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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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훨훨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것이 스스로 기뻐 제 뜻에 맞았더라.
그래서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깨어 놀라보니 장자가 되어 있었다.
알지 못하겠다. 장주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에서 장주가 된 것인가.
나비로서 삶을 살아 온 장주는.
장주로서 삶을 살아 온 나비는.
과연 누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
.
.
“…사.”
“…..”
“…태사! 진 태사!”
“…헉!”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무언가 좋은 꿈을 꾸었던 것 같다.
몸이 가볍고 편안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쳐다보고 있었다.
“아…”
“피곤하시면 오늘은 들어가서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제 태사께서도 젊은 나이가 아니십니다.”
조앙의 뒤를 이어 위 제국의 황제가 된 조천은 중년의 주름이 진 얼굴에 걱정을 담아 나를 바라보았다.
그저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했던 조천도 이제 곧 마흔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잠깐 눈을 감은 것 뿐인데 긴 꿈을 꾼 것 같다.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승상의 자리에 앉아 있는 진군.
대장군의 자리에 앉아 있는 하후상.
아직도 상서령인 사마의.
그 외에 많은 대신들을 천천히 흝어보며 난 작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폐하. 여러 대신들께도 사과드리겠소.”
애써 공손히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다른 이들이 놀라며 손사레를 쳤다.
요새 무리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졸린지.
밥 먹고 나면 졸립고 차 마시고 나면 졸립고.
흑주차를 몇잔을 마셔도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다음 달에는 아내들과 함께 태원장에나 다녀올까?
그래.
다음 달에는 가자.
가서 제대로 푹 쉬고 오자.
딱히 집에 있다고 해서 못쉬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속으로 다음 달에 놀러갈 계획을 세우는 사이 조천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자. 그럼 이 부분은 그리 진행하는 것으로 하겠소. 다들 수고하시기 바라오.”
“예! 폐하!”
십년 전.
파사국과의 힘겨루기에서 결국 우리는 파사국과 싸우지 않고 손을 잡는 것을 택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식량의 원조였다.
그것을 대가로 그들이 내어준 것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연금술, 그리고 건축법과 같은 기술이었다.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아직도 내 머리에 남아 있는 이유하의 기억에 따르면 파사국은 적어도 몇백년은 그 강대함을 유지할테니까.
강한 이들과는 굳이 싸울 이유가 없다.
분명… 파사국.
페르시아였지.
배화교라는 것만 제외한다면 비록 다른 인종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말이 통하는 이들이었다.
또한 기술을 중요시 여기는 곳인만큼 서로의 이득이 맞아 떨어지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모든 곳이 로마라고 떠들어대는 그 잡놈들에 비한다면 훨씬 우리에게 입맛이 맞았다.
파사국과 손을 잡고 기술을 연구해나간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제철기술을 손에 넣었다.
파사국은 우리보다 훨씬 앞선 제철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얻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얻어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그리고 천축과 파사국 인근에 있는 철광석을 수입하여 철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 거기에 내가 가진 약간의 지식.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더욱 강한 철을 손에 넣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운철을 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었다.
어쨌든 신철보다 좋고, 또 생산단가도 싸다.
덕분에 호표기들과 흑귀대, 백귀대 같은 정예병들의 장비를 싹 바꿔 줄 수 있었다.
“태사 어르신.”
“음?”
난 지팡이를 잡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가 쓰던 지팡이이지만 특별한 처리를 한 덕분인지 아직까지도 그 탄성이나 내구도가 좋은 지팡이다.
그 지팡이를 탐난다는 듯 바라보던 청년은 나에게 차분히 말했다.
“태사원에 가시는 것이라면 모시겠습니다.”
“음. 고맙군. 분명…”
“문앙입니다. 문앙.”
“아하하하! 그래. 문앙이었지.”
문흠의 아들이며 태사원의 호위관이다.
과거 나를 호위하던 하후상이나 관평도 이제는 장군부의 중진이다.
