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1
00121 1차 서주 공방전 =========================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
“…도련님.”
고순의 외침에도 여영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전의를 다질 뿐.
솔직히 찔리냐 찔리지 않느냐라고 묻는다면 찔렸다.
그녀가 자신의 가족, 사부들과 적대하면서까지 나와 아버지를 모시려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때가 된다면 그녀도 가족을 위해서 움직이겠지.
그러니 그녀를 이용하는 것도 상관없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
내 발 앞에 있는 검을 잡아 들었다.
머리가 복잡하다.
“…에이 씨.”
복잡할 때는 끊어내는 것이 가장 옳다..
난 이를 드러내며 여영기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여영기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실려 있었다.
자신이 여포의 딸이라는 것을 숨긴 것 때문일까?
그녀가 두려워하는 목소리에 난 차분히 말했다.
“정신 바짝 차려. 날 따르기로 했다면, 나의 편이 되기로 했다면.”
자신의 가족을, 사람을 포기하고 날 따르기로 한 녀석이다.
그렇다면 받아준다.
그녀가 여포의 딸이라고 하더라도.
내 적의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친다! 서황식 합격술!”
“예!!”
“아가씨!!”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눈 앞의 적에만 집중해야 한다.
장합이나 서황, 감녕은 현재 내 부하들 중에서 강한 위치에 속한다.
그렇기에 자신들보다 약한 나나 요화, 서성, 여영기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훨씬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둘, 셋이 합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기에 여영기와 내가 편이 되어 대련을 한 적이 있었고 그때 자주 쓰던 것이 서황이 가르친 합격술이었다.
“하압!!”
여영기의 창이 고순의 머리를 노린다.
진심이 담긴 공격과 함께 나는 그것에 이어 고순의 복부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망설임?
그런 것은 없었다.
“이런…!!”
거의 동시라고 할 수 있는 공격.
여영기의 공격을 막으면 내 공격을 막을 수 없고 내 공격을 피하면 여영기의 창에 머리가 뚫린다.
고순이 할 수 있는 일은 뒤로 피하는 것 뿐.
그가 병사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밀어 넣자.
“쳇!”
내 의도를 눈치챈 모양이다.
하지만 알면 뭐해?
여영기와 나의 합격술이 계속되자 고순은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고 어느새 우리는 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흑귀대!! 여영기와 합류해라!!”
“오오!! 여 부장님!”
“한번 해볼까!!”
여영기는 감녕이나 서성과 함께 흑귀대를 자주 이끌었었다.
그녀가 부장이 되어 진형을 갖춘다면 적어도 세배 이상의 병력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지휘가 있다면!
“좌익! 적을 몰아라! 우익! 적의 움직임을 봉하라! 여영기!! 고순을 잡아!!”
“하하!!”
“오래간만인데!!”
“하아아압!!”
여영기와 흑귀대가 고순과 그의 부하들을 몰아부치기 시작했다.
내 지휘를 받으며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본 나는 고순이 병사들과 함께 뒤로 물러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대로 몰아부쳐!!”
“알겠습니다!!”
빨리 여포 쪽으로 가야한다.
계속 고순을 상대하느라 시간을 날려버릴 수는 없었기에 여영기에게 뒷일을 맡기고 여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아아아압!!”
“윽!!”
“젠장!!”
“…저건 진짜 괴물인가.”
아무리 내가 빠졌다지만 그건 잠깐에 불과했다.
하지만 벌써 일반 병사들이 수십이나 여포의 공격에 맞아 죽어버렸고 전위와 허저 역시도 힘이 부친 모양이었다.
여포의 얼굴에도 땀이 범벅이다.
“하!! 지금까지 상대한 놈들 중에는 너희가 최고다! 인정하…지… 영기!? 네가 왜!!”
방천화극을 빙글빙글 돌린 여포는 힐끔 고순쪽을 보다가 그를 몰아부치고 있는 여영기를 발견하고 기겁했다.
