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43
양 사형이 나가고 잠시 후 장합이 안으로 들어왔다.
“왜?”
“하후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관우와 관평이 만나는데 주군께서 참석하시는 것이 어떻냐고…”
“그걸 내가 왜 가야하나 모르겠다만…”
부자가 만나는데 내가 굳이 낄 필요가 있을까?
내 표정을 읽은 장합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얼굴 정도는 비추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흠. 그러지 뭐.”
진가에서 하후가가 그리 먼 것도 아니고.
오자양장에 선발될 장군에 대한 이야기도 하후돈과 해야하니 한번 가보는게 낫겠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장합을 앉혔다.
어리둥절해하는 그를 향해 난 웃으며 물었다.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오자양장에 대해서 아냐?”
“아. 장군들 사이에서 수근거리고는 있는데, 그걸 진짜 하는 겁니까?”
“그래. 혹시 생각 있으면 내가 추천해줄게. 너 아니면 서황을 추천할 생각이다만. 아니다. 야. 서황도 들어오라고 해봐.”
내 밑에서 충실하게 일해 준 장군들은 많지만 그 중 가장 높은 것이 장합과 서황, 감녕이다.
잠시 후 서황이 들어오자 난 그에게도 제안했다.
차분히 듣던 서황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사양하지요.”
“어? 왜?”
“딱히. 오자양장이 된다면 이래저래 불려다닐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소문에 듣자하니 그정도 되면 장군직을 받을텐데. 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아무래도 장군직에 오르게 된다면…”
승상부에서 멀어지게 되지.
“애초에 전에 주군께서 장군직을 제안하셨을 때 거절한 이유가 다른 쪽의 명령체계에 엮이는 것 때문이었잖습니까. 그 오자양장을 원한다면 이미 장군직에 올랐겠지요.”
서황이나 장합의 공적, 그리고 실력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사진장군이나 사정장군의 자리에는 벌써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피한 이유는 단 하나.
다른 이들의 명령을 따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 밑에 있으면 내 명령만 받으면 된다.
하지만 장군이 된다면 장군부, 왕부, 상서부 등 다른 부서들의 협조 요청과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것을 거절하는 것이다.
“으음…”
“만약 저희가 오자양장이 된다면 이제 진가를 지키는 일 같은 것은 못할텐데. 괜찮으십니까?”
“으으으으으음…”
장합은 작게 웃었다.
“저도 공명과 같은 생각입니다. 무예 대전이 열리고 거기 참가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오자양장과 같은 장군직을 주는 자리는 사양입니다.”
둘의 말에 난 감동했다.
이렇게까지 진가를 생각해주다니.
눈물날 것 같네.
“장군직 같은 것은 나중이라도 얼마든지 달 수 있으니 걱정마십시요.”
장합과 서황이라면 장군부의 다른 장군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둘 모두 위국이 만들어 지기 전, 조조 때부터 내 밑에서 활약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항장 출신도 아니고, 경력도 많고, 실적도 많다.
굳이 장군직 없어도 어디가서 결코 무시받는 위치는 아니다.
쓸데없는 의무를 져야하는 자리는 피하고 싶다는 거지?
다른 놈들이 이런 소리를 했다면 개소리 말라고 하겠지만 이 둘이 이러니 그저 감사할 뿐 이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그럼 너희들이 추천하고 싶은 이들이 있나?”
“소문으로는 왕부, 승상부, 장군부, 그리고 명가 측에서 한명을 뽑는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
“승상부에서라면…”
장합은 팔짱을 끼고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웃었다.
“평이에게 주는 것은 어떻습니까?”
“…걔는 너희들보다 더 싫어할 것 같은데?”
관평이 장군?
직위 오르면 전장에서 직접 싸우는데 방해된다고 아직도 도위직에 머무르며 포상을 사양하고 있는 놈에게?
내가 떨떠름해하자 서황은 짖궂은 미소를 지었다.
“까라면 까야겠지요. 어디 부하주제에.”
“암. 그렇지요. 까라면 까야지요.”
“허…”
자기들은 사양해놓고 밑에 놈에게 몰아주다니.
매우 훌륭한 마음가짐이다.
“그, 그래. 한번 얘기는 해보지.”
과연 그 놈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지만.
장합만 데리고 곧장 하후가로 향했다.
진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커다란 장원 안쪽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당황했다.
“…이게 뭐냐?”
