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65
정군산에 설치되어 있는 진들을 해체하고, 숨겨진 길목을 조사해가며 꽤 많은 익주병들을 죽여나간다.
서복이 망설임없이 진을 해체하는 것에 장호는 감탄했다.
“이런 것은 어떻게 발견하신 겁니까?”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지 않는 것이 기본이지.”
진법의 기본은 눈속임이다.
사람의 주의를 이끌어 본질을 숨겨 놓는 것.
일종의 책략과도 같았다.
사마휘가 처음 진법에 대해서 가르쳐 줬을 때 서복도 기겁을 했었다.
분명히 없었던 것이 떡하니 나타나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았을 때 얼마나 놀랬던지.
“원래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어 있다. 그것을 잡아내는 것이 책사가 할 일이지.”
절벽이라 생각된 곳에 또다시 협곡이 나타나 길이 만들어진다.
병사들이 치고 올라가는 것을 보며 장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무 쪽에서도 길을 발견한 모양이군.”
서복과 정무가 나서며 진을 파훼하기 시작한지 사흘째.
대부분의 길을 거의 다 찾아내어 정군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발견했다.
기존에 있던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다른 길.
이런 소로들이 있기에 공격을 당한 것이다.
병사들도 감탄할 정도로 서복은 차분히 길을 찾아나갔고 그러는 사이 몇번이나 전투가 있었다.
그렇게 산의 정상에 도착했을 때.
서복은 인상을 썼다.
“아무도 없나.”
진지가 있지만 사람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도구들이나 생활의 흔적을 보면 떠난지 며칠은 된 듯 싶었다.
병사들이 진지를 뒤지는 사이 장호는 조심스레 물었다.
“정무가 늦는데…”
“이곳의 확인을 끝내면 따라가보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진지를 전부 뒤지고 난 병사들은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작전 명령이나 서찰 같은 것은 이미 다 태웠는지 소각장에는 타고 남은 죽간이나 종이 쪼가리들 뿐 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적의 작전에 대해서 알 수 없다.
서복은 아쉬워하며 장호에게 말했다.
“정무가 있는 곳으로 가자.”
“예!”
서복이 이끄는 군은 빠르게 산을 내려와 정무가 향한 길로 움직였다.
정무도 진법을 파훼하는 것을 배웠는지 여기저기 함정이나 길이 파괴되어 있는 흔적이 있었다.
그것을 쫓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을 때 산 정상이 아닌 다른 곳의 길로 통했다.
의아해하며 도착한 곳은 커다란 농장.
이런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신기할 정도다.
분명 산 정상에 올라갔는데도 이 넓은 곳을 보지 못했다니.
장호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방사나 도사들을 얕볼 수 없겠군요.”
“음… 유하는 그들을 무시하며 짓밟으려고 하지만 나는 솔직히 그들의 지식도 꽤 쓸만하다고 생각해.”
혹세무민만 안한다면야 얼마든지 이용해 먹을 수 있다..
이런 진을 만들고, 또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들을 인정해줘야 한다.
특히 나중에 서역으로 나갈 때 그들의 말솜씨를 이용한다면 더 쉽게 그들과 교류를 할 수 있게 된다.
장호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농장에서 병사들이 나왔다.
“오셨습니까.”
“이곳은?”
“냉포의 부대가 이끌던 부대가 숨어 있었던 곳 같습니다. 사람이 산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뭔가 발견한 것이 있나?”
“발견… 이라기보다는. 한번 와보시겠습니까?”
병사들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간 서복은 땅 바닥에 있는 작은 통로를 보았다.
이 또한 숨겨져 있던 것으로 보인다.
서복이 의아해하자 병사는 조심스레 보고했다.
“정 군사가 연주목을 찾고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사람을 보냈는데…”
“그래?”
덕분에 장호만 데리고 서복은 안으로 들어갔다.
밑으로 내려간 입구에서 서복은 감탄했다.
여기저기 옥으로 만든 신상들이 있다.
그것을 살피며 깊숙히 들어갔을 때 정무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힐끔 위쪽에서 대기하고 잇는 병사들을 본 정무가 말을 아낀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주머니, 또 숨겨진 방 안쪽에 수북히 놓여져 있는 다른 주머니들.
정무는 호표기들에게 살짝 목례한 후 조심스레 말했다.
“위험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 아니군.”
“예. 어서 나가시지요.”
밖으로 나온 정무는 서복과 장호, 조휴를 데리고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심각해보였다.
“저 안에서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게 뭔가?”
정무가 주머니를 열자 서복은 눈을 치켜떴다.
이것은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건… 앵속이잖은가.”
일전 화타가 보여줬던 것이다.
흑갈색의 진흙덩어리 같은 앵속은 양모와 짚으로 감싸져 있었다.
주먹만한 크기의 앵속이 떡하니 들어 있는 것을 본 그는 살짝 긁어 맛을 보았다.
