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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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을 구해 준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네에게 큰 빚을 진거나 다름없어. 죄송하다는 말은 하지 말게나. 같은 사문인데.”
“예. 사형.”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제는 애써 웃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의 팔을 쳐 준 후 난 몸을 돌렸다.
나를 수행하기 위해 따라 온 감독관에게 난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조 사제의 명을 잘 따르도록 하고 대함에 있어 형주목이나 나에 버금가게 하게나.”
“나으리의 명을 반드시 따르겠습니다.”
“음.”
조 사제가 행실이 바른데다가 일을 잘해 준 덕분인지 감독은 불만이 없어보였다.
그를 치하해 준 후 관청의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새벽에 가려면 바로 자야겠군.
하지만 침상에 누워도 쉽게 잠은 오지 않았다.
“미치겠네.”
공성장비 없이 법정 그놈을 어떻게 잡아두지?
그냥 공방만 일삼는 정도라면 상관없겠지만 우리가 공성장비가 없다는 것을 법정이 알게 되면 바로 파성으로 튀어버린 후 그곳에서 왕평에게 수성전을 맡기고 다른 곳으로 빠질텐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
그렇게 난 궁리를 하며 밤을 지샜다.
영안성에 도착해 사정을 말하자 방통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한중 공략전은 일단 망했다고 볼 수 있군.”
“망하다니. 아직이다.”
“망했잖아. 정서장군이 당하고, 거기에 왕릉이 죽었다면… 이거 골치아프게 됐구만.”
방통은 제대로 다듬지 못한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잘 나가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암초가 걸려버린 셈이다.
법정 입장에서는 작게나마 숨통이 트인 셈이다.
“한중 공략만 성공했다면 그놈의 복장을 터트려 죽일 수 있었는데. 남만 쪽은 어떻다고 하디?”
“뭐…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건녕을 얻었으니 그쪽도 착실하게 남만 정벌을 하고 성도를 노릴 수 있겠지.”
“이런… 사마의는 난감할 수 밖에 없겠군. 한중 공략의 명을 내린 것이 그 아냐?”
“몰라.”
“흠…”
방통은 눈을 감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모두를 둘러보았다.
한중 공략이 되지 못한다면 가맹관을 뚫을 수 없게 된다.
가맹관에서 버텨준다면 당연히 법정은 좀 더 많은 작전과 전술, 책략을 쓸 수 있게 된다.
“다들 상황은 알겠지? 가맹관 쪽이 막히면 우리도 골치아파지는거.”
“한중 공략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겁니까?”
괴월이 대답하자 방통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한명 정도는 가주는 것이 낫겠지. 솔직히 서복 그 자식이라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왕릉이 졌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그래? 서 도련님이라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감녕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방통은 냉정히 말했다.
“만약을 대비하자는 거다. 그 녀석도 내 꼴이 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
“돌다리도 두들겨봐야 한다고. 내가 한번 당했으니까 그 녀석은 당하지 않았으면 싶다. 자… 그래서 하는 말인데.”
심드렁히 말한 방통은 모두를 둘러보며 차분히 말을 꺼냈다.
“지원자 있냐?”
다들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한중 공략에 대한 부담감 때문은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장수는 감녕, 장합, 손상향, 관평, 하후상.
그리고 문빙과 괴월이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방통이 죽을 뻔 했던 것 때문에 법정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그를 치는 것에 한몫 보태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방통의 제안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당장 감녕만 해도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온 얼굴로 표현하고 있었다.
“지원자 없어? 그렇다면 내가 선택…”
“어차피 제가 가야 할 것 같으니… 제가 가지요.”
가볍게 손을 든 것은 다름아닌 장합이었다.
그가 나설 줄은 몰랐다.
내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장합은 씁쓸했는지 입맛을 다셨다.
“솔직히 지금 영안성에서 제가 있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뭔 소리야. 네가 없으면…”
“그렇긴 하지.”
방통은 냉정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장합이 필요 없다는 소리를 듣다니.
이거 꽤나 상처받을 수도 있는 말인데.
하지만 장합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이었다.