“그, 그러게요?”
손책과 관평이 숨을 헐떡이고 있고 그 앞에는 창을 들고 있는 관우가 있었다.
아니 오래간만에 만나라고 보내놨는데 왜 저러고 있냐?
꼴을 보아하니 손책과 관평이 힘을 합쳐서 관우를 상대한 것 같은데.
관우도 아예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손책이나 관평에 비하면 양호했다.
난감해하는 주유를 잡은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공근. 이게 뭔 일이야?”
“앗. 오셨습니까. 승상부주.”
“그래. 오셨다. 다시 물어야 하나?”
“아니 그게…”
주유가 대답하려고 하자 관우는 천천히 창을 내렸다.
그리고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강해졌다고 하지만 결국 문재라는 것과 같이 소문에 불과했군.”
“큭!!”
이를 간 관평이 다시 달려든다.
강한 기세로 내리쳐지는 대검을 기묘하게 창을 움직여 받아낸 관우는 창의 물미로 관평의 어깨를 때렸다.
그것에 맞은 관평이 뒤로 주춤 물러났을 때 손책 역시 빠르게 뛰어 올랐다.
사람 키 만큼이나 뛰어 오른 손책의 고정도가 관우의 머리를 노린다.
하지만 관우는 아무렇지 않게 왼손의 손등에 있는 갑주로 고정도의 옆을 쳐내고 손책의 머리를 잡아 그대로 내리 찍었다.
“크억!!”
세상에나.
손책을 저렇게 어린애처럼 다루다니.
장합은 관우의 무력에 감탄하며 검을 잡았다.
“관우가 미쳐 날뛰는 겁니까? 그런 것이라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럼?”
“관 도위의 실력을 확인해보겠다고 하시고… 그리고 난 이후에 손책도 꼈습니다.”
“으음… 그렇습니까?”
주유에게 물어봤던 장합은 작게 신음했다.
왜 저러지?
장합의 태도에 내가 의아해하는 사이 주유는 나를 향해 이해해달라는 듯 난감해하며 말했다.
“승상부주께서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와 관 부자사님은 아주 오래 전 부터 인연이 있습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주유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옛날 일입니다. 여강에서…”
“아, 아아아아!!”
그러고보니 그랬지.
옛날 서주에서 일할 때 방통이 육강을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손책은 원술의 밑에 있었고 그의 명령에 따라 여강을 공격했었다.
그때 인연이 있었나보군.
내가 감탄하자 주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관 도위와 관 부자사께서 대무를 하는 것을 보더니 백부가 자기도 함께 하고 싶다며 끼어든 것입니다. 서로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요.”
“원한이 없는 것 치고는 좀 과하게 하는데.”
바닥을 나뒹굴던 손책은 내리꽂힌 충격으로 입은 것인지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흙과 먼지로 범벅인 바닥을 굴러 거리를 벌린 손책은 관평에게 말했다.
“이보게. 관 도위. 합공을 해야 할 것 같지 않나?”
“합공… 그렇다면 제가 좌측으로 가겠습니다.”
“내가 우측을 맡지.”
둘이 쑥덕거리며 작전을 짜는 사이 관우는 빙글 창을 돌렸다.
그리고 크게 발을 내딛었다.
“오지 않겠다면 내가 간다.”
와.
무섭네 이거.
관우의 분위기가 공세로 바뀌자마자 엄청난 살기로 몸이 떨릴 정도다.
덩치에 걸맞지 않은 빠른 움직임으로 그들에게 접근한 관우가 창을 움직였다.
묵직한 창격을 관평이 간신히 막은 사이 손책 역시 관우에게 고정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역시랄까?
관우는 그것을 간단하게 막아낸 후 손책의 몸을 튕겨냈다.
“하아압!!”
관우의 창을 밀어내는데 성공한 관평이 달려든다.
그의 대검이 관우의 팔을 자를 기세로 내리쳐졌지만 그 또한 관우의 손에 튕겨나갈 뿐 이었다.
대단하다.
무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 조차 감탄할 정도인데 장합은 어떨까?
내가 힐끔 보자 장합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만 있었다.
“왜?”
“어째 예전보다 약해진 것 같습니다.”
“응?”
손책과 관평 둘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내가 당황하자 장합은 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주군. 저도 끼어도 되겠습니까?”
“그거야 상관없지.”
“감사합니다.”