조 사제는 지금 서복과 함께 일하고 있으니 호위를 할 수 없다.
서황이나 장합도 내 호위를 하기에는 나이를 너무 먹었지.
연주에 만들어진 군사교육기관인 참철관의 관주들이 되어 귀신 교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가세.”
“예.”
난 그에게 지팡이를 주었다.
사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들고다닐 뿐이지 딱히 지팡이를 잡을 필요는 없었다.
내가 그렇게 늙은 것도 아니고.
“어이. 늙다리.”
“…어허. 위국의 태사에게 못하는 말이 없군. 상서령. 좀 나이를 먹었으면 철이 드는 것이 어떻겠나?”
“예순이 넘었으면 늙다리지 뭐.”
여전히 상서령의 자리에서 관리들에게 무시무시한 압박을 주고 있는 사마의다.
회의장에서 물러나는 관리들을 거슬러 나에게 다가 온 그는 문앙을 힐끔 보았다.
“상서령 어르신.”
“음. 이 늙다리가 길가다가 자빠져서 죽지 않게 잘 호위하도록.”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분명 문앙의 아버지인 문흠은 사마의의 밑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경조에서도 꽤 유명한 귀신 장군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번 파사국과 하마터면 전쟁을 할 뻔 했는데 그가 병사들을 이끌고 무력시위를 해준 덕분에 전쟁이 나지 않았었다.
그 이후로 서역과 이어지는 육로를 관리하는 장군으로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분명 삼국지에서는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배하고 폐인이 되어 허접하게 살다가 죽었는데.
이 또한 역사의 흐름이겠지.
“왜?”
“잠깐 얘기 좀 하자.”
“흠. 그러지. 앙아. 잠시 기다려다오.”
“예. 태사 어르신.”
음~
들으면 들을 수록 좋은 기분이란 말이지.
태사라는 직위.
오년 전, 파사국과 동맹을 맺고 그들과 교역을 실시했다.
조앙이 조천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기고 파사국에 다녀온 이후 그들과 신뢰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되자 우리는 안심할 수 있었다.
당대 파사국 왕인 아르다시르와 조앙이 형제의 연을 맺고, 또 조천과 사푸루가 의형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만 서로 대등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사푸루 역시 우리에게 꽤나 호의적이었다.
어쨌든 그들의 입장에서는 꽤 먼 거리에 있으니까.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다.
먼 곳은 손을 잡고 가까운 곳은 공격한다.
만약 파사국이 위국의 바로 옆에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동맹을 맺지 못했을 것이다.
파사국과 큰 마찰 없이 손을 잡게 됨으로써 위국은 안정적인 발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곳의 기술을 받아들임으로써 바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났으니 말이다.
거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이유하의 지식을 접목한다면.
아메리카에 가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 막대한 땅.
엄청난 자원.
위 제국이 지금과 같은 발전만 계속할 수 있다면 태평양을 횡단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겠지.
아무튼 그 일 이후 위국은 안정될 수 있었고 덕분에 양 사형과 조앙은 마음 놓고 은퇴를 결심할 수 있게 되었다.
조천은 조앙의 후계자로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았다.
옛날 조비가 그랬던 것처럼 조천의 동생이 혹시 자기가 패권을 가지려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 녀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제 형을 존경하며 따르기를 원했으니까.
별다른 문제 없이 조천이 위 제국의 이대 황제에 오르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목표로 했던 관직에 올랐다.
바로 태사.
물론 감찰부주의 자리는 내가 아직 쥐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지금 감찰을 할 일은 크게 없었다.
그리고 내 아들인 성이가 감찰부의 실행조장이 되었으니 후대에 대한 걱정도 없고.
이제는 위 제국도 크게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태사 자리에 앉아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차마시고 꼬장부리는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옛날 생각. 하. 여기까지 오는 일이 쉽지 않았지.”
내가 웃으며 말하자 사마의는 씁쓸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왜?”
“이틀 전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들었냐?”
