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7
00117 이용하고 이용당하고 =========================
“그러므로 저희는 최선을 다해서 서주를 지킬 것입니다.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저희가 있지 않습니까! 이 유 현덕이 있지 않습니까!!”
단상 위에 올라가 있는 유비는 사람들을 보며 외쳤다.
순진무구한 사람들.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
서주를 노리고 들어 오는 조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그런 그들의 소망을 한눈에 알아챈 유비는 허리의 검을 뽑아 높이 세웠다.
“제가! 여러분들을 지키겠습니다!!”
“와아아아!!”
많은 이들이 유비에게 호응한다.
많은 서주의 백성들이 유비를 존경한다.
그것만으로도 도겸은 속이 쓰렸다.
조조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 결국 유비를 초청한 도겸은 유비가 빠르게 서주 내에서 자리를 잡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제일 좋은 것은 유비가 조조와 싸우고 둘 다 죽는 것이지만 이것은 너무 큰 기대겠지.
“아아아…”
속도 모르고 좋아하는 서주 백성들의 모습에 도겸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왔다.
이대로 가다간 유비에게 서주를 통째로 빼앗겨버린다.
자신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매력을 가진 남자는 이미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의 인망도 얻어버렸다.
회의때 자신이 낸 의견보다 유비의 의견에 더 찬성할 정도라면 이미 말은 다 한 것이다.
“그러니까 왜 그런 고생을 하십니까.”
“자네는…”
자신의 방에 들어와 있는 사내. 유비와 같은 현이며 그와 함께 다니던 사내인 간옹이다.
그가 여유있는 얼굴로 방으로 들어오자 도겸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돌아가게나!”
“저는 그저 서주목께 몇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온 것 뿐입니다.”
“저번과 같은 이야기겠지? 흥! 그런다고 내가 서주목의 자리를 쉽게 넘겨 줄 것 같은가? 웃기지 말게!”
“쯧. 쉬운 길을 어렵게 가시려고 하시는군요. 지금 서주 백성들 뿐만 아니라 서주목의 부하들 모두 유 현덕을 따르고 있습니다. 어찌 시대의 흐름을 모르십니까? 당신이 그렇게 집착하면 할 수록 현덕께서 조조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서주목의 아래 모두 똘똘 뭉쳐 조조를 물리친다. 그것만이 방법입니다.”
“조조와 대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팽성군은 빼앗기겠지요.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많은 이들이 이주하겠지요. 그저 쭉정이만 남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원하시는 겁니까?”
그의 말대로다.
열심히 막고 있지만 아직도 산양군 일대로 이동하는 백성들은 꽤나 있었다.
팽성군에서 조조의 아비인 조숭이 암살자에게 공격당했다는 것 때문에 조조가 불같이 화를 내며 서주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릴 것이라는 헛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피난 뿐.
어차피 조조에게 공격당할 것이라면 차라리 조조의 밑으로 들어가자. 라고 생각하던 이들은 도겸이 생각하는 이들보다 훨씬 많았다.
“그나마 유 현덕이 와서 이렇게 잡고 있으니까 이만큼인겁니다. 당신이 아무리 애를 써봐야 가능했을까요?”
“…닥치게!”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추합니다. 추해요.”
“빠득.”
간옹의 비웃음에 도겸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강한 무장도 없고 그렇다고 똑똑한 책략가도 없고, 하다못해 서주목이라도 좀 제대로 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역사에 그렇게 간신으로 남고 싶은 것입니까? 자신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지위만 챙기다가 결국은 망해버린, 웃음 거리 밖에 되지 못할 자로 남고 싶은 겁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서주목의 자리를 유 현덕에게 넘기시지요. 그리하면 유 현덕께서 다 알아서 해주실 겁니다. 조조? 문제 없습니다. 그 정도는 관우와 장비만 나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어디 한번 해보게.”
“예?”
“이 문제를 해결해보라고! 그리하면 자네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도겸은 이를 갈며 싸늘히 말했고 간옹은 활짝 웃었다.
“분부대로 하지요. 서주목 나으리.”
도겸과 만남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 온 간옹은 장비에게 물을 받아 마시며 유비가 안으로 들어오자 히죽 웃었다.
“된건가?”
“음. 됐수. 도겸은 전권을 준다고 했으니… 나머지는 댁 차례요.”
“흐음… 조조와 협상이라. 그 자와는 무척 오래간만에 보게 되는군. 반동탁 연합군때 이후로 처음인가.”
