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68
정욱이 낡은 장원으로 안내하자 그 안에 들어간 양수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신기한 물품들 뿐이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것저것 구경하는 사이 장패는 크게 놀랬다.
“승상! 승상! 이것 좀 보소!”
“뭔데?”
“이거! 유리 아니오!? 유리!?”
“유리는 서주에서도 만들고 있다. 뭘 그렇게 놀라냐?”
“그, 그렇긴 하지만. 와… 이건 또 뭐래? 이게 뭔지 아슈?”
“음… 그건 나도 모르겠군. 뭐지?”
방에는 양수나 장패로서는 처음 보는 물건들이 수두룩히 있었다.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종이, 세공된 보석이나 신기한 풀.
그 외에 기묘한 장식들까지.
그들이 놀라는 사이 정욱은 차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드셔보게나.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내 귀한 것을 내어주는 것이니 마음으로 마시게나.”
찻잔에 담겨 있는 것은 검은색 뜨거운 물이었다.
혹시 독살을 하려고 이러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양수가 떨떠름해 하자 정욱은 잔에 담겨 있는 검은색 물을 한모금 마셨다.
“후우… 좋군.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이건 마시면 마실 수록 좋단 말이지.”
“이게 뭡니까?”
“저번에 천축에 갔을 때 내가 아는 상인에게 받은 것이네. 흑주차라고 하지. 아. 혹시 자네 아는가? 서역에는 흑인이라고 피부가 밤하늘처럼 검고, 이빨이 새하얀 괴인들이 산다고 하는데. 그들이 길러낸 것이라 그런지 아주 검어.”
“우웩! 이게 뭔 맛이야? 난 술이나 주슈.”
“쯧. 비싼 걸 줬더니.”
장패를 향해 인상을 쓴 그는 손관에게 말해 술을 준비시켰다.
둘이 술을 마시는 것을 힐끔 본 양수는 흑주차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천축에도 다녀오셨습니까?!”
“아? 말하지 않았나?”
정욱이 실실 웃자 양수는 눈쌀을 찌푸렸다.
방금 만났는데 어떻게 알겠나.
그저 정욱이 천축에 다녀왔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눈치챈 양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 천축. 좋았지. 자네는 가봤나?”
“가봤을리가 없잖습니까.”
누군 죽어라 일하고 있는데 은퇴해서 팔자 좋게 천하유람을 하다니.
아니, 천하유람 뿐만 아니라 천축까지 다녀오다니.
양수는 인상을 쓰며 잔에 담긴 차를 홀짝였다.
“푸흡!! 무슨 맛이!?”
아까 장패가 성을 낸 이유를 알겠다.
쓰다.
진한 쓴 맛에 입 안이 얼얼할 정도다.
양수는 정욱을 노려보았고 정욱은 짧게 혀를 찼다.
“이 귀한 것의 맛을 모르다니. 위국의 승상이라더니만 입맛은 싸구려구만.”
“아니 이걸 어떻게 마십니까? 독 아닙니까? 독?”
“자네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 이 차는 말일세. 마시면 마실 수록 잠이 오지 않는다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나도 처음에 마셨을 때는 무슨 소린가 했는데 몇번 마셔보니 확실히 알겠더군. 그걸 다 마시면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주지. 정 마시기 힘들면 우유와 꿀을 좀 타서 먹어보게나.”
“우유와 꿀? 어디 있습니까?”
“앗차! 천축의 귀족들은 그냥 마셨지? 내 정신 좀 보게. 하하. 이거 참. 그들과 어울리다보니 이렇게 깜빡깜빡하는구만. 하하.”
“…아. 그러십니까.”
말투 하나하나가 사람 열받게 한다.
반가웠던 마음이 쏙 사라질 정도로 무척이나 얄밉다.
양수는 정욱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한모금 마셨다.
쓴 맛을 참고 마시니 그윽한 향이 입 안에서 느껴진다.