“꽤나 농도가 진한 것이…”
“예. 최상품입니다.”
정무도 예전 화타에게 앵속에 대해서 듣고, 또 맛을 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진지했다.
“그게 뭡니까?”
조휴와 장호는 몰랐는지 앵속이 뭐가 중요하냐는 듯한 태도였다.
그들을 잠시 응시하던 서복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환약을 만들기 위한 주 재료다.”
“…이게 그!?”
“화타 어르신의 마비산에 필적한다는…”
“그래. 그 주재료가 바로 이 앵속이지.”
“이것이 창고 안에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몰래 빼돌린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흐음.”
“이 주머니 정도 크기가 약 삼백 주머니 정도 있습니다. 혹시나 싶어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습니다만…”
“그래서?”
“이것을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잘만 이용한다면 익주를 아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정무는 눈을 번뜩였다.
앵속은 환약을 만들어 고통을 감내시키지만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환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이것을 익주에 퍼트리기만 해도 익주전 따위는 일도 아닐 것이다.
그가 진지한 어조로 말하자 서복은 냉정히 답했다.
“그곳을 부수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불태워라.”
“예!? 하지만.”
“위국에는 필요 없는 것들이다. 필요한 앵속은 서주에서 나는 것이면 충분하다.”
서복의 말에 정무는 당황했다.
이것이 있으면 익주 공략 따위는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책사인 정무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서복이라면 받아들일 줄 알았던 그는 머뭇거렸다.
“아깝습니다. 이정도면…”
“한가지 묻지. 너희들은 왜 이 자리에 있는거냐?”
“…그거야.”
“돈을 원해서? 명성을 원해서? 아니면 높은 관직에 올라 떵떵거리며 살고 싶어서?”
정무, 장호, 그리고 조휴까지.
모두 명가의 사람들이다.
위대한 아버지를 두고 친척들도 대부분 명문이다.
그런 이들이 돈과 명성이 아쉽겠는가.
날 때부터 사족의 위치에 있던 이들에게 있어서 돈과 명예따위는 의미따위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상승욕구를 채우기 위한 야망 뿐.
서복은 자신을 바라보는 세 사족들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나는 너희와 다르다. 일반 평민에서 수경원의 제자가 되어 여기까지 올라왔지. 그런 나에게 있어서 세상이란…”
주먹을 꽉 쥔 서복은 이를 드러내었다.
“더할나위 없이 잔혹한 것이었다.
섬뜩하다.
단 한마디만으로 셋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륵 흐르는 것을 느꼈다.
항상 냉정하고 무게감을 보이는 서복 답지 않은 감정의 분출.
그들이 입을 다문 사이 서복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주머니를 툭 쳤다.
“잔혹한 세상은 백성들이, 힘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힘든 곳이다. 그런 곳에서 살아 온 나에게 있어서 세상은 잔혹하고 비열한 곳이었다.”
주머니를 들어 올린다.
주머니 안에 가득 채워져 있는 앵속을 망설임없이 바닥에 던진 후 그것을 짓밟는다.
“위국이 천하를 잡아가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잔혹해. 이것은… 그 잔혹함을 더욱 키워주는 마물에 불과하다.”
“연주목께서는…”
침을 꿀꺽 삼킨 장호가 입을 열자 서복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관직에 오른 이유는 단 하나. 이 세상을 조금 덜 잔혹하게 만들려는 것 뿐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이따위 것이 결코 세상에 퍼지게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것을 쓴다면 반드시 이깁니다.”
“그렇다면 익주 놈들은 왜 이것을 쓰지 않았지? 우리보다 먼저 와서 이곳을 차지한 놈들인데. 그런데도 왜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그거야…”
“이딴 것은 자멸을 위한 도구에 불과해. 안그래도 잔혹한 세상을 아귀 천지로 만드는 마물에 불과하다. 그런 것을 써야하나?”
“독도 잘 쓰면 약이 됩니다.”
정무는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그를 향해 서복은 피식 웃었다.
“위국이 저따위 독을 써야 할 정도로 약해보이는 건가?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 저것을 모두 불태우고 지하실을 메우도록.”
“연주목.”
“위국은 강하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강하다. 그것을 기억하면 저런 것 따위는 없어도 된다. 왜? 자신이 없나? 그렇다면 와서 말하라. 얼마든지 빼줄테니.”
서복이 나가자 정무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의 어깨를 툭툭 쳐 준 조휴는 바닥에 있는 앵속을 모아 주머니에 넣었다.
“자자. 연주목께서 명령하셨으니 따르자고.”
“아까워 죽겠네… 진짜 아까워…”
그냥 가져다 팔기만 해도 억만금을 얻을 수 있을텐데.
그를 향해 장호는 씩 웃었다.
“연주목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따라야지.”
“에휴…”
정무는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솔직히 서복의 말에 조금 가슴이 떨렸다.