“쯧. 난 조조. 그 자가 너무 마음에 안드오. 운장 형님은 어떻소?”
“마냥 나쁜 사람 같지만은 않더구나. 아무튼 형님. 어찌 하실 생각입니까? 기습이라면 준비를…”
“오오. 아니야. 아니야. 기습이라니. 여기서 조조를 잡을 수 없는 이상 기습 같은 것은 해봤자 결국 우리에게 손해만 생길 뿐이라고.”
“…그럼?”
“일단은 협상을 해야지. 싸우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란다. 그들이 물러나준다면 우리는 안정적인 서주를 가질 수 있고 서주의 백성들도 안심할 수 있지 않겠느냐.”
“흠.”
관우와 장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비는 씩 웃으며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여기서부터가 천하를 노리는 시작이다.”
“헤에… 그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거지?”
장비가 희미하게 웃으며 만족스러워 할 때 문이 열렸다.
“큰일입니다!”
서주목 도겸의 부하인 미축이다.
그의 다급한 표정에 유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벌써 조조가 온 것인가?
“하비성 북쪽에…”
“북쪽? 설마 도적이우? 마침 잘 됐네. 몸이 근질거렸는데…”
“아뇨.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유비의 질문에 미축은 떨떠름히 답했다.
“여포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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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시오! 여 장군! 내 여 장군을 이렇게 만나게 될 날이 오다니. 기쁘기 그지 없구려!”
도겸에게 있어서는 여포의 등장이 그 무엇보다 반가웠다.
이름만으로도 천하 최강.
그리고 그를 따르는 부장들 역시도 관우, 장비와 비교해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기세를 뿜고 있었다.
“서주목을 뵙습니다.”
여포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자 도겸은 흐뭇하게 웃으며 힐끔 유비를 보았다.
쓴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니 십년묵은 체증이 한방에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곳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아주 많으셨소이다. 그래. 어떻게 식사는 하셨고?”
“네.”
“그럼 묻겠소. 왜 오신 것이오?”
“서주목께서 무도한 연주목의 침략에 당황하고 계신다 하여 한팔 거두러 왔습니다.”
“이럴수가!! 이렇게 기쁜 일이!!”
유비의 인기에 밀리고 있는데다가 간옹이 매일 찾아와 압박을 주고, 또 부하들까지 유비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이때 여포의 등장은 도겸에게 있어서 신의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조조를 상대하기 위해서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이 기뻤던 도겸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을 때 미축은 떨떠름한 어조로 여포에게 물었다.
“듣자하니 복양성 전투에서 조조군에게 패배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복수 때문입니까?”
“그런 것도 없다고 할 수 없소. 다만…”
“다만?”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우리 셋과 우리를 따르는 병사들이 쉴 곳을 원하는 것이오. 강행군으로 많이 지쳐 있으니 말이오.”
“그런 것이라면 얼마든지 해드려야지! 진군! 여 장군과 그 휘하 제장들이 쉴 수 있도록 숙소를 수배하시오! 그리고… 유공은 잠깐 남아 나와 이야기를 하도록 합시다.”
“네.”
여포와 부하들이 나가자 도겸은 씩 웃었다.
“그래. 어찌 생각하시오?”
“글쎄요…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포가 나에게 온 것을 말이오. 여포가 있다면… 굳이 그대들이 있을 필요는 없지 않겠소?”
“흠… 뭐 아니라고는 못하겠군요.”
“유공. 그대가 그동안 고생이 많았던 것은 알고 있소.”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으니 이제 조금 쉬는게 어떻겠냐는 거요. 후발대로 여포가 왔으니. 문제가 생기면 일단 그들을 먼저 움직이게 하겠소이다. 어떻소?”
이미 마음을 정한 주제에 도겸은 의견을 구하듯 물었다.
비록 도겸의 인기가 떨어져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는 아직 서주목이었고 그의 말은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유비는 웃었다.
“서주목의 호의에 따르겠습니다. 허나…”
“허나?”
“서주목께서는 여포를 믿으시는 것입니까?”
“그럴리가. 내 비록 필요에 의해 그대를 불렀지만 그대만큼 훌륭하고 이 천하를, 한 황실에 충성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생각하오. 그러니 하는 이야기라도. 이렇게 조조가 쳐들어오고 백성들이 빠져나가는 이때 그대가 그렇게 힘을 써서는 곤란하지 않겠소? 그대는 천하를 위할 자. 이런 작은 곳에서 힘을 쓸 사람이 아니오. 내 다른 곳에라도 소개장을 써줄터이니 기다리고 계셔주시겠소?”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도겸에게 고개를 숙이며 유비는 이를 갈았다.
