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48
00148 신벌 =========================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달려 우리는 곡양현에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하비군의 각 현을 지나며 말을 교체해가고, 물자를 지원받아 온 덕분에 예정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피로한 모습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도련님!!”
곡양현에 도착해서 현장과 함께 마마가 퍼지고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병사들을 독려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요화는 초췌한 몰골로 우리를 반겼다.
“어떻게 됐어?”
“일단은 막고 있지만…”
요화는 불안한 눈치였다.
처음 오백의 병력이 있었지만 지금 남아 있는 병사는 삼백여명 뿐.
마마가 퍼진 마을을 포위하고 있는 것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 이들이 도망친 탓이다.
그나마 요화와 곡양현장이 잘 막고 있었기에 이정도였지 요화도 없는 상태였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난 안도하며 그를 끌어안았다.
“잘했어!! 그동안 고생 많았다.”
“그런데 왜 오셨습니까?”
“왜기는.”
난 힘없이 웃으며 그의 가슴을 툭 쳤다.
멍하니 날 보던 요화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설마 도련님이 지원 나오신 거에요!?”
“그래.”
“미쳤습니까!? 당장 돌아가세요! 이게 무슨…!!”
“안미쳤고 제정신이야. 나 못 믿냐? 네 딸을 구한 사람이라고. 귀신도 잡았다. 그렇다면 신도 잡을 수 있다.”
“방법이 있으신거에요!?”
얼빠진 얼굴로 요화가 묻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마마를 치료할 방법?
그런게 있을 턱이 있나.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마마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 뿐이다.
그의 말을 무시한 후 곡양현령을 보았다.
마마가 생긴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그의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가 머뭇거리자 난 웃으며 물었다.
“이 마을의 이름은 뭐지?”
“월령이에요!”
“맞나?”
“네.”
유향의 외침에 내가 보자 곡양현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넌 곡양현장과 같이 있어라. 현장. 지금 상황은 어떻지?”
“그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내부는 어떤지 모릅니다. 하지만 밖으로 보내달라고 하는 이들이 있어서.”
“내보냈나?”
“아니요. 화타 어르신께서 신신당부하셔서… 일단 마마의 흔적이 없는 이들은 한 곳으로 모아두기는 했습니다.”
요화는 고개를 가로저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마에 걸린 아이와 함께 도망치기 위한 이들 중 창칼에 맞아 죽은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곡양현령도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자신의 백성이다.
자신이 지켜야 할 백성들을 자신의 명령으로 죽였는데 속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됐어. 그들 중에 마마가 내린 이가 있어?”
“없습니다. 다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마마에 걸린 자는 태어나서 단 한번 밖에 보지 못했던 터라… 그래도 화타 어르신이 말씀하신대로 그들을 격리조치 했습니다.”
“하아. 그래? 화타 어르신. 어떻게 하죠?”
“산 사람은 살려야지. 그들 중에 멀쩡한 이는 일단 데려와야 해. 그리고…”
“…..”
“마을을 불태워야해.”
“하아. 역시.”
결국은 이 방법 뿐인가.
화타의 단호한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마마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는 이게 답이다.
아니, 이렇게 한다고 해서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신벌이 내린 것이야! 신벌이! 마마를 잠재우기 위해선 제사를…”
“여기도 있네.”
곡양현에 들어왔을 때 저렇게 길길이 날뛰며 제사를 지내야 하니 굿을 해야 하니 떠들어대는 무당들이 보일 때마다 목을 따버렸다.
저런 게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다.
현장에게 제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러 온 무당을 가리키자 병사 중 하나가 창을 던졌다.
그것에 맞은 이가 쓰러지자 따라 온 애기무당들이 후다닥 도망쳤다.
“곡양현 밖으로 사람을 내보내지는 않았지?”
“네. 모두 억류하고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
곡양현이 아무리 작은 현이라고 하더라도 맘먹고 도망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다.
대군으로 완전히 막는 것이 아닌만큼 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정도 뿐이다.
며칠만 기다리면 관우와 감녕이 움직이고 각 현에 보내 놓은 명령서대로 마마를 언급하며 혼란을 유발하는 무당이나 도인들을 쓸어버릴 것이다.
일단은 이것만 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자.
난 화타를 보았다.
“안에 들어가야 하네. 들어가서 시체들을 모으고 태워야 해. 그리고 산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야 한다.”
“예에!? 저, 저기 안으로 들어간다구요!”
곡양현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금 저 월령촌 안은 지옥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곳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화타의 말에 요화와 곡양현장은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맞습니다! 저기로 들어가는 것은…!”
“유하야.”
화타는 지그시 날 바라보았다.
나는 가능하다는 건가?
화타가 가능하다면 나도 가능할 것이다.