작게 대답한 장합은 관우가 손책과 관평을 밀어내고 숨을 내쉬자 그에게 말을 걸었다.
“손 백부보다는 내가 함께하는게 당신에게 더 맞을 것 같소만.”
“…그러시오.”
관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손책이 장합에게 목례하고 뒤로 물러나 내 옆을 오자 난 손책에게 물었다.
“장합의 이야기로는 관우가 더 약해졌다는데. 사실이야?”
“그, 그렇습니까?”
손책은 모르는 건가?
그 사이 자세를 잡은 장합과 관평이 관우에게 달려들었다.
뭐라고 해야하나.
장합은 관평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또한 합공에 대한 기본도 잘 가르쳤다.
그런만큼 관평과 장합의 합공은 대단했다.
물 흐르는 듯한 공격에 관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방어만을 계속할 뿐 이었다.
“이정도면 되었소. 운장. 약해졌구려.”
“후…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여기까지만 하지. 백인!!”
“예!?”
수십차례의 공방을 이어나간 후 장합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구경을 하고 있던 하후상을 불렀다.
“너희 둘이 낫겠군.”
“예? 아. 예.”
허둥지둥 철검을 가져와 쥔 하후상과 관평이 합공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어째 상황이 비슷했다.
관우가 방어만 하는 것을 보며 난 다가 온 장합에게 물었다.
“왜 저래?”
“이유는 간단합니다. 백부가 외팔이라 그렇습니다. 외팔이는 외팔이의 전투법이 있는데, 평이가 그것에 맞추지 못하고 흐름이 끊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장합은 관평을 가리켰다.
아까 손책과 합공을 할 때와는 다르다.
대검으로 미친듯이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평이 녀석은 공격에 유리한데 백부를 배려하느라 수세만 펼치고 있었으니. 당연히 밀릴 수 밖에 없지요.”
“큭…”
관평이 자신을 배려해줬다는 것을 들은 손책이 신음하자 장합은 쓴웃음을 지으며 한쪽을 바라보았다.
걱정어린 눈으로 관평을 응시하는 손상향을 가리킨 장합은 천천히 말했다.
“아무래도 상향을 의식했던 모양입니다.”
“호오… 그렇군. 아무튼. 손책. 넌 어때?”
“예? 무슨…?”
“관평과 이야기 정도는 해봤을 것 아니야.”
손책은 손가의 가주.
손상향의 결혼은 손책을 통해야 한다.
그러니 손책에게 관평과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 건데.
안했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손책은 씁쓸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거렸다.
“좋은 사람이더군요. 다만…”
“다만?”
“너무 돌덩이처럼 사는 사람 같아. 상향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상향은 승상부주도 아시겠지만 워낙 제멋대로인 성격인지라.”
“그런 성격이기에 오히려 맡길 수 있는거라고. 관평 정도 되는 돌멩이 같은 녀석은 상향 정도로 제멋대로 하는 여인이 다루는게 나아.”
안그러면 서로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충 살아갈테니까.
관평을 이끌어 줄 사람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습니까…”
“아무튼 사람은 나쁘지 않다는 거네?”
그게 중요한거다.
내 질문에 손책은 빙긋 웃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관우의 의견만 들으면 되겠군.”
난 하후상, 관평을 상대하고 있는 관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무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백중세.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그정도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물론 하후상과 관평을 상대로 백중세라는 것 자체가 관우의 실력이 약해졌다는 증거였다.
관우가 크게 창을 휘두르자 하후상과 관평은 뒤로 물러났다.
“여기까지만 하지.”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하후상과 관평이 무기를 내리고 고개를 숙이자 지켜보고 있던 방덕이 수건과 물을 가져왔다.
그것으로 목을 축인 관우는 관평을 향해 작게 말했다.
“꽤 강해졌군.”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선택했나? 강해지는 방법 정도는 어느정도 알게 된 것 같은데.”
관우의 질문에 관평은 잠시 고민하는 듯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끝났을 때.
관평은 관우를 향해 천천히, 무척이나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아버지를 따라… 가지 않겠습니다.”
“그러냐.”
뭔 일이 있었던거야?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무시한 채 관우는 손책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못나고 가진 것없는 아들놈이지만 그럭저럭 쓸모는 있을터이니. 부디 잘 돌봐주시오.”
세상에나.
저 자존심 덩어리인 관우가 고개를 숙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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