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67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다. 너무 밑에서만 다니느라 위쪽의 관계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이제부터는 중앙에서 일하며 중앙의 관계와 정보에 대해서 잘 알아두도록 해라.”
조앙의 싸늘한 어조에 조천은 당황했다.
지금까지 조앙은 자신의 행보를 늘 칭찬해왔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라며 자랑하던 것과 달리 그의 얼굴은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째서?”
“네 말대로 지금 승상부주에게 태사 자리를 제안하면. 그가 그것을 받아들일 것 같나?”
“받지 않겠습니까?”
“받지 않는다.”
진유하가 태사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저번 관직의 변동이 있을 때도 진유하는 공식 석상에서 태사의 자리가 비었으니 자신에게 맡겨둔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 전에도, 그리고 진유하의 파벌인 등애에게 들었을 때도.
진유하는 최종적으로 태사의 자리를 원한다고 했었다.
실무는 하지 않고 실권도 거의 없지만 명예만으로는 신료들 중 최고의 자리.
실권을 갖기 원하는 이들에게는 최악의 자리이지만 편안하게 쉬길 원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자리가 바로 태사다.
그리고 지금까지 진유하가, 그리고 진가가 세운 업적이라면 그는 충분히 태사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그 자리를 제안하면 거절할 것이라고?
조천이 입을 다물자 조앙은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이 바라는 것은 태사의 자리가 아니야.”
“그럼…?”
“안정적인 자리일 뿐이지.”
“같은 이야기 아닙니까?”
“아니다. 지금 진유하가 태사의 자리에 올라가게 된다면 승상부주의 자리가 공석이 된다. 또한 그것을 승상이 가만히 두고 볼 것 같은가? 상서령이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
“주면 되잖습니까. 승상도 예전부터 쉬고 싶다고 말했었고, 상서령 역시 사마가가 있는 온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폐하. 젊은 이들 중에는 패기 넘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겠지. 당장 등애도 그렇고, 낙통도 그렇고. 또한 지금은 너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 곽혁 역시 비슷할 것이다. 진태나 무해, 강유 같은 이들도 혈기왕성하며 재능이 많지. 종 상서령의 아들인 종육이나 종회 역시 대단한 재능을 가졌다 들었다.”
“그렇다면…”
“허나 아직은 그래서는 아니된다.”
분명 승상인 양수 역시 편한 자리로 이동할 것이다.
상서령인 사마의 역시 사마가로 돌아가겠다고 할 것이다.
아니.
그들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중진이 된 이들 중에서도 그동안 고생했으니 후학에게 맡기고 물러나겠다고 할 신료들은 많았다.
허나 지금은 그래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다들 징징거리면서도 자리에서 노력하여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네 녀석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위국은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체계를 이루고 있다.”
“압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중앙 사부의 중진이다.”
“그 또한 알고 있습니다. 승상부, 상서부, 장군부, 그리고 황실부이지요.”
“그래. 다른 부서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며 위국을 보살피고 있지만, 그 핵심은 바로 이 네개의 부다. 그 부의 장과 보좌관들이 위국을 이끌어간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있기에 지금 위국은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있기에 지금 위국은 주변국을 억누르는 최강의 제국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승상부의 양수와 진유하, 장군부의 만총과 하후상, 상서부의 사마의와 진림, 황실부의 나. 하지만 그 중에서도 중심은 내가 아니다.”
“…그 말씀은?”
“바로 승상부주 진유하지. 그 녀석이 일을 하고 있기에 지금 위국의 중진은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조천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위 제국의 황제도 아니고, 하다못해 승상도 아닌 승상부주 진유하가 중심이라고?
조천이 당황하자 조앙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승상부주의 인맥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됩니까?”
연주목 서복, 형주목 방통 뿐만이 아니다.
서주목인 진군, 예주목인 육손, 양주목 장온까지.
아니, 그 뿐이 아니다.
교주목인 사일과 그 보좌인 손책 역시 진유하와 사적인 연을 맺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사적인 연일 뿐이다.
그들과 친한 것은 조앙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진유하가 중심이라니.
조천이 놀라자 조앙은 쓴웃음을 지었다.
“단순히 인맥 문제만이 아니다.”