“몇명이나 들어가야 합니까?”
“도련님!? 무슨 소리하는 겁니까! 예!? 제정신이에요!? 아무리 도련님이라고 하더라도…!”
“난 괜찮아. 어르신. 몇명이나 필요합니까. 전 월령촌에 들어가보지 못해서 저 마을의 크기를 모릅니다. 몇명이 필요합니까?”
“열, 아니 스물. 적어도 스무명 정도면 될거다. 안으로 들어가서 모든 것을 태워야 한다. 어중간하게 해서는 곤란해.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저항할 수도 있어. 그러니.”
“화타 어르신!!”
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화타의 말에 요화는 분을 참지 못하고 허리의 검을 뽑았다.
그 검이 자신의 목에 겨눠졌음에도 불구하고 화타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유하야. 어찌 할 생각이냐.”
“따르겠습니다.”
“하비성주님!! 미치셨습니까!? 저기가 어디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바깥에서 불화살만으로 마을을 태울 수는 없어. 그리고 그러다가 도망치는 이들이 생길 지도 몰라. 확실히 안에서 처리를 한 후에 불태워야 해.”
“또한 마마가 퍼졌다고 해서 모두가 마마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괜찮다. 살려야 한다. 한명이라도 더!!”
나와 화타가 말했지만 요화는 납득하지 못한 듯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그리고 그것은 곡양현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타 어르신. 어르신의 의원으로서의 마음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도련님은 못 보냅니다. 바깥에서 기름을 뿌리고 불태웁시다. 네!?”
요화는 이를 갈고 화타의 목에 검날을 움직였다.
만약 계속해서 화타가 나에게 도와달라고 말한다면 진짜로 검을 움직일 기세였다.
그런 요화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화타는 날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을 마주하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요화. 검 치워.”
“하지만 도련님!”
“난 괜찮아.”
화타는 몇번이나 마마가 난 곳에 갔었지만 그는 두창에 걸리지 않았다.
내가 한 종두법도 화타와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가 인정한 이상 나도 괜찮은 것이겠지.
난 잠시 생각하다가 몸을 돌렸다.
나와 화타는 들어간다.
하지만 나머지는?
내 시선이 닿은 이들의 표정이 굳었다.
다들 두려워하고 있다.
만약 내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저들도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겠지.
여기서 불화살만으로 마을을 태운다면 가능할까?
가장 안전한 방법은 그것이지만 월령촌의 크기를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을 피해서 오히려 사람들이 더욱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두창에 걸린 이가 도망쳐서 다른 곳에 숨고, 그 두창이 퍼지기라도 한다면 차라리 안에 들어가서 제대로 마마에 걸린 이들을 죽이고 태우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난 한숨을 내쉰 후 물었다.
“지원자 있나?”
“도련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 같은데… 진짜요? 저기 들어간다는 것이?”
내 명령을 받고 오기는 왔지만 더 안쪽으로 들어간다는 말에 병사들도 두려웠나보다.
그들에게 종두법에 대해 설명해 줄 방법은 없었다.
난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았고 그들 중 한명이 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도련님. 저 장삼이요. 한가지만 물읍시다.”
“말해봐.”
“우리는 지금까지 도련님을 따르면서 도련님이 한 일들을 모두 보았수. 도련님의 생각은 항상 옳았고 도련님의 행동은 항상 틀리지 않았지.”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거요?”
장삼의 시선은, 그리고 그의 질문은 모두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묻고 있었다.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냐고.
이번에도 옳은 선택을 한 것이냐고.
난 웃었다.
“그렇다면?”
“그럼 따르겠수다.”
장삼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를 시작으로 하나 둘 씩 내 옆으로 오기 시작했다.
화타가 말한 스무명정도가 아니라 날 따라 온 병사들 전부가 움직였다.
그들이 모이자 화타는 날 꽉 끌어안았다.
“고맙다. 고마워… 네 덕분이다. 지금까지… 마마가 내렸을 때 아무도… 모두가 두려워만 했는데…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아… 드디어 마마를 막을 수 있게 되었어… 고맙다.”
“저한테 고마워하시지 마시죠. 데려오는 것은 제 명령으로 됐지만 저기 들어가는 것은 저 녀석들의 각오니까.”
내 말에 장삼과 다른 이들은 씩 웃었다.
지독할 정도의 신뢰다.
솔직히 부담된다.
그래도 난 그들에게 마주 웃어보였다.
“미쳤어… 다들 미쳤어. 제정신들입니까!?”
곡양현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지만 난 담담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화타 어르신.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짐에서 천을 꺼내! 그 천으로 코와 입을 가려. 마마는 코와 입으로 들어와 체내에 자리잡는다. 그러니 그곳을 막아야 한다. 최대한 천에 내가 가져 온 약물을 적셔서 마마의 기운이 못들어오게 막아야 해.”