별 일 아니다.
목욕을 좀 오래해서 그랬을 뿐이다.
요새 나도 나이가 있다보니 현기증이 나더라고.
진가의 욕탕에서 기절해 있던 것을 영이가 발견했다고 한다.
“내가 혼절하는 것이 한 두번도 아니고. 괜찮아.”
파사국과의 교섭, 그리고 우리와의 동맹을 막으려는 로마의 공작.
그 외에 많은 이권다툼들 때문에 꽤나 무리를 했었다.
그 반동 때문인지 태사가 된 이후에 몸이 많이 약해졌다.
“목욕하다가 혼절한 적은 처음 아니냐.”
“처음이긴 하지만 말 그대로 처음일 뿐이야. 이제부터는 아내들과 같이 들어가야지.”
“적당히 해라.”
“어허. 난 종 상서령의 뜻을 따를 뿐.”
아. 멋진 남자지.
무려 75세가 되어 27세인 첩 장창포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으니.
진짜 대단하다.
물론 그 사이에 딸을 하나 낳기는 했다고 치더라도.
진짜 대단한 것 아니냐.
“그 뜻 따르다가 골로 간 사람 많다.”
그야말로 인간승리.
그 나이까지 되어서 아이를 봤다는 종요의 힘에 위국 남자들은 놀랬다.
그리고 그를 남자의 이상으로 섬기기 시작했다.
덕분에 산양군은 때 아닌 호황을 겪게 되었다.
산양군에서 만드는 술 중에는 야관문주가 있는데 종요가 매일 그것을 한잔씩 마셨다고 하니까.
물론 나도 마신다.
아직 나는 죽지 않았으니까.
“적당히 할테니까 신경쓰지 말고 너나 잘해라.”
“흥. 내가 너를 걱정해서 그러는 줄 아냐? 내 동생을 걱정할 뿐이다. 네가 죽으면 내 동생이 얼마나 슬퍼할텐데.”
가소롭다는 듯 말하는 사마의를 향해 난 웃어보였다.
“쓸데없는 걱정. 내가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으로 보이나?”
“비실비실한 주제에. 제대로 운동은 하고 있겠지?”
“아. 물론. 약도 잘 먹고 있다. 걱정마라. 적어도 십년은 더 살 수 있을테니까.”
사마의의 어깨를 잡아 준 나는 느긋하게 태자궁으로 향했다.
어느새 따라 온 문앙은 나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태사 어르신.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습니다만.”
“음? 내 안색이?”
문앙이 보여 준 거울로 얼굴을 보았다.
깨끗한 유리 거울이다.
이 유리를 만드는데 얼마나 고생했는데.
겨우 완전한 투명도를 갖춘 유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위해서 지남철을 구하고 구리선을 이용해서 아주 기초적인 전자석까지 만들었다.
그 전자석 만드느라 제국 연구소에서 몇달동안 밤을 새며 연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만들어 놓고 보니 그 연구 결과를 여기저기 써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니 다행이지.
“흐음…”
자꾸만 옛날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늙었군.
난 거울 안에 비춰지는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옛날에 비하면 많이 늙었다.
주름지고, 흰 머리가 늘어났고.
피부도 거칠다.
그래도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다.
“이정도는 괜찮아.”
“태사 부인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태자마마의 교육이 끝나면 바로 들어와달라고.”
“어디 갈 곳도 없으니 걱정마라. 자. 들어가자.”
이번 대 황태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 제자.
다음 대의 황제가 될 이.
그가 태자궁 앞까지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며 난 웃었다.
“오늘 교육은…”
말을 꺼낸 순간 다리가 풀린다.
내가 털썩 주저앉자 문앙은 나를 잡았다.
“태사 어르신!!”
“스, 스승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온다.
그것을 보며 난 고개를 저었다.
그저 다리가 풀렸을 뿐이다.
조금만 쉬면 괜찮아질테니까.
난 힘겹게 입술을 달짝거렸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천천히 근육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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