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93
감녕이 이끌고 군사로 방통이 있다.
둘 다 병사들의 지휘에 있어서는 이골이 난 이들이다.
제 아무리 법정과 왕평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추격을 쉽게 떨쳐낼 수는 없었다.
결국 법정이 수를 써가며 방통의 궁병대를 막아냈고 그러다가 법정이 말에서 굴러떨어졌다고 한다.
왕평이 겨우 법정을 구해 도망쳤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 입장에서는 꽤 좋은 일이다.
“달리는 말에서 낙마했다라…”
“꽤 심하게 쓰러졌으니까. 아마 달리는 도중에 정신을 잃은 것 같던데? 자세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피도 토한 것 같고.”
“그래?”
같이 봤을 것 같은 감녕에게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왕평을 상대하느라 못봤나보다.
“아무튼 이건 기회인데… 어쩔래?”
법정이 피를 토하며 낙마했다면 이거 부상이 심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그냥 하던 대로 하자.”
“응?”
“법정이 낙마하든, 아니면 칠공분혈을 하든. 그의 몸과 머리가 분리된 것을 내 앞에서 보지 않는 이상 우리의 임무는 끝난 것이 아니야.”
“그러냐?”
“그래.”
이 또한 법정의 책략일 수도 있다.
물론 그가 진짜 피를 토하고 낙마해서 더 이상 싸우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딴 것은 알바가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법정을 잡아두고, 그가 어디 가지 못하게 하는 것 뿐이다.
괜히 그가 죽었다고 어림짐작해서 파성을 공략한다?
뻘짓이다.
“하지만 양 승상을 도우려면…”
“그걸 내가 왜 도와야 하나?”
“예?”
하후상은 당황했지만 난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가맹관에서 병력을 빼서 양 사형을 막는다?
그건 그냥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맹관이 있다고?
하지만 사마의와 조앙이 보통 놈들인 줄 아나.
그쪽에 가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위국의 최정예들.
거기에 진가윤 연구소의 최신 공성장비들까지 있다.
사마의라면 가맹관을 뚫기 위해서 전력을 다할 텐데 그렇다면 가맹관이 아무리 난공불락의 벽이라고 하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할거다.
사마의가 다 알아서 하겠지.
내 말을 듣던 방통 역시 동의했다.
“괜히 무리해서 우리가 당하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생겨. 유하의 말대로 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된다.”
“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법정이 병을 핑계로 성도로 가는 것이 발견되면 어떻게 합니까?”
“그거 확인하려고 첩자를 넣어 둔 거잖아. 만약 진짜 법정이 파성을 나가려 한다면… 공격해야지.”
“공성장비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만…”
“연락 왔는데 칠일이면 투석기와 충차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 물론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가림막이 없는 충차이고 투석의 위력이 그리 좋지 않은 초기의 형태이다.
하지만 그래도 공성장비로서의 위력은 보이는 것이니 문제는 없었다.
상자노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여기서 그렇게 따질 수는 없지.
내가 웃으며 말하자 하후상은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목책을 제거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수레에 담는 병사들을 지휘하던 내게 방통은 심각하게 말했다.
“아까는 그렇게 말했지만… 진짜 괜찮으려나?”
“솔직히 양 사형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마의다. 그 녀석의 재능은 너도 알잖아?”
“알지. 그 녀석이라면 가맹관을 빠르게 공략한다고 치면 칠일 이상 걸리지 않을거야.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야.”
“그렇지…”
시간이 마음에 걸린다.
가맹관을 공략하고 사마의와 조앙이 움직인다고 치더라도 자동이 있었다.
부수관과 면죽관을 통하지 않고 우회한다고 치더라도 이동하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최악의 경우 양 사형의 군이 당할수도 있었다.
“지금은 믿는 수 밖에 없어.”
지금 해야 할 일은 기도 전략 뿐이다.
그저 믿을 수 밖에.
내 말에 방통은 한숨을 쉬었다.
“부하들 앞에서 흔들리는 것을 보여줄 수 없어서 그리 말했지만…”
불안감은 남아 있다.
나와 방통이 한숨을 내쉬며 떨떠름해 했을 때 문빙이 다가왔다.
“승상부주.”
