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42
“흐음…그랬단 말이지.”
내 방으로 그를 안내하고 최염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잠자코 전부 들은 양 사형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음했다.
“나쁜 방법은 아니다만. 그렇게 할 경우 유학자들이 대거 관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유학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직서를 내도 반려를 하는 정도면 됩니다.”
유학자들을 이용해서 백성들을 계도하는 방법은 나쁜 것이 아니다.
관리들이 헛짓거리를 하는 것은 일단 위국의 중진에서 반대하는 것이다.
후대의 일은…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유학자들이 백성들에게 유학을 주입시킨다면.
즉 자격이 없는 놈들이 위에 있으면 끌어내려도 된다는 것만 알린다면.
관인들이 헛짓거리를 하는 일에 대한 견제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아마 저희의 아들… 아니, 적어도 저희의 손자 대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양 사형이 고개를 끄덕이자 난 차분히 말했다.
“힘을 가졌다 하여 그 힘에 취해 의도가 변질된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될 일이지요.”
“미래까지 생각하다니. 네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선대들이 죽어라 고생해서 만들어 놓았는데 후대라는 것들이 그걸 날로 쳐먹는게 배알이 꼴려서 그랬습니다.”
개처럼 일해서 위국을 만들어 놨는데 후대가 개판친다면 얼마나 열받겠는가.
그리고 그걸 떠나서 이건 나를 위함이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태사직은 명예직.
실무에서 한걸음 벗어난 자리다.
일종의 고문 형태이기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고 관인들에게 가서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태사직에 내가 들어가려면 어느정도 안정이 이루어진 태평성대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태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실무를 놓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
나이도 많은데 개처럼 일하는 인간의 대표로 종요가 있잖은가.
물론 종요가 정무를 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원래 종요 정도 나이면 지금쯤 은퇴해서 놀고 먹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가 남아 있는 이유는 종요가 일하기를 좋아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위국이 안정기가 아니라는 것 때문이었다.
익주를 잡은지 일년도 지나지 않았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국토가 피폐해지고 물자가 모자르다.
서역과의 거래도 남아 있고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적 문제도 남아 있었다.
그걸 생각한다면 종요도 쉽게 쉰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만약 내가 나이를 먹고 태사직에 올라가려고 할 때, 나라가 개판이면?
중직에 오른 놈들이 관인이랍시고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구조를 깨부수며 사리사욕을 탐한다면?
그럼 내가 또 일해야한다.
미쳤냐.
이정도로 일해줬으면 됐지.
태사가 되서 내가 할 일은 적절히 놀러다니면서 대접받는거다.
종요처럼 일흔 가까이 되서도 실무를 하는 것은 내가 결코 바라는 일이 아니다.
“과거 한이 관의 힘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리고, 지방 호족들과 명가의 힘을 극대화시켰기 때문에 저희는 관의 힘을 강화시켰지요. 이제는 견제를 할 시간입니다.”
견제, 또 견제.
그 안에서 발전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관인은 백성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백성은 관인이 자신들을 내리 누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치열함 속에서 유가의 학자들은 그 중간다리가 되어주면 이상적인 형태가 완성 될 것이다.
양 사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내 말을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관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거슬리는군.”
“그럼 양 사형의 입장에서는?”
“아주 흥미로워. 솔직히 나 역시 오래 승상의 자리를 잡고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향후 오년에서 십년.
우리의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그때 쯤 위국도 어느정도는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리 된다면 양 사형도 그의 아버지인 양표가 있었던 삼사의 자리 정도를 노릴 터.
아니면 다 때려치고 하야한 후 명가의 가주로서 여유롭게 살아가든가.
우리가 여유롭게 놀고 먹으려면 후대에서 잘해줘야 한다.
정욱을 봐라.
사직하고 놀러다니다가 잡혀서 지금 일하고 있지 않은가.
삼사랍시고 업에서 놀고 먹다가 문제 생겨서 끌려와 일하는 것은 사양이다.
