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8
00118 이용하고 이용당하고 =========================
“너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
“에이~ 나도 빠지면 도련님은 누가 지킨다고~”
“흠… 뭐 그것도 그렇군.”
감녕은 두고 오려고 했지만 그가 펄쩍 뛰며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따라가야 겠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그를 데려왔다.
요화도 따라오고 싶어했지만 영이의 열이 내리지 않아 그녀를 지킬 사람도 필요했다.
그렇기에 요화에게 영이를 부탁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참 대단해.”
“뭐가?”
“저 자들.”
“아.”
전위와 허저.
조조를 지키는 두 강한 무인들을 보며 감녕은 입맛을 다셨다.
자꾸만 허리의 검에 손을 가져가는 것이 당장이라도 싸우고 싶은 모양이다.
“아서라. 정 싸우고 싶으면 나중에 산양군으로 돌아가서 대무를 요청하든가.”
“요새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 못해서 싱겁단 말이지. 서황이나 장합도 제대로 싸우려고 하지 않고. 이러다가 실력이 녹슬겠수.”
“어차피 조만간 질리게 싸우게 될 걸. 그때 선봉으로 삼아줄테니 제발 자중 좀 해라.”
어차피 몇년 안에 서주, 그리고 기주와 대판 싸우게 될 것이다.
듣자하니 아직 조조는 청주병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도 꽤 많은 전투가 있을 터.
그들과 싸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조가 서주에 손을 뻗기 시작한 이상 안정기는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흥. 그나저나 도겸이라… 쯧. 소문만 들으면 아주 쓰레기같은 사람이던데.”
“무슨 소문을 들은거야?”
“산양군에 많이들 오잖수. 그 사람들이랑 얘기하다보면 자꾸 그래. 도겸이 속이 좁고 말 바꾸기의 명수이며… 뭐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것은 다반사인가벼. 이렇게 협상을 해도 나중에 또 말을 바꿀 수도 있잖수.”
“차라리 그래주길 바란다.”
“응. 나도.”
산양군에서 이동하며 조조와 순욱, 그리고 정욱까지 모여서 회의를 많이 했다.
그 결과 도겸에게 요구하는 최대치는 팽성군까지.
비록 작기는 하지만 그정도라면 도겸도 납득하고 넘어갈 정도다.
그리고 나중에 도겸이 말을 바꾼다면?
그럼 공격이 가능하지.
“그나저나 동평군수 이름을 바꿨더만. 왜 바꿨는지 모르겠네.”
“나름 이유가 있겠지.”
결국 정립은 이름을 정욱으로 바꾸었다.
이번에 그것을 알게 된 감녕은 별 짓을 다 한다며 궁시렁거렸지만 난 그저 쓰게 웃을 뿐 이었다.
“자. 그럼 난 회의에 다녀 올 테니까 애들 관리 잘해.”
“맡겨주쇼.”
솔직히 감녕은 아버지의 곁에서 아버지를 지켰으면 했지만 있으니 확실히 편했다.
꽤 오랜 시간 같이 일을 한데다가 날 주군이라 생각하며 어려워하지 않았으니까.
거기에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챙기는 편이라 진짜 편했다.
나중에 돌아가면 증류주를 한번 더 만들어볼까.
산양군의 남는 예산을 생각하며 막사에 들어 선 나는 막사 안의 분위기에 어깨를 으쓱였다.
정욱과 순욱이 또 안건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부분은 제가 해야 된답말입니다!”
“허나 동평군에 대한 정리가 끝나지 않았는데 어찌…”
“그 부분은 순 가좌께서 맡아주시면 되잖습니까.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십니까!”
“사람이 그리 많은 줄 아십니까?”
“아! 좀! 그만 싸워요! 앱니까! 맨날 싸우게!?”
정욱과 순욱의 말싸움에 조조는 그저 실실 웃기만 할 뿐 말릴 생각따위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를 한번 째려보고 난 둘 사이에 꼈다.
저번에 한번 냅뒀더니 서로 멱살까지 잡더라.
“후우…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뭘요?”
“팽성군을 얻었을 때 그곳을 다스릴 자. 나는 자네를 추천하고 있네.”
흥분 때문에 얼굴이 붉어진 순욱은 씩씩거리며 말했고 난 정욱을 보았다.
그 역시 붉어지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다스리길 바라고 있네. 만약 팽성군을 얻게 된다면 그곳은 전초기지의 역할을 해야 해. 그렇다면 자네보다는 오히려 내가 낫지.”
“그러네요. 저도 동평군수께서 팽성군을 다스리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것 보시오!”
“아니! 진 도위!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건가!? 자네라면 충분히…”
“아니 그 전에. 왜 아직 얻지도 못한 팽성군을 누가 다스리는 것 때문에 싸우는 겁니까?”
“그건…”
“그렇긴 하지만.”
“연주목께선 왜 잠자코 계셨습니까?”