그리고 난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허저!! 투척해라!!”
“예!!”
도끼를 잡은 손에 힘을 넣은 그는 있는 힘껏 여포에게 대부를 던졌다.
여영기에게 시선이 빼앗긴 여포는 허저가 무기를 던질 줄은 몰랐는지 당황하다가 간신히 그것을 피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못했기에 그의 옆구리에 상처가 생겼고 여포는 인상을 쓰며 손을 내려 상처를 꾹 눌렀다.
치명상은 아니다.
하지만 저것만이라도 좋다.
“밧줄!!”
“장군! 후퇴해야 합니다!”
밧줄을 던지려던 흑귀대의 뒤로 말을 탄 장수가 달려들었다.
턱수염이 멋진 건장한 사내가 언월도를 휘두르며 길을 열었을 때 여포는 달려드는 허저를 잡아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고 그의 머리를 차버린 후 빠르게 뛰어 그의 말에 올라탔다.
“간다!!”
******
“하하하!! 이거 제법인데!?”
눈 앞에 있는 껄렁한 사내를 보며 장료는 이를 갈았다.
자신을 감녕이라 밝힌 이.
하는 행동이나 말투가 잡졸과 같다 생각하여 빨리 처리하고 여포를 지원하려 했는데 상대는 생각보다 강했다.
적어도 자신, 어쩌면 자신 이상일 수도 있다.
“뭐하는거냐. 와봐!!”
그를 따르는 병사들도, 그리고 그 자체도. 벽이라 생각될 정도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 곤란한데.
초조함은 언월도의 움직임을 무디게 만들고 있었다.
어찌해야할까.
“이얏호!!”
상대는 정공법을 쓰는 자가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아군을 끌어당겨 공격을 막기도 하고 바닥에 있는 흙을 걷어 차 뿌리기도 했다.
그 뿐인가?
죽은 병사의 투구를 걷어차 날릴 뿐만 아니라 암기까지 던져대고 있었다.
그야말로 실전으로 다져진 자다.
경박함조차도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감추는 것이라 생각하며 모든 것을 활용하는 감녕을 노려보며 장료는 이를 꽉 깨물었다.
“뭐냐. 지쳤냐? 그럼 목 내놔. 목!!”
도적들로 이루어진데다가 유비에게 지원받은 병사들이다.
병사들의 질만 더 좋다면.
훈련만 더 되어 있다면.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데.
“얘들아! 쳐라! 쳐!! 다 죽여버려!!”
“으하하하하!!”
더럽기는 적병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예병이다.
하지만 규율따위는 없었고 비겁한 수는 얼마든지 사용했다.
감녕처럼 필요하다면 아군을 방패로 삼는 일도 서슴치 않고 잡힌 이들을 짓밟거나 방패로 삼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함진영만 멀쩡했어도…”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다.
고순이 심혈을 다해 키운 병사들.
그들이라면 저들을 상대하기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함진영은 여포를 장안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없는 그들을 탓해도 의미는 없겠지
감녕의 대도를 힘껏 후려친 장료는 그가 물러나자 언월도를 빙글 돌렸다.
고순은? 빨리 고순이라도 여포와 합류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장료가 고순이 있는 쪽을 보았을 때 그는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왜…?”
“뭐하냐!!”
“큭!”
목을 노리는 대도를 간신히 막아내었지만 장료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여영기가 왜 고순과 싸우는 것이지?
“정신 똑바로 안차리냐!! 안차릴거면 뒈졋!!”
“개자식!!”
“헤헤! 너도 욕 할 줄 아는구나?”
차분하게 대응하던 장료는 결국 폭발해버렸다.
여영기의 등장에 평정심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에게 불리하다.
감녕의 방식대로 싸우게 되면, 그의 판으로 끌려가게 되면 불리해진다.
장료는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았고 감녕은 이를 갈았다.
“모든 병사들은…!!”