위국은 강하다.
우리는 강하다.
그렇다면 이런 잔수 따위 부리지 않아도 된다.
어떻게 보면 책사를 무시하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서복 역시 뛰어난 장군이지만 뛰어난 책사이기도 했다.
그런 이가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라면.
“쯧.”
어쩔 수 없지.
조휴가 건네 준 주머니를 받은 정무는 주머니를 지하실 바닥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지시해 지하실에 기름을 뿌린 후 나왔다.
이제 이곳에는 볼 일이 없다.
서복이 퇴각 준비를 하는 것을 본 정무는 횃불을 받아 지하실에 휙 던졌다.
잔뜩 기름을 머금은 바닥에 불이 붙는다.
오두미도의 마지막 유산이 완전히 타오른다.
엄청난 양의 앵속이 지하실에서 타들어가는 것을 내려다보며 그는 몸을 돌렸다.
“돌아갑시다.”
정군산의 점령은 성공했다.
이잡듯 산을 뒤져 익주의 잔병들이 한중 방면으로 이동한 것을 발견했다.
진채에 조휴와 정무를 두고 서복이 복귀하자마자 호준은 그에게 다급히 달려왔다.
“연주목!!”
“무슨 일이지?”
“큰일입니다!”
“큰일?”
서복이 어리둥절해하는 것을 보며 호준은 서찰을 보였다.
그것을 받은 서복은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일입니까?”
“…왕릉의 한중 공략군이 대패. 왕릉과 장기가 전사했다… 라는군.”
“예!?”
왕릉이 누구고 장기가 누군데.
한중 공략에 실패했다고?
아니, 그것도 모잘라 그들이 전사해?
당황한 장호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서복은 호준에게 물었다.
“첨병은?”
“여기 와 있습니다.”
서둘러 첨병이 있는 막사로 향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헐떡이고 있던 그는 서복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크흑…”
“어떻게 된 것이냐.”
“그게… 한중의 적장이 이끄는 기묘한 전술에 휘말려기습을 당했습니다. 완벽하게 한중을 포위했는데…”
“적장이 누구지?”
지금 한중에 있는 이름난 적장이라고 해봐야 양의와 엄안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수 정도는 왕릉과 장기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사마의나 조앙이 그것을 모를리 없는데?
서복의 질문에 정찰병은 힘겹게 말했다.
“강경이라는 자와 장완이 이끄는 부대의 기습에 휘말렸습니다…”
“허…”
예상치도 못한 패배다.
서복은 무거운 한숨을 쉰 후 생각했다.
왕릉이 한중을 얻지 못했다면 가맹관을 공격하는 부대 역시 공격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지금 위군이 정군산을 점령했다고 하더라도 한중의 군이 움직여 보급로를 차단하면 관문 공략은 만만하지 않다.
그것을 위해서 왕릉과 하후돈이 공격을 한 것인데.
여기서 실패를 해버리다니.
‘일단 방통과 유하에게 기대할 수는 없으니…’
그들의 임무는 법정을 잡아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움직일 수 없다.
또한 파성의 공략까지 하지 못한다면 큰 의미는 없다.
그렇다면 그쪽은 제외.
한중 공략이 되지 않는다면 검각을 넘었다고 하더라도 가맹관을 치기 힘드니 보류.
결국 믿을 것은…
“또다시 사형께 기대야 하는 건가…”
서복은 떨떠름히 중얼거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전 병력! 전투를 준비하라! 한중 공략을 위해 움직인다!! 잔열로에 있는 거기장군께 보고를 하도록!”
양수에게 기대는 것도 좋지만 이쪽에서도 이쪽 나름의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그러려면 정군산을 공략한 군으로 한중을 공략해야 한다.
서복의 외침에 장호는 떨떠름히 물었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완, 허창, 신야에서 병력을 모아 한중을 공략하는 수 밖에. 일단 지금 있는 병력을 이끌고 한중으로 간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셔유 레뎁니당
와 오늘 개덥…
이게 날씨냐!
집에 에어컨도 없어서 더 죽겄네요ㅠㅠ
으… 차라리 원룸 살때가 더 좋았지 흑흑
내년에 이사가면 진짜 에어컨부터 사야할 것 같구만요…
그럼 대댓글 갑니당!!
타루티어루 // 거의 그렇죠 ㅎ
실버스타 // 살긴 살았지만…ㅠㅠ
Bobbylow // 에어컨두 없어욬ㅋㅋ 있는건 선풍기뿐ㅋㅋ
마리오넷 // 익주전도 거의 중반 쯤인데요 ㅋㅋㅋ이천편까진 안갈듯ㅋㅋㅋ
DrayBurn // 에어컨 없어요ㅠㅠㅠ 아놔 전세집이라 사기도 애매하고… 지금 사봤자 여름 다 지나서 온다네요…
흑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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