겨우 익숙해져 흑주차를 홀짝거리던 양수가 잔을 내려 놓자 정욱은 웃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예까지는 무슨 일인가?”
“소식 듣지 못하셨습니까? 저희가 일남군을 차지하고 옹개를 죽여 건녕까지 진출했다는 것을?”
“요새 사람들과 교류를 하지 않아서…”
“아무튼 그렇습니다.”
“자네들이 건녕까지 왔다는 이야기는… 익주를 향한 정벌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이거 대단하구만. 그래. 다들 잘 있나?”
“예. 태상 전하께서 은퇴하시고 나서 많은 분들이 은퇴했습니다. 중간중간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럼 됐어. 다들 잘 사는 모양이군.”
“대사농 어르신께서는 어쩌다가 여기서 머무르시게 된 겁니까?”
이게 제일 궁금하다.
위국에서 팔자 좋게 살아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 것이 바로 정욱이다.
그런 정욱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곳에서 험난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양수가 궁금해하며 묻자 정욱은 히죽거렸다.
“천축에 오가며 이것저것 알아보기 위해서야. 천하는 대충 한번 돌아보았지만 딱히 볼 것이 없더군.”
“천하가 얼마나 넓은데.”
“그래봤자 모든 문물은 허창과 업으로 모이고 있지 않은가. 유하가 관도를 죽어라 보수하고, 상업을 발달시켜가며 각 군과 주의 교역을 활성화시켰어. 그러다보니 각 지역의 특색이나 물품들을 쉽게 얻게 되었지.”
“그래서요?”
“그렇게 듣다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떨어지더군.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 새롭게 배워보고 싶은 마음만 커졌어. 그렇게 천하를 명승지만 유람하고 남만에 들어와 구경을 끝낸 후 돌아가려고 했을 때 천축의 상인과 친해졌지. 그리고 그와 함께 천축으로 가본 것 뿐이야.”
“그게 이곳에 계시는 것의 이유는 되지 못하는 듯 싶습니다만.”
“천축에서 돌아와 다시 중원으로 가려고 햇는데. 좀 머물다보니 이쪽의 작은 부족의 사람들이 안타깝게 살아가더군. 주술사들에게 속아넘어가 죽을 줄도 모르고 독약을 마시질 않나. 농사가 망한 것 때문에 인신공양을 하질 않나.”
“그래서 그들에게 기술을 전파하신 겁니까?”
“기술이라고 할 것도 없어. 중요한 부분은 가르치지 않았으니까. 가르친 것은 지렁이를 이용한 농법, 그리고 치수의 기초와 천축까지 오가며 얻은 검술 정도 뿐이야.”
“농법과 치수법 또한 위국의 비밀입니다.”
“하지만 비밀 치고는 너무 많이 퍼졌지. 자네 익주에는 가봤나? 익주에서는 벌써 비료를 따라하는 이들도 있었다네.”
“…그게 정말입니까?”
“애초에 제철같은 것은 무리더라도 농법은 얼마든지 따라할 수 있어. 농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일년 정도만 서주에서 머물며 조사를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농법이야.”
정욱이 심드렁히 말하자 양수는 두 손을 가볍게 들어 으쓱였다.
그의 말대로다.
이미 고구려나 부여에도 농법의 일부는 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남만에 지렁이를 이용한 농법이 전수되는 것도 이해는 해야한다.
그가 한숨을 내쉬자 정욱은 천천히 말했다.
“내가 천축에 오갈때도 많은 도움을 준 이들이네. 뭐 아무튼. 그렇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다보니 산에 장원까지 만들어주더군. 그래서 그냥 여기서 살고 있었지. 현인 노릇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위국에는 내가 없어도 나를 대신할 이들이 많지만 이곳에는 나를 대신할 이들이 적더군.”
“그래서 현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살아가시게 된 겁니까?”
“살아갔다고 해봤자 여기 터를 잡은지 몇년 되지도 않아.”
“돌아 오실 생각은…?”