“헤에!! 명령을 내리시겠다! 그건 곤란하지! 얘들아!”
“저 자를 집중 공격하라!”
“뭐!? 야! 나랑 안싸우고 뭐… 이런 씹새끼들이!! 꺼졋!! 뒈지기 싫으면!!”
장료의 명령에 병사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감녕에게 몰려들었다.
한참 잘 싸우다가 장료가 뒤로 빠지며 명령하자 당황한 감녕 역시 뒤로 빠지려 했지만 그 순간 장료는 다른 병사의 말에 올라타며 외쳤다.
“저 자를 막아라!!”
“야이! 개새끼야!!! 싸우다 말고 어디가!!”
저 자를 상대하는 것은 나중이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빠지는 수 밖에 없다.
달려드는 감녕을 향해 언월도를 크게 휘두른 장료는 감녕의 대도에 금이 가고 순간 부러져버리자 그 틈을 노려 공격하는 대신 말을 몰아 그에게서 벗어났다.
“이런 똥칼! 망할 노인네! 이딴 칼을 금 네냥이나 받다니! 돌아가면 뼈와 살을 분리시켜버릴테다!!”
중병인 언월도의 공격을 그렇게 막아내고 받아친 것 치고는 꽤나 잘 버틴 것 같지만 지금의 감녕에게는 그런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저 무기가 부러져 싸움이 깨진 것이 열받을 뿐.
“무기나 좋은 것 가지고 와라.”
“너 맨손으로도 잡을 수 있거든!?”
라고 말하면서 근처 병사의 허리에서 검을 뽑아든 감녕을 비웃으며 장료는 여포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아! 야!! 빨리 이새끼들부터 죽이고 저 놈 잡으러 가자!!”
자신에게 몰려드는 적병들을 놔두고 장료를 잡으러 갈 정도로 감녕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이를 갈며 검을 휘둘렀다.
******
“야!! 활 쏴! 활!!”
갑자기 어디서 툭 튀어나온 언월도의 장수.
아마 장료겠지.
그가 여포를 구원하자 난 당황하며 궁병들에게 외쳤다.
다 잡은 걸 어떻게 놓쳐!
아군의 피해가 있어도 상관없다.
내가 활을 쏘려고 명령했지만 남은 궁수들은 얼마 없었고 그나마도 아까 내가 고순과 상대하는 사이 여포의 무용이 두려웠는지 꽤나 흩어져 있었다.
“아아아!! 진짜!!”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창병들과 극병들을 지휘하며 여포를 쫓았지만 말을 타고 있는 장료를 따를 수는 없었다.
그들을 쫓기 위해 기병들이 말에 올라 다가갔다.
“니넨 가면 안되지!!”
말 뺏기면 어쩌려고!
“흥!!”
기병들이 다가오자 기다렸다는 듯 장료는 언월도를 휘둘러 한 기병의 머리를 쳐버린 후 그 시체를 밀치고 말에 올라탔다.
와… 저거 뭐야.
저런 묘기도 할 줄 알아?
“고순!! 퇴각한다!!”
“여영기!! 뒤로 물러나!! 감녕!! 이리로 와라!”
장료와 여포, 그리고 고순까지.
입구는 감녕이 막고 있지만 저 셋이 상대라면 감녕이라고 하더라도 무리다.
어째 망한 판 같다.
그렇다면 최대한 보전을 하는 수 밖에.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난 이를 갈며 외쳤고 여영기는 여포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면서도 내 명령을 따랐다.
“오려무나. 영기. 함께 가자.”
“죄송해요. 아버지.”
말에 탄 채 손을 내미는 여포를 향해 여영기는 고개를 저은 후 오히려 창을 들었다.
날카로운 창끝이 자신에게 향해진 것에 여포는 침울한 얼굴이 되었다.
“…넌…”
“궁병! 쏴!”
“쯧.”
얼마 없는 궁병들을 끌어모아 화살을 쏘게했다.
