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80
장송은 양의의 방으로 거칠게 걸었다.
아까 전에 보인 그의 태도 때문이었다.
방문을 연 장송은 갑옷을 챙겨 입는 양의에게 쏘아붙였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너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사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어처구니가 없다.
장송은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말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몰라서 그러는 건가?”
“알지. 아주 잘 알아. 한중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상황이지.”
“그런데 왜 강경을 도발하나! 장완이 죽고 군의 절반이 사라졌어! 한명의 병사도, 한명의 지휘관도 아쉬운 이때 그를 도발해서 뭘 얻으려는 건가!?”
장송의 외침에 양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늘 냉소적이고 항상 자기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양의다.
예전부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송이 얼굴을 일그러트리자 양의는 천천히 말했다.
“법정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거다.”
“뭐?”
“너희 정치가들은 항상 두단계, 세단계 이상을 생각하지. 그리고 그것을 기준으로 이득을 보려 하고. 하지만 책사들은 달라. 책사들은 당장 눈 앞의 승리에 집중한다.”
“그래서?”
“강경은 장완이나 우리와는 다르다. 그는 항장 출신이지. 바꿔 말하면.”
잠시 말을 멈춘 양의는 완갑을 왼팔에 끼운 후 끈을 당겨 조였다.
“배신 따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거다.”
“그가 배신할 이유가 없잖은가.”
강경의 아들인 강유는 성도에 있다.
그가 존경하던 주군인 한수는 위국의 손에 의해서 죽었다.
그런 그가 무슨 이유로 자신들을 배신하고 위국의 편에 붙겠나.
“배신? 배신에 이유가 왜 필요하지?”
“뭐?”
“한번 배신한 놈은 얼마든지 배신할 수 있다. 전에도 몇번이나 말했던 것인데. 다들 내 말은 신경도 쓰지 않더군.”
양의는 자신의 부관을 불렀다.
그가 들어오자 양의는 천천히 말했다.
“지금 당장 강경을 포박하고 그를 따라 들어 온 병사들을 모두 죽여라.”
“이봐!!”
“다들 그러더군. 강경은 충직한 이이며 훌륭한 주군을 위해서 목숨따위는 얼마든지 바칠 수 있는 이라고.”
“그래. 사람 보는 눈이 좋은 법정도, 그리고 장임과 엄안도 같은 말을 했다. 그것은 너도 인정할텐데?”
“맞아. 인정하지. 하지만 말이야…”
갑옷의 가죽끈을 꾹 당겨 동여매고 완전히 고정시킨다.
전투의 준비를 하는 그를 답답하다는 듯 바라보며 장송이 외치려는 찰나 양의는 장송을 비웃었다.
“과연 익주목이 훌륭한 주군일까?”
“뭐?”
“까놓고 얘기해보자고. 한수는 오랜시간 서량을 다스리는 유력자였다. 강족 도적들을 잡고, 이민족들과의 싸움에서 많은 승리를 거뒀지. 거기에 서량대회의에서도 존경받았던 자고. 물론 말년이 병신같기는 했지만.”
“그래서? 익주목께서는 훌륭하지 않다는 건가? 익주목께서 한수만 못하다는 것이냐!?”
“아니. 강경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
오랫동안 한수의 밑에 있었던 강경.
오랫동안 유장의 밑에 있었던 자신들.
다르다는 것이 의미하는 게 무엇일까.
장송은 곰곰히 생각하다 인상을 썼다.
“저번에 네가 주장했던 이야긴가?”
“그래. 법정에게도, 비의에게도. 나는 수차례나 경고했다. 그를 믿으려면 적어도 십년 이상 성도에 두고 일을 시켜가며 그가 익주목에게 감화되게 해야 한다고. 그 전에는 얼마든지 배신의 가능성이 있다고.”
사람을 쉽게 믿지 않고 언제나 까칠한 말만을 하는 양의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성격이 나빠 많은 이들에게 백안시당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 양의가 새롭게 들어 온 강경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뿐이라고 다들 무난하게 넘어갔었다.
장송이 입술을 다물자 양의는 여유있는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강유를 우리가 데리고 있다고? 하. 그럼 비의는? 비의도 우리가 데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죽었지.그렇다면 강유를 우리가 데리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성도의 치안을 올리고 위험한 자들을 모두 색출해 잡았는데?”
“위국 교사원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그들이 전부 잡혔다고 확신할 수 있어? 자신할 수 있어?”
“…그걸 왜 말하지 않았지?”