“천축에 몇번만 더 오가면 그때 생각해보지.”
양수는 인상을 썼고 정욱은 크게 웃었다.
“천축에는 재미난 것들이 아주 많아. 다음에 시간 나면 자네도 한번 가보게나.”
“천하를 통일하고 은퇴하면 한번 가보겠습니다. 아무튼 잘 되었군요.”
“뭐가?”
“대사농 어르신께서 현인이라 불리는 남만의 영웅이시라면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으실테니까.”
“나를 이용해서 남만에 있는 부족들을 이끌고, 또 그들을 회유하려고? 그리고 나서 익주를 공격하려는 건가?”
은퇴했다고 하더라도 정욱은 정욱이었다.
그가 자신의 속셈을 단번에 눈치채자 양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협조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만약 정욱이 거절한다면?
그럼 강제로라도 잡아간다.
현인이 남만의 사람이거나 일면식도 없던 이라면 이런 방식은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정욱은 오랫동안 위국의 녹을 받아 먹은 이.
거기에 정욱의 가족들도 지금 위국에 있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가족들이 정욱을 찾는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그를 잡아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양수가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사농 어르신!”
“가세.”
“…예?”
“가자고. 내 비록 태상 전하께서 은퇴를 하셔서 관직과 정무에 더 이상 뜻을 두지 않았지만 위국은 나에게 있어서 고향과도 같은 곳인데. 그곳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이 가는 팔이나마 보태야지. 정무야 다른 이들이 할 수 있지만 이런 일은 나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가세. 어서.”
“…하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네는 억지로라도 날 끌고 갈 생각 아닌가.”
“눈치채셨습니까?”
양수가 웃으며 대꾸하자 정욱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야 자네는 유하의 사형 아닌가. 수경원의 수칙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네.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하고,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지금 자네 입장에서는 나를 포섭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일테니까 당연히 그러겠지. 어차피 해야 할 거 괜히 힘 뺄 생각도 없어.”
“다행입니다. 대사농 어르신께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자네가 진짜로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내 부탁도 하나 들어주게나.”
“예? 어떤 것입니까?”
“며칠 후에 이 산으로 내가 아는 천축의 상인이 대금을 받으러 올거야. 그에게 금을 지불해주도록 하게.”
“무슨 대금입니까?”
“이 흑주차 값이네.”
“흑주차… 대사농 어르신.”
“음?”
“그 흑주차. 중원에서도 기를 수 있습니까?”
맛은 더럽게 쓰지만 마시고 잠을 안잘 수 있다면.
그럼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물이다.
승상부나 상서부, 왕부에서 수마 때문에 고생을 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들을 재우지 않고 일을 시킬 수 있는 차라면 천금을 들여서라도 얻어내고 싶은 것이 양수의 마음이었다.
그가 웃으며 말하자 정욱은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
“음… 중원은 힘들걸세. 상인의 말로는 운남지방이 흑주차를 키우기 좋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 지방은 나무나 덩굴이 많아서… 개간하는게 보통 일은 아닐거야.”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씨앗, 그리고 재배법을 배울 수 있습니까?”
“글쎄…? 그것은 한번 물어봐야겠군.”
“만약 어르신께서 어렵다고 하시면 제가 직접 교섭하겠습니다.”
“아니. 그자는 나에게 빚이 있으니 어렵지는 않은데…”
정욱은 볼을 긁적거렸다.
“이거 나중에 위국의 문관들이 나를 철천지 원수라 생각할지도 모르겠군.”
승상부와 상서부, 그리고 장군부와 왕부.
그 외에 다른 중앙의 부서들에서 신료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순욱같은 천재가 수백명정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한때 허도의 중앙관청의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을 보며 중앙관청을 사람들은 불야성이라고까지 부를 정도였다.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흑주차를 기른다?
모든 문관과 무관의 수장인 승상인 양수는 괜찮겠지만 과연 그들이 자신을 가만히 놔둘까?