“음? 뭐냐?”
우리는 빠르게 표정을 바꿨다.
평상시 짓는 근엄한 얼굴로 바라보자 문빙은 자신의 옆을 보여주었다.
깨끗하게 씻은 귀공자 한명이 나타났다.
강유는 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승상부주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뭐 이정도 가지고. 그럼 이 녀석은 어떻게 해야하나…”
누구를 딸려보내지?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문빙은 담담히 말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자네가?”
“예. 영안성까지 간 후 종리목에게 이 아이를 전달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공성장비를 가져와야 하는 임무도 있으니…”
“아아. 그래. 그럼 부탁하지.”
문빙이 직접 나서준다면 나야 감사하지.
강유를 데리고 왔던 교사원 요원들은 강유에게 살짝 인사한 후 내 뒤로 왔다.
강유는 아쉬운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혹시 교사원에 들어갈 생각이라면 꿈도 꾸지 마라.”
“예?”
“너희들. 교사원의 요원으로 들어 오라는 말을 했었나?”
“그,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보면 교사원이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었을 뿐입니다.”
강경 때문인가?
강유가 교사원 요원으로 낙점받고 어린 나이부터 교사원에서 일하게 된다면 강경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된다.
교사원이라는 뒷배는 강력하다.
황제마저도 감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곳에서 강유가 힘을 쌓는다면 제아무리 명가라고 하더라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강유가 머뭇거리는 것을 보며 난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강유에 대한 거취는 차후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 결정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시무룩한 어조로 요원이 답했다.
어딜 인재를 빼가려고.
저런 인재는 당연히 승상부에 넣어야지.
“자네들은 그럼 어쩔 생각인가?”
“다시 성도로 복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원의 법에 따르면 이런 경우 가장 가까운 관의 움직임에 맞추는 것이니…”
“그럼 나와 함께 해야겠군. 마침 잘 됐어. 파성에 대한 첩보를 좀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었는데. 그쪽으로 가서 다른 요원들과 합류하게.”
“알겠습니다.”
그들이 빠르게 떠나자 강유는 아쉬움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강유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교사원 요원이 되고 싶은 것이냐?”
“…제가 아버지를 지킬 수 있다면…”
“굳이 교사원 요원이 되지 않아도 강경은 지킬 수 있을텐데?”
“하지만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까?”
“음… 뭐 그렇긴 하겠지.”
강유의 눈빛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가 나를 응시하는 시선을 마주한 방통은 피식 웃었다.
“눈빛은 좋구만. 하지만 소년. 알아두시게나. 교사원 요원이 된다면 밑바닥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어.”
“그렇습니까?”
“저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뻔하군. 교사원 요원이 되면 감찰 권한을 손에 넣게 되고 교사원 요원들과 형제가 되어 강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말했겠지?”
꾸벅.
강유가 고개를 끄덕이자 방통은 킬킬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교사원의 요원은 함부로 움직이기 힘들어. 그리고 그런 권한을 가지라면 적어도 부조장급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소년의 나이로는 힘들거야. 부조장급이 되려면 힘과 지혜가 대단해야 하니까.”
“그런…”
“즉 소형제가 부조장 이상이 되려면 적어도 오년 이상 제대로 배워야 해.”
강유가 아쉬움에 고개를 숙이자 방통은 여유롭게 말했다.
“그러니 내 제자가 되어라.”
“엥!?”
“예!?”
나도 놀랐고 강유도 놀랬다.
아니, 하후상과 감녕, 괴월도 기겁했다.
지금 얘가 뭐라고 한거야?
우리는 당황했지만 방통의 눈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내 제자가 되어 실력을 쌓고 나면 그때 교사원이든 어디든 가보는 게 어때?”
“괘, 괜찮으십니까? 형주목의 제자라니…”
“마침 나도 제자를 하나 키워볼까 생각 중이었거든. 유하 저 녀석에게는 제자 비스무리한 것들이 많아서 자기 부재시에 막 써먹지만. 난 좀 힘들단 말야.”
“뭐!? 그런게 어딨어!”
“등애, 낙통, 조식, 조충… 거기에 그 외에도 이래저래 많지 않냐?”
“음… 그거야 그렇지만.”