“그렇지요. 괴 군사가 있다면 굳이 지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음. 감녕도 그렇고 하후상도 그렇고. 또 유하까지 남아 있으니까.”
경험많은 무관인 감녕, 그리고 지장에 속하는 하후상.
추가로 보급과 지원을 맡을 수 있는 나까지 있다.
장합의 위치가 애매한 것은 사실이었다.
“법정을 잡아두려면 빠르게 움직이며 적들을 치고 빠지고, 또 도발을 행할 수 있는 장군이 필요할 뿐이겠지요? 그렇다면 굳이 제가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맙네. 솔직히 네가 있다면 우리가 편하기는 하지만. 그게 다니까 말야.”
“말을 해도 어떻게 그렇게 하냐?”
“사실만 말할 뿐이야. 그리고 장합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나선 것이고.”
그래도 그렇지.
내가 미안해하자 장합은 빙긋 웃었다.
“승상부주의 보호는 하후상이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선봉으로 움직일 무력을 가진 것은 흥패와 관평이 있습니다. 그리고 문 도위와 괴 군사가 함께 움직여 준다면 다른 불완전한 부분도 해소될 것입니다.”
“으음… 그렇지만.”
“승상부주께서는… 연주목이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그 녀석이라면 잘 하겠지.”
“왕릉이 당했을 정도인데도?”
장합이 넌지시 말하자 난 입을 다물었다.
“연주목을 보좌하는 것은 장호와, 정무 정도라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경험은 있지. 하지만 그들은…”
이런 커다란 전쟁에서 움직여 본 적은 없을 거다. 라는 것이 장합의 생각인 듯 싶었다.
방통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 정군상 공략군에 곽회와 곽혁이 있지만 한중 공략은 이번 전쟁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야. 그들만 있다면 서복의 부담이 너무 커. 경험 많은 노련한 장수가 필요해. 그리고 장합이 가장 걸맞고.”
“끙…”
“성주님의 말씀대로 한명 정도는 전체적인 상황을 봐줄 수 있는 장군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양동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겠지요. 연주목의 능력이 출중한 것은 알지만…”
장합은 나를 진지한 눈으로 응시했다.
“그러니 보내주십시요.”
“하아…”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난 인상을 쓰며 한숨을 쉬었다.
“병력 이천을 주지. 그들을 데리고 연주목을 지원하라.”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결정이 난 이상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몸이 날랜 병사들을 대기시킨 후 장합은 짐을 챙겼다.
“필요한 물자들이 있으면 원하는 만큼 가져가도록 해.”
“기본 장비와 강노, 화살이면 충분합니다.”
“말은…”
“힘들겠지요.”
상용에서 한중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산을 몇개나 넘어야 한다.
평지라면 모르겠지만 산을 넘으려면 말은 오히려 방해다.
“길은 잘 아나?”
“지도는 받았습니다. 그리고 산에 살고 있는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 될겁니다. 영안성에 있으며 산맥에 있는 마을들에 대한 정보 수집은 끝났으니까요. 가는 김에 산적 토벌도 함께 하게습니다.”
이천명이나 되는 병사들을 이끌고 가는 것이니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전쟁에서 독립병대를 이끌기도 하고 직접 지휘관이 되어 수만의 병사들을 지휘해 승리를 거둔 경험도 꽤 있는 장합이다.
그런만큼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배웅을 위해 우리가 성 밖까지 나와주자 장합은 방통에게 말했다.
“제가 빠진 것은 적당히 소문을 내주십시요.”
“그래야지.”
장합은 위국에서도 꽤나 이름난 지장이며 명장이다.
그가 영안성에서 빠졌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적들의 사기가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도 알리라는 것은 법정이 딴데 못 가게 하려는 수 였다.
장합이 없다는 것을 알면 법정도 영안성 수복에 대한 아쉬움에 쉽게 빠지지 못할테니 말이다.
방통이 대수롭지 않게 답하자 그는 히죽 웃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감녕에게 다가갔다.
“내가 무슨 말 할지 알지?”
“도련님은 걱정말라고.”
“그리고 저 녀석도 잘 잡아둬.”
장합이 가리킨 손가락의 끝에는 관평이 있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를 힐끔 본 감녕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튼 짓 못하게 잘 잡아두마.”