“둘의 대화가 노랫소리 같아서 말이야. 자. 진 도위의 말대로네. 이제 정리하고 본 안건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쯧.”
“흥.”
저 인간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실실 웃고 있는 조조는 순욱과 정욱이 자리에 앉자 날 보고 물었다.
“자네도 앉게. 내일이면 도겸과 만날테니 그 준비를 해야지. 이번 협상에서 누가 나설 생각인가?”
“도겸 정도라면 제가 나서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만.”
“동평군수라면 잘 해낼 것입니다.”
“그래? 진 도위 생각은 어떤가?”
“…저는 두분 다. 그리고 연주목께서도 참석하셨으면 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왜냐고?
진군 때문이다.
도겸 혼자 나선다면 신경 안써도 된다.
하지만 어제 듣기로 내일 협상에 참석하는 것은 도겸과 진군이라고 들었다.
진군이 나선다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기에 나로서는 우리가 낼 수 있는 최대의 패를 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만사불여 튼튼. 도겸은 연주목을 두려워하여 협상에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두려움을 올려주는 것이 좋겠지요.”
“하지만 연주목께서 굳이 나설 필요가 있을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네.”
“연주목께선 어찌 생각하십니까?”
정욱과 순욱은 불쾌한 듯 낯빛을 찌푸렸다.
다들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고작 도겸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진군이라는 자가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냐는 듯한 태도다.
그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는 나는 조조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진 도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네. 호랑이도 토끼를 잡을 때 전력을 다하는 법이지.”
“쩝. 연주목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동평군수와 내일 이야기 할 것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아까까지 의견 차이로 성질을 내던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조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뭐야. 회의 벌써 끝난거야?
그럼 나도 가서 쉴까.
“그럼 저도 이만…”
“자네는 좀 앉게.”
“…네.”
아씨.
잡혔나?
“문약에게 이야기는 들었겠지?”
“어… 그 정혼 이야기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일단은 생각해보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그리고 제 정혼에 대한 것은 아버님께서 결정하실 일이라…”
“아내를 얻고 가정을 이룬 이상 자네도 어른이네. 모든 것을 자네 아비에게 넘길 생각은 말게. 아니면 거절하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
걸렸구나.
날카로운 눈으로 날 노려보는 조조의 모습에 움찔하며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눈 돌리지 말고.”
“그럼 한가지만 여쭙죠. 왜 접니까?”
“자네를 갖고 싶으니까.”
“저는 남색 취향이 없는데요.”
“하하하하하!! 그런 농담으로 빠져나갈 생각은 말게. 싫은 건가?”
“싫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과 어찌 결혼을 쉽게 승낙합니까?”
“내가 알기로 자네 아내도 얼굴 한번 본 적 없다고 들었다만.”
뭐라고 둘러대지?
돌아버리겠다.
저번부터 은근슬쩍 말을 꺼내길래 대답을 회피했던 나는 된통 걸렸다고 생각하며 짧게 혀를 찼다.
“연주목의 의도를 모르겠군요. 이미 저는 연주목을 주군으로 모시고 있습니다만.”
“알고 있네만. 그래도 혈연만큼 단단한 연은 없는 법이지.”
“사소한 재산을 가지고도 형제끼리 싸우는 경우는 종종 본지라… 혈연도 딱히 믿을만한 것은 못됩니다.”
“그러나 자네는 다를거야. 자네는 자네의 사람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위험이 있어도 지키려 하니까. 아무튼 좋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와 혼인을 하는 것은 싫다… 그렇다면 이번 일이 끝나는 대로 청이를 산양군에 보내… 아. 그렇지.”
“…네?”
“몇달 후면 앙이의 결혼이 있을 예정이네. 자네의 사저와 말이야. 그때 청이도 보내겠네. 그때 보면 되지 않겠는가. 자네라면 반드시 그 결혼식에 참석할테니까.”
“……”
아예 묶어버리는구나.
사형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하마터면 욕할 뻔 했다.
나는 최대한 무심을 유지하며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 반드시 결혼을 할 것이라고는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연주목 말씀대로 저는…”
“알았네. 자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 불쌍한 청이는 또 결혼을 못하는 것이고.”
“아니 왜 저한테 부담을 그렇게 주십니까? 제가 뭘 어쨌다고.”
“그냥 하는 말이네. 자네는 신경 쓸 필요 없어.”
히죽 웃는 모습이 절대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하는 말이면 당신 방에 가서 하라고 하고 싶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편히 쉬게나.”
이번 협상에 나는 참석하지 않는다.
그 대신 병사들을 이끌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호위대장의 임무를 맡았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진 도위님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한정으로 허저와 전위를 다룰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그들은 조조를 지켜야 하니 쉽게 다루지 못할 것이다.
장수가 더 있으면 좋으련만.
“감녕!”
“불렀수?”
“정찰은 보내놨지?”
협상 장소는 팽성군에 인접한 사방이 탁 트인 평원이었다.