“소자가 모르는 것이 있다면 알려주시겠습니까?”
“지금 위국의 상황을 정말 모르는 것이냐?”
조천의 얼굴이 붉어진다.
조앙은 기막혀하며 큰 한숨을 쉬었다.
병사들이나 하급 장교, 군관들이나 문관들과 친한 것도 이해는 가지만 이제 슬슬 위에서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조천도 움직이는 물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너도 슬슬 알아두는 것이 좋겠구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감찰부의 부주가 누구인지 말이다.”
“그게… 누굽니까.”
“진유하다.”
“….!!”
조천은 크게 놀랐다.
위국 뿐만 아니라 위국과 연계하고 있는 제후국까지.
그리고 거래하고 있는 나라들의 정보까지 빠르게 잡아내고 그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것은 바로 감찰부의 공이다.
과거 교사원이 맡고 있던 내부 감찰 뿐만 아니라 외부의 감시 역까지 맡고 있는 권력을 가진 것이 감찰부다.
감찰부는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부서다.
매년 막대한 예산을 받아가지만 성과도 알 수 없고 실적도 드러내지 않는다.
하다못해 감찰부의 요원조차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거의 비밀결사 수준으로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있는 것이 바로 감찰부다.
그런 감찰부의 수장이 진유하였다고?
매일 일하는 것 때문에 허덕거리는 그가 감찰부의 부주라고?
조천이 혼란스러워하자 조앙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감찰부의 부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위국에 단 네명 뿐. 나, 그리고 상서령, 승상, 그리고 대장군 뿐이지. 왜 감찰부에 대해서 밝히지 않는 줄 아느냐?”
“왜… 입니까.”
“아직까지 위국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총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이미 천하의 패권을 완전히 잡고, 다른 제후국들을 만들어가며 대제국이 설립된 위 제국이다.
그런데도 아직 불안정하다니.
조천이 크게 충격을 받은 얼굴로 바라보자 조앙은 희미하게 웃었다.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다하여 무적이라 생각하지 말거라. 그 거대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힘은 결코 적지 않아.”
“…그런.”
“만약 위국이 안정되고, 또 진유하가 스스로 일에서 손을 떼야 할 때가 된다면 그는 자기가 나서서 사직서를 들고 나를 찾아 올 것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당장 독발부에서도 반란을 일으켰다.
거기에 이미 중앙 관직의 중진에서는 소문이 나 있었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서역의 제국이 천축으로 퍼진 위국의 물품에 흥미를 느끼고 위국으로 진출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었다.
혼란을 막기 위해 하급 관리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이천석관 이상의 중앙 관리들은 대부분 어설프게나마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조천이 모른다는 것이 조앙은 실망스러웠다.
“현재 서역에서는 사산 왕조라 불리는 파사국의 황제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전쟁을 펼치고 있다. 그의 힘은 우리와 거래하고 있는 천축에도 미치고 있지.”
서역과 그런 문제가 있단 말인가.
몰랐다.
위 제국의 태자라는 자가 그런 중요한 정보를 몰랐다는 것에 조천은 얼굴이 뜨거워졌다.
“감찰부의 보고에 따르면 서역 끝에 있는 로마라는 제국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와의 관계를 결정지으려 한다고 하더구나.”
조천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위 제국이 천하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전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천하 내의 일.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외국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과 화평을 맺지 않고,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진유하 뿐만이 아니다. 은퇴한 모든 신료들을 불러 모아야 할지도 모른다.”
“위국은 강합니다. 적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위국의 힘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우리와 파사국과 싸우게 된다면 고구려는? 왜는? 그리고 당장 북방의 모용부 역시 안심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위국이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조천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위국의 막강한 힘을 버틸 수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허리를 숙이고 있을 뿐. 천아. 너는 좀 더 위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세상은 웃으며 손을 잡고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특히나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더욱 그렇다.”
“…설마 그들이 그런 금수만도 못한 짓을 하겠습니까. 감히 제후국이.”
“제후국이 종주국을 치는 일은 역사적으로 봐도 얼마든지 있었지.”
조앙은 담담히 말한 후 조천의 손을 잡았다.
