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18
우리가 들어간 집무실은 꽤나 화려했다.
업에 있는 내 집무실은 물론이고 조앙의 집무실과 비교해서 전혀 뒤지지 않았다.
세상에.
이게 주목의 집무실이라니.
“이열~ 이거 홍진목으로 만든 거잖아? 돈도 많네. 그동안 촉금이랑 촉옥 팔아서 많이 벌었나보군.”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앉아라.”
탁상을 만지작거리며 내가 말하자 양 사형은 담담한 표정으로 앉았다.
하지만 양 사형의 표정도 꽤나 놀란 듯 보였다.
그만큼 집무실이 화려했으니까.
조앙은 투덜거렸다.
“이정도면 내 집무실보다 더 화려한 것 같은데? 승상. 내 집무실도 홍진목으로 꾸미는게 어떨까?”
“그럴 돈 있으면 병사들 녹봉이나 더 주는게 나을 듯 싶습니다.”
양 사형의 한마디에 나는 콧방귀를 뀌며 조앙에게 말했다.
“좋은 나무를 줘봤자 알아보지도 못할거면서. 양 사형. 대충 향목 싼걸로 만들고 횡령이나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전후처리 비용 감당하려면 한푼이라도 더 아껴야 하는데.”
“그거 좋은 생각이군.”
“이, 이것들이…”
나나 양 사형, 조앙이 집무실이나 회의실에 딱히 돈을 쓰지 않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좋은 거 주면 뭐하나.
우리의 감성은 그것도 다 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마의도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조앙은 떨떠름히 중얼거렸다.
“어째 다 명가 사람들인데 사치와 이렇게 거리가 멀어서야. 너무 효율만 추구하는 거 아니냐?”
“관리가 사치와 친해지면 나라가 망하는 법.”
조앙이 유들유들한 어조로 말하자 난 단호히 대꾸했다.
가성비.
가성비가 최고시다.
양 사형과 사마의는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흠. 그래도 좋은 무기 정도는 사도 되지 않겠냐?”
“이번에 운철갑을 하나 구했으니까 그걸로 검 하나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안그래도 정서장군이 당한 것과 왕릉이 죽은 것 때문에 장군들의 사기 진작을 하려고 했는데. 마침 잘 됐군요. 몇자루 만들어 드릴테니 알아서 나눠 주십시요.”
“운철갑? 그걸 어디서 구했어?”
“주웠습니다.”
“…어떤 미친놈이 그걸 땅에 버려?”
“법정입니다. 법정.”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운철갑을 구한 경위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것을 들은 조앙은 혀를 내둘렀다.
“진짜 익주가 천혜의 보고구만. 이거 잘 뒤지면 운철 더 구할 수 있는 것 아니야?”
“찾아보면 나오지 않겠습니까.”
운철은 워낙 양이 적어서 위국에도 운철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몇 없었다.
기껏해야 의천검을 가지고 있는 하후상과 청홍검을 가지고 있는 하후돈.
이들만이 운철로 만들어진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 거 서주의 대장간에 맡기면 좀 더 좋은 무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려나?”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간단한 잡담이 이어지고 있을 때 정욱이 웃으며 들어왔다.
“하하. 여기 다들 모여계셨군.”
“오오오~ 어르신~”
“어허. 전하께서 그리 약한 모습을 보이셔야 어찌하겠습니까. 저는 신하입니다. 그리 대하지 말아주십시요.”
정욱이 엄한 어조로 말하며 허리를 숙이자 조앙은 싱글벙글 웃었다.
“에이~ 우리 사이에 무슨. 정 어르신. 전 어르신을 정말 대부님처럼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진심으로 나서주셔서 남만을 다스리는 것을 도와주시겠다 말씀하시니… 흑. 저는 원래 눈물이 없는데 눈물이 나려 하네.”
조앙이 과장스레 기뻐하며 눈물을 훔치자 정욱은 나와 양 사형을 노려보았다.
“이야~ 날씨가 참 좋네.”
“이제 곧 겨울이니 빨리 돌아가야겠구만. 하. 요새 정무가 너무 많아.”
“독한 것들.”
“정 어르신. 진짜 처음 어르신을 뵈었을때…”
“아, 알겠습니다. 전하. 제발 그만하십시요.”
정욱이 씁쓸해하며 만류하고 나서야 조앙은 히죽 웃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 잘 오셨습니다. 회의를 하려고 했는데 참가하시지요.”
“이후의 회의는 저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승상부주의 부탁 때문에 온 것이니 신경쓰지 말아주십시요.”
정욱은 품에서 작은 주머니 몇개를 꺼내주었다.
그것을 받아 열어 본 나는 감탄했다.