“최염이 사직서를 냈다는 것은 그가 유학자들을 회유하려고 한다… 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것이 아니라면 공의 자리에서 물러날 이유가 없으니까.”
만약 최염이 우리를 견제하고자 했다면 관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대놓고 관인들을 끌어들여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역시 내 말에 어느정도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냥 다 꼴보기 싫어서 내려간 것은 아닐까?”
“최염은 성격상 피하기보다는 맞서는 것을 택할 사람입니다. 저희와 적대할 작정이었다면 오히려 공세를 펼쳤겠죠.”
삼국지에서도 최염은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조에게 맞선 경험이 있다.
그리고 조비와 조식의 왕위 다툼에서도 사위인 조식이 아닌 조비를 지지할 정도로 대쪽같았다.
내가 지금까지 겪은 최염의 성격도 비슷했다.
성격이 더럽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도망치지 않는 자다.
그래서 그가 사직서를 냈다는 것에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학자들이 최염의 말을 따라줄지 걱정이군.”
“최염이 설득한 이들은 그에 따른 지원을 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그의 설득을 받지 않는 자는.”
“않는 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하는 양 사형을 향해 난 웃었다.
“글쎄요. 사문난적으로 규정해버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요.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을 제시하는 정도 뿐.”
“우리를 지지하는 유학자들에게만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군.”
“예.”
이번에 우리에게 무기가 생겼다.
바로 왜국에 있는 서불의 자료다.
유학자들은 성현의 말씀을 자신들의 신념으로 여긴다.
이번 사절단이 왜에 다녀와 확인한 서불의 자료들을 직접 보고 연구하고 싶은 이들은 이제 넘쳐날 것이다.
하지만 왜에 오고 가는 것은 오로지 승상부의 허락이 있어야만 한다.
즉 우리와 협력을 하는 유학자들에게만 서불의 자료를 연구할 권한을 주는 것으로 최소 몇년은 유학자들이 관의 눈치를 보게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신념, 그리고 고집. 그 사이에서 갈등하게 하면 뭘 선택할지는 눈에 훤합니다.”
아마 소수의 유학자들은 우리를 증오하며 떠나겠지만.
대부분의 유학자들은 우리를 선택해줄 것이다.
그거면 됐다.
어차피 모든 이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따위는 하지 않았으니까.
양 사형은 내 대답에 씩 웃었다.
“진짜 나쁜 놈이라니까.”
“어허. 저는 수경원의 방식을 그대로 쓰는 것 뿐입니다. 책임을 질 수 있으니 모든 방법을 쓰는 것이지요.”
유학자들의 신념과 이상을 가지고 거래를 하는 것.
그들 입장에서는 피토할 만한 일이겠지만 알게 뭐냐.
나는 유학자도 아닌데.
“흐흐. 유학자들의 얼굴이 기대되는군. 예전에 황족들을 쳐낼 때처럼 상소로 공격할 일은 없을테니. 몇놈들이나 나와서 난리를 칠까?”
굴복하지 않을 유학자들을 쳐낼 것을 생각하며 양 사형은 즐겁게 웃었다.
“그럼 볼 일은 다 보신 것 같으시니 이만 가보시지요. 저도 좀 쉬게.”
“…거 참. 냉정한 놈이로다. 승상부가 걱정되지도 않냐??”
“진 상서가 잘해줄텐데 굳이 저까지 갈 필요 있습니까? 알아서 하십시요. 휴가 끝나는대로 저는 바로 황궁으로 들어갈테니까. 아니 그런데 이게 휴가야? 매일 연구소 확인하고 연사의 연구결과 확인하는데?”
내가 투덜거리자 양 사형은 빙긋 웃었다.
“힘내라! 사제!”
“아오… 그나저나 가 사형은 뭐하십니까?”
“글쎄? 요새 일만 계속 하고 계시는데…? 전할 말이라도 있냐?”
“딱히 없습니다만. 제 결혼식때 참석해주시지 않은게 조금 서운할 뿐입니다.”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네 업무를 모두 사형께 떠넘겨놓고 뭐가 어째? 지금도 일하시는 사형께 사죄해라.”