“너도 허튼 짓 하지 말고. 하후상!!”
“예!”
“주군을 잘 모셔라.”
“목숨을 걸고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괴월과 문빙에게도 몇마디 해준 그는 손상향을 보았다.
손상향은 장합에게 살짝 목례했다.
그녀를 가벼운 눈으로 바라보던 장합은 천천히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이 마음에 들지는 않소.”
“그러실 것입니다.”
장합이 꺼려하는 이유는 손상향이 청이에게 저지른 무례 때문이다.
한번 흠집이 나버리면 그것이 계속 거슬릴 수 밖에 없는 법이다.
나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장합인만큼 그가 손상향을 거슬려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태도로 본다면. 마음을 다잡은 것은 확실하군. 앞으로 잘 지내기를 빌겠소.”
“장 교위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녀가 살짝 목례하자 장합은 작게 웃었다.
그가 말에 오르자 난 한숨을 쉬었다.
“가서 잘 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지금까지 장합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잘 하겠지?
그가 가면 서복도 꽤나 좋아할거다.
모두를 한차례 둘러 본 장합은 망설임없이 말을 몰았다.
말과 수레에 탄 이들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방통은 천천히 말했다.
“그럼 남은 사람들은 이쪽에서 할 일을 하자고. 문제는 지금 한중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영안도 아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성장비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다른 물자들은 꽤 풍족하지만 그게 가장 큰 타격이었다.
“우리가 공성장비가 없다는 것을 법정이 알면 파성으로 후퇴할 텐데.”
“그렇지. 그래서 생각한건데. 적당히 허장성세를 부릴 수는 없을까?”
“어떻게?”
“정란, 그리고 상자노, 투석기를 대충이나마 만들자는 거지.”
영안에는 장비창이 없었다.
거기에 기술자도 없었고.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겠지만 흉내만 내는 정도의 가품이라면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방통은 나를 지그시 응시하다가 씩 웃었다.
“그거 나쁘지 않군.”
실제로 파성 공략을 할 생각은 지금 없다.
장비창이 있는 다른 군에서 지금부터 공성장비를 만들고, 그것이 보내질 때까지는 말이다.
“그럼 괴 군사가 움직여줘야겠군.”
“알겠습니다.”
영안성에서 대놓고 공성장비를 만들 수는 없었다.
만들려면 화용현 정도의 후방에서 만드는게 맞다.
완벽하게 만들 필요도 없고 적당히 구색만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껍데기 수준으로만 만들고 해체한 상태로 옮기게 하면 되는 것이니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을거다.
괴월이 고개를 끄덕이자 난 문빙을 가리켰다.
“문 도위를 데리고 가도록.”
“예!”
우리가 공성병기를 진짜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법정은 알 도리가 없다.
그가 어떻게 승부를 낼까?
한중에서 왕릉의 군을 물리친 것을 이용해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내가 생각하는 사이 방통은 이를 드러내었다.
“그리고…”
“응?”
“우리가 당했으니… 한번 건드려줘야겠지?”
“너무 무리하지 마라.”
“무리 안해.”
방통은 여유롭게 웃은 후 감녕에게 외쳤다.
“감녕! 출진이다!”
“엥? 갑자기?”
“유하가 왔으니 영안성을 맡길 수 있지. 잠깐 갔다가 오자고!”
“하… 알겠수.”
감녕과 방통이 신이 나서 따라가려고 하자 관평은 손을 들었다.
자기도 가고 싶다는 건가?
둘은 관평을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넌 안돼.”
“왜 안됩니까!?”
관평이 억울해하자 방통은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넌 이번 익주 공략전의 숨겨진 칼이니까. 잡병들 상대로 힘빼지 마라.”
“…예? 그게 무슨.”
“하핫!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설명해주지! 그럼 부탁한다!”
“그래. 그래.”
신났구만.
둘이 나가는 것을 보던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후상과 관평, 손상향.
세명 뿐이지면 그래도 영안성 관리 업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럼 시작하자고.”
자아…
그럼 수경원의 사형제들이 날뛰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도록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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