도겸은 팽성군의 관아에서 하자고 했지만 전에 봤을 때 그곳은 습격에 무척이나 취약했다.
만약 암살자, 혹은 기습이 들어오면 막기도 힘들 뿐더러 현재 우리가 데리고 있는 병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협상을 하는 미친놈이 어딨겠냐.
난 결사반대했고 정욱과 순욱 역시 가당찮은 소리 말라고 한 후 협상지를 이곳으로 바꾸었다.
물론 저 막사를 준비하는데 고생은 했지만 어쩌겠어.
고생 좀 하는게 습격당하는 것 보단 낫다.
“음. 물론이지. 흑귀대 애들이랑 포함해서 보냈수다.”
“이번 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연주목이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순욱이나 정욱이 아니야. 도겸이다.”
도겸이 죽으면 서주의 사건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어떤 일이 있어도 도겸은 보호해야 한다.
“감녕. 만약 일이 터지면 너는 도겸을 보호해.”
“도련님은?”
“어떻게든 버텨야지. 흑귀대에서 날 호위할 병력은 빼놨으니까 안심해.”
“쩝. 아무튼 조심하쇼. 방패 잘 쓰고.”
저번 일 이후로 날 너무 감싸고 도는 듯한 눈치지만 나쁜 건 아니지.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보겠수다.”
싱글거리며 감녕이 떠나가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어찌 되려나…”
“서주목과 그 휘하 제장이 왔습니다!”
멀리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진형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도겸의 옆에서 걷고 있는 진군과 눈이 마주쳤다.
진군은 빙긋 웃으며 나에게 살짝 목례했고 나 역시 그에게 목례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진군은 아직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나보다.
으아~ 팽성군 말고 진군을 얻는게 나한테는 더 낫지 않을까?
갖고싶다!
****
“이런 개새끼!!”
흑귀대 장오는 검을 휘둘렀지만 그 검은 언월도에 막혀버렸다.
무심한 눈을 하고 있는 장수. 장료를 향해 악을 쓰며 달라붙었지만 장료를 상대하는 것은 힘들었다.
이미 정찰을 나온 병사들은 모두 죽었다.
이대로라면…
장오는 빠득 이를 갈고 품에서 피리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커억!”
하지만 그가 피리를 불 수있는 기회는 없었다.
여포가 활을 쏘아 장오의 머리를 맞춰버린 것이다.
그가 눈을 부릅 뜬 채 천천히 허물어지자 장료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반 병사치고는 강합니다. 적병의 수준이 생각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할까요. 장군께서 원하신다면…”
“아니. 그대로 간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니까.”
여포는 활을 챙겨 뒤에 건 후 자신의 화극을 들었다.
단지 화극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감이 더욱 커져가는 것을 느끼며 장료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우리가 죽여야 할 자는 도겸. 그리고 다음이 조조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도겸은 죽여야 한다.”
“장군.”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뿐이야. 우리 같은 무인들은… 쯧. 됐다.”
유비와의 대담을 떠올리며 여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말대로다.
자신들 같은 인간백정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죽이는 일 뿐.
다루는 것은 유비 같은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의 말에 너무 휘둘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허나 틀린 말은 아니니까.”
도겸을 죽인다.
도겸이 죽는다면 현재 서주목에 가장 근접해 있는 유비가 서주목의 자리로 추대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첫번째 작전은 성공한 것이다.
자신들은 외부 방랑군의 형태로 움직이다가 유비가 사자를 보내면 그에게 항복한다.
그렇게 되면 천하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 망나니, 인간 백정 여포마저도 유비의 인망과 인품에 감화되었다.
그동안 저지른 악행을 후회하며 유비를 도와 한 황실을 부흥시키고 천하를 안정시키겠다.
천하의 여포마저도 다룰 수 있는 유비를 따르자.
힘이 없고 세력 기반이 없던 유비는 기반을 가지게 되고 자신은 그간 쌓아 둔 악행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과연 그의 뜻대로 일이 풀려갈 것인가?
여포는 쓰게 웃었다.
“어쩌면 이번에도 이용당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할 수 밖에 없다. 장료. 고순은 어찌 되었는가.”
“작전 지역에 있습니다. 저희가 움직이면 바로 후방을 치기로 했습니다.”
“좋아… 이번 일에서 만약 내가 죽는다면… 너희들은 너희의 삶을 살아다오. 유비에게 휘둘리지 말고.”
“저의 주군은 오로지 여 장군 뿐입니다.”
“…고맙다. 그럼 간다. 무리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멀리 있는 부대가 보인다.
현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기병 오천 뿐.
이 오천으로 두배가 넘는, 적어도 세배 쯤 되어보이는 적을 뚫어야 하는 것이다.
“간다. 내 뒤를 잘 따라와라.”
“목숨을 바쳐서! 주군을 따르겠나이다!!”
“간다! 적은 저곳에 있다!!”
그의 당당함에 웃으며 여포는 말 고삐를 힘차게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