쏟아지는 화살을 본 여포는 이를 갈며 방천화극을 움직여 근처의 병사를 꿰뚫은 후 그를 들어 화살비를 막았다.
“저게 네가 따를 사람으로 보이나?”
“네.”
“…알았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여영기가 바로 대답하자 여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돌릴 뿐.
허저와 전위를 상대하고, 흑귀대들에게 포위되어도 괴물같은 무위를 자랑하던 여포의 몸이 작아보인 것은 그저 눈의 착각일까?
고순이 장료의 뒤에 올라타자 여포는 날 노려보았다.
“뭐.”
“…기억해두겠다.”
“나도 기억해둘거다. 다음에는 이렇게 안될거니까! 감녕! 쳐!!”
“아니 무기가 이래서…”
병사들을 몰아 슬금슬금 접근하던 감녕은 어깨를 으쓱이며 얄팍한 검을 들어 올렸다.
병사들이 쓰는 검이다.
끙… 저걸로는 방천화극은 커녕 장료의 언월도도 막기 힘들겠다.
내가 한숨을 내쉬자 감녕은 피식 웃었다.
“그래도 한번 가볼까!! 얘들아! 쳐라!!”
감녕과 여영기가 뭉쳐 여포들을 공격한다.
하지만 대놓고 도망치려고 한 것인지 여포는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길을 열었다.
허저와 전위가 헐레벌떡 달려와 합류하려 하자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하. 진짜 환장하겠군.”
다 잡은 고기를 놓치다니.
난 좌절감에 빠졌다.
“거. 잘 했잖수. 저 여포를 저렇게 몰아부칠 수 있었던 사람은 도련님 뿐일껄?”
“야. 시끄러워. 너만 좀 잘해줬어도 잡았거든?”
감녕이 웃으며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들겨주자 짜증이 나서 투덜거렸다.
그런 나를 향해 감녕은 낄낄 웃고 병사가 가져다 준 술병을 잡았다.
“아… 그래도 재밌는 싸움이었다. 한잔 할거요?”
“좌절감에 빠져 있으니 말 걸지 마라. 하… 진짜 여포를 이렇게 놓치나?”
“괜찮수. 그… 자수가 그러던데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운다고 하더이다. 도련님도 오늘 한층 더 성장… 풉!! 쿨럭! 쿨럭!”
“성장같은 소리하고 있네. 하…”
그의 술병을 툭 쳐버려 사레가 들게 만들었다.
우울하다.
진짜 다 잡은 고기를 놓친다는게 이런 거구나.
솔직히 억울한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서황이나 장합만 있었어도.
고순이 날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여포를 잡을 수 있었을거다.
아니.
감녕이 좋은 칼만 가지고 있었어도.
“가자마자 그 대장장이 영감탱이부터 고문해야겠군.”
무슨 천하의 명도야?
아오 진짜.
여포와 장료가 끌고 온 적병이 모두 처리되자 병사들은 하나둘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 긴 전투는 아니었지만 진짜 힘든 전투였다.
나와 감녕, 그리고 여영기가 앉아서 쉬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렸다.
“정비하라.”
저 인간은 뭐하다가 이제 나타난거래.
조조와 순욱, 정욱을 보니 그들도 한바탕 전투를 치룬 모양이다.
조조의 갑옷과 순욱, 정욱의 옷에 피가 잔뜩 뭍어 있었다.
그는 주변의 상황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이고 나에게 다가왔다.
“몸은 괜찮은가?”
“보시다시피요. 그보다… 도겸이 죽었습니다.”
“…쯧. 아쉬운 일이군. 여포는?”
“놓쳤습니다.”
“흐으음…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정비를 하고 나서 하도록 하지.”
여포가 한바탕 휘젓고 간 덕분에 부대는 개판이 되었다.
조조의 말대로다.
이 상태로 다른 적이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부대가 궤멸되어버린다.
나와 감녕, 여영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로 인해 난장판이 된 부대를 정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