“허 참. 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숙소로 돌아 온 유비는 도겸의 말을 모두에게 전했고 당연히 관우와 장비는 불같이 화를 냈다.
도겸에게 계속해서 서주목의 자리를 넘기라고 권유 아닌 권유를 해왔던 간옹으로써는 깝깝하기 그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흐음… 왜 하필 이때 여포가 여기로 온 것일까.”
“왜 겠수. 뭐 얻어먹을거 없나 하고 온 것이겠지.”
“문제는 그게 아니야. 흐으음…”
기분이 나쁜 것은 유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자신들은 이용만 당한 것에 불과하니까.
자신들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방해가 들어 온 것에 심각하게 생각하던 유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가슈?”
“잠깐 사람을 좀 만나고 와야겠군.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하지 않겠나.”
“같이 갑시다. 형님.”
유비가 일어나자 관우는 그의 호위를 위해서 뒤를 따랐다.
한참을 걸어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하비성 북쪽에 있는 고급 숙소였다.
바깥에서 머무르고 있는 이들을 본 관우의 표정이 일그러졌을 때 유비는 그들에게 느긋하게 말했다.
“여 장군께서는 계신가?”
“뉘슈?”
“유비라고 전해주시게.”
척 봐도 전직 도적이오. 라고 적혀 있는 듯한 사내에게 느긋하게 말한 그는 잠시 후 이들과는 다른 모습의 사내가 나오자 살짝 고개를 숙였다.
“고순이라고 합니다.”
“유비입니다.”
“드시지요.”
무뚝뚝히 말한 그가 앞서자 유비와 관우는 그의 뒤를 쫓았다.
복도에도 서 있는 병사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맞으며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상석에 앉아 있는 여포를 발견했다.
“오래간만이군. 호로관 이후 처음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무슨 일이지?”
그때와 비교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 듯한 기세를 뿜어내는 여포를 마주하며 유비는 살짝 허리를 숙였다.
“저와 손을 잡지 않겠습니까?”
“당신과?”
여포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듣자하니 유비 역시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고 했다.
아무런 세력도 없이 천하를 떠도는 이.
그런 이들끼리 손을 잡아봤자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인가.
여포가 고개를 저으려고 하는 찰나 유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서주목은 지금은 당신을 반기지만 당신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제거할 생각 밖에 없습니다.”
“그런 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한 건가?”
유비의 말에 여포는 더더욱 짙은 비웃음을 지었다.
도겸은 자신이 필요하기에 부른 것이다.
자신이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은 여포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저와 손을 잡읍시다. 여 장군. 당신은 이런 곳에서 그렇게 남들 좋을대로 이용만 당하고 싶은 것입니까?”
“당신이 날 이용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말을 걸고 손을 잡자고 한다는 것.
이것부터가 자신을 이용하는 것이라 여포는 생각했다.
그의 말에 유비는 웃었다.
“하하. 물론입니다. 저 역시 여 장군을 이용할 생각 뿐이지요.”
“감히.”
여포의 옆에 있던 장료와 고순이 무기를 잡았다.
그것을 본 관우가 자신의 언월도를 꽉 잡아 겨누자 여포는 한손을 들어 그들을 말렸다.
“지금까지 날 찾은 이들에 비하면 솔직하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조조와 도겸이 싸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도와주신다면 팽성군을 드리지요.”
“팽성군이라…”
하비에 비하면 무척이나 작은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곳이라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이대로 저와 손을 잡지 않고 도겸에게 이용만 당하면 당신은 조조와 싸우다가 죽어버릴 것이 분명합니다. 백성들의 호응도, 기존 서주목의 부하들의 호응도 얻지 못한 채 당신을 따르는 몇몇의 졸개들과 함께 그저 전장에서 바스러지겠지요. 그것을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자세하게 들어보지.”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하던 여포는 결국 토해내듯 말했다.
결국은 모두가 이용을 하고 이용을 당한다.
자신은 평생 이용만 당한 사람이었다.
아마 이번도 이용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허나… 아직 당신의 손을 잡는다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이지요.”
여포의 경계심을 마주하며 유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어나갔고 그들의 대화는 하루가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