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51
“이어서! 즉위식을 거행하겠다!!”
식순이 이어지고 이제 황제의 은퇴와 조앙의 황제 즉위식이 남았다.
양 사형의 외침에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석에 앉아 있던 황제가 천천히 걸어내려와 조앙과 같은 위치에 선다.
지금까지 조앙은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항상 황제의 밑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황제와 동격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 바뀌게 될 것이다.
황제는 천천히 자신의 머리에 있는 관을 벗었다.
예악이 울려퍼지고 벗겨진 관을 내관이 받는다.
말없이 조앙을 바라보던 황제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조앙은 달랐다.
그저 당당히 서서 그를 내려다 볼 뿐.
“신 유협…! 스스로의 부덕함이 위대한 제국의 뜻을 망치고, 그 뜻이 천하로 퍼지지 못하게 한 것에 죄를 느낍니다.”
유협의 절망감 섞인 어조에도 조앙은 눈썹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그의 엄숙한 표정을 마주하며 황제는 관을 들어 올렸다.
“자리는 그것에 걸맞는 사람이 앉아야 하는 법. 신처럼 작고 편협한 이에게 천자라는 위치는 너무나도 막중하옵니다.”
예악과 맞추어 유협의 외침에 울린다.
하지만 모든 신료들은 그것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지켜보기만할 뿐.
한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제 모든 대소신료들은 위의 신하다.
황제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은은한 음악이 멈추고 장엄한 분위기의 음악이 퍼져나간다.
칠현금이 울리고 수십개의 종이 맑은 음색을 퍼트린다.
망설이던 황제는 내관이 건네 준 옥새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두 손으로 잡아 공손이 조앙에게 바쳤다.
“천자의 자리를 위왕께 양도하오니. 부디 이 부덕하고 못난 자가 하지 못한 일을 이루어주소서.”
“폐하.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한의 끝을 스스로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그것을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빨리 전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신의 잘못된 마음으로 인해 많은 백성들이 고통받았던 것만이 슬플 뿐이옵니다.”
양 손으로 옥새를 잡은 그가 다시 한번 황제의 자리를 권한다.
조앙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백옥으로 만들어진 전국옥새가 조앙의 손에 들어간다.
그것을 받은 조앙은 옥새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한 고조께서 설립하시어 불민한 후손들이 망쳐, 이제는 썩어 문드러진 거목이 쓰러진다. 나 위왕 조앙은 그것을 안타깝게 여겨 거목을 치우고 새로운 거목을 세울지니. 지금부터 새로운 천하. 새로운 하늘을 열겠다.”
“개천!!”
오자양장의 수장인 사마의가 힘껏 외치자 그의 뒤를 이어 장료와 허저, 하후패, 관평이 같은 외침을 터트렸다.
“개천!”
“개천!!”
그들의 외침은 곧 신료들에게 전달되었다.
문, 무관들도 지금은 한마음 한 뜻이 되었다.
힘이 담겨 있는 외침이 이어지며 새로운 하늘이 열린다.
황제는 직접 황제만이 입을 수 있는 황룡포를 조앙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황금색 화려한 포를 걸쳐입은 조앙은 황제에게 고개를 숙였다.
서로에 대한 인사가 끝나자 조앙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한걸음, 한걸음.
황제의 자리로 올라가는 그를 보며 우리는 계속해서 외쳤다.
대전이 떠나가는 듯한 외침이 끝났을 때 조앙은 황제의 자리에 앉았다.
방금 전 까지 황제가 쓰고 있던 황관을 머리에 쓴 조앙은 모두를 둘러보았다.
“이로써. 천하를 둘러싼 썩은 나무, 썩은 하늘은 무너지고 새로운 나무, 새로운 하늘이 자리를 잡았다. 이를 위라 하여 새 제국의 형성을 만천하에 알리니.”
조앙은 지휘봉을 잡고 허공에 겨눴다.
“천하의 만 백성들의 안녕과 평화를 이루어내겠노라.”
“오오오오!!”
“위 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신료들과 내관들, 그리고 궁녀들까지.
병사들마저도 위 제국을 칭송하며 포효한다.