“들었지? 가져와.”
“도련님…”
요화는 당황하다가 날 꽉 잡은 후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도련님! 제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구요! 그러니까!!”
“넌 여기서 계속 경계해. 곡양현장은 하던 일 마저하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요화. 부탁한다.”
“아아아…!! 진짜! 정말 이러실 거에요!?”
“물었지. 날 믿냐고.”
내가 웃으며 묻자 요화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어깨를 툭 친 나는 장삼이 준 천을 받아 화타가 하는 것처럼 코와 입을 가렸다.
“대답은?”
내 질문에 요화는 난감해하며 말하기를 주저했다.
다른 사람들이 준비를 마치는 것을 보았다.
수레에 가득 채워져 있는 기름.
화타가 필사적으로 만든 약물.
마을을 불태우기 위해 사지로 들어가는 이들의 표정은 얼굴을 가린 천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은 날 믿고 있었다.
그거면 된다.
“도련님을… 믿지만.”
“그럼 이번에도 믿어.”
“…그럼 저도 들어가겠습니다. 도련님 혼자 보낼 수는 없어요. 창칼을 든 병사들에게도 덤비던 이들이 있던 곳입니다. 도련님을 지킬 사람은 필요합니다.”
요화는 각오를 다졌다.
날 따라서 지옥으로 들어갈 각오를 마친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저곳이 나에게는, 우리에게는 지옥이 아닌 것을.
하지만 요화는 모른다.
그에게 있어서 저곳은 마마라는 항거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무시무시한 신이 있는 곳이다.
들어가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날 위해서 지옥으로 들어간다 말했다.
“네 마누라랑 딸은 어쩌고? 저기는 사지다.”
“전에도 말씀드렸잖습니까.”
흑귀대에게 천을 받아 우리처럼 코와 입을 가린 요화는 검과 활, 화살통, 창을 챙기며 말했다.
“저에게 있어서 도련님은 제 삶이며 지침입니다. 그 지침을 제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킵니까?”
그의 말에 난 피식 웃었다.
“하하하!! 좋아. 그럼 간다. 모두들 각오는 됐지!!”
“예!!”
저 안에 있는 것은 마마 뿐만이 아니다.
자신들의 마을을 태우려는 우리에게 저항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 질려 우리 따위는 무시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공평한 것.
그것이 바로 죽음이다.
저 안에는 이미 죽음을 옆에 두고 있다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어지간한 도적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증오와 분노, 그리고 삶을 포기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악의가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가진 마지막 희망인 마을을 불태우러 가는 것이다.
우리에게 마마는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저 안이 완전히 안전하다는 말은 할 수 없다.
“곡양현장.”
“성주님. 진짜 들어가셔야 합니까? 성주님이 아니라도 저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내 백성들을 지키는 일인데 내가 해야지. 현장은 이곳에서 도망치는 이들이 없도록 막아줘.”
“…알겠습니다. 부디 살아서 돌아오시길 빌겠습니다.”
곡양현장은 나와 화타, 그리고 저 안으로 들어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우리가 실패한다면 하비성에 연락해서 모든 병력을 이끌고 와서 이곳을 막게 하고 바로 저 안으로 불화살을 날려. 그래도 기름을 가져가니까 조금이라도 불이 붙으면 어떻게든 될거야.”
“예.”
그의 대답을 들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간다.”
현장에게 설명을 듣기로 월령촌은 삼백여호 정도 되는 커다란 마을이었다.
마을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천을 뚫은 강렬한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도련님. 저기.”
“확인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있었다.
얼굴 가득 농포가 나 있는 사람이었다.
거의 죽어가고 있는 그를 확인한 화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망이 없다는 건가?
“편하게 해주게.”
신음조차 하지 못하고 달뜬 숨만 내쉬고 있는 그를 보며 화타가 말하자 난 검을 뽑은 후 망설임없이 그의 심장에 꽂았다.
고통스러워하던 그의 표정이 점점 가라앉는 것을 본 나는 시체에서 검을 뽑았다.
“와… 이게 지옥문인가.”
장삼이 긴장감을 없애려는 듯 애써 웃으며 말하자 다른 이들 역시 억지로 웃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도 웃어보이고 검에 남아 있는 피를 흩뿌린 후 검집에 넣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사정 봐줄 여유는 없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 이들은 즉결처형을 허락한다.”
“알겠수다.”
병사들이 무기를 들었다.
요화는 검을 뽑으며 내 옆으로 왔지만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괜찮으니까 화타 어르신이나 지켜. 그럼…”
난 심호흡을 내쉬었다.
저 안에서 모두가 두려워하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죽음이 과연 나에게, 우리에게 그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낼 수 있을까?