양 사형은 내 머리에 꿀밤을 먹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볼 일은 이게 다였나?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요?”
“바쁘다.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야.”
“그리 많습니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연구소 설립 외에도 농사에 관한 일, 그리고 기주에 만들어질 닭과 오리의 양식장, 목장 건설.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이 쌓여 있다. 정 할 일 없으면 복귀해라.”
“고생하십시요.”
꿀맛같은 일주일간의 휴일을 어떻게 넘기겠냐.
연구소 설립 부지에 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지.
내가 인사를 하자 양 사형은 인상을 확 구겼다.
“아. 그리고 관우가 찾아왔는데. 네가 말한 거냐?”
“예. 그에게 부자사의 관직을 주기로 약속했습니다만…”
“그의 무력, 그리고 행보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부자사의 직위라면 도움이 되겠지.”
“부탁드립니다.”
“음. 다만 부자사의 직위를 주게 된다면 그는 공식적으로 위국 소속이 된다. 그렇다는 것은 매 분기별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가 가능하겠나?”
관우에 대해서는 양 사형도 알고 있었다.
과거 서주에서 내가 임시 서주목으로 일할 때 관우는 내 밑에서 일했고 그때 양 사형과도 만난 적이 있었다.
무관 치고는 글도 잘 알고, 머리도 빠르게 돌아가는 관우다.
문제는 관우가 그런 문관의 업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다른 부자사, 다른 감찰 쪽에서는 보고서를 받는데 관우에게만 보고서를 받지 않을 수는 없지. 그 문제는 네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음. 알겠습니다.”
간단하게나마 보고서를 작성해 온다면 내가 대충 꾸미면되겠지.
보고서 잘 써봐야 실무 하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 받아라.”
“뭡니까?”
“제국이 만들어지게 되면 제국 오자양장을 만들 생각이다. 이번에 네가 얻은 운철갑을 이용해서 보검을 만들 것인데… 그때 오자양장에게 나눠주려 한다.”
“예.”
장군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다섯명의 뛰어난 장군을 선발하는 제도를 만들기로 했었다.
얘기는 있었는데 드디어 준비를 하는군.
양 사형이 준 죽간을 읽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명한 검장들의 이름… 누구에게 맡길지를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래. 어디서 만드는게 좋으려나?”
“음… 만만한 건 역시 서주 아니겠습니까? 서주의 대장간이라면 기술력도 좋고, 마침 그쪽에 이전도 있으니까.”
신철을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이전이라면 뛰어난 보검을 만들 수 있을거다.
혹시 모를 삥땅치는 것도 막을 수 있고.
내 제안에 양 사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청홍이나 의천검을 만든 대장장이를 찾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야. 아쉽군.”
“그 사람이 죽은지 오십년도 훨씬 넘었는데 무슨… 포기하십시요. 이전이라면 운철도 다룰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고구려의 검장들도 꽤 있으니까.”
“쩝.”
아쉬워하며 양 사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네가 복귀하면 오자양장에 속할 만한 장수를 선발할 생각이다. 누굴 추천할지 생각해봐. 승상부에서 한명, 왕부에서 한명, 장군부에서 한명, 그리고 명가측에서 한명.”
“나머지 한명은? 총 네명이잖습니까.”
“한명은 이미 정해졌어.”
“누굽니까?”
“장료.”
“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위국의 공포라 불리는 장료인데 뛰어난 장군인 오자양장에 반드시 선발되어야겠지.
나머지는 네명 뿐.
그 네명을 선발하는 것도 일이다.
“그럼 복귀하면 그것 가지고 한참 떠들겠군요.”
“아마 그러겠지.”
양 사형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것을 이용해서 명가의 불만을 꽤나 억누를 수 있을거다. 그러니 한번 잘 생각해봐라.”
“예.”
오자양장이라…
장군들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영예인데.
장합에게도 한번 물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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