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64
곽혁의 지원으로 적을 물리쳐 후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지원이 오히려 적의 수작이었을 줄이야.
하후돈은 서복의 서찰을 구기며 인상을 썼다.
“연이가 당했다고?”
“…그렇습니다.”
장호의 보고에 하후돈은 비틀거렸고 곽회와 곽혁이 그를 잡았다.
현기증을 느낀 하후돈이 입술을 꽉 깨물자 장호는 차분히 말했다.
“연주목께서 정서장군의 군을 대신 이끌고 있습니다. 군의 사기 저하를 막기 위해 정서장군의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알렸으니 거기장군께서도…”
“으음… 그래.”
하후돈은 간신히 답했다.
평생을 함께 해 온 동생이며 동료인 하후연이 사경을 헤메고 있다는데도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
곽회가 천천히 의자에 앉히자 하후돈은 얼굴을 감싸쥐었다.
“도대체…”
불안감이 현실이 되다니.
하후돈이 힘없이 중얼거리자 곽혁은 그를 위로했다.
그가 하후돈을 돌보는 것을 본 곽회는 장호를 데리고 나갔다.
“정군산은 함정과 숨겨진 길이 너무 많소. 연주목께서는 그것을 알고 계시오?”
“다행히 연주목께서도 진법에 대해서 아시는지라. 만약 연주목이 아니었다면 정서장군께 큰일이 날 뻔 했소.”
황충이 하후연을 끝장내기 직전이었다
서복이 숨겨진 길을 발견하고 도박에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더라도 하후연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장호의 설명에 곽회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냥 거점 하나 잡을 전투라 생각했는데…”
“연주목께서 말씀하셨소. 정군산의 전투는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곽회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방심하고 있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거기장군과 정서장군, 그리고 자신과 곽혁이 참전한 전투다.
병력도 거의 세배 이상 많이 데리고 왔다.
고작해야 정군산 정도는 어렵지 않게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정군산을 빨리 점령하고 한중 공략을 지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원을 받아버린 것이 수치스러웠다.
곽회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자 장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귀하시려는 것이오?”
“그래야지. 거기장군께 말씀드리고 바로 돌아가도록 하겠소. 그리고…”
장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투를 치룬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병사들의 사기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적을 물리치기는 했지만 아직 더 싸워야 한다.
장호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주공은 우리쪽에서 해야 할 것 같소.”
“뭐?”
“조 교위께 들었소. 원래 이번에 주공은 거기장군의 군이라 들었소만.”
“…그렇긴 하지만.”
“주공을 갔던 이들이 복귀했지만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맨 것으로 생각되오. 이 산은 진법을 알아야 공격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이곳의 장수들은 진법을 잘 모르는 것 같소만.”
장호의 무뚝뚝한 말에 곽회는 주먹을 쥐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공격을 나갔던 호준과 서막은 별다른 공을 세우기는 커녕 적의 본진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고 내려와버렸다.
괜히 힘만 빼고 본진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자책감 때문에 그들의 사기는 꽤나 저하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공격을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알려진 지도와 다른 길목 때문에 기습을 생각한다면 진법에 대해 잘 아는 이가 공격하는 것이 나았다.
“백익이 진법에 대해 알고 있소.”
“그렇지만 잘 아시는 것은 아닌 듯 싶은데.”
“…그야.”
“또한 그가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장수들이 아는 것은 아니잖소.”
“그럼 당신들은 잘 알고 있소?”
“천만에. 나 역시 진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오. 하지만 연주목과 정무가 잘 알고 있지. 그렇다면 된 것 아니오?”
“…그건…”
“그러니 당신들은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본진을 수호, 쫓겨 내려 올 적을 잡는 임무를 맡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내 생각이오.”
“연주목께서도 그리 생각하셨소?”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겠지.”
장호가 시큰둥히 말하자 곽회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뭐라 대꾸할 수 없다.
자신을 노려보는 곽회를 향해 장호는 천천히 말했다.
“명령이 따로 내려오겠지만 그것에 대해서 그대들이 협조를 해주었으면 하오. 내가 먼저 말해주는 것은 그대들을 위한 것이니 기분 나빠하지 말고.”
이미 기분은 상할대로 상했다.
곽회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을대로 하시오. 명령이 내려온다면 따르면 될 뿐.”
“그럼.”
살짝 목례한 장호가 막사 안으로 들어간다.
그를 바라보던 곽회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장호와 곽회가 들어오자 하후돈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편제를 바꿔야겠군. 곽혁. 자네는 진법에 대해서 알고 있나?”
“조금 알 뿐 입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이곳에 남아 혹시 모를 적의 후퇴로를 파악하도록 하게. 그리고 호준과 서막은 연주목의 밑으로 들어가고.”
“…알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곳은 나와 곽회가 지키도록 하지. 이것을 연주목에게 전하게.”
하후돈이 서찰을 적어 인장을 찍었다.
그것을 받은 장호가 고개를 숙이자 호준과 서막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수에게 있어서 선봉을 잃는 것은 수치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특히나 젊음의 혈기를 가지고 있는 호준과 서막에게는 더욱 심했다.
그들이 아쉬워하는 것을 보며 하후돈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장에 나오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네. 패배도 있고, 또한 승리도 있지. 그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도록 하게나.”
“거기장군의 가르침에 감사를 드립니다.”
하후돈은 알고 있었다.
이 위로가 호준과 서막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것임을.
하지만 이런 상처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승승장구만 하다가 한번 패배하여 나락에 빠지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후돈은 장군부의 수장으로서 후대의 장군의 재목들을 성장시킬 의무가 있었다.