그들의 외침 속에서 아까 전까지 조앙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은 유협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텅 빈 시선이 나를 응시한다.
그것을 마주하며 난 전의 일.
내 본심을 그에게 보였을 때를 떠올렸다.
.
.
.
“천하의 뜻은 이미 한이 아닌, 위를 향하고 있습니다. 폐하. 이제 놓아주시고 편해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는 내 말에 진짜 체한 것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놈… 역성혁명을 일으킬 생각이구나.”
황제의 싸늘한 말을 들으며 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나보지?
“그렇다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네놈이 감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 멱살을 잡는다.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인 황제가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지만 나는 손을 들어 그의 손을 감싸잡을 뿐 이었다.
흠칫 놀랐지만 그는 내 멱살을 잡은 손을 풀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허접하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훈련조차 받지 못한 애송이 따위가 잡은 멱살에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다.
내 멱살을 잡은 그의 손을 잡고 힘을 준다.
그 고통에 황제가 신음성을 토해내자 난 힘을 주었다.
“크윽!!”
“놓으십시요. 폐하.”
손을 비틀어 꺽어 황제가 떨어지게 한 나는 구겨진 옷매무새를 정돈한 후 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덕 있는 자가 가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폐하께서는 스스로가 덕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네놈은? 너희들은 덕이 있나?”
“천하의 모두를 잡고 물어보시지요. 위왕 전하와 황제 폐하. 그 누구에게 덕이 있을 것인지.”
유학자들은 모르겠지만 관리들이나 백성들을 잡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조앙을 선택할 것이다.
한?
황제?
이미 오래전부터 그 위엄은 유명무실해져 있었다.
조조는 시작부터 패도가 아닌 왕도를 선택했다.
백성을 돌보고, 쓸데없는 학살을 줄이고.
도적들마저도 감화시켜 백성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수많은 강적들을 쓰러트려가며 위업을 세우기도 했다.
그의 뒤를 이은 조앙 역시 마찬가지다.
백성과 천하를 위한 많은 정책을 지원하며 천하 만민이 한을 잊고 위를 선택하게 만들어왔다.
그런 상황에서 한을 선택할 머저리는 없다.
“폐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이 한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네놈들은 한의 신하다! 어찌 신하가 주군을 벌하려 하는 것이냐!”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어긋나버린 주군을 바로 잡는 것 역시 신하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내가… 어긋났단 말인가?”
황제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굴욕과 비탄으로 물들어 있는 그의 얼굴을 마주하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다면 더 이상 임금이라고 할 수 없는 법입니다. 그것을 왜 모르십니까?”
“나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아니요. 기회는 있었습니다.”
그래.
황제에게 기회는 있었다.
그가 임금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했던 기회.
바로 조조에게 보호를 받았을 때다.
그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분수에 맞게 살아가려 했다면 아마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조앙이 황가의 여인을 받아들인 후 황가의 피가 이어진 이가 한을 이어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 되지 못한 것은 황제가 자신이 노력하여 얻은 것이 아닌 것을 훔치려 했기 때문이었다.
“신하의 것을 빼앗아 가지려는 임금에게 그 누가 충성을 하려하겠습니까?”
“뭐…?”
“선왕 조조는 연주목으로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신뢰와 존경을 얻어냈지요. 하지만 폐하께서 하신 일은 무엇입니까? 십상시에게 휘둘리고, 동탁에게 농락당하고, 이각에게 능욕되고.”
“…닥쳐라! 네놈! 뚫린 일이라고 멋대로 지껄이는구나!!”
“그러한 삶을 살면서도 당신은 끝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선왕께서 당신을 구하셨을 때 당신이 한 일은 무엇입니까? 선왕과 협력하는 것이 아닌 선왕의 세력을 가져가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옛날 생각이 난다.
조조에게 구원받은 주제에 개념없이 조조에게 척을 세우고 나를 공격하려 했었지.
어쩌면 황제의 결말은 그때 정해졌을지도 모른다.
말문이 막힌 황제가 나를 노려보기만 하자 난 웃었다.
“자신의 것조차 가지지 못하고, 타인의 것을 빼앗으려는 암군의 결말은… 항상 같지 않아습니까. 폐하. 이제 슬슬 인정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내가 그리 잘못했단 말인가?”