“네 아비는, 그리고 지금 위국의 중진은. 그 모든 위험을 예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지금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말을 할 수 없어.”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대리청정을 맡기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맡기시기도 했고.”
“했지. 허나 그것은 언젠가 큰일이 난다면 내가 움직여야 하니. 그때를 위해 너에게 틈나는대로 가르치려는 것에 불과했다. 결코 네가, 그리고 네 동료들이 훌륭해서가 아니야. 너희는 아직 부족하다.”
조천은 자존심이 상하는 것과 동시에 미안함을 느꼈다.
동료나 친구들 중에는 지금 위국의 대신들이 늙었다고,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떠드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는 자신들이었다.
진심으로 위 제국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아버지였다.
“…소자는 몰랐습니다.”
“태평성대를 가장하고 있지만 언제나 제국은, 힘을 가진 이는 도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진유하가 마음을 놓고 팔자 좋게 태사 자리로 갈 것 같으냐? 승상이 퇴직할 것 같으냐? 상서령이 사마가로 돌아갈 것 같으냐?”
조천이 시무룩히 고개를 숙이자 조앙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밑의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도 좋지만 대국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 것도 중요한 법이다. 그러려면 위에 있어야 해.”
“…죄송합니다. 아버지.”
“아까 말한대로 중앙에 들어가서 일하도록 하라. 태자부는 내일 폐쇄할 터이니.”
“알겠습니다.”
그가 시무룩히 대답하고 나가자 조앙은 한숨을 쉬었다.
“쉬운 일이 없군…”
오늘 들었던 파사국의 문제를 떠올렸다.
파사국에서 결국 위국과 거래를 요청했다.
이제 몇달 안에 파사국의 사신이 위국을 찾을 것이다.
그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위국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파사국을 비롯한 서역 전체와 싸울 것인가.
아니면 파사국과 손을 잡고 안정적으로 살아가게 될 것인가.
위국이 태평성대를 이루며 국력을 키워나가듯 파사국 역시 아르다시르 1세와 현명한 아들 사푸르를 중심으로 막대한 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힘은, 그리고 기술력은 결코 얕볼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로마와의 전쟁을 끝낸 이후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외교는 중요하다.
그들을 어떻게 이용할지, 그리고 어떻게 상대할지.
그것을 위해서는 지금의 체계를 반드시 유지해야했다.
최강의 모습을 갖춰야 했다.
그렇게 천하 바깥의 나라들에게 위국의 저력을 보여야 했다.
“쉬려면 적어도 오년… 후우. 은퇴는 글러먹었군.”
조앙은 얼굴을 쓸어만지며 작게 중얼거렸다.
“신료들도 개처럼 일하는데 황제라고 하여 쉴 여유가 있을 수는 없겠지.”
아버지 조조가 기반을 다지가 자신이 키운 위국.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좀 더 힘을 써야한다.
조앙은 주먹을 꽉 쥐었다.
“쯧. 역시 세상은.”
쉬운게 하나도 없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셔유 레데에염
원래는 오늘 종장에 들어가야했는데 노숙 외전을 까먹고 있었네요
큿 분하다
에어컨을 사면서 불안했씁니다.
너무 늦어서 얼마 못쓸 줄 알…
근데 진짜 일주일이라니 ㄷㄷ
요새 날씨가 엄청 시원하더라구요 ㅋㅋ
흑흑
그래도 더운 것보다는 낫지…
에효
불금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당
대댓글 갈게영
실버스타 // 기록상으로도 사마의는 장춘화에게 늙은 여우라고 했다가 완전 발렸다죠 ㅋㅋ
Dunkel // 내일이 진짜 완결…ㅜ
슈비듀비 // ㅋㅋㅋ 이미 끝이에여 ㅋㅋㅋ
위저드나이트 // 엌ㅋㅋㅋ 그런거 추가하지마욬ㅋㅋ
두씨 얘기는 끝났고 모용씨 얘기도 딱히 할게 없습니당
노숙은 썼고 선인들 얘기는 종장에나 나오겠네요.
장비 딸은… 걍 넘어가고 ㅋㅋ
암튼 그릏습니당
라비리엔 // 뭐 후일담에 언급은 되지 않겄습니까?
ㅎㅎ
그럼 내일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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