장송의 말에 양의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몇번이나 상소를 올리고 읍소했다! 그런데 믿어 주지 않았잖아! 나라도 성도에 남아야 한다고 그렇게 말했거늘!! 날 한중까지 끌고 와 놓고 뭐가 어째!?”
양의는 몇번이나 강경을 믿을 수 없고, 성도 내부의 치안을 더욱 다져 위험한 이들을 잡아내야 한다고 고했다.
하지만 위국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위국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 장완과 동윤, 법정은 성도를 떠났다.
또한 대부분의 주요 인물들 역시 성도에서 벗어났다.
거기에 일이 더 생겼다.
형주와 인접한 파동군과 파군 일대에 역병이 퍼졌다.
갑작스럽게 퍼진 악재들에 의해 양의의 의견은 결국 묵살당한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서 강경을 데리고 가야 한다고 그가 강하게 주장해서 겨우 데려왔던 것을 떠올린 장송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만약 그가 잡히지 않았었다면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 하지만 위국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이런 기회를 그냥 날릴 것 같나?”
장송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는 것을 본 양의는 검을 잡았다.
“다들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더군. 서복은 그저 뛰어난 장군이라고.”
“…그랬지.”
“난 그 의견에 반대한다. 그는 장군이 아니야. 그는… 법정에 버금갈 정도로 무서운 책사다. 그런 책사가 이 기회를 놓칠 것 같나?”
“하지만…”
“아무튼 나는 위험을 안에 담고 싶지 않다. 그러니…”
그때 창 밖이 환해졌다.
아직 해가 뜰 때는 아니었다.
장송과 양의는 허둥거리며 창 밖을 보았다.
“빌어먹을.”
환한 불빛은 병영 쪽에서 퍼져나가고 있었다.
불안감에 휩쌓인 장송은 양의를 꽉 잡았다.
설마 그의 말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그의 얼굴에 가득 담겨 있는 불안감을 읽은 양의는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강경을 잡을 수 있겠나? 이 상황을…”
“강경이 데리고 온 병력은 고작해야 삼천… 지금이라면 반드시 잡는다. 장송. 너는 이곳에서 병사들을 모아 성문으로 와라. 나는 먼저 가 있을테니. 필시…”
적은 수의 병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면 성문을 차지, 바깥의 위군과 연계하려 할 것이다.
그것만 막으면 위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양의가 밖으로 나가자 장송은 까득 이를 갈았다.
갑옷 안에 숨겨 둔 단검으로 무기고를 지키는 병사들을 죽여 무기를 획득하고 병영 내에 있는 창고에서 나머지 병사들의 무기도 얻어냈다.
이곳의 지리를 잘 아는 강경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작전대로 성문 쪽으로 향하던 그는 자신의 옆으로 온 곽회에게 물었다.
“신호가 왔소?”
“아까 못 봤소?”
“그게 신호였소?”
“음. 준비가 되면 불화살을 쏘기로 했었지.”
신호가 왔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은 성문을 열고 성문에서 최대한 싸우며 열린 성문을 지키는 것이다.
“얼마나 걸리지?”
“한식경. 그 안에 도착하신다고 하셨소.”
“한식경이라… 가능하려나.”
장송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양의가 문제다.
그는 뛰어난 책사이면서도 무예가 강한 자다.
거기에 지휘력도 대단했다.
성격이 더럽고 많은 이들이 싫어하기는 했지만 그 실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예전 자신을 대놓고 싫어하는 양의와 싸웠던 것을 떠올리고 있을 때 곽회는 차분히 말했다.
“일단 성문을 얻으면 양의부터 잡는 것이 우선이겠군.”
“양의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은데. 그는 나보다 강하오.”
그를 죽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경이 걱정하자 곽회는 검을 잡았다.
“그것은 걱정말고 할 일이나 합시다.”
“…음.”
병영에 불이 났고, 또 백여명이 움직여 다른 곳에도 불을 지르러 갔다.
한중의 익주군을 혼란에 빠트린 사이 성문을 얻어야 한다.
병사들을 피하거나, 아니면 빠르게 적들을 제압하며 성문 앞에 도착한 곽회는 인상을 썼다.
“다른 곳은 보지도 않은 건가?”
“이곳으로 올 것이라 생각했지.”
대부분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당황하여 관청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작전을 시작하자마자 성문으로 와버릴 줄이야.
강경은 곽회를 힐끔 보고 앞으로 나섰다.
“양의. 네놈과는 다시 승부를 내고 싶었다.”
“하! 지난 번처럼 또 짓밟히고 싶나보지!?”
강경을 비웃으며 양의는 병사에게서 창을 낚아챘다.