“오… 이겁니까?”
“그래. 이 녀석아. 자. 이게 대가다. 머리 대.”
정욱은 나에게 꿀밤을 먹였다.
내가 과장스레 아파하자 그는 씁쓸해하며 몸을 돌렸다.
“타는 법은 알지?”
“예.”
“그럼 저는 이만.”
정욱이 인사를 하고 휙 나가자 조앙과 사마의는 궁금해하며 나를 보았다.
“그게 뭐냐?”
“차입니다. 흑주차. 일단 차나 한잔 합시다. 마침 다도구도 있으니. 남만의 주요 특산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 다들 맛이나 보십시요.”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하후상에게 시켜 깨끗한 물과 우유를 가져왔다.
물을 끓이고 커다란 주전자에 가져다 댄 후 뜨거운 물을 주머니에 넣었다.
신기해하던 조앙은 양 사형이 무덤덤해하자 궁금해하며 물었다.
“승상. 저게 뭔지 아나?”
“정 대사농이 서역에서 구해 온 작물인데…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다 하더군요.”
“오… 그런 신기한 차가.”
조앙이 감탄하는 사이 검은색 흑주차가 주전자에 가득 찼다.
난 조앙과 양 사형, 그리고 사마의에게 잔을 가져다 준 후 그들의 잔에 반쯤 따랐다.
“왜 가득 채우지 않고?”
“잠깐만 기다려보십시요.”
난 품에서 당을 꺼냈다.
업에서부터 가지고 다니는 당을 단검으로 갈아낸 후 흑주차에 담았다.
그리고 신선한 우유를 조금씩 부었다.
“색이 특이하구만.”
일반 차와는 다르게 연갈색의 흑주차가 만들어진다.
조앙이 감탄하는 사이 난 여유롭게 말했다.
“드셔보십시요. 아주 비싼 찹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라도 사치를…”
농담이 아니라 진짜 비싼 차다.
커피는 둘째치고 들어간 당이 얼만데.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잔을 들어 올린 후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이유하의 기억에 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달콤쌉싸름한게 참 좋다.
“우유가 들어가서 그런가? 목넘김이 좋구만.”
“아. 거. 비싼거니까 좀 천천히 드십쇼.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조앙이 물 마시듯 홀짝거리자 난 투덜거리며 그의 잔에 다시 흑주차를 따라주었다.
“이거 좋군.”
“그렇지요?”
“음… 진짜 좋아. 내가 먹었던 흑주차는 너무 써서 꺼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마시면 잘 마실 수 있겠군.”
양 사형이 놀란 표정으로 찻잔을 바라본다.
일단 양 사형은 마음에 든 듯 하고.
사마의는 어떨까?
“너무 달군. 난 그냥 마셔봤으면 싶은데.”
“오. 어른이네. 자. 그래.”
그는 당도, 우유도 타지 않은 흑주차가 마음에 든 듯 보였다.
새까만 흑주차를 한모금 마신 그가 희미하게 웃는다.
쓴 맛을 즐길 수록 어른이라던데.
조앙도 맛이 궁금했는지 홀라당 한잔을 다 마셔버리고 생흑주차를 한모금 입에 넣었다.
그리고 신기한 듯 사마의를 보았다.
“너 사약 좋아하냐? 한사발 보내주랴?”
“개인의 취향가지고 뭐라고 하지 맙시다.”
사마의가 뚱한 표정으로 답하자 조앙은 흑주차에 당을 갈아 넣고 우유를 듬뿍 담았다.
“후~ 좋구만. 당이 비싸니 꿀로 대체할 수 없으려나?”
“어… 그건 모르겠는데.”
“그럼 돌아가면 한번 시험해보도록 하자고. 그나저나 흑주차라… 서역의 작물이라면서? 이거 재배가 가능한거야?”
“정 대사농의 이야기로는 가능하답니다. 다만 개간을 좀 많이 해야 하는지라. 그리고 남만에서도 특정 지형만 가능하답니다.”
“왜?”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아마 기후 때문일겁니다.”
양 사형의 답에 조앙은 나를 보았다.
나보고 어쩌라고.
아무리 내가 신농의 후예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듣더라도 기후 문제는 어떻게 할 수 없다.
“경조에서도 기를 수 있다면 좋을텐데.”
사마의도 흑주차가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잠을 자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효능은 둘째치고 쌉싸름한 맛이 좋았나보다.
사마의가 먹는 것에 이렇게 흥미를 느끼는 것은 처음 보는데.
“그럼 남만 쪽에서만 흑주차를 기를 수 있다면… 그쪽의 개발부터 우선해야겠군.”
“자금, 그리고 농기구의 확보 문제는 제가 알아서 처리하지요.”