이런 쓴소리를 어찌 받아들일지는 그들의 능력이다.
받아들이고 이것을 발판삼아 성장한다면 좋지만.
성장하지 못하면 거기까지인 것이다.
호준과 서막이 부대를 지휘하기 위한 패를 반납하자 하후돈은 천천히 말했다.
“연주목에게는 내 따로 감사를 드리지. 그리고 명령 위반에 대한 건도 내가 무마시켜준다고 말해두게나.”
“감사합니다. 거기장군.”
장호는 그제서야 안도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단 하나.
명령 위반 때문에 서복이 피해를 입는 것이었다.
하지만 위왕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거기장군이 보호해주겠다고 한다면 걱정은 없었다.
그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곽혁은 천천히 말했다.
“적장은 황권이라 하는 자요. 치고 빠지는 것, 그리고 전세를 읽는 것이 아주 능한 자이니…”
지원이 오자 상황이 불리해졌다는 것을 알게 된 적장은 그대로 후퇴해버렸다.
그의 조언에 장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주의할 만한 자는 없었소?”
“글쎄. 확인된 정보로는 그가 다인데.”
“음. 알겠소. 그럼 무운을 빌겠소.”
막사에 있는 다른 장수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장호가 떠난다.
호준과 서막이 아쉬워하며 하후돈과 곽회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자 곽회는 인상을 쓰며 자리에 앉았다.
“빌어먹을…”
“흥분하지 말거라.”
“죄송합니다. 거기장군. 저 때문에 이런 수치를…”
“말했잖느냐. 승리나 패배는 전장에서 수도 없이 거치는 것.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지. 그래도 다행이다. 연이가 죽지 않아서…”
“하지만…”
이런 수치.
이런 굴욕.
곽회는 까득 이를 갈았다.
자신의 모자람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산에 그런 것이 있다는 것만 알았어도 호준과 서막에게 무모한 공세를 취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부들부들 떨자 곽혁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쓸데없는 생각은 관둬라.”
“너는…”
“해야 할 일이나 하자고.”
곽혁 역시 기분이 상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데.
정군산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진법에 대해 아는 이가 있어야 하는 것도 맞았고 실패 때문에 사기를 잃은 이들을 돌볼 필요도 있었다.
거기에 연주목 서복이라면 하후돈과 같은 대의 장군이면서 많은 업적을 남긴 장군 아닌가.
그런 이가 나서준다면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야 할 일이다.
“…젠장.”
곽회가 이를 갈며 나가자 곽혁은 한숨을 쉬었다.
주마곡으로 복귀하며 장호는 씩 웃었다.
역시 서복이다.
‘이쯤 되면 하후가도 밀릴 수 밖에 없겠군.’
하후돈과 하후연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장호는 그들보다 장료를, 그리고 서복을 더욱 존경했다.
그렇기에 이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조조의 맹장이고 전대의 장군인 하후연이 큰 부상을 입었다.
하후연이 정신을 딧; 차린다고 하더라도 바로 전장에 복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전의 자리를 다시 되찾을수도 없다.
‘대장이라는 자가 녹각이나 수리하고 있었으니…’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었다.
높은 위치에 올라 있는 자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특히나 이런 전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신이 당한 것만으로도 군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는데 위기를 자초하다니.
그것만 생각하면 하후연은 사정장군의 그릇이 아니라고 장호는 생각했다.
하후연 처럼 용맹만 앞서는 이는 위에 있을 자격이 없다.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은 냉철하고, 상황을 읽을 수 있는 자가 맡아야 한다.
‘그래… 연주목 같은 분이.’
과거 서복은 정북장군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
그는 장료와 함께 북방을 공략했고 공략 도중 원인 불명의 병이 생기자 망설임없이 후퇴를 명령했다.
덕분에 경력에 큰 흠집이 생겼지만 그로 인해서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었다.
이후 진유하가 찾아와 그 병을 해소해주자마자 서복은 바로 북방 공략에 성공해내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서복이야말로 사정장군의 위치에 걸맞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높은 곳에 있는 자는 그 분과 같아야지.’
냉정하고, 또 냉철하며 사람을 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없는 자가 위에 올라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수치고, 잘못된 일이다.
“이보게 장 도위.”
“왜 부르시오?”
“그런데 연주목께서는 어떻게 이 상황을 알고 오신 것인가?”
서막의 질문에 장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도 모르는 것이다.
그가 머뭇거리자 호준은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첩자를 쓰신건가?”
“그건 나도 잘 모르오.”
“정군산에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거요?”
“그 또한 나도 모르오. 하지만… 전령의 보고를 받자마자 연주목께서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여 군을 구하러 오셨소.”
“허어…”
“도대체 어떻게 아신 것인지.”
호준과 서막이 중얼거리는 것을 보며 장호는 빙긋 웃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따위는 모른다.
그런 이유를 생각하는 것은 다른 이들이 할 일.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서복을 도와 그가 위대한 업적을 쌓는데 도움을 주는 것 뿐이다.
그것이면 된 것 아닌가.
쓸데없는 의문을 품을 여유가 있다면 한명의 적이라도 더 죽이는 것이 나았다.
“빨리 가야겠소. 여유 따위는 없으니.”
“음.”
“그럽시다.”
호준과 서막이 말고삐를 크게 흔들자 장호는 채찍을 휘둘렀다.
‘아무튼 좋다.’
힐끔 정군산을 본 그는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정군산 점령의 업적은 연주목께서 가져가실 테니까…’
하후연과 하후돈이 실패한 공략을 당당히 서복이 성공해낸다면.
그는 다시 장군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서 있을 자신을 생각하며 장호는 더더욱 바삐 말을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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