그가 난감해하는 것을 보며 양수는 차분히 말했다.
“흑주차를 수입하고 기르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제가 집니다. 그러니 대사농 어르신께서는 그런 걱정은 마십시요.”
“그렇다면 그리 하세.”
어차피 자신이 일하는 것도 아닌데.
조조가 주장햇던 관리가 고생해야 나라가 부흥한다는 것은 정욱도 지극히 공감하는 말이었다.
굳이 사서 고생을 해주겠다는데 말릴 이유야 있겠는가.
정욱의 허락에 양수는 무척 기쁜 얼굴로 웃었다.
장원의 문을 닫고 정욱은 손관과 함께 양수 일행에 합류해 하산했다.
그들이 내려오자 위호는 당황하며 정욱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현인이시여! 산에서 내려오시는 것입니까!?”
“아. 위호로군. 이쪽은 내가 예전에 잘 알던 사람이야.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그렇다면…”
“괜찮다면 내가 준 은혜를 기억하는 이들을 불러주겠나? 그들의 도움을 좀 받고 싶으니.”
“알겠습니다!”
현인의 이름으로 부족들을 모은다면 많은 이들이 모일 것이다.
위호가 크게 답하자 손책은 놀란 표정으로 양수와 정욱을 보았다.
“누구십니까?”
“한때 태상 전하 밑에서 일했던 정욱이란 늙은이이네. 자네가 손책인가?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군. 몇년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잘 해보세.”
“정욱이라면… 혹시 사 스승님을 아십니까? 지금 교주목으로 계시는데…”
“교주목이라면… 사 위언? 자네가 그분의 제자였나? 하하! 이거 참 반갑군. 한때 그 분과 학문에 대해 논한 적이 있었는데.”
“스승님께서 훌륭하신 분이라고 몇번이나 칭찬하셨던 분입니다. 이렇게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손책이 웃으며 정욱과 인사하는 사이 양수는 팔짱을 꼈다.
“몇년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올해가 가기 전에 익주를 정벌할 생각이니까. 바로 건녕으로 복귀하여 군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남만의 명사가 된 정욱이 합류한 이상 굳이 지체할 필요는 없다.
보급로의 안전만 확보되었다면 바로 작전을 시작한다.
“맹획과 축융부에 대한 협조 요청을 하고, 그들이 거절한다면 바로 전쟁을 시작하겠습니다.”
“하하… 전쟁이라.”
전쟁.
끔찍한 단어다.
하지만 책사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단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책사의 본능은 정욱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셔유! 레데에요!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 예약아이템을 쓰네용 ㅎ
남만 쪽 일 하나만 쓰면 익주전 마무리 들어가네요 ㅠ
흑흑…
전쟁씬 힘드네요…
포위섬멸진이 피료하다…
그럼 대댓글 갑니당!
윤하 // 삼국지에서도 그랬죠 ㅋㅋ 순욱, 순유, 정욱, 곽가나 그 외 1세대들은 서로 안싸웠는데 2대때부터 슬슬 권력 다툼이 ㅋㅋㅋ
트릭스타 // 아 ㅠㅠ저도 걍 겨울에 살걸 그랬어요ㅠㅠ 괜히 안사고 버텨서ㅠㅠ
Guaaaaak // 원래 안정기가 되어가면 권력다툼을 시작하죠 ㅋㅋㅋ
DrayBurn // 냉풍기… 그거 습기가 더 생기지 않남요!?
LimitZero // 이제 마무리 할때쯤이나 나올련지…!?
더블디스 // 어!? 그래요? 함 알아봐야하나…
마리오넷 // 왘ㅋㅋ 무섭구만요 ㅋㅋㅋ
잭커리 // 미니 에어컨은 설치 안하나요? 제가 가전제품은 잘 몰라서;;;
비누좀주워주세요 // 으잌ㅋㅋ 세대는 넘 많지 않나요 ㅋㅋㅋ
으으…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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