“승상이 맡아준다면 고마운 일이지.”
양 사형은 흑주차 농사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보였다.
그를 향해 난 웃으며 말했다.
“이게 잠을 자지 않게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몸에는 그리 좋은 거 아닙니다. 많이 마시면 오히려 더 피로해집니다. 그리고 약처럼 내성이 생기기도 하고.”
“그래도 급한 일을 할 때에는 도움이 되겠지. 거기에 교역용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이고. 특정 지역에서만 자라는 작물이라면 고구려나 왜,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훔쳐갈 수도 없잖아?”
하긴 그렇지.
새로운 재원을, 그것도 기술처럼 다른 나라에게 빼앗기지 않을 정도이니 무엇보다 우선하고 싶을 거다.
양 사형의 말을 들은 조앙은 무척이나 뿌듯해 했다.
“참. 나는 복받은 군주야. 신하들이 이렇게 알아서 나라를 위해서 일해주다니.”
“그렇다고 놀 생각은 하지 마시고. 앞으로 해야 할 일 많습니다.”
“…쯧.”
난 잽싸게 조앙의 뒷말을 잘랐다.
그가 짧게 혀를 차자 난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흑주차도 흑주차지만… 이제 슬슬 해야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양 사형과 사마의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앙은 피식 웃었다.
“한을 없애자는 건가?”
“예.”
한순간 조앙의 표정이 바뀐다.
그는 병사들이나 백성들에게 듣는 것처럼 마냥 순박하고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조조 이상으로 막대한 야심을 가진 간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조가 끝내지 못한 한을 끝낼 마음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실행시킬 힘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해야 할 때 결코 망설이지 않는 자다.
“익주가 무너진 이상 천하는 위국의 아래에 들어왔습니다. 지금 그나마 교주가 걸리기는 하지만… 교주목은 위국에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그리고 한에 대해서는…”
“적대적이다?”
“그건 희망사항이겠지요. 크게 적대감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한을 끝내고자 한다면 방해하지는 않을겁니다. 제가 보장하지요.”
양 사형의 답을 듣고 조앙은 사마의를 보았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서량과 양주쪽은 어떨까?”
“그쪽들도 비슷할 겁니다. 서량의 주목인 마초는 어렸을 때부터 한에 대한 반감이 있던 자입니다. 그런만큼… 저희의 행보를 막지는 않을 겁니다.”
사마의의 대답에 조앙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양주 쪽은 이렇다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쪽을 다스리고 있는 것은 육가와 장가. 하지만 둘 모두 저와 친하고, 또 다른 호족이나 명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테니… 어떻게든 되겠지요.”
한을 제거하는데 다른 지방 관리의 문제는 없다.
그럼 나머지는 꼬장꽂아한 유학자들 문제인데.
“최 공이 난리를 칠까 걱정이군.”
최염은 충실한 유학자다.
그런만큼 위국이 한을 잡아두는 정도는 받아들이더라도 한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게 뻔했다.
“최공이 복귀했으려나?”
왜국에 있는 서불의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최염이 왜국으로 떠났다.
우리가 출병할 때까지 그의 소식이 들리지 않았는데.
“음… 일단 업에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만.”
“그렇겠지…”
이제부터는 설득, 그리고 설득이 안되면 유폐를 시키든 따로 빼놓든 해야 한다.
천하 통일을 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을 무너트린다는 것.
단순한 힘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해봤자 반감이 커진다.
그것도 제후국이 종주국을 쓰러트린다는 것은것은 또다른 난세를 부를 수 있었다.
기껏 안정화시켰는데 그런 미친 짓을 할 정도로 우리는 어리석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심각하게 토론했다.
흑주차를 몇잔이나 더 마시고.
다 마셔서 다른 차를 열잔도 넘게 마시고 나서야 대충이나마 앞으로의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조앙은 피로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이정도면 어떻게든 황제에게 외통수를 만들 수 있겠군. 자… 그럼 남은 문제는 익주에 대한 것인데.”
우리 모두가 침묵하자 조앙은 씩 웃었다.
“누가 남을래?”
조앙이 우리를 바라보자 우리는 슬그머니 시선을 회피했다.
“…뭐야? 반응이 왜 이래? 누가 한명 남아서 뒷정리를 해야 할 것 아니야. 이것도 중요한 일이야.”
난 손을 번쩍 들었다.
“오! 역시 승상부주! 훌륭해! 자기 희생의 대가…”
“저는 연주목 서복을 추천합니다.”
“…자네가 한번 잘 설득해보게. 난 모르니까.”
“하하하! 까짓거 한번 해보죠!”
미안하다. 복아.
나도 가족들을 보고 싶거든.
조금만 고생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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