다는 것에 하후패가 고개를 숙이자 서복은 천천히 말했다.
“정서장군의 안전이 확인되면 너는 곧장 산양군으로 돌아가라.”
“하지만 연주목.”
“너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을텐데.”
그가 해야 할 일.
바로 산양군을 지키는 일이다.
그것을 미뤄두고 전장에 온 것인 하후패가 입술을 살짝 깨물자 서복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무, 조휴. 너희는 나를 따라라. 부상자를 확인하고 치료해야 하니… 그 사이 하후패. 너는 바로 가도록.”
“알겠습니다.”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하후패가 떠나자 조휴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연주목. 아까의 질문입니다만…”
“내가 왜 참전했느냐에 대한 의문인가?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것 아닌가?”
“그렇긴 합니다만.”
“쓸데없는 의문을 품을 시간이 있으면 다친 병사들을 한명이라도 더 살릴 생각을 해라. 그것에 대한 부분은 내가 직접 보고할테니까. 아니면, 네가 승상이나 승상부주, 아니면 전하와 동급이라 말하려는 것인가?”
솔직히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서복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조휴가 조가의 일원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일개 교위에 불과했다.
만약 이것이 극비라면 그가 접근할 권한은 없는 것이다.
조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막사에서 나가자 정무는 쓴웃음을 지었다.
“경계하는 것일까요?”
“그런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하후연을 구하기는 했지만 이 일에 대한 변명거리, 그리고 처리할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분명 문제는 생길 것이다.
어쨌든 명령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다.
아니, 명령 위반따위가 문제가 아닐 수 있었다.
‘정서장군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움직이기는 했지만…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나와 유하의 관계를 가지고 걸고 넘어질지도 모르겠군. 나도 나름대로 대비책을 생각해놔야 하나…’
현재 권력의 중심인 진유하와의 관계를 가지고 신료 중 누군가가 의문을 제시할 수 있었다.
이런 의문들이 쌓이면 정치적 균열을 만들어간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서복도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뒤통수를 긁적거린 서복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쉬운게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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