그가 창을 잡고 빙글빙글 돌려 척 겨누자 강경은 검을 뽑았다.
양의는 여유로웠고 강경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양의는 단호히 외쳤다.
“쳐라!!”
승부를 볼 생각 따위는 없어보인다.
일기토를 할 것처럼 속이며 병사들이 자리를 잡게 한 그가 외치자 빗발치듯 화살이 쏘아졌다.
하지만 곽회는 이미 그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있었다.
병사들이 방패를 들어 올려 화살을 막아내자 양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오…”
“강경. 뒤로 물러나시오.”
“칫…!”
강경이 뒤로 물러나자 곽회가 나선다.
그를 보며 양의는 히죽거렸다.
“그래. 강경 저 모지리가 혼자서 이런 짓을 할리가 없었지. 하하… 이래서 배신자 새끼들은 안된다니까.”
“상황에 따라 배신 따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 뭐. 그렇긴 하지만.”
“제안하지. 양의. 위국과 손을 잡을 생각이 없나? 원한다면…”
“그런 얘기는 딴데가서 알아봐라.”
양의는 다시 손을 들었다.
궁병들이 화살을 준비하자 곽회는 어깨를 으쓱였다.
“전진.”
양의와 양의의 부대는 안정적으로 자신들을 상대하려고 하고 있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지금 양의는 성벽을 지키는 병사들만 데리고 있을 뿐.
시간을 끌고자 하는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패를 든 병사들이 움직인다.
그것을 보며 살짝 인상을 쓴 양의는 창을 잡았다.
“너희같은 쓰레기들에게 양가창법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여유를 가장하고 있지만 성벽을 지키는 병사들의 수는 저들보다 수가 적었다.
장송이 올 때까지 성문을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적들의 사기를 낮춰야만 했다.
양의는 병사들 뒤에서 지휘를 하는 곽회를 보았다.
‘저놈만 잡으면 된다.’
강경 따위는 우습다.
저자를 잡고, 그리고 바로 강경을 친 후 시간을 끌며 장송이 병사들을 데려오게 하자.
그렇게 된다면 어렵지 않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이용해서 서복과 협상을 할 수도 있겠군. 좋아…’
양의는 빙글 창을 돌린 후 달려나갔다.
“하아압!!”
내리쳐지는 창격이 방패를 후려친다.
익주군의 장비라 그런지 방어력이 그리 좋지 않다.
몇차례 두들긴 것만으로도 방패가 쪼개지자 양의는 병사의 가슴에 창을 꽂아 넣은 후 외쳤다.
“쳐라!! 그리 강한 놈들이 아니다!”
양의의 외침에 창병들이 그의 뒤로 모여들었다.
한데 뭉친 공격을 준비하는 사이 앞에서 방패병들의 방패를 날려버린 양의가 호기롭게 웃었을 때.
뒤쪽에서 검을 쥔 병사 하나가 달려들었다.
“같잖은!”
어디 일개 병사따위가.
그를 비웃으며 창을 휘둘러낸 양의는 병사가 어렵지 않게 피해내자 흠칫 놀랬다.
“제법 싸울 줄 아는 놈이구나! 이것도 피해보거라!!”
진심을 담은 찌르기가 빠르게 터져나간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가볍게 빗겨치는 것만으로 막아내었다.
그 솜씨에 양의는 당황했다.
진심인데?
온 힘을 다한 것인데?
저리 여유롭게 막아냈다고?
양의는 무언가 잘못되어간다고 생각했다.
“어…?”
일개 병사의 검술이 아니다.
빠르게 빛발치는 검격에 양의는 당황했다.
창을 든 손이 어지럽게 흔들린다.
그의 검격이 더더욱 빨라지자 양의는 뒤로 물러났고 그 순간.
병사의 검이 양의의 어깨를 찔렀다.
“큭! 네놈…! 일개 병사가 아니구나…!”
병사는 창을 늘어트리고 도망치려 하는 양의의 등에 검을 날렸다.
날카로운 검이 다리를 관통한다.
양의가 쓰러지자 병사는 옆에 있는 병사의 창을 빼앗아 잡은 후 웃었다.
“잘 가라.”
“잠…”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병사의 창이 양의의 가슴을 꿰뚫었다.
주변이 조용하다.
양의를 간단히 죽인 병사는 천천히 투구를 벗었다.
드러난 잘생긴 얼굴.
젊은 청년은 양의의 복부에서 창을 꺼낸 후 성문에 겨눴다.
“위국 연주목 휘하 도위 하후패가 명한다!! 자랑스러운 위국의 전사들이여!! 성문을 열어 연주목을 맞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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