“그럼 잘하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가 양심이 있으면 잘했다고 못하겠지.
황제는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록 폐하께서 어리셨다고 하나 그것이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는 나이 따위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뭐 나이가 많아서 진동장군이 되었던 것으로 아십니까?”
“네놈!”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십시요. 폐하.”
난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식으로 마주 응시하는 것은 예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불충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어쩌랴.
보는 눈도 없는데.
그리고 불충한 거 맞다.
“처음 너를 만났을 때는 그나마 충신이 될 가능성이나마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셨습니까?”
“그래… 진가가 황가를 수호할 위대한 가문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
뭘 이제와서 저딴 말을.
황제는 주먹을 꽉 쥐고 노기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허나… 내 눈은 그야말로 옹이구멍이었구나.”
“옹이구멍은 좀 그렇고 죽은 생선 눈이라고 하시는게 맞지 않겠습니까?”
내 빈정거림을 들은 황제는 이를 갈았다.
“네놈이야말로 왕망, 동탁, 이각, 조조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간적이고 간웅이구나. 네놈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천하를, 군주를 갈아치울 생각을 하고 있는 네놈이야말로!!”
씩씩거리며 황제는 나에게 강렬한 적의를 내뿜었다.
“천하의 간신이구나. 네놈따위를 믿고 있는 조가가 불쌍하다. 네놈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버림받고 도전 받을 수 있는 조가가 불쌍하구나.”
그의 저주와도 같은 말을 들으며 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웃을 뿐 이었다.
.
.
.
유협의 시선을 마주하던 나는 그때와 같은 웃음을 지었다.
“천하의 간신이라…”
그러겠지.
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는 더할나위 없는 최악의 간신일 거다.
민심을 장악하여 백성들 뿐만 아니라 호족들과 명가들이 황가가 아닌 조가에 향하게 만들었으니까.
민심은 곧 천심.
즉 나는 한에게 향해져 있던 천심을 돌려버린 이다.
한의 입장에서는 동탁이나 이각따위보다 훨씬 지독한 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다.
황제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난 작게 웃었다.
생각하면 할 수록 웃음이 나왔다.
“승상부주.”
“크흠. 아. 죄송합니다.”
진림이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어느새 즉위식이 끝나고 새로운 제국.
위 제국이 만들어졌음을 선포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가 절을 하기 위해 엎드린다.
“하늘에 선언하노니!! 이로써! 위 제국이 천하의 주인이 되어 천하를 지배하리라! 하늘이여!! 이것에 문제가 있다면!! 이 즉위식이 잘못되었다면 천둥이 치고 벼락이 치며 죄인들을 벌하라!!”
하지만 천둥 번개가 치며 조앙을 치는 일은 없었다.
그저 하늘은 푸르고, 구름 한점 없이 맑을 뿐.
“이로써 위 제국의 설립을 선포하노라.”
조앙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한의 깃발들이 대전 중앙에 있는 화로에 던져진다.
낡은 깃발이 태워지고 위국의 깃발이 올라간다.
황금으로 치장된 깃발.
그것이 높이 올라가자 난 힐끔 유협을 보았다.
완전히 다 불태워 버린 듯, 혼이 빠져나간 것 처럼 축 늘어져 있는 그를 보며 난 웃었다.
“…후후.”
뭐?
조가가 불쌍하다고?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내가 버릴 것이라고?
조가가 잘못된 짓을 한다면 얼마든지 도전할 것이라고?
저 높이 선 깃발을 내가 끌어내릴지도 모른다고?
난 그의 저주를 떠올리며 킬킬 웃었다.
나한테 충성심따위가 있을 것 같은가?
“새삼스럽게 뭘. 당연히 그럴 생각인데.”
난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앙과 그의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조천에게 슬쩍 시선을 보냈다.
조앙은 훌륭한 방패였다.
하지만 조천은… 우리를 위한 훌륭한 방패가 되어줄까?
“못 써먹을 방패라면 갈아치워야지.”
난 조천에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한 간절한 마음으로 축복을 보냈다.
그러니 훌륭하게 자라라.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