아니라고 할 수 없네.
그들이 내 제자는 아니지만 내가 잘 써먹을 수 있는 인재들이니까.
방통을 지그시 응시하던 강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허. 이 좋은 기회를 걷어차려는 거냐?”
“그, 그런 게 아닙니다. 다만 스승님을 모시는 것은 아버지와 상의를 해야 하는 일이라…”
“하긴 그렇지.”
만약 부모가 없는 아이라면 모르겠지만 부모가 있는데 마음대로 제자로 끌어들일 수는 없다.
아무리 방통이 막되먹은 놈이라지만 그정도 상식은 가지고 있었다.
그가 아쉬워하자 난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제자든 뭐든 여기서 이렇게 정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문빙. 얘 어서 데려가라.”
“예에… 그… 소형제. 가세.”
아까까지만 해도 반말로 강유를 대하단 문빙이 반존대를 시작했다.
방통이 관심을 가지고 제자로 받아들이고자 한 것 때문이다.
문빙이 강유를 데리고 가자 난 방통을 잡았다.
“얌마. 뭐하는 짓이야?”
“뭐하는 짓이냐니. 나도 뒷 일을 좀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
“아니 인재는 많은데 무슨.”
“그… 뭐라고 해야하나.”
방통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사부님께서 나를 보셨을 때 말씀하셨지. 보는 순간 내 제자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그래서?”
“난 지금까지 그게 무슨 개소린가 싶었는데. 이제야 알겠어. 저 녀석. 내가 가져야겠다.”
이거 손에 쥐고 있던 옥을 빼앗기는 기분인데.
내가 떨떠름해하자 방통은 실실 웃으며 내 등을 토닥거렸다.
“넌 많잖냐.”
“아니 난 제자가 없는데…”
“제자 비스무리한 것은 많잖아. 그러니까 줘. 그리고 강유가 내 제자가 된다면 교사원 쪽으로 빼지 않을 수 있고 강경에 대한 명가들의 공격도 막을 수 있어. 괜히 혼란 생기는건 너도 싫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냥 넘겨라. 응?”
“으음…”
예전에 학소를 끌어들이려고 했을 때가 생각난다.
만총이 얻은 학소를 빼앗으려고 순유와 하후돈, 내가 기싸움을 했었지.
이번에도 어째 그런 분위기인데.
이거 줘도 되나 몰라.
“사제의 연을 맺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지금 할 수는 없는 거잖아.”
“뭐 그렇긴 하지.”
“일단 전쟁부터 끝내고 얘기하자.”
“너 이래놓고 빼돌리려는 거 아니야? 야야. 지금 약속해. 강유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방통이 이렇게까지 사람에게 집착을 보이는 건 또 처음이네.
그를 오래 알고 있었지만 사람에게, 아직 약관조차 되지 못한 소년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아. 알았어. 마음대로 해. 일단 나는 손 안댄다.”
방통의 말대로 승상부로 끌어들일 만한 인재들은 많았다.
내 대신 일 시켜먹을 이들도 많았고.
굳이 강유까지 데려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원래 가진 놈이 더 한 법이다.
강유까지 손에 넣어서 좀 편하게 살아가고 싶은데.
“쯧.”
그래도 고작 강유 하나 때문에 방통과 척을 질 필요는 없겠지.
“그래. 내 쪽 사람들에게도 손대지 못하게 말해두마. 됐냐?”
“어? 생각보다 쉽네? 난 너랑 한동안 말싸움이라도 해야 할 줄 알았는데.”
“나야 이번 전쟁이 끝나면 몇가지 문제만 해결하면 태사 자리에 지원할 생각이니까.”
내 삶의 목표나 다름없는 관직이 바로 태사자리다.
익주전만 끝나고, 미뤄둔 일들의 처리가 끝나면 나도 어지간하면 정치쪽에는 손 안대려고 한다.
내 후임들이 많은데 굳이 고생할 필요가 있겠나.
뒷일은 후임들이 알아서 하겠지.
“네가 키우면 뛰어난 인재가 되겠지. 이십년 후가 기대되는군. ”
“이십년?”
방통은 작게 웃었다.
“십년 안에 군